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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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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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실로 통하는 문이 부서지듯 열렸고, 아론의 경호원들이 복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 뒤로 감독관이 들어와선, 그 층에서 유일하게 조명이 들어온 방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경비들이 문 옆에 줄지어 섰고, 그는 달려들어갔다. 숨을 고르느라 딱 한 번 멈췄을 뿐.

방 안에는 다른 사람이 두 명 서 있었고, 거기에 침대에 누워 있는 한 명은 여러 생명유지장치에 연결되어 있었다. 찌르레기와 그린은 침대 옆, 나사렛 사람 소피아 옆에 서 있었다. 그녀를 보고 아론은 비틀거리며 침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가 그녀의 이마에 머뭇거리며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숨소리는 약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찌르레기의 얼굴은 슬퍼보였으나, 그린은 살짝 짜증난 듯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잖아, 아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실크 못으로 매달렸었어. 저주받았다고. 이게 바로 저주받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야."

아론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녀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절감했으나, 이렇게 빨리 닥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는 그들이 함께 보낸 첫날 밤을, 그녀가 그에게 자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말해준 날을 기억했다. 시간을 뚫고 춤추기, 그녀는 그렇게 불렀었다. 그는 웃었었다. 그러고는 어느 날 그녀는 사라졌고, 그리고 돌아왔을 때 손목은 검은 쇠못으로 뚫려 있었고 옆구리는 꼬챙이로 찔린 채였다. 그는 그때는 웃지 않았다.

못, 그래. 펠릭스는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오래되고 위험한 무언가. 그는 못들에 대해 경고했었다 - 그녀의 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경고했고. 샘이 그들을 병에서는 보호해 줄 수 있지만, 그러나-

저주? 그가 말했었다. 아니, 안타깝지만 아니야. 저주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지. 이건 나로썬 씻어낼 수 없는 상처야.

하지만 그녀는 버텼다. 업무는 계속되었고, 그녀가 관리했던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었으나, 그녀는 한바탕 허약함과 고통 속에서 며칠을 앓았고, 다음에는 몇 주 동안 이어졌다. 지난번에는 세 달이나 이어질 정도였다. 펠릭스는 찌르레기가 추천한 치료법을 사용하며 돌보았으나,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잖아." 아론이 찌르레기에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네 마법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다고 했었잖아."

찌르레기가 손을 들어올렸다. "난 그런 약속은 한 적 없네. 불가피한 일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어, 하지만 이건 불가피한 일이지, 시걸 씨. 이 정도로 오래 버틴 것도 운이 좋은 거야. 그 못은 십자가형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게 아니야."

아론은 그녀에게 돌아섰다. 얼굴에 열기가 쏠리는 것이, 날카롭고 부서진 무언가가 뱃속에서 곪아터지는 것이 느껴졌다. 소피아의 피부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팔을 따라서, 이제는 흉부로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얼룩덜룩한 검은색과 회색이었다. 마치 동상처럼. 그들은 침식을 막기 위해 그 부분을 붕대로 감아 두었으나, 붕대 역시 적셔들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남았지?" 그가 물었다.

찌르레기가 한숨을 쉬었다. "며칠, 어쩌면. 몇 시간, 그게 더 가능성 있지."

아론은 반응하지 않았다. 방은 답답하고 고요했으며, 유일한 소리는 딸깍거리고 삐삐거리는 기계음과, 보조 장치를 통해 호흡하면서 공기가 부드럽게 움직이며 나는 소리와, 벽에 걸린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뿐이었다.

"내가 태만한 것일 수도 있지." 찌르레기가 말했다. "만약 우리가 지난번에 논의했던 합의안이 이걸 막을 수 있다고 상기시켜 주지 않는다면."

아론의 몸이 뻣뻣해졌다. "우린 그 일을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찌르레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면 아닐지도. 하지만 계약의 조건은 분명해. 죽음의 손을 거둘 것. 이건-" 그가 소피아의 시들어가는 몸을 가리켰다. "-죽음이지. 이건 그렇게 보여."

"결정할 시간이 많지 않아." 그린이 초조하게 발을 바닥에 두드리며 말했다. "죽어버리고 나면, 죽은 거야. 다시 살려낼 수는 없어."

그는 열기를 다시 느꼈다. 눈 깜짝할 동안, 그들이 그를 이 지점으로 몰아가려고 - 결정을 강요하려고 그녀의 상태를 악화시킨 건지 의아해했다. 계약에 대한 논의가 처음 있었을 때 거의 만장일치로 찬성표가 나왔다 - 특히 가장 많은 걸 얻어낼 수 있는 자들에게서. 그린, 기록 보관자, 부족한 자. 하지만 소피아는 반대했고, 아론 역시 그랬다. 영원히 사는 건 우리의 목적이 아냐, 그는 말했었다. 재단을 정당하게 운영하는 게 우리 목적이지.

시간 제한이 없으면 정당한 일을 하는 게 더 쉽겠지, 그린은 그렇게 답했었다.

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다시 들이쉬었다. 그가 몸을 세우고 넥타이를 어루만졌다. 눈을 감고 그는 집중했다. 집중해.

"죽음이여," 그가 미리 준비한 라틴어로 말했다. "네 화신을 만들어라. 이제 나타나라."

방이 차갑고 고요해졌다. 모든 소리가 희미해졌고 침묵만이 남았다. 구석에는 어두운 형체가, 그 너머로는 공허만이 있는 암울한 환영이 있었다. 아론은 찌르레기가 몸을 떠는 걸 보았고, 그린이 소피아가 임종하는 자리의 난간을 붙잡는 걸 보았다.

