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
다た만だ 한一 조片각の 불火을を 피우熾다す
원작: http://scp-jp.wikidot.com/frozen-flowers-for-the-farewell
저자: ©︎renerd
역자: Salamander724
「막 잠든 거 깨워서 미안한데, 잠깐 일어나 볼래?」
그가 내 몸을 흔들고, 귀도리를 벗긴다. 시계를 보니 11시 25분.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르고, 아까 교대로부터는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뭔데?」
「보면 알아. 이리 와 봐」
머리맡에 놓아둔, 도수 있는 설맹증 대책용 선글라스를 끼고, 앞유리 너머를 들여다보았다.
「저건…… 크레바스?」
전방 약 100 미터 정도 앞에,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볼 수 없었던, 남북 방향으로 찢어진 얼음.
「그런 거 같아. 보자, 슬슬 해안선…… 해안선? 뭐, 옛 아메리카대륙도 가까워지고, 지진이라도 있었던 걸까. 남쪽에 산안드레아스단층이 있고, 워싱턴주는 지진다발지대고」
「일단 우회할 필요가 있겠네. 눈으로 어림만 해 봐도, 이 차로는 저 골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러게. 쌍안경 좀 줄래? 위에 올라가서 볼게. 끊어진 데라던가 건널 만한 데가 있는지」
그렇게 말하면서 방한구를 다시 입고, 후드를 쓴다. 그가 건네준 쌍안경을 목에 걸고, 문 옆 사다리를 올라간다.
이어서 문이 다시 열린다.
「그럼, 나는 깊이나 보고 올게. 일단은」
「조심해. 떨어지면 못 구하니까」
점점 작아지는 빨간색 다운재킷을 곁눈으로 보며, 균열 좌우를 바라본다. 차내의 작은 착문 너머로는 한정되어 있던 시야. 지붕 위에서 속박 없이 쌍안경을 쓴다.
북쪽은 시야 끝까지 얼음이 찢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군데군데 균열 양안이 접근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역시 건널 수 있을 만한 거리가 아니다. 차고와 신장을 더해 대략 4 미터 높이에서 보이는 빙・평선까지의 거리는……, 7 킬로미터 정도인 것인가. 꽤 긴 골짜기가 되어 있어서, 우회하는 데만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정면으로 눈을 돌려보니, 그가 막 균열까지 닿은 것 같았다. 물이 순환하지 않으니 눈이 내리지 못하고, 따라서 지면은 순 얼음 뿐. 눈싸움은 할 수 없고, 눈사람도 만들 수 없는 그런 빙상을 체인아이젠이 달린 신발로 걷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 쌍안경을 쓰고 들여다보니, 그도 마침 이쪽을 보고 있었던 듯, 남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답하여 고글과 쌍안경 너머로 윙크를 보낸다.
그가 가리키는 방각을 본다. 쌍안경을 통하지 않아도, 확실히 멀리, 분명히 주위와는 다른 색. 밤의 어둠과도, 별의 깜빡임과도, 태양의 번쩍임과도, 얼음의 반사광과도 다른, 적색과 녹색. 쌍안경을 쓴다. 18배로 확대되어 보이는 것은, 컨테이너 화물선이었다.
그에게서 설명을 듣고, 건네받은 종이 자료도 다 읽었다. 즉, 인류 문명을 몇 번이라도 되살릴 수 있는 마법의 리셋 단추, 몇 세대에 걸친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켜켜이 쌓인 SCP-2000. 그것을 다시금 개조하는 계획이 200년 전 스타트했고. 사용된 기술이 어떤 역치를 넘어버리면서, 행성방위기구 SCP-2203-JP가 발동해서, 세계가 흰 꽃에 파묻혀서, 그리고 전 지구가 동결되어 버렸다는 것 같다.
「목적은 SCP-2000를 파괴하는 게 맞아? 재기동하는 게 아니고?」
「맞아. 꽃이 피기 시작한 직후에 예상했던 최악은 전지구 동결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 그래도 3천 년만 지나면 화산활동 등등의 결과로 지구는 다시 물의 행성이 될 거야. 그 때까지 SCP-2000을 지키고 있으면, 다시 인류문명이 재건되겠지──그렇게 되었어야 했던 것 같지만」
그가 한 번 말을 끊고, 곁에 놓여 있던 수분을 마신다.
「그렇지만, 이 해저기지의 분석에 의하면, 그러면 안 돼. SCP-2000이 있는 한, 그 기술이 존재하는 한. 그 주위에 꽃이 계속 피어서, 화산 등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바다를 대신해서 다 흡수해 버려. 그 결과, 노후화에 의해 SCP-2000이 붕괴할 때까지──라고는 해도 그 자료에 따르면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이 되겠는데──지구는 얼음행성인 그대로. 그것을 막기 위해, 전지구 동결이 3천년 안에 끝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신을 죽여야 하는 거지」
고해진 말에 생각에 잠긴다. 그렇다면 이러나저러나 인류문명은 재건될 수 없다. 유일한 구명줄인 SCP-2000을 파괴해 버린다면──거기까지 고찰하자, 생각이 미쳤다. 이렇게 200년 동안 우리 둘이 냉동수면 상태로 살아왔다면, 좀더 거대한 셸터시설 등에서 집단으로 눈이 녹을 때를 기다리고 있으면, 적어도 인류라는 종은 존속할 수 있다.
