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 Of Symmetry 1

현서는 홀로 하멜른의 기수라 불리는 공중 병기를 몰고 있었다. UT-흑두루미에도 단 2기밖에 없는 이 헬리콥터는 수많은 중력 밧줄을 조종할 수 있었는데, 단 하나의 개체 만으로 수많은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병기였다.

헬기는 숲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슬슬 숲의 중앙에서 불난리가 눈에 들어왔다. 현서는 "불타는 소"를 포획하기 위해 이 고성능의 장비를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죽지도 않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소라니,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서가 그런 존재에 대해 일일이 납득하거나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세상 일은 언제나 쉽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현서가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었다. 현서가 정말로 어릴 때, 그는 귀신이나 도깨비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마법적 존재가 현실에 존재했다. 결국 현서의 일은 그런 현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자금을 모으는 일이었다. 세상을 더 이롭게 만들기 위한 자금.

현서는 하멜른의 기수를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지만, 어쩐지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불타는 소"가 UT-흑두루미의 경영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한발 앞서 현서의 기지에서는 그 소를 잡기 위해 포획팀을 파견했다. 포획팀은 크레인을 활용하여 물이 든 컨테이너에 소를 넣으려고 하였지만, 소가 그 사각 컨테이너를 깨고 나오는 바람에 포획에 실패하였다. 지금 현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확실한 수습이었다. 그리고 그가 실패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었다.

헬리콥터는 어느새 짙은 안개 속을 뚫으며 가고 있었다.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지며, 단 하나의 이글거리는 발화원은 점점 강렬해졌다. 정말 활기찬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꽃 속에 그 소가 있었다. 불길 속에서 일렁이는 그 소는, 불타는 것 이상의 불을 내뿜고 있었다! 불길은 그 소의 온몸에서 온 구멍을 통해, 근육 사이로, 피부를 뚫고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소는 제 몸을 계속해서 태우면서도 멀쩡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즉 소는 타버린 온 몸을 완전히 복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 소는 다른 차원에서 에너지를 끌어오는 외부 엔트로피 개체로 보였다. 그 힘은 온 숲을 태우기 위한 힘이 아니라 UT-흑두루미의 미래를 책임질 힘이었어야 했다.

현서는 조심스럽게 상공에서 중력 밧줄을 내렸다. 헬기에서 내려온 보이지 않는 밧줄이 소에게 닿았다.

"지정 개체를 고정합니다."

조심스럽게 밧줄을 끌어올리자, 소의 몸이 붙들려 올라왔다. 밧줄은 분명 끊어질 걱정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단단했을 테지만, 중력 밧줄이 그 소를 확실히 붙잡아 둘 수 있을까? 소는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 양발을 흔들어 대며 앞뒤로 격렬히 몸부리쳤다. 소는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고 불안정하게 덜컹거렸다. 그리고 그 불안감대로, 소에 걸린 중력 밧줄이 빠졌다. 소의 등에서 작은 분출이 터져나오며 소가 땅에 떨어졌다. 소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런…"

현서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2

소는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 현서는 조종간을 잡고 소에게 따라붙었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는 이 일을 완수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없었다. 하멜른의 기수는 무거운 철근을 가뿐하게 옮길 수 있었지만, 생물을 다루기 위해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출력은 충분하겠지만 지금껏 동물에게 운용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일종의 도박수를 던지는 까닭은 소가 엄청나게 뜨거울 것이라는 이유였다. 마취총을 쏘는 것만으로 소를 간단히 사각 컨테이너에 넣을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포획팀의 실패가 알려준 것은 기존의 어떠한 약물도 소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안전하게 소를 운송하려면 하멜른의 기수가 꼭 필요했다. 소는 자신에게 걸린 중력 밧줄을 끊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소의 몸이 밧줄을 지탱하기에 충분히 튼튼하다는 점이었다. 현서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지만, 달리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현서는 다시 한번 소를 향해 중력 밧줄을 날렸다. 첫 밧줄이 명중하고, 이어서 몇 개의 중력 밧줄을 난사했다. 밧줄은 소의 온 몸을 꿰뚫었다. 현서는 분명히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지만, 사실 그 소가 고통을 느끼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지정 8개 개체를 고정합니다."

다시 소를 끌어 올리자 소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는 떠오르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공중으로 끌려 올라왔다. 소의 몸체에서 붉은 빛으로 타오르는 걸쭉한 즙이 흘러나왔다. 현서는 오히려 역겨움을 느꼈다. 급하게 현서는 UT-흑두루미의 기지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대로 원격에서 소를 기지 근방의 호수까지 끌고 갈 계획이었다.

소에게 느끼는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애초에 저 덩어리를 소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히 소의 모습을 한 악마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도 숲은 불타고 있었다. 몸부림치는 소의 아래에 불길을 뚫고 도망치는 동물들이 있었다. 현서의 손에 가여운 생명들이 달려 있었고, 온 숲이 타버릴 위험 속에서 그는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소의 자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서에게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몸부림치던 소는 문득 기괴한 울음소리로 울부짖었다. 현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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