"아론 시걸." 그 목소리가 속삭였다.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내가 놀랐다고 말하고 싶지만, 인간은 그보다 덜한 것을 위해서도 신념을 내던졌지." 형체가 그 공허한 눈길을 침대에 던졌다. "끔찍한 결정이 널 기다리는구나, 안 그러냐?"

"계약을 맺어라." 그가 말했다. 힘없는 목소리였다.

바람이 한 줄기 불고, 활기찬 웃음소리 같은 것이 뒤따랐다. 유령이 제 넝마가 된 로브로 손을 뻗어 길고 검은 깃펜을 꺼내들었다. 그들 앞 허공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선이 나타나서는, 불타고 연기를 내뿜으며 쉿쉿거렸다. 그 밑으로 제임스 아론 시걸, O5-1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아론이 손을 뻗어 그림자에게서 깃펜을 받아들고 면도날같이 날카로운 그 끝을 손바닥에 대고 그었다. 주먹을 쥐자 가느다란 핏줄기가 고여들었고, 그는 다 적셔질 때까지 깃펜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그러고는, 손목을 재빠르게 움직여 그가 선 위에 자기 이름을 휘갈겨 썼다. 잉크가 지글거리고 허공에 뜬 채로 잠시 불타고, 홀로 방 안을 밝히고는 사라졌다.

"하나 더." 그 목소리가 소피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림자 속의 황량한 흰 얼굴이 환히 웃었다. "이름 열세 개."

그의 이름이 그랬던 것처럼, 다시 선과 함께 그 아래 예수 소피아 라이트, O5-2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아론이 몸을 숙여 깃펜 끝으로 아직 부패가 잠식하지 않은 소피아의 가슴 바로 위를 찔렀다. 피가 튀었고, 손에 펜을 쥐어주고 아론은 허공에 그녀의 이름을 썼다. 잉크가 어둠 속에서 잠시 춤을 추더니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그러고는 전부 다 거기 있었다, 길게 나열된 이름과 서명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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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바람이 한 줄기 불고 - 조롱하는 웃음소리라고 아론은 생각했다 - 그러더니 다시 조명이 들어왔다. 구석에 있던 형체는 사라졌고, 깃펜도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깃펜이 살갗을 찢은 손을 내려다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고개를 들자, 찌르레기와 그린 모두 그를 수상쩍게 바라보고 있었고, 소피아가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셋 모두 침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얼굴에 한 손을 가져다 대더니 눈을 문지르고, 조명 때문에 눈을 감았다 떴다 했다. 그녀가 눈을 돌려 그린과 찌르레기를 쳐다보고는, 다시 눈을 돌려 아론을 바라보았다. 그를 보았을 때,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 아론." 그녀가 속삭였다. 쉰 목소리였다. "너 안 그랬겠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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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은 가라앉고 있었다. 수면도 바닥도 없는 바다에서, 눈이 닿는 곳 끝까지 그를 에워싸고 있는 심연의 짙은 잿빛에서 표류하고 있었다. 물이 그의 폐를, 가슴을, 눈을 채웠다. 그는 헐떡거리고 목구멍을 할퀴며, 단 한 번이라도 더 숨을 쉬려 발악했다. 그가 조용히 비명을 내질렀고, 물이 그를 가득 채웠다.

그는 깜짝 놀라 깼고, 잽싸게 자리에 앉아 중심을 잡으려 자기가 누워 있던 단(壇)의 가장자리를 붙잡았다. 자세를 바로 하고서,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 위에 있는 파이프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그가 숨을 몇 번 깊게 들이쉬고 가슴을 가라앉혔다. 그가 숨을 몇 번 더 들이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땅에서 몇 피트 정도 튀어나와 있는 푹신한 단 위에 앉아 있었다. 그가 있는 방은 작았고, 한쪽 벽에 문이 하나 있었으며 머리 위에는 작은 나무로 된 환기구가 있었다. 환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공기는 차가웠고,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 여기저기를 더듬거리고 자기 권총이 사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으나, 다른 소지품은 단 옆에 있는 작은 탁자에 정갈히 놓여 있었다. 그가 일어서서 집어들었다.

방에 있는 유일한 다른 것은 그가 보기에는, 스피커에 연결된 문 옆의 작은 화면뿐이었다. 그가 다가서서 더 면밀히 들여다보려 허리를 굽혔다. 화면은 새까맸으며, 중앙에 빛나는 붉은 점이 있는 느리게 회전하는 회색 원과 화살표를 - 재단 직인이었다 - 보여주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붉은 점이 진동했다.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지직거렸다 - 아이의 목소리였으나, 어조가 이상했다. 마치 아이가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어림짐작한 것처럼 어색한 억양이었다.

"일어났네." 으스스한 금속성을 띤 목소리가 말했다. "오랫동안 자고 있었어."

캘빈이 기침했다. "내가 어디 있는 거지? 여긴 뭐야?"

"여긴 내가 사는 곳이야." 목소리가 답했다. "내 친구들이 널 여기로 데려왔지. 네 친구들도 같이 데려왔어."

"내-" 캘빈의 말이 가슴 속에 걸렸다. 폭발과 하늘에서 떨어진 비행기가 기억났다. "그들은 어디 있지? 걔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들은 여기 있어. 너희 모두 다 여기 있지. 난 네 친구들을 죽이지 않았어." 낮은 베이스 목소리가 방의 벽에서 울렸다. “너와는 달리 말이지. 넌 내 친구들을 죽였어.”

