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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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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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아론 시걸은 교회 바깥에 서 있었다. 썩어가고 무너지는 벽은 우뚝 솟은 구멍이 숭숭 난 지붕을 떠받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문짝 하나는 경첩 하나에 느슨하게 매달려 있었고,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오래 전에 유리와 틀이 없어진 창문은 바람이 가르고 지나가면 으스스한 노래를 지저귀었다. 시설 전체가 삐걱거리고 신음했다.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아론이 뒤쪽을 쳐다보았다. 아리안스가 차 옆에 서서 자신을 쳐다보는 걸 볼 수 있었다. 희뿌연 흙먼지와 삭양 사이에서 그는 거의 신기루처럼 보였다. 너무 멀리 있었기에, 아론은 그의 이목구비를 분간해낼 수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바람을 맞아 채찍질하듯이 휘날리는 친구의 코트와, 얼굴에 얹혀져 있는 선글라스뿐이었다.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아론은 저 먼 곳을 쳐다보았고, 불길을 보았다. 강철이 서로 신음하고 끼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산 위로 솟구치는 연기가 보였다. 가끔씩은 불모지를 쪼개버리는 듯한 폭발이 만들어내는 벼락 같은 불협화음이 들려왔고, 지평선을 넘어 번쩍거리는 불빛이 보였다. 아주 잠깐이지만, 지옥불로 환히 밝혀진 시계태엽의 산이 보였다. 어두운 별이 하늘에 낮게 걸려 있었다.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땅에서 그를 부르는 아홉 개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방아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당기라고 갈망했다. 그에게 부르짖으며 자신들의 고통을 기뻐해달라 애원했다. 그들은 서로의 말을 듣지는 못했으나, 그의 말을 들을 수는 있었다. 매 발걸음마다 그들의 자그마한 몸뚱아리는 콘크리트 무덤 속에서 몸부림쳤으며, 부러진 팔은 보이지 않는 신을 움켜잡으러 활짝 벌어졌다. "돌아와." 그들이 말했다. "우릴 다시 완전하게 만들어줘."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아론은 교회를 향해 걸어갔으나, 걸음걸이는 머뭇거렸고 걸음은 불안정했다. 교회 안에서 그는 진실을 찾을 것이었다. 하늘이 어두운 신의 빛으로 밝게 불탔다. 공포가 땅을 뚫고 스며나오며, 그의 발을 작고 조각난 손가락으로 휘감았다.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교회를 향해 힘겹게 나아갔다. 태양은 산맥들 아래로 가라앉았고, 그때 천당에서 이어지고 있는 붉은 오른손이 보였다. 바람이 교회의 문을 넓게 열어젖혔고, 폐허가 된 그 안 현관에서 한 사람이 웃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교회 안에서,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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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요?" 올리비아가 말했다.

캘빈이 일지를 찾아보았다. 그가 아는 한 위치는 정확했으나, 그들이 마주친 연기가 피어오르는 폐허는 본문에 묘사된 요새는 아니었다. 햇빛에서 눈을 가리며 그는 저자가 언급해둔 항목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그냥 알아볼 수 없는 폐허였다.

"그래," 캘빈이 천천히 말했다. "여기야."

애덤이 눈을 찡그리고 그들 앞으로 불어오는 연기 너머를 쳐다보았다. "누가 여기 먼저 찾아왔던 걸까요?"

앤서니가 끙 하는 소리를 냈다. "아닐 것 같은데. 감독관들이 자기들 계약이 깨졌다는 걸 발표했으리라는 생각은 안 들어."

"우리 편 누군가가, 그럼?" 청년이 물었다.

캘빈이 머리를 저었다. "델타는 아주 구체적이었어. 우리 말고는 아무도 아냐."

"음 그럼 망할, 여러분." 올리비아가 바위투성이 언덕을 내려가며 말했다. "가서 한 번 둘러보죠."

그 넷은 길을 따라 내려가 산 위의 파괴된 요새에서 반 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수위실을 향해 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과 파편이 바람에 치이는 것만 빼면, 전체 건물 단지에서는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문은 열려 있는 채였고 그들은 지나갔다. 수위실은 비어 있었다.

