다만 한 조각 불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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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하늘은, 그동안 여행의 심벌이었다. 평선 끝까지 가로막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시야. 그것도 슬슬 끝이 가까웠다.

「저거, 산이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하늘의 빛과는 명확히 다른, 반듯한 청백색. 어디서 본 것 같다.

「그런 거 같아. 해안선까지 아직 60 킬로미터는 남았지만, 이 크기로 동북쪽에 보인다는 것은, 레이니어산인가. 캐스케이드산맥의 최고봉」
 옆에 앉은 채, 지도도 보지 않고 그가 답한다.

「어쩐지 낯익다고 생각했어」

「기념으로 좀 커피를 달게……

「그대로야」

「잔인하다」

 며칠에 한 번씩 이런 얘기를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이동한 거리가 5천 킬로가 훨씬 넘었다. 오늘 중으로 옛 아메리카대륙에 상륙하여, 거기서부터는 육지여행. 컨테이너선에도 가급적 보지 않으려고 했던, 인류의 발악의 흔적이 농밀하게 남아 있는 장소. 나아가는 설상차의 악셀은 늦추어지지 않고, 입 밖에 내지도 않았지만, 그것이 조금 무섭게 느껴지긴 했다.

「다시 한 번 확인을. 앞으로의 예정에 대해서」
 조수석에서 그의 목소리.
「우선, 어제 재어본 느낌으로는, 이대로 가면 오리건주 북부해안에 도착한다. 씨사이드라는 담백한 이름을 가진 해변에 상륙할 예정」

「오늘은 거기서 1박하는 건가」

「그래. 내일은 국도 26호선을 따라 포틀랜드까지. 거기서 84호・86호・20호를 타고 오리건에서 아이다호주, 몬태나주를 지나 와이오밍주까지. 옐로스톤까지 대략 1천 하고 6백 킬로 정도의 경로」

「하루에 몇 길로 정도 진행될까. 2주일이면 갈 수 있을 거 같아?」

「시속 몇 킬로를 낼 수 있는지에 달렸지. 추위를 피해 남하하던 사람들의 차 때문에 길이 막혀 있으면 어쩌지?」

「그거는……. 어떻게든 우회로를 찾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길 없는 길을」

 

 설상차에서 내려, 지면을 아이젠으로 밟는다. 시각은 오후 3시 반, 밤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아이스소, 얼음톱을 양손에 들고, 음료・세탁・샤워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빙괴를 잘라낸다.

「그건 그렇고, 대륙의 잔재 뿐이라는 느낌이네」
 옆에서 그가 얼음을 양손에 쥐며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 가장 높은 건물조차도 최상층이나 지붕만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을 뿐, 큰키나무들은 시들 새도 없이 얼어붙었는지 선단부가 상고대가 되고, 그 아래는 모두 불투명한 얼음에 묻혀 있다.

「7대륙은 얼음에 뒤덮였고, 이 밑에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집 안에서 이불 속에 몸을 맞대고 있었다면 차라리 행복하지 않았을까. 아까 말했듯이 차 타고 남쪽으로 도망치려던 가족들은 욕 봤을 거야」

「차가 밀려 있는 사이, 보통 자동차들은 이런 추위에 엔진이 꺼져버리게 되니, 그대로 차내에서 동사하게 된 것일까……. 그거는, 소름끼치네」
 무거운 얼음을 일단 내려놓는다. 우리가 타고 있는 차는 오버테크놀로지 덕분에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뿐이겠어. 더 소름끼치는 것들도 있겠지. 이 지면을 보면, 분명히 몇 미터에 걸쳐 눈이 내려 쌓인 게 얼음으로 된 거야. 우리는 그 위를 나아가야 하는 거고」

「피할 수는 없을까?」

「어려울 거 같아. 최종적으로 옐로스톤은 해발고도 2천 미터에 있고, 거기까지 가는 길을 완만하게 올라가려면, 결국 옜 국도든 뭐든 따라서 갈 수밖에」

「그러면……. 아니, 적어도 꽃이라도 바칠까 싶었는데, 흰 꽃은 죽음의 상징이고, 그 이외의 꽃은 전부 죽어 없어졌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국토에서 죽은 3억 명, 전세계 80억 명을, 최후의 두 사람으로서」

 

 국도 26호선은 전부 산 속. 그리고 얼음 속이었다.

 예전에는 양측으로 나무가 무성했을 길을 간다. 이따금씩 얼음 밑으로 들여다보이는 전신주의 화석. 양쪽 옆창을 통해서도 산이 보이고, 상고대가 보인다. 얕은 골짜기 모양으로 된 길은 좌우의 나무 덕분인지 비교적 얼음층이 얇아서, 얼음 밑으로 칼라풀한 차의 행렬이 뻗어 있는 것을 눈여겨보면 알아볼 수 있다.