캘빈이 화면에서 물러섰다. "넌 누구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급격하게 바뀌더니,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팝 음악을 비틀고 짜집기해 상업용 CM송처럼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CM송의 마지막 부분에 또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 자신의 목소리였다. 몇 달 전 그와 앤서니가 회계사의 위치를 추적하려고 애쓰는 동안 나눴던 대화였다.

"마지막 셋이 진짜 까다로워." 자신의 목소리가 말하는 게 들렸다. "설립자와 나사렛 사람은 제01기지에 몸을 숨기고 있지만, 세 번째 감독관, 꼬마는… 음, 필자도 그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단 말이지."

"꼬마. 네가 세 번째 감독관이군?" 캘빈이 물었다.

돌아가던 기호가 살짝 더 빨리 회전하기 시작했다. "난 네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 목소리가 말했다. "날 죽이러 온 거지. 내 엄마 아빠도 죽이고 싶어하고. 난 네가 그런 짓을 하는 걸 원치 않아. 그린 씨는 너처럼 살인을 하는 사람들은 사악하다고 했어."

스피커가 조용해졌고, 스크린에서 회전하던 기호가 사라졌다. 옆쪽에서, 문의 자물쇠가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캘빈이 문을 잠시 쳐다보았고, 그러고는 천천히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그는 길고, 어두운 공장 같은 복도에 서 있었고, 벽에 매달린 희미한 백열등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근처에서 복도의 한쪽 끝을 볼 수 있었다 - 철제 쇠살대 뒤로 조명과 스위치 패널이 보였다. 반대쪽 끝에서 복도가 옆쪽으로 꺾이는 것과 조명을 볼 수 있었기에, 그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발 밑 깊은 곳 어딘가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웅웅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복도에 있는 스피커를 타고 목소리가 지직거렸다. "난 널 오래도록 지켜봤어, 캘빈. 난 네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알아. 난 네가 어디서 자랐는지 알아. 난 네 엄마, 아빠, 친구들, 모든 걸 알아. 난 네가 살면서 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도 알아. 난 네가 지금까지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는지도 알아."

캘빈이 복도를 내려갔고 목소리가 그를 따라왔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또다른 O5-3가 있었지. 그의 이름은 앤더슨이었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기계들을 만들었지. 생각할 수 있는 기계들. 사랑할 수 있는 기계들. 하지만 그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기계였어 - 내 아빠가 선호되는 선택을 찾는 데 쓸 수 있었던 거지, 필요한 경우에는. 하지만 앤더슨은 거기에 열정이 없었고 자기 생각하는 기계를 더 작업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평의회를 떠나버렸고 그의 기계들은 망가졌지."

목소리가 말을 이었다. "그린 씨는 내 아빠에게 아이디어를 냈어. 회계사 씨하고 찌르레기 씨가 미래가 대략 어떻게 돌아갈지 볼 수 있는데, 왜 그 기계에 신경을 쓰냐고 물었지. 재단에 훨씬 더 유용할 만한 건 미래를 보는 기계가 아니라, 모든 것을 보는 기계라고. 앤더슨의 일지를 통해 알아낸 것과 그들이 데리고 있던 엔지니어들을 통해서, 그들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그 기계를 새로 장착했어."

캘빈은 복도를 나와 파이프가 방 전체를 지나가고 있는 검고 긴 좁은 방으로 들어섰다. 방 끝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떼어놓았고, 그러자 머리 위에서 조명이 켜지더니 벽에서 소금기 있는 녹색 액체가 가득 찬 긴 실린더 통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안에서 형체를 볼 수 있었다 - 크고 작은 인간형의 형체였고, 일부는 극심한 고통 속에 굳어 있었고 다른 것들은 쇠줄이 두개골을 지나가 늘어진 채 매달려 있었다. 그가 통을 따라 시선을 위로 올렸고, 수천 수백 개의 통이 보이지도 않는 천장을 향해 위로 뻗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기계가 받는 스트레스는 여러모로 너무 많은 것으로 밝혀졌지. 지각 능력은 감각에 잡음이 넘쳐 흐르게 만들었어 - 이 기계를 작동시킬 만한 깨끗한 정신이 필요했지, 딴 데로 심하게 쏠리지는 않을 걸로. 완벽하고 순수한 뭔가가. 그래서 내 엄마와 아빠가 날 깨운 거야. 난 정신이 딴 데 쏠려있지 않았거든. 난 토성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죽을 운명이었지만, 그들이 날 살렸어. 그들이 내 척수를 잘라내고 모든 것을 보는 눈을 통해 내게 새로운 시야를 주셨지. 내게 새로운 생명을 주신 거야. 그 이후로, 난 지켜봐왔어."

캘빈이 통이 있는 방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들어서자, 엘리베이터는 알아서 하강하기 시작했다. 금속성의 엘리베이터 음악이 머리 위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난 너에 대해 알아야 할 건 전부 다 알아, 캘빈. 차로 그 여자를 죽여서 군대에서 널 해임한 것 때문에 반란에 들어가게 된 것도 알지. 난 네가 그날 취해 있었다는 것도 알아. 난 그 일이 일어나는 걸 봤어, 캘빈. 지금 당장 보여줄 수도 있어, 만약 보고 싶다면."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다 해주는 거지?" 캘빈이 말했다. 얇은 땀 한 줄기가 그의 목에 맺혔다.

목소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왜냐하면 네가 이 일이 무슨 도덕적으로 옳은 임무인 양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아니까. 세상을 악으로부터 정화한다. 빈센트 아리안스도 그렇게 믿었지, 하지만 너나 그나 너희 모두 다 결함이 있어. 너흰 순수하지 않아. 너흰 옳지 않아. 너희는 세계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목소리가 아니야."