"뻔한 일이네요, 안 그래요?" 애덤이 긴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며 건물을 살피다가 말했다. "사악한 조직의 두목이 산에 사악한 요새를 가지고 있는 게?"

앤서니가 웃음을 내뱉었다. "배론 호들리를 아직 안 만나 본 거군, 그럼."

"배론 호들리?" 올리비아가 물었다.

"O5-8." 앤서니가 답했다. "사람들을 겁먹게 하려고 이 요새를 지은 게 아냐. 겁쟁이여서 지은 거지."

"그자를 알아요?" 애덤이 물었다.

앤서니는 잠시 동안 망설였다. "그자를 아느냐고 한다면, 물론이지. 만나본 적은 없어. 어느 조직을 굴리느냐와는 상관없이, 명성이라는 건 뒤따르기 마련이니까."

그들은 계속 움직였으나, 올리비아는 앤서니를 유심히 살폈다.

— - —

산 요새의 외부에 생긴 손상은 그 내부가 파괴된 정도에 비하면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계단참은 박살나서 올라갈 수도 없었고, 발밑 바닥은 삐걱거리고 신음했으며 어떤 곳은 완전히 검댕과 재로 뒤덮여 있었다. 천장을 지나가는 긴 강철 막대들은 열 때문에 늘어져 있었고, 건물 전체에서 화염과 살점의 냄새가 났다. 종종 그들은 아마 감독관의 개인 경비일 것 같은 사람 시체와도 마주쳤다. 몸은 숯덩어리가 되어 있었고 얼굴은 훼손된 상태였다. 몇몇은 잠긴 문 안쪽에 기대어 쌓여 있었다. 더 많은 이들이 땅에 늘어져 있었다. 건물의 뒤쪽에서 나온 뭔가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가능한 한 밑으로 내려갔으며, 더 이상 벽이 온전히 서 있지 않은 거대한 방에 도달했다. 그 위의 천장은 진작에 무너졌으며, 여전히 저녁 하늘 속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곳에도 경비는 있었다, 물론.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이제 벽에 포개지다시피 한 채였고, 열기가 닿지 못한 곳에 사람 모양으로 남아있는 흔적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방을 가로질러서는 조심조심 시체를 피해 참화가 처음으로 터져나온 것 같은 지점으로 갔다.

한 남자의 시체가 있었다. 가죽이 벗겨져 있고 피부는 새까맣게 타 있었다. 드러난 척추에는 둔탁한 금속성의 뭔가가 꽂혀 있었으며, 그들은 다가서자 톱니바퀴가 부드럽게 돌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자의 가슴 안에는 거대하고 그슬린, 살점으로 덮인 소용돌이가 자라나 천장을 향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갔다. 불탄 큼지막한 살덩어리가 방 주변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앤서니는 그 형체를 살펴보려 허리를 굽혔다.

"그래." 그가 말했다. "틀림없이 감독관이야."

"여기서 씨발 뭔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럼?" 애덤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더러 추측을 해보라면," 앤서니가 다시 일어서며 말했다. "내 생각에 월터는 일종의… 개조물, 내지는 마법, 내지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을 이용해 온 것 같군. 죽을 수 없었기에 멀쩡하게 유지되어 온 거고." 그가 방을 힐끗 둘러보았다. "불길이 얼마나 멀리까지 번졌는지 볼 때, 몇 주 전 자기가 갑자기 죽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개조물들은 서로 뜻이 맞지 않았던 것 같네." 그가 그자의 발에 달린 회전하는 기계장치를 쿡 찔러서, 좀 더 빨리 돌아가게 했다. "그래. 보나마나 서로 뜻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아."

올리비아가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걸로 끝인가, 그럼? 한 명 더 처리한 거고?"

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장을 살펴보았다.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은 어느 정도 독립된 시설처럼 보이는데. 내 생각에는… 그래, 내 말은, 내 생각에는 여기서 끝인 것 같아." 그가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조금만 있으면 늦은 시간이군. 잘 만한 곳을 찾아보자고, 그리고 아침에 떠나자."


