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 Of Symmetry 2

현서는 기지 병실에서 눈을 떴다.

"정신이 드시나요?"

그녀는 한때 현서의 부사수였던 최예진이었다. 그는 그녀의 강직하고 당당한 성격을 인상 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CC에서 일하는 예진의 모습은 처음 현서가 환경 운동을 시작했을 때를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고, 한 명의 비건으로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물론 현서가 현실적으로 채식을 한 적은 없었다. 현서의 신념이 그녀의 신념에 비할 수 있을 지 현서는 그녀를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을 했다.

"예진이구만."

"대표님께서 정신을 차리면 연락하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러도록 하지."

그렇지 않아도 현서는 누구에게나 전화하려고 했다. 방금 전까지 소를 붙들어 가고 있던 현서가 어째서 지금 기지에 누워 있는 것인가? 어쩐지 온 몸이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현서는 무슨 일이 있어날 건지 알고자 급하게 이하균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대표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대표님? 저 안현서 팀장입니다."

돌아온 것은 하균의 고함소리였다.
"너 제정신이야?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일단 진정해 주세요. 잠깐 필름이 끊겨서 말입니다. 분명 하멜른의 기수를 운전하고 있었던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그 하멜른의 기수를 네가 박살넸잖나. 너는 그 옆에 쓰러져 있었고.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을 저지른 거지, 어째서 홀로 그런 사단을 낸 건가?"

"분명 일급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 일어났잖습니까? 누군가는 사태를 긴급하게 해결해야 했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하멜른의 기수를 활용할 수 있는 건 팀장 급 중에서도 일부뿐이고…"

"아니,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방금 분명히 불타는 소가 등장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젠 환각이라도 보는 건가? 하긴 여기에서 일한 지도 꽤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러고 보면 그 헬리콥터를 다루는 게 자네의 가장 큰 효용이었는데 말이야. 은퇴를 앞두고 그 헬리콥터로 이런 사고를 치다니. 곧 내려올 징계를 기다리고 있으라고."

"대표님.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전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할수 있다면 얼마든지. 곧 프리랜서니 말이야."

통화가 끊나고 현서는 처음 BE에서 하균을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그는 하령급에서 BE 본사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현서는 그의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보고 CC-흑두루미의 설립에 함께했다. 이후 CC-흑두루미가 정착할 때까지 그의 라인을 타게 되었다. 현서는 그동안 CC가 자신의 새로운 비전을 약속해 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은퇴를 앞두게 되었다.

CC-흑두루미는 이 일로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었다. 안정기에 든 CC-흑두루미는 군사적 손실을 입고 다시 수많은 다툼에 휘말릴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들을 알면서도 현서는 CC-흑두루미에서 감내해 온 시간을 그렇게 쉽게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사실 현서는 왜인지도 모르는 이유로 직장을 잃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 기지에 오게 된 건지, 소는 어떻게 하멜른의 기수의 밧줄에서 벗어난 건지 몰랐다. 갑자기 소에게 새로운 능력이라도 생겼다는 것인가? 그래서 보이지 않는 미사일이라도 맞고 그 소를 놓치고 말았다는 것인가? 현서는 소를 붙잡은 이후의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있었던 대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하균의 말은 무슨 뜻인가? 현서가 보았던 대화재는 아직도 생생한 광경이었다. 그것이 거짓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잊힌 기억과 전달되지 않은 화재, 이 둘은 관련이 있는 것인가? 아무튼 현서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소와 싸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했다. 적어도 CC-흑두루미에는 하멜른의 기수를 제외하면 그 소와 대등하게 싸울 만한 장비가 없었다. 누군가 처음부터 그를 도울 사람이 없을까? 그가 고민하던 중 그의 눈에 최예진이 들어왔다. 둘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날 도와줄 수 있을까?"

"저도 우리 기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안다고요. 자기 잘못을 만회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거죠?"

"그러니까 그건 내가 한 건 맞지만, 내 잘못은 아니라니까? 불타는 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저야 안 팀장님이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바쁘다고요. 아무리 전에 몇 번 도움받은 처지라고 하더라도, 무리한 부탁은 안 돼요."

"잠깐만 도와주면 된다니까. 내가 소를 잡을 테니까, 일단 서포트를 해줘."

"무슨 소를 말씀하시는 거죠?"
현서는 이상함을 느꼈다.

"대화재를 일으켰던 변칙종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그래서 뭘 해줬으면 하시는 거죠? 무엇을 할 지 확실하지 않으면 도와드리기 힘들어요."
그것은 마치 대화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었다. 예진은 현서가 그녀에게 반복해서 하는 말들을 흘려 듣는 듯했다.

"지금까지 말했잖아. 내가 하멜른의 기수로 끌고 오던 그 불덩이를 붙잡는다니까."

"네?"

"이 근방에서 대화재가 일어나서 불로 뒤덮인 변칙종이 일어났고. 내가 그걸 수습하려고 그 불바다로 갔단 말이야. 그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내가 그걸 붙잡았다고. 그게 어떻게 나를 쓰러뜨렸지만 이번에는 사태를 수습해야 해. 여기까지는 이해했지?"

"…우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병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현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현서는 대표가 상황에 대해서도, 그리고 소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것도 이것 때문이리라고 느꼈다. 그렇다면 소에 대해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인가?

"아무 얘기도 안했어."

현서는 병실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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