"난 어릴 때 실수를 했었지." 캘빈이 말했다. "그 대가를 치렀고. 우리 모두 다 그랬지. 하지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이 우주의 구조를 망쳐놓는 것-"

"넌 실각한 재단 연구원이 진행했고 의문스러운 결과를 내놓은 단 하나의 연구에다가, 미심쩍은 자료를 통해 모은 일관성 없는 현실 닻 데이터 세트에 기반해서 이념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네가 잘못 판단했다고, 네 길은 이성이 아니라 증오와 무지 위에 세워져 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넌 여전히 밀어붙이는군. 순진함이라 할 지점을 넘어서 버렸다, 캘빈 루시엔. 네겐 도덕적인 토대가 없다. 넌 위험해."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단 위에서 열렸다. 그 단은 눈이 닿는 곳까지 위로 뻗어있는 거대한 수직 통로로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근처의 벽에는 흰 글씨로 깊은우물-1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고, 모든 콘크리트 벽에는 단 중심의 매끈한 원통형 기계에 연결된 채 깜빡거리고 꾸물거리는 관과 조명, 호스와 스위치가 있었다. 그 옆에는 다른 것들과 똑같은 로고와 붉은 눈이 떠 있는 모니터가 있었으나, 그걸 바라보자 관찰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가 그 뒤에 있었다.

"내가 널 여기로 데려온 건, 캘빈, 이제 네 여정을 끝낼 때가 와서다. 난 완벽한 추론과 완벽한 인지, 완벽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을 보는 눈이 네 의도를 파악했고 네게 결함이 있는 걸 찾아냈노라. 이에 따라, 그리고 네 죄에 따라, 처벌은 죽음이 마땅할 것이다."

머리 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고, 또다른 단이 위쪽에서 내려와 그와 같은 높이에서 멈췄다. 그 위에는 올리비아와 애덤이 있었고, 둘 다 강철 구속구에 묶여 있었으나 그 밖에는 멀쩡해 보였고,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캘빈이 그들을 향해 한 발짝 떼었으나 공이치기를 당기는 소리에 멈췄다. 돌아서자 공항에 있던 네 암살자들이 보였고, 가장 작은 자가 캘빈에게 쏠 기세로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올리비아 토레스, 애덤 이바노프" 목소리가 말했다. "재단에 대한 너희의 부당한 적대적 행동과 수많은 무고한 자들의 살인에 대하여, 너희 또한 죽을 것이다."

캘빈은 그들을 쳐다보았고, 소총을 든 여자를 쳐다보았다가, 방 중앙의 실린더를 쳐다보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란투." 목소리가 말했다. "저들을 처형해."

넷 중 가장 큰 자가 시선을 캘빈에게 고정한 채 성큼성큼 걸어왔다. 캘빈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고, 한 발짝 더 물러났다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그와 이란투 사이에 뭔가 하얗고 희미하게 빛나는 줄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가 이마를 찌푸렸고, 이란투도 멈춰서서 똑같이 하는 게 보였다. 줄이 춤을 추고 꿈틀거렸으며 허공의 한 점에서 나타나 점점 더 늘어났다. 그러더니 릴이 나타났고, 낚싯대 손잡이가 나타났다. 그러고는 손 하나가, 그리고 마침내 얼굴이.

"이게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죠." 앨리슨이 그에게 윙크하며 말했다. "행운을 빌어요."

캘빈이 그걸 붙잡고 몸 앞에 단단히 쥐었다. 이란투가 낚아채려 앞으로 나섰으나, 그러기 전에 캘빈이 낚싯대를 뒤로 당겼다가 허공에 던졌다. 팽팽해지자 그가 잡아당겼다.

그들 주변의 뭔가가 휘었다. 굵고 늘어진 뭔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통로에서 메아리쳤고, 엄청난 열기가 방 안을 채웠다. 줄 끝에 있는 것이 허공에 내려앉았고, 공간에 길게 구멍이 났으며, 그 안에서 마찬가지로 엄청난 냉기가 들어왔다. 얼음과 눈이 그 구멍에서 나와 휘몰아쳤고, 이란투가 뒤로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소총을 든 여자가 발사했으나 빗나갔다. 그 다음 총알은 소름끼치는 흰 손에 막혔다.

구멍에서 손이 뻗어나와 총알을 잡았다. 그 납작한 손바닥으로 총알을 잡더니 손을 격렬히 발작적으로 흔들었고, 그러자 총알은 사라져 있었다. 그 손이 구멍의 가장자리를 잡았고, 다른 손이 뒤따랐다. 그러더니 손이 하나 더 나왔다. 그리고 십수 개의 손이 더. 그 구멍 안에서 끔찍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 약간은 인간형이나, 팔다리가 너무 많고 손도 너무 많았다. 그 흉부는 움푹 들어가 있었고 뼈만 있었으며, 그 목과 등에는 불길한 검은 문신이 있었다.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움직일 때마다 고동치는 불타는 상형문자들로 장식된, 평평한 넓은 원반이 있었으며,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게 앞으로 덜컹거리고 경련하며 움직였다. 낮게 입을 모아 합창하는 목소리들이 그 생물의 온 사방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이 네 명의 재단 요원을 보았을 때, 고동치는 소리가 더 커졌다.

"오 씨발." 키 큰 여자가 말했다.