"그래서 우린 해변에 홀로 서 있었고, 후송대가 오려면 5분이나 남아 있었지." 캘빈이 으르렁거렸고, 헬리콥터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를 따라하려 목소리를 쉬쉬거렸다. "평화유지군은 언덕 다른 편에 있었고, 광적인 오컬트주의자들은 해변을 전력질주해 오고 있었어. 재단 파괴장치는 해변에서 3마일 떨어진 데 주차되어 있어서 거의 보이지도 않았지만, 언제든지 레일건을 열어서 우릴 모래 위의 붉은 점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걸 알았지."

애덤이 들떠 앞뒤로 흔들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캘빈이 또다시 허세를 부렸다. "어떻게 하기는? 라이플을 꺼내들어서 죄다 죽여버렸지, 마지막 한 놈까지! 불과 합금과 분노로. 그 해변이 텅 비고 우리 후송대가 도착할 때까지 말야."

청년의 눈은 어두운 방을 밝힐 수 있을 정도로 빛났다. "시발 맙소사. 왜 이 얘기를 예전에 안 해준 거에요?"

"왜냐하면 개소리니까." 올리비아가 방 안으로 들어서며 부엌에서 싹싹 긁어온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 영광스러운 지도자께서는 우리가 해변에 도착하기도 전에 총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는 빼먹으셨네. 우리가 세 마을쯤 떨어진 곳에서 중앙 도로를 달려가고 있을 때 원주민 애 하나가 돌을 던져서 떨어뜨렸거든. 람보 스타일의 총격전이 아니라." 캘빈의 화가 부글부글 끓는 것을 보며, 그녀가 미소짓고 말했다. "내가 큰 바다거북 하나한테 마법을 걸었고, 우린 평화유지군이 딴 데로 가고 오컬트주의자들이 지루해질 때까지 그 밑에 숨어있었어. 그러고는 수영해서 모래사장까지 나가서, 어선에 타고 있는 후송대한테 갔지." 그녀가 한 손가락으로 캘빈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라면 그 보트를 재단 파괴장치라고 미화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건 순찰선이라고 할 수도 없었으니까."

"있지." 그가 도끼눈을 하고 말했다. "승리자들이 역사를 쓴다는 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나도 알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말해본 거에요."

애덤이 웃음을 터뜨렸다. "둘이 그렇게 오래 알았는지는 몰랐네요. 한참 동안 같이 일한 거에요?"

"한참이라고!" 올리비아가 내뱉었다. "내 나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애덤은 그 말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고, 올리비아가 다시 웃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좀 됐지.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언제였죠? 부다페스트였나? 94년쯤 되려나?"

"너무 길지." 캘빈이 금속 플라스크에 든 걸 한 잔 마시며 떠들었다. "예술을 한다는 원숭이들하고 같이 어울리고 있을 때 내가 빠져나오게 해 준 이후부터니까."

"잠시만요," 그녀가 나무 수저로 그의 손등을 때리며 말했다. "애초에 그 '예술을 한다는 원숭이' 덕에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었거든요. 그 위대한 캘빈 루시엔도 내가 마법을 할 수 없었으면 아무 관심도 안 보이셨겠죠."

"지금도 너한테 아무 관심도 없어." 그가 말했고, 나무 수저로 한 대 더 맞았다.

"잠깐만요, 마법이라뇨? 마치, 마법사에요?" 애덤이 다시 깜짝 놀라 말했다. "내가 왜 이걸 모르고 있는 거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버릇은 없거든." 올리비아가 자기 수프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맞아. 옛날 옛적에 나는 놀라운 아이보리였지, 좀 알려진 변칙예술가였고. 파리하고 뮌헨에서 쇼도 몇 번 했지만 우리 조직이 재단 깡패들한테 박살났고. 우린 산산조각났고, 반란이 움직여서 나머지 조각들을 긁어모았지." 그녀가 캘빈을 다시 쳐다보았다. "부다페스트에서."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왕년에는 재단이 싸질러놓은 걸 꽤나 많이 청소했는데. 그것들은 죄다 시간이 좀 지나도 붙어있던데요."

