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느낀 위화감은 무엇인가? 현서가 소에 대해 대화하려고 할 때, 대화가 어긋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현서는 무슨 수를 써서든 소를 포획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기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없다면 기지에서 협력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 소에 대해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 소를 완벽히 포획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현서는 이 실마리를 얻기 위해 루카스 팀장과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루카스 팀장은 비밀 조직인 SCP 재단 출신의 인물이었다. 그는 인사이동 당한뒤 현장에서 죽을 위기에 빠졌으며, 우연히 UT의 도움으로 구출되었다가 UT에 영입되었다. 그가 재단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는 좀처럼 신뢰받지 못하였다. SCP 재단의 규모나 영향력은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그 조직은 확실히 BE와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서는 먼저 식당에 도착해서 루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SCP 재단은 정말로 이상한 단체였다. 이들은 변칙이라는 것에 환장해서 무언가 신기한 것만 보면 밀실에 가두고 싶어하는 무리였다. 그들은 겉으로 세계 평화니 인류 보호니 하는 장황한 말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들이 정말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활동을 하는 이들인지 정말로 의심스러웠다. 현서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SCP 재단에게 도움을 받았다거나 재단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그들은 단순히 한반도를 점렁하고 싶어하는 세력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일을 하면서 루카스는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루카스는 그 경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했다. 그리고 루카스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과정에서 UT의 다른 이들보다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있었다. 현서 역시도 거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과연 그가 현서를 구해줄 수 있을까? 기다림도 잠시, 루카스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안현서 팀장님 아니신가? 그래서 용건은?"
"일단은 식사 먼저 하자."
루카스는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루카스는 돼지국밥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루카스가 식사를 마치자, 나는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오전에 나는 인근 숲에서 포획에 실패했어.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그 소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누구도 그 소에 대한 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나는 아직도 그 불길의 중심에 있던 -"
"거기까지만. 대충 느낌이 오는구만."
"정말?"
현서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래, 확실하진 않지만. 내가 재단에 있을 때, 항밈이라는 것을 만난 적이 있었지."
"항밈?"
"그래. 어느 날 그것의 격리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격리실은 텅 비어있더군. 항밈은 그런 거야. 정보를 인지하고 머릿속으로 받아들인 것을 밈이라고 하는데, 항밈은 생각으로 추상화될 수 없는 무언가라는 거야. 네가 항밈 생물을 인지할 때마다, 그 정보는 자체의 밈을 해체하지. 결과적으로 완벽히 자신을 숨기는 거지."
"이해가 잘 안되는데."
"이 깍두기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보지"
그는 깍두기를 집어들었다.
"자네는 이 깍두기를 '보고' 있지. 그렇지만 실제로 자네가 인지하고 있는 것은 깍두기의 색, 형체, 질감 등의 정보 일거야."
이윽고 그는 빈 밥그릇에 깍두기를 놓았다.
"그리고 그 정보는 다시 조합되어 인지 공간 내에 '가상의 깍두기'를 만들어낼 거야. 하지만 항밈은 형성될 수 없는 조합이야. 그 심상이 형성되는 순간 자기 자신을 파괴한다는 거지."
"그럴 수가 있는 건가?"
"근대 시기에 항밈은 초정신적인 무언가이거나 혹은 우주적인 질서라고 생각되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에 대한 입장은 변화했어. 그러한 관점에서 정신은 컴퓨터와 같아. 그런 점에서 항밈은 바이러스와 같아. 그러나 자기 자신을 삭제하는 바이러스지."
"하지만 나는 그걸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어. 그걸 보면서 어떠한 기시감도 느끼지 못했다고."
"그러니까 항밈을 약간 확장해서 생각해보자고. 항밈이 꼭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심상일 필요는 없지. 그 소의 정보를 인지하여 파괴하는 다른 심상이 기지와 가까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 하더라도 허무맹랑한 이야기군.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무력화할 수 있는거지?"
"정신을 안전하게 조작하는 건 정말 어려워. 확실히 하려면 그 심상이 뭔지 확실히 알아야 해. 아니면 그 소? 라는 것의 정보가 필요해. 그 정보를 분석하면 그 효과를 무효화하는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겠지."
"그럼 그 소를 우선 포획해야 한다는 거군. 그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
"많이 긴박한 상황인가?"
"그걸 처음으로 포획하려던 중 하멜른의 기수를 날려버리고 말았어. 결국…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을 책임져야 하겠지. 하지만 그 전에 꼭 그 소를 잡고 싶어."
"그렇군."
루카스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가방을 뒤졌다. 얼마 후 루카스는 약병 하나를 꺼냈다.
"이건 Y급 기억제야. 항밈적인 영향을 무효화한다고는 하지만, 영구적인 후유증이 있어. 이걸 복용한 이후로 환각을 보기 시작하여 결국에는 미쳐버린다는군. 이걸 챙겨가도록 해."
현서는 약병을 받고 얼떨떨했다.
"정말 이걸 내가 사용해도 될까?"
"어차피 부작용 때문에 내가 사용하기는 애매한 물건이었어. 혼자서는 애매한거지? 믿을만한 조력자에게 사용하도록 해."
"혹시 너가 직접 나를 도와줄 생각은 없는거지?"
"농담하는 건가? 말하자면 나는 현장과 잘 안 맞아. 더 이상 모험하는 것도 힘들고."
"그래… 오늘 나를 도와줘서 고마웠어."
"별말씀을."
현서는 자리에 돌아와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게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현서는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자신과 대표의 차이점을 어떻게 알아야 한다는 말인가? 식사? 생활 패턴? 사고방식?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떤 정보가 사실은 다른 정보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것인가? 항밈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루카스라면 몰라도 현서가 지금 느긋하게 연구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이라면, 소를 어떻게 붙잡을지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현서는 항상 현장에 있었다. 그것은 세상을 항상 보고서로만 접하는 이들과는 다른 시선이었다. 그는 두 눈으로 소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현서는 그러한 차이야말로 다른 이들이 소를 인지하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