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 Of Symmetry 5

현서는 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밤이 되어 있었다. 다시 불타는 숲에서, 현서는 그 소를 보았다. 소는 아직도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현서는 그 소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그 소가 걸어가는 길이 많은 생명과 삶을 그을렸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현서는 루카스에게서 Y급 기억제라는 약물을 받은 후부터, 동굴에 있는 내내 이 약물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현서는 약물을 누구에게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루카스의 가설은 아직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현서는 이 위험한 약물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것은 현서 혼자의 욕심을 위해 다른 이의 인생을 망치는 것일 테였다.

무엇보다도 현서는 신비로운 목걸이가 있었다. 현서는 지금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현서는 루카스에게 소포로 그 기억제를 보냈다. 그리고 그때 현서는 짧은 문자를 보냈다.

'나는 곧 소를 만나러 갈거야. 자네가 건네준 기억제는 돌려주도록 하지. 방긍 소포를 보냈어. 아무리 생각해도 후유증이 있는 한 그 약품을 함부로 쓸 수는 없겠어.

나는 그 소에 대해 알고 싶어서 자네에게 찾아왔지만, 그 소에 대해 아는 것과 그 소를 붙잡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지. 그 소를 확실히 안다고 그 소를 확실히 포획할 수 있다고 할수는 없으니 말이야. 이번에는 내 방식대로 해야겠군. 나중에 또 만나지.'

현서는 불길을 헤치며 소에게로 다가갔다. 충분히 가까워 졌을 때 현서는 차에서 내려 소의 뒤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소와 현서의 거리는 10미터 남짓이었다. 현서는 불현듯 소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올랐다. 순간 현서는 처음 소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었다. 동시에 그에 반응하는 건지 목에 걸린 염주도 점점 빛나기 시작했다. 현서는 온 몸에서 힘이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으아아아아압!"
현서는 그 소에게로 달려가 날아차기를 했다.

우드득.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소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깜짝 놀라 현서를 돌아보았다. 현서는 그 소의 숨겨진 무기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렇기에 현서가 그 소에게 타이밍을 줄 수 없었다. 소가 돌아보는 순간 현서는 소에게 어퍼컷을 날렸다.

쾅. 그것은 현서의 주먹이 낸 소리가 아니었다. 안쪽으로 파고든 소의 머리가 낸 소리였다. 현서는 그대로 하늘을 가르며 부웅 날아갔다. 현서는 땅에 쳐박혀 다리에서 찌릿 거리는 고통을 느꼈다. 현서는 방금의 뼈 부러지는 소리가 자신의 젠장맞을 다리에서 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서 현서는 피를 토했다. 온몸에서 울렁거림이 올라오고, 뼈와 장기 모두가 망가졌음을 알았다. 그러나 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현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현서를 비웃는 듯 하는 듯 했다.

분명 염주는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현서는 염주가 힘을 주었다는 것도, 그 소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으리라는 것도 자신의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현서는 스스로의 죽음을 직감했다. 현서는 이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지만 어느샌가 자신이 여기서 죽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서는 지금껏 해왔듯 소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그러나 소는 지금까지의 경험과는 달랐다. 현서가 해 오던 방식대로는 소와 싸워 이길 수 없었다. 소는 근본부터 다른 신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현서는 대체가능한 한 명의 구성원에 불과했다.

처음 BE에 들어오며 현서는 세상을 이롭게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현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현서는 모든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바랬던 것은 전부 현서의 환상이었다. 현서는 마침내 그것들이 자신의 우월감이 빚어낸 환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속에서 현서는 그동안 알량한 자기만족감을 얻고 있었다.

현서는 낙담했다. 애초부터 현서는 소에 대한 태생적 한계를 한 걸음도 좁히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가? 현서는 다시 한번 번쩍이는 염주를 보았다. 그리고 현서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현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껏 그랬듯이 있는대로 부딪치기로 했다.

수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현서는 지금껏 다양한 변칙종을 다뤄 왔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정면으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어떻게든 해결되었다. 지금 상황에서도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 외에 달리 현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현서는 빛나는 염주를 치켜들었다. 현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로 충만했다.

현서는 일어나서 염주를 치켜들었다. 소는 움찔거리더니 자세를 바로잡고 현서에게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현서는 더이상 움츠러들 필요가 없었다. 현서는 그동안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생에서 그는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했다. 그러나 지금 현서는 자신이 단순한 한명의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살아있는 안현서라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잃을 것도 없었다.

소가 현서에게 달려들었을 때, 현서가 있었던 자리에는 벗어던진 상의만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소의 시야가 가려진 순간에 현서는 소의 측후방에서 나타났다. 현서는 뛰어들어 소의 등으로 올라탔다. 소의 육체는 단단하고 동시에 뜨거웠다. 현서의 온몸은 익으면서 녹아내리기 시작했지만 그럴수록 현서는 더욱 단단히 소에게 매달리며 울부짖었다. 그러면서 현서는 염주를 벗어들어 염주를 쥔 오른손으로, 몸부림치는 소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손이 부서지고 주먹의 뼈가 산산조각이 났다. 피는 끓어오르고 말라붙었다. 그러나, 소는 그 역동적인 움직임이 사그라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현서는 자세를 바꿔 염주를 벌렸다. 그리고 어떻게든 소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염주를 소에게 걸어 목을 조였다. 소가 부들거리면서 염주를 떼어내려고 했다. 힘이 부족해 염주를 놓쳐버리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현서는 염주가 소의 목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느꼈다. 손을 놓치자 염주는 목 위로 미끄러져 올라가 소의 머리로 향했다. 그리고 염주는 소의 코에 걸렸다. 소의 움직임이 멈추고, 소를 덮은 불도 약해졌다. 현서는 힘이 빠져 소에게서 떨어졌다. 현서는 멈춰선 소의 앞으로 기어가 소의 염주를 붙잡았다. 수많은 형체가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는 분명 안현서 팀장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소였다. 기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분명히 그것은 그의 현실이었다.

잔혹했던 불이 그의 온몸을 간질이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풍경이 새롭게 느껴졌다. 그것은 인간으로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그것은 그와 똑같은 세상이었다. 어디에서나 불타는 것들이 춤추고 있었다. 동시에 그는 어디에나 동족들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들은 원래는 세상에 있었지만 전에는 알 수 없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 그의 앞에 코뚜레를 붙잡은 한 명의 만신창이가 된 남자가 보였다. 포기하지도 않고 겨우겨우 목숨을 이어나가는 남자였다. 그로써는 그 남자가 소인지 아니면 보이는 대로의 그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비틀었다. 남자는 코뚜레를 쥔 채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한때 UT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가 스스로 어딘가에 평생 갇혀 영원히 이용되는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그는 인간에서의 사회에 관심을 잃었다.

그래서 그는 더이상 그 남자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머리를 앞발로 지긋이 으깨주었다. 그는 전에 스스로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었다. 그리고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함을 깨달았다.

그는 끝없는 불길을 따라 걸어가며 생각했다. 세상은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그 수많은 가능성은 여러가지 방향으로 뻗어나 공존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수많은 거울상들과 같을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는 소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면, 어쩌면 세상에는 불타는 용도, 말도 토끼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그동안 그는 일부분만을 인지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고난을 겪으며, 그는 그런 수많은 항밈적 연결 위에 다양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심이 섰다. 그는 계속해서 가여운 동족들을 구해주기 위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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