그들이 캠프를 차린 무너진 복도를 뚫고 탁 소리를 울리게 하면서, 앤서니가 책 한 무더기를 들고 모퉁이를 돌아왔다. 그는 동료들 앞의 땅에 책들을 쏟아버리며 끙 소리를 냈고, 발로 책들을 쿡쿡 찔렀다.

"좋아. 숙제 시간이다."

올리비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우린 저녁도 다 못 먹었는데. 하룻밤은 쉬어도 된다는 생각 안 들어? 몇 주 동안 쉬지도 않았잖아."

앤서니가 무더기 맨 위에서 책 한 권을 붙잡고 커다란 의자에 앉았다. "마음대로. 하지만 감독관들은 하룻밤도 쉬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고."

그들은 마지못해 각각 한 권씩 책을 들고 넘기기 시작했다. 빠르게 몇 페이지를 대충 읽고서, 애덤이 멈췄다.

"앤서니." 그가 말했다. "당신은요, 당신도 꽤 있었잖아요, 맞죠?"

앤서니가 끙 소리로 답했다.

"정확히 얼마나 되는데요?" 애덤이 물었다.

앤서니가 한숨을 쉬고 의자 옆 탁자에 책을 내려놓았다. "난 이 모임에서 틀림없이 나이든 사람이지. 그것만 알면 충분해."

애덤이 얼굴을 찌푸렸다. "좀, 이봐요. 이제 몇 달 동안 같이 일해왔는데 전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캘빈이 기침했다. "그냥 자기가 얼마나 늙었는지 말해주기 싫어서 화난 거야." 그가 한 페이지 넘겼다. "힌트 하나. 꽤 늙었어."

앤서니가 그를 노려보았다. "내 나이가 되면, 꼬마야, 자기가 해온 일에 대해 그리 많이 생각하지 않아, 대신 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해 더 생각하기 시작하지." 그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 목록은 꽤나 길고 말야."

"내 말은, 우리 모두 다 무슨 일에 뛰어들었는지 알잖아요, 그렇죠?" 애덤이 샌드위치 한 입을 베어물으며 말했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우리 인생을 바친다? 나머지 인류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 인생을 희생한다?" 그가 꿀꺽 삼켰다. "그렇게 나쁜 소리 같지는 않은 걸요."

앤서니가 자기 책을 쳐다보았다. "이젠 그렇게 말하는군. 넌 어려. 그 목표는 네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아. 그 일이 이루어지면 넌 돌아가면 되겠지. 하지만 난, 그리고 다른 몇몇 이들은… 이게 해왔던 일 전부야. 내가 무슨 일에 뛰어들었는지는 나도 알지, 그래.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는 건 맞아. 부끄럽지도 않고. 그저 달콤씁쓸한 만족감만 얻을 수 있겠지만."

캘빈이 애덤을 팔꿈치로 찔렀다. "이봐, 우울해하지는 마. 우리도 앤서니만큼 늙으면 아마 괴팍한 노인네가 될 거야. 하지만 엔지니어의 유산을 이어나가서, 재단의 반대편에 서는 건-"

앤서니가 코웃음쳤다. "엔지니어라. 퍽이나 그렇겠지."

그들이 모두 멈춰서서 머리를 천천히 젓고 있는 노인을 쳐다보았다. "원하는 마음대로 불러, 하지만 그걸 엔지니어의 유산을 이어나간다고는 부르지 말라고."

캘빈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우리 설립자의 횃불을 지키는 것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보지?"

앤서니가 다시 책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엔지니어는 델타 사령부가 모두를 한데 묶으려고 떠드는 거짓말이지. '그의 유산을 위해 하자.' 그자들이 말하는데, 아냐. 네 친구와 가족들을 위해 하라고. 그게 옳은 일이기에 하라고. 하지만 한 남자의 유산을 지킨다는 무슨 터무니없는 생각 때문에 하지는 마."