「둘이서 인류존속의 주춧돌이 되라고. ──응, 그렇군……. 그・거・ 좋・네・. 역사에 남지도 않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세계를 구한 비극의 히어로라니 꽤나 내 취향이야. 다만──파괴는 어떻게 하는데?」
「고맙다. 사실 할 일은 적어. 우리가 잠든 뒤 윗사람들이 목숨을 깎아가며 설계한 인공지능 마이크가 만들어 준 몇 가지 데이터를 옐로스톤 시스템에 넣기만 하면 돼. 그러기만 하면 옐로스톤 마그마굄이 폭발한다.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여기 써 있는 대로라면, 지열발전용 시설들을 몇 개 폭주시켜서 폭파시켜. 그 에너지의 지향성을 다른 기계를 사용해 조작해서 분화하게 만든다는 그런 수순」
그가 어디선가 꺼낸 자료를 오른손에 들고, 선교사처럼.
「자세한 내용은 여기 적혀 있어. 아득한 미래, 자신들이 없어진 뒤에 보내는 편지. 딱히 전부 다 훑어보지는 않는 편이 좋겠어. 워낙에 극단적인 스케줄과 원망의 목소리들이 담겨 있으니」
「그래서, 분화의 폭발이나 용암이나 분연에 휩쓸려서 우리 둘의 인생은 끝?」
「아니. 그건 아니야」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입이 열린다.
「폭발로 분출되는 것은 모두, 에ー, 유사리만다양체로 된 거에 흡수된 뒤에 안전한 범위로 방출된다고 해. 그러니까, 정말로 단순한 작업이야」
「다 끝나고 나도 살 수 있다고. 그럼 그 다음엔 뭘 하지. 다시 자야 하나」
「아쉽지만 그건 안 될 거 같네──냉동수면을 하려면 기자재와 전문가가 필요하니까. 그러니, 뭐. 느긋하게 여생을 보내다 죽으면 될까」
「알았어. 수라도 스토리 뒤에 스핀오프로 일상물이라는 느낌」
「으ー음, 아닐 수도. 소년만화로 비유하는 건 좀 아닌 거 같고. 근성도 호러도 미스터리도 배틀도 없는, 그냥 여행. 고비야 좀 있겠지만……. 3막 구성으로 3천 년의 이별을 고하는 여행이다」
둘이서 다시 차에 올라타, 반 시간쯤 지났다. 겨우 컨테이너선의 거대한 선체가 가까이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출발하고 나서 우리 자신 이외에 처음 보는 문명의 유물. 녹색에 붉은 라인이 들어간 동체는 투명한 세계에 이질적인 존재, 과연 7 킬로 밖에서도 눈에 띄일 만했다.
「크레바스에 딱 끼었네. 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했는데, 쇄빙능력이 없어서 꼼짝 못했다, 라는 것일까」
「짐이 많이 없어진 것 같은데. 얼어붙는 와중에 선체가 기울어서 떨어졌나?」
확실히 그의 말대로, 원래 못해도 30 미터는 쌓여 있어야 할 이미지의 컨테이너가 1, 2단 정도밖에 실려 있지 않다. 화물은 무엇이었을까? 배가 굳어버린 뒤 선원들이 연명하기 위해 내용물을 비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운송의 프로페셔널로서 긍지가 그런 짓을 하지 못하게 막았을까. 어쨌든, 선고는 옛날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을 것이다. 동결하며 부피가 커진 결과로 상승한 빙・면과 정확히 비슷한 정도의 높이──그렇다면.
「있지, 배 위. 통해서 건너서 반대편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구만! 가능하다면 일정이 많이 단축되겠어. 어차피 여유는 충분히 있었지만……. 해 볼 가치가 있겠어」
「이게 되네. 의외로 쉽게 배에 올라왔어」
미묘하게 기울어진 선체에는, 무한궤도가 달린 설상차라면 용이하게 넘어갈 수 있는 정도로 단차가 작은 부분이 있었다. 평평한 갑판 위를,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을 피하면서 나아간다.
「열어볼까? 컨테이너」
운전하던 그가, 악셀에서 몸을 뗀다.
「소유권은 상실되었겠지만, 열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내용물을 알아볼 수는 있을까? 운송회사 로고는 큼직큼직하게 쓰여 있긴 한데」
「2백 년이나 지나서 풍화가 되었으니 비교적 쉽게 열 수 있을 것 같아. 내용물도, 봐」
옆창에 손가락을 대고.
「저 봐 저거. 컨테이너 문 옆에 붙어 있는 플레이트. 내용물은 저기 쓰여 있겠지. 배치라던가 높이라던가 감안했을 때, 차를 벗어나지 않고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조금밖에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면야. 몇 개 열어 보자」
「이쪽 세 개는 타이어밖에 안 들어 있어」
그의 유감스러운 목소리가 열린 컨테이너에 반향한다. 타이어라고 해 봤자, 저온환경에서의 경년열화로 인해 쓸모가 없을 것이고, 애초에 우리 차는 타이어가 필요 없는지라 무용지물이다.
「그건 아쉽네」
답을 돌려준 뒤, 내가 찾아낸 컨테이너의 내용물을 그에게 알려줄지 고민한다. 이것은……, 하지만.
「그쪽은? 뭐 눈에 띄는 거라도 있어?」
그의 목소리가 다가온다. 알려줘야 하나, 물론 알려줘야겠지만…….
「우와, 뭐야 그 자루? 안에 뭐가 들어 있어?」
컨테이너 안에 대량으로 들어 있는 자루. 그 내용물은.
「설탕. 게다가 추위 때문에 벌레도 없어」
「그거 잘 됐네! 이제 맘놓고 커피 달게 마실 수 있겠다」
「그건 안 돼. 건강에 나쁘잖아」
설상차에 실을 수 있을 만큼만 싣고, 잘 관리해야지.
역링크용입니다
SCP-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