「자고 있어도 돼. 내가 운전할 테니까」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직 오전 10시 반. 기상하고 나서 5시간 정도. 운전은 1시간마다 교대하고 있고, 지금까지 페이스나 컨디션이 무너진 적은 없다.

「아니,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할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국도 위로 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해도. 그냥 피곤해 보여서, 아무튼 좀 쉬는 게 좋겠어. 선잠이라도 좀 자야 한다고 생각해. 아직 포트타운까지 40 킬로 가까이 남았어. 점심때 깨워 줄테니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말에, 완강히 거역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고쳐 생각해 본다.
「고마워. 그럼 신세 좀 질게」
 운전석에서 일어나 허리와 어깨를 편다. 관절이 비명을 질러서, 내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운전용 장갑과 선글라스를 벗고 귀도리를 쓴다. 2층침대의 1층에 기어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잠시 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몸이 조금씩 흔들린다. 그것이 마치 안락의자나 요람의 그것과 유사한 것 같아, 이내 졸음이 덮쳐왔다.

 

 주경계를 넘어 아이다호주. 다음 중계지 보이시까지 앞으로 이틀 정도를 콜롬비아강의 지류인 스테이크강을 따라 남하할 예정이다. 광활한 국유림을 피해가 위한 여정인데, 지금까지의 여정과는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또 눈 오네」

 흐린 하늘. 지금까지의 2개월 남짓, 계속 쾌청하고 운량은 제로였는데.

「진짜. 왜 눈이 내리기 시작한 거지? 땅이 부드러워져서 가기는 편하긴 한데」

 그야말로 운전자의 의견. 흘려 들으면서 생각한다. 눈이 내리기 위해서는?
「눈이 내린다, 구름이 생긴다는 것은, 물의 순환이 있다는 것인데」

「아아, 그렇구만──화산활동이라던가 뭔가로 얼음이 녹은 곳이 있는 거 아닐까. 예컨대 옐로스톤이라던가」

 과연, 그렇다면 나아갈수록 강설도 많아지는 것일까.

「녹이기도 싣기도 편하니까, 눈은 좋은 점밖에 없잖아?」
 실제로 이것은 진짜다. 얼음을 잘라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추운 날씨에 긴 작업은 정신적으로도 피로가 남는다.

「아니, 밤에도 눈이 내리면, 일어나고 나서 뒷작업이 힘들 거 같아. 차나 썰매에 쌓인 눈을 치울 필요가 있으니까.」

「그렇군, 그거는 큰일인데……. 힘내라」

「둘이서 한다고」

「커피에 설탕 좀 더 넣어도 될까」

「흥정하지 말고」

 

 쌓인 눈을 쓸어내린다. 시각은 6시 반. 해가 뜨고 30분 정도 지났다. 이미 식사는 마쳤고, 발차를 저해하는 눈을 치우는 작업에 종사한다. 그는 차 위에 쌓인 눈을 치우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것이 꽤나 중노동이다. 날에 따라서는 2, 30분 정도 발이 묶이기도 한다.

 눈을 파내고 뭉쳐서 경사면을 만든다. 무한궤도가 달린 설상차에는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썰매에는 일단 필요하다. 물론 약간 비스듬할 정도로 적하가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고박을 확실히 한다. 그 때의 컨테이너선을 떠올려 보면 이런 사소한 것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제설용 삽을 내밀고, 한 쪽 발을 올리고, 체중을 싣는데──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촉.

 조심히 파올려 보니, 거기에는 한 송이 하얀 꽃.

「변칙성! 내려와 봐!」

 차 위 쪽으로 몸을 돌려 소리를 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사다리를 내려온다.

「무슨 일인데! 긴급?」

「아니, 긴급성은 낮아. 낮지만……. 이거. 어제는 이런 꽃 피어 있지 않았지」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꽃을 들어 그에게 보여준다. 영하의 외기온과 눈에 노출되어 얼어붙은 꽃잎은, 두터운 장갑 너머로 만지자 파삭 소리를 내며 깨져 버렸다.

「확실히. 흰 꽃이라……. 설마 SCP-2203-JP?」

「그러면, 어젯 밤 자는 사이에 꽃이 피고 그 위에 눈이 쌓였다는 거야?」

「그렇다고 봐야……. 이 주변 파헤쳐 보면 의외로 꽃밭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것은……. 그것도, 눈하고 마찬가지로. 옐로스톤이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그런?」

「응, 아직 시설이, SCP-2000이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 날 이후, 이따금 꽃이 발견되었다.

 이동 중에 바로 앞에 피어난 꽃을 으깨고 나아가기도 했다. 눈을 치울 때 드러난 꽃이 곧바로 다음 순간 외기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붙기도 했다. 차가 나아갈수록, 옐로스톤에 가까워질수록 그 빈도는 높아졌다.


목차

« #3 변박자밖에 사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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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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