"뭔 소리 하는 거야?" 올리비아가 말했다.

앤서니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자들은 엔지니어에 대해 많이들 말하지. 그 중 일부는 사실이야. 거의 무에서 반란을 세웠지. 많은 교리를 만들었고. 하지만 그리고 권력을 쥘 기회가 오자마자 배신자로 돌변했어."

애덤이 몸을 벌떡 일으켰고, 캘빈이 노인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가 소리쳤다. "마치 그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가 말을 멈췄다. "난 그를 알았어." 앤서니가 맞서서 으르렁거렸다. "망명 도중에 그를 따라갔지. 그 옆에서 어린 반란의 무게를 짊어졌는데, 그자는 더 나은 거래를 제안받자마자 - 그들이 감독관 자리에 앉혀주었을 때 우릴 뒤에서 찌르고 재단으로 도망갔고, 난 남아서 상황을 수습해야 했지.

"그건 불가능해요." 애덤이 천천히 말했다. "만약 엔지니어를 알았더라면, 당신은 지금… 맙소사, 한 백 살은 되야 한다고요. 그보다도 늙어야 하네."

앤서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그가 낮게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지어 그것보다도 늙었지."

캘빈이 조롱하듯 웃었다. "그것 참 대단하군, 그럼. 비정상적인 것들을 욕하면서 삶을 연장하려고 바로 그 꿀통에 손을 담그고 있다니."

앤서니가 노려보았다. "난 아이였어. 아무것도 몰랐지. 나도 자랐지만, 그런 일은 그냥 잊혀지는 게 아니야."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어?" 올리비아가 조용히 말했다.

"아무도." 앤서니가 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아무도 알 필요가 없지. 매번 사람들이 의심을 품으면, 난 잠시 동안 사라지고 다른 이름으로 다시 나타났어. 심지어 내가 사라져야 하는 그때도, 멀리 간 적은 없어 - 계속 우리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의심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만 이동했지."

캘빈은 망연자실했다. "그럼 내가 정리해보지 - 우리더러 네가, 변칙적으로 자연적인 수준보다도 인생을 늘리고 또 누가 알겠어, 그런 네가 엔지니어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고 믿으라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건 엔지니어에게 빚을 진 거야, 그리고 그가 만든 희생에. 우리의 모든 신조가-"

"희생이라고?!" 앤서니는 이제 일어섰고, 그의 얼굴은 시뻘게지고 있었다. "그자가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나? 그는 다른 이들이 자기를 위해 희생하도록 만들었어. 잃은 건 아무것도 없고, 되려 원했던 모든 걸 얻었지. 우리 모두는 그 일에 속아넘어갔고. 우리가 이상주의자였기에 아주 잘 속아넘어간 거야, 캘빈. 우린 우리가 홀로 어둠에 맞설 수 있으리라고 믿었어, 우리가 하는 일이 차이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엔지니어는 그 이상을 가져다가, 쓸모가 있는 동안 써먹은 다음 그 등을 부려뜨렸지!"

애덤이 말을 하려 움직였으나, 앤서니의 말을 멈추지는 못했다. "우린 맨땅에서 함께 이 반란을 세웠지, 모든 걸 공유했고. 그자는 그 지식을 재단으로 다시 가져가서 우릴 파괴하는 데 이용했어. 수백이 죽었지! 수천이! 그자는 우리에 대해, 우리 시설에 대해, 우리 야영지에 대해, 우리 창고에 대해 모든 걸 알았어. 모든 걸 알았고, 모든 걸 파괴했지! 우린 우스갯거리가 되었다고!"

그가 의자에 다시 몸을 파묻었다. "그자의 배신이 아주 분명해졌을 때 우린 델타를 세웠어. 그래서 반란에 진짜 목표가 없는 거지 - 최상의 행동 양식이 유일한 목표인데, 지금까지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이건 설계된 거야. 기회가 저절로 생길 때까지 우리한테 뭔가 할 일을 주는 거야, 아니면 그자의 마음 속에서 불확실성이 되서 영원히 꿈틀거리라는 거지, 만약 그자가 여전히 재단에 있다면."