구멍에서 나온 존재가 앞으로 서성거렸고, 여섯 개의 다리가 몸뚱아리 아래로 들어갔고 손목에 연결된 쇠사슬은 이리저리 당겨지고 마구 흔들리며 짤그락거렸다. 작은 여자가 다시 총을 쏘았으나, 총알은 그 생물 앞에서 산산조각나며 눈부신 형형색색의 파편으로 폭팔했다. 이란투가 벨트에서 긴 톱을 꺼내들어 생물에게 휘둘렀고, 그 손바닥 한 군데를 길게 맞췄다. 톱이 남긴 흉터에서 짙은 회색의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북소리가 점점 더 거세졌다. 또다른 손이 튀어나와 이란투의 턱을 붙잡고 뒤로 빙글빙글 날려버렸다.

그것의 손가락 끝에서 터져나오는 불과 벼락을 피하며, 다른 셋이 그 생물에 총을 쏘아댔다. 캘빈은 지지용 받침대 뒤로 몸을 수그리고 애덤과 올리비아가 묶여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그들을 묶어두고 있던 끈을 잘라냈다. 그들은 땅에 엎어지고는 바로 캘빈에게 뛰어들어 팔로 그를 휘감았다.

"오 맙소사." 올리비아가 말했다. "우린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요."

"그랬다고? 난 너희가 죽은 줄 알았어." 캘빈이 그들을 껴안으며 말했다. "비행기가 - 하늘에서 격추당하는 걸 봤거든. 어떻게 피한 거야?"

"총소리를 들었을 때 당신을 찾으려고 나왔어요." 애덤이 말했다.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들이 우리한테 왔고 우린 제압당했죠."

그들 근처에서 맹렬한 광선에 공기가 끓어올랐고, 네 명의 암살자 중 하나가 잠시 동안 숯덩이가 된 채 허공에 떠 있다가 먼지가 되어 부서지는 게 보였다. 그들 주변의 방이 웅웅거렸고 발 밑의 액체 웅덩이에서 유리 탱크 하나가 튀어나와 열리더니, 그 인간형과 똑같은 복사본이 기어나왔다. 번개가 방을 가로질러 호를 그리며 이란투의 가슴을 내리쳤고, 이란투는 불타올랐다. 그들 아래에서 또다른 탱크가 솟아오르더니 이란투가 기어나왔고, 두 탱크 모두 다시 액체 속으로 내려갔다.

"계획이 필요해요, 빨리." 올리비아가 방을 훑으며 말했다. "저건 뭐에요?"

"전혀 모르겠어." 캘빈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말했다. "다른 세계에서 만났던 그 여자아이, 앨리슨이 여기로 데려온 거야."

그 생물의 손 하나가 그들을 향해 빠르게 살짝 움직였으며, 그들이 서 있는 지면이 찌그러지고 흔들리기 시작하고 마치 당밀처럼 출렁거렸다. 번개가 공기 중에서 더욱 휘몰아쳤고, 그들은 땅이 꺼지며 아래의 웅덩이로 무너지기 전에 가까스로 피했다. 갑작스레 방에 시끄럽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고, 벽에 있는 포트에서 무인기들이 나왔다. 하나같이 장착된 총으로 방 한가운데에 있는 팔다리가 여러 개인 생물을 겨눈 채였다. 그 생물이 돌풍으로 무인기를 때려댔고, 가장 작은 여자를 한 손으로 잡아 목에 달린 평평한 원반까지 들어올렸다. 거기 있는 상형문자들이 눈부시게 빛났고, 살갗이 그슬리고 지져지자 여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것이 놓아주자 그녀는 땅에 축 늘어진 채 쓰러졌고, 또다른 탱크가 웅덩이에서 튀어나왔다.

"봐요." 애덤이 네 명의 인간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자들은 가운데에 있는 뭔가에 가까이 못 가게 하고 있잖아요. 저 안에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게 틀림없어요."

"가까이 가 보자." 캘빈이 말했지만, 그가 몸을 돌리자 무인기 한 대가 그들에게 다가와 총을 쏘아댔다. 어깨에 뜨거운 금속이 느껴지자 그는 올리비아와 애덤이 묶여있던 단 뒤로 몸을 수그렸다. "누구 아이디어 있는 사람?"

애덤은 어깨를 으쓱했으나, 올리비아는 잽싸게 자기 가방을 뒤졌다. 그녀가 그림용 붓과 짙은 파란색 물감이 든 작은 통을 꺼냈고, 뚜껑을 비틀어 열었다.

"이게 좀 난장판이 되더라도 이해하세요." 그녀가 물감을 붓에 적시며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핵심이니까요."

그녀가 붓을 휘두르더니, 화려하게 허공을 가로질러 그었다. 그에 따라 동심원 모양의 고리 여섯 개 안에 든 푸른 불길이 반짝거렸고, 다시 한 번 붓을 놀리자 그것들이 허공에서 춤을 추며 무인기들을 향해 나아갔다. 무인기들이 불길에 잡히고는 눈부신 불꽃과 함께 폭발했고, 폭발이 일어난 곳에 너무 가까이 있던 것들도 불안정해지더니 추락했다. 방에는 사격이 점점 더 격렬해졌고, 이번에는 두 남자 중 작은 쪽이었다. 올리비아가 그자를 향해 붓을 휘둘렀다. 그녀 앞에 큼지막한 빛나는 남색 방패가 생겨났고, 셋은 총알이 주변을 때려대는 동안 중앙의 원통을 향해 방을 허둥지둥 가로질렀다. 북소리가 더 강해졌고, 아까 그 남자의 몸통과 팔이 방 반대편 구석을 향해 날아가 벽에 부딪치는 게 보였다.

올리비아가 가방에서 총을 하나 꺼내 캘빈에게 건넸고, 그는 원통을 향해 돌아서서 인간형들 중 가장 가까이 있는 자를 쏘았다. 애덤은 손을 원통에 대고 더듬거리다가 뭔가 잡히는 걸 느꼈고, 거기를 잡아당기자 패널이 하나 드러났다. 그가 자기 배낭에서 작은 화면과 유선 연결장치 몇 개가 있는 장치를 하나 꺼내서는 패널에 연결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팔다리가 여럿인 그 생물 앞의 균열에서 길다란 불길 한 줄기가 방을 가로질러 날아오자, 그들은 원통형 뒤에서 잠시 몸을 숙였다. 캘빈은 이란투의 두개골을 쏘자 발밑에서 또다른 탱크가 솟아났으며, 또다른 이란투가 단 위로 재빨리 올라섰다.

"저것들도 어떻게 좀 해야 돼." 캘빈이 그들 아래편의 탱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좀 있어?"

올리비아가 잠시 뒤적거렸고, 기관총에서 튀어나오는 잿빛 알갱이들을 피하기 위해 잠깐 멈췄을 뿐이었다. 잠시 후 그녀는 또다른 물감 통과 원형의 여과지를 하나 꺼냈다. 그녀가 종이를 땅에 내려놓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얇은 검은 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게 뭔 짓을 할지 사실 몰라요." 그녀가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죠, 아마."

그녀가 만들어낸 복잡한 디자인은 선과 모양으로 된 최면을 거는 것 같은 그림이었고, 그녀는 종이 가장자리를 붙잡았다. 일어서서 한 발짝 우아하게 떼고는, 그녀가 그 종이를 프리스비처럼 손에서 날렸다. 종이가 방을 가로질러 떠다니더니 탱크 바로 위의 수면에 착륙했다.

"꽉 잡아요!" 올리비아가 소리쳤으나, 방 안의 공기가 갑작스레 밀려나면서 그들은 첫 번째 단어만 들었을 뿐이었다. 귀가 멎을 것 같은 아우성이 났고 그러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바닥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버티고 있는 자리에서 그는 원반이 납작한 검은 원이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너머에서 별들이 보였다. 그들 아래의 물과 머리 위의 무인기들이 그곳을 향해 끌려갔고, 네 명의 인간형 중 하나 또한 그랬다.

거대한, 팔다리가 여럿인 독립체도 그곳을 향해 돌아섰으며, 진공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캘빈은 여전히 그 맹렬한 심장에서 나오는 광적인 북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이 제 모든 손이 몸 앞으로 한데 모았다가, 뒤로 물리자 유령 같고 일렁거리는 수백 개의 손이 더 있었다. 그 손들이 일제히 흔들거리며 소름끼치는 지그 춤을 추었다. 유령 같은 손들이 진짜 손들 위로 무너졌고, 그러자 진짜 손들은 밝은 흰 불빛을 내며 방 안의 어둠 속에서 타올랐다. 그 생물이 공간에 난 구멍을 향해 부유했고, 웅덩이 바닥에 여섯 개의 다리로 버티고 서서 구멍의 가장자리를 붙잡고 당겨서 닫아버렸다.

그 생물은 마치 그 탱크들을 처음 보기라도 한 것처럼, 구멍이 있던 곳에 잠시 더 멈춰 있었다. 그것이 몸을 숙이고 하나를 공기 중으로 들어올렸고, 또 하나를 들어올렸다. 갑작스레 모든 팔들이 일제히 기계 장치 전체를 잡아뜯었고, 전선과 강철과 호스가 공기 중으로 날아다녔으며, 산산조각 난 기계 조각 사이로 피가 비오듯이 쏟아졌다.

남아있는 세 형체는 도망치려 몸을 돌렸으나, 그 생물이 너무 빠르게 그들을 발견했다. 손바닥을 평평하게 펼치고 그 손들이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하기 시작했으며, 인간형들 발 밑의 땅이 번지르르해지더니 그들은 단 위로 떨어졌다. 그 생물이 손바닥을 위로 뒤집자 이제 그들은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비명지르고 소리치는 것 말고는 꼼짝도 못했다. 그 생물이 주먹을 쥐자 남은 셋은 하나씩 주먹 크기만한 고기와 피 덩어리로 압축되었으며, 주먹을 펼치자 그들의 잔해는 진홍색 풍선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방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것은 잠시 동안 그곳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러더니, 손 두 개를 몸 앞으로 내밀고 발작적으로 손짓하다가, 그것이 옆으로 빠르게 움직이더니 사라졌다. 방이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길고 낮게 징징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통과 분노에 차 비명지르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벽을 뚫고, 바닥을 뚫고, 머리 위 검은 천장에서 나더니, 그것 또한 사라졌다.

"그만. 그만. 그만." 목소리가 말했다. 그 소리가 수직 통로에서 메아리쳤다. "이제 진절머리가 나. 속임수는 집어치워. 괴물도 집어치워. 집어치우라고."

캘빈은 뭔가가 감겨드는 소리를 들었고, 어깨 너머를 바라보자 벽에서 총신이 하나 뻗어나와 그들을 겨냥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가 자기 총을 빼들고 쏘았으나, 매끈한 금속 관의 끝에서 연기 기둥이 하나 피어올랐다. 그가 일그러지고 어리둥절한 표정의 올리비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돌아보기도, 다시 한 번 숨을 쉬기도 전에, 총알이 그녀의 두개골 뒤쪽으로 들어와 양쪽 눈 사이로 튀어나갔다. 그녀의 얼굴이 흐려졌고, 뭔가 말하고 싶은 것처럼 쳐다보다가, 그러고는 쓰러졌다.

캘빈이 비명을 질렀다. 그는 패널 쪽에 얼어붙은 채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멍하니 앉아있던 애덤에게 몸을 돌리고는 배낭을 움켜쥐었다. 그가 안에서 화려하게 장식된 금속 원통을 집어들고 불신자의 창을 꺼냈다. 그가 창을 양손에 쥐고 패널에 찔렀고, 인간 같지 않은 포효와 함께 그걸 기계 반대편까지 관통해 버렸다. 또다른 총신이 나타났고, 캘빈이 마찬가지로 쏘려고 몸을 돌렸으나, 무력화시키기도 전에 또다른 총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방을 가로질렀다. 애덤이 비명을 내지르며 등을 붙잡았고, 그 역시 쓰러졌다.

캘빈은 창 아래쪽을 붙잡고 서서 위로 들어올리자, 경보가 요란하게 울리고 붉은 불빛이 온 사방에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물이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고, 그의 팔다리가 불거져 나왔다. 한 차례 강하게 힘을 주어 그는 창을 위로 들어올렸고 원통의 강철 외벽이 위쪽으로 밀려났다. 양손을 이용해서, 그가 창을 더 위로 들어올렸고, 원통 꼭대기에서 외장재가 땅 위로 떨어져 나왔다.

그 자리에는 작은 전자식 패널과 깜빡거리는 조명으로 뒤덮인 유리 탱크가 하나 있었다. 유리 너머로 그 안에 든 액체 안에서 작고 흉한 무언가가 떠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아기였다. 인간 아기. 그러나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버둥거렸다. 그 눈은 흰 고름으로 덮인 텅 빈 눈구멍에 불과했고, 입과 귀는 꿰매 버렸으며, 붉은 점을 둘러싼 원과 화살표 세 개로 된 불가사의한 문신이 이마에 새겨져 있었다. 자신을 둘러싼 기계에 전선과 호스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강철 외벽이 헐거워지자 그들 주위의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튀어나왔다. 끔찍한 무언가가. 동물 같은 무언가가.

애덤이 다시 창을 쥐어 유리를 내리쳤다, 그러고는 다시, 그리고 다시. 네 번째 시도만에, 유리가 금이 가고 쪼개졌으며, 그 안에서 염분이 섞인 노란 액체가 땅으로 흘러나왔다. 남아있는 건 제 생명을 유지시키는 기계에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꼬마의 끔찍한 형체뿐이었다. 캘빈이 맨손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유리를 뜯어냈다.

"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바뀌었다.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하."

분노로 눈이 멀어, 캘빈이 그 틈으로 손을 뻗어 맨손으로 질척거리고 꿈틀거리는 아이를 붙잡았다. 어찌나 세게 쥐어짰는지 팔이 부서져 나가고 눈이 머리 속에서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자기 손이 금이 가고 늑골이 신음할 때까지 쥐어짰다. 고기와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오는 게 느껴질 때까지, 부술 수 있는 건 죄다 부서질 때까지 쥐어짰다. 방에서 메아리치는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물소리와 애덤의 헐떡거리는 숨소리만 남을 때까지 쥐어짰다.

그가 남아있는 감독관의 유해를 탱크 바닥에 제 내장으로 생긴 웅덩이에 내던지고, 뒤로 휘청거렸다. 그가 애덤에게 돌아섰다. 애덤은 그의 뒤에서 등을 붙잡고 땅에서 몸을 비틀고 있었다.

"캘빈, 내 다리가." 그가 앙다문 이빨 사이로 웅얼거렸다. "내 다리가 안 느껴져요. 내 다리가 안 느껴진다고요 염병, 감각이 없어요." 애덤이 얼굴을 땅으로 하고 쓰러져 있는 올리비아를 쳐다보았다. "올리비아… 안 돼, 안 돼, 안 돼, 올리비아 안 돼, 캘빈, 제발-"

캘빈이 몸을 숙이고 창을 통에 집어넣고서 벨트에 찼다. 그가 다시 몸을 숙여 애덤을 들어올렸고, 그러자 애덤은 고통에 차 비명질렀다. 그는 올리비아도 마찬가지로 들어올렸고, 그들을 짊어지고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허우적거렸다. 그때 그는 그 소리가 나는 근원을 알아차렸다 - 위쪽 수직 통로의 구조물이 망가지면서 물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가끔은 큰 물줄기가 하나씩 위쪽에서 쏟아져 내렸고, 또다시 쏟아지고는 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벽이 부서지고 물이 단 위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번쩍이는 비상등만 빼면 어두컴컴한 기지를 가로질러, 자신과 다른 이들을 끌고 가는 동안 경보는 계속해서 울렸다. 그는 어둠 속에서 휘청거렸고, 시선이 모든 문과 모든 복도를, 출구일 수도 있는 모든 곳을 향했다. 그는 기지가 무너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가끔씩은 한 동이 통째로 수직 통로 속으로 무너져내려 있어 돌아서야 했다.

그는 마지막 복도의 끝에 도착했고, 그 끝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마지막 노력을 쥐어짜 그가 문을 밀쳤고 햇빛 속으로 쓰러졌다. 그가 애덤과 올리비아를 내려놓았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 등 뒤로 문을 쾅 닫았다. 그들은 저수지 옆의 언덕 위에 쓰러져 있었고, 뒤쪽으로 물이 구덩이 속으로 쏟아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캘빈이 몸을 뒤집어 애덤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새햐얘지고 있었고, 입술은 보라색이었다. 피가 허리에서 흘러나와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고, 더 이상 비명을 지르고 있지도 않았다. 그의 눈이 점점 어두워지고, 피부가 팽팽해지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애덤이 캘빈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캘빈은 그가 진짜로 자기를 보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가 청년에게 기어갔고, 손으로 그의 얼굴을 쥐었다. 애덤의 숨은 가빴다.

"안 돼, 꼬마, 안 돼, 제발." 뜨거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너마저는 안 돼. 너마저는 안 된다고."

그가 주위를 손으로 더듬으며 핸드폰이든, 트랜스폰더든, 뭐든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뭔가가 느껴졌다, 주머니 속에 든 묵직한 뭔가가. 그가 손을 뻗어 그걸 꺼내들었고, 햇빛 아래 푸른 액체가 든 유리병이 반짝거렸다. 그가 그걸 내밀었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가 애덤을 내려다보았고, 애덤 역시 유리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덤의 눈이 다시 캘빈을 향했다.

"안 돼요." 소년이 속삭였다. 피에 잠긴 목소리였다. "안 돼요."

캘빈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 미안해. 너마저는 안 돼."

그가 유리병에서 코르크를 잡아빼고 애덤의 목구멍에 대고 뒤집었다. 유리병이 텅 비자, 그는 청년의 머리를 뒤로 젖혀 억지로 삼키게 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 피부에 다시 색깔이 돌아오고 눈은 순식간에 분명해졌다. 피를 토해냈지만, 잠시 뒤 그의 숨소리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리는 움직였고, 애덤은 발작적으로 등 뒤로 손을 뻗어 등에서 총알을 잡아뺐다. 그가 헐떡이며 땅에 드러누웠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왜죠," 그가 잠시 뒤 물었다. "캘빈, 왜죠? 왜?"

캘빈이 조심스레 일어났다.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일지가 아직도 거기 있는지 확인했다. 그가 올리비아의 가방을 향해 몸을 숙이고, 그녀가 죽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걸 조심스레 피하며 그 안에서 트랜스폰더를 꺼냈다. 그가 맨 위의 버튼을 눌렀고, 애덤 옆에 내려놓았다.

"거의 다 끝났어." 캘빈이 말했다. 신중하게 다듬은 말이었으나 불안정했다. "이제 끝낼 때야."

애덤이 누워 있는 곳에서 다가와 캘빈의 바짓단을 움켜잡았다. 캘빈이 내려다보았을 때 애덤은 울고 있었다.

"캘빈, 제발, 안 돼요." 그가 작게 말했다. 갈라진 목소리였다. "가지 마요, 제발. 날 여기 남겨두지 마요. 가지 마요. 제발, 제가 이렇게 빌게요, 그냥 도망갈 수도 있잖아요. 도망가서 다시는 이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제발, 맙소사, 가지 마요. 캘빈, 제발. 제발 가지 마요."

캘빈이 다리를 잡아당겼다. "여기 있어, 애덤. 여기 있어, 반란이 널 데리러 올 거야. 너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 여기 있어. 내가 널 데리러 올 거야."

애덤이 눈가를 훔쳤으나, 그의 몸은 약했다. "아뇨, 캘빈, 제발. 다른 뭔가가 있어요. 제발, 가지 마요. 사랑해요, 캘빈. 사랑해요. 제발 날 떠나지 마요. 제발 가지 마요.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캘빈이 돌아섰다. 그가 몸을 숙여 축 늘어진 올리비아의 몸을 들어올려 다시 어깨 위에 짊어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애덤을 바라보았고, 그는 땅에 엎드려 애원하고 간청하고 있었다. 그가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고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캘빈, 제발, 날 떠나지 마요. 날 떠나지 마요. 제발.

— - —




현재

— - —

아론은 산맥을 내려다보며 창가에 서 있었고, 초조하게 발로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 비가 오고 있었으며, 가끔씩은 조용히 벼락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그의 모습을 밝혔다. 그 뒤에는 모니터가 하나 있었고, 거기에는 이제는 재단 회수팀이 득시글거리는 무너진 저수지의 실시간 영상이 떠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고, 그는 모니터를 향해 돌아섰다.

"그래." 그가 조용히 말했다. "뭐야?"

"기지의 완전 파괴입니다, 시걸 씨." AI의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말했다. "O5-3의 시체가 회수되었습니다. 감독관은 살해당했습니다."

아론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내가 너더러 알아보라고 한 다른 건, 헬렌?" 그가 물었다. "뭘 알아냈지?"

"SCP-5935, 신을 믿지 않는 창을 격리하고 있던 금고는 과거 불분명한 시간대에 알 수 없는 이용자에 의해 열렸습니다. 이용자의 행동 및 모든 사건 기록을 말소할 수 있는 능력을 볼 때, 해당 이용자는 O5-2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론이 발을 멈췄다. "소피아? 어떻게 우리가 이걸 놓칠 수가 있지?"

"해당 이용자는 당신과 동등한 관리자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답했다. "이는 당신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목이 당겨오는 게 느껴졌다. "그 감독관이 마지막으로 보였던 게 언제지?"

목소리는 잠시 동안 조용했다. "O5-2가 마지막으로 보였던 건 정원에 들어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론이 의자 등받이에 걸려있던 코트를 잡아들고 계단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비행기를 준비해, 헬렌. 집에 갈 시간이야."




- 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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