그는 한 잔 들이키려 잠시 멈췄다. 얼굴이 풀렸다. 그는 피곤해 보였다. "델타는 심지어 알지도 못해. 상관도 없지. 알았더라도, 그자에 대해 쌓아온 개인숭배를 유지하는 데 도움만 되었을 테고. 그자는 지금 마스코트야. 우리 조직이 절실하게 필요한."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캘빈이 조심스레 단어를 골라서 말했다. "그러면 왜 더 빨리 말하지 않았던 거지?"

앤서니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하러? 사람들이 내 말을 믿고 반란에 믿음을 잃을 확률도 있고, 더 큰 확률로 내 말을 전혀 믿지 않을 수도 있는데. 너희가 지금 하는 것처럼. 무슨 차이를 낼 수 있다고?" 그가 말을 멈췄다.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이지. 그 목표를 방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냥 둬서는 안 돼."

"그럼 왜 우리한테 말해주는 거죠?" 올리비아가 부드럽게 말했다.

앤서니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 하나를 관자놀이에 가져다대고 천천히 문지르다가, 한쪽 눈을 감고 저 멀리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지금 말을 하는 건, 너희가 안다는 게 내게 상관이 있기 때문이지. 우리 모두가 이 일을 해내고 살아남는다면 기적이나 다름없을거야." 그가 다시 말을 멈췄다. "왜 죽는지 진실도 모르고 죽게 놔둔다는 건 그냥 옳은 것 같지가 않더군.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건 자연의 질서가 우리 실수를 바로잡으라 요구하기 때문이지, 어느 배신자가 70년 전에 말한 뭔가 때문이 아냐."

그는 책을 손에 든 채로, 서 있다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할 수 있으면 그 안에서 어떻게든 평화를 찾아보라고."

— - —

그 뒤, 올리비아와 애덤이 불탄 가구 더미에 기대서 잠에 들었을 때, 캘빈은 깬 채로 앉아있었다. 그는 액체가 든 작은 유리병을 손에서 앞뒤로 굴리고 있었고, 시선은 그 병에 붙박혀 있었다. 불길이 만드는 빛이 그 표면에서 춤을 추었고, 붉은빛과 노란빛이 반짝거리는 푸른 유리 위에서 흩어졌다. 만지면 차가웠다 - 항상 그랬다만 - 그리고 손에 쥐고 있으면 침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 병에는 뭔가 편안한 게 있었다 —

"그건 어디서 난 거지, 캘빈."

질문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캘빈은 잽싸게 몸을 돌려 몇 발짝 뒤에 서 있는 앤서니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달빛에 약간 비춰질 뿐이었다. 캘빈이 유리병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네가 신경쓸 일은 아니야." 그가 조용히 말했다.

앤서니가 코웃음쳤다. "당연히 내가 신경쓸 일이야,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그건 전혀 남아있지 않았거든." 그가 어둠 속에서 나와 캘빈 옆의 바닥에 앉았다. 그는 짧은 칼로 막대기를 깎고 있었다. "그게 뭔지는 아나?"

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젊음의 샘에서 가져온 물이지."

앤서니가 고개를 지켜세우고, 막대기의 끝을 내려다보았다. "바로 그거지. 그 불쌍한 카터 박사를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던 무덤으로 보내주기 위해 다른 한 병은 이미 썼을 테고." 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한 병을 더 가지고 있군. 그것 참 대단한 일이야, 안 그래?"

그가 칼과 나이프를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자들이 샘을 마르게 했을 때, 유리병 열두 개를 채울 만한 양의 물이 남아있었지. 그들은 모두 이미 그 물을 마셔서 영원한 젊음을 유지했지만, 그 여분의 유리병 열두 개를 각각 챙겨갔어 - 혹시 모르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이미 그것들은 다 마셔버린 상태였는데, 두 병이나 가지고 있군. 네가 누구 걸 가져온 건지 궁금해지는데?" 그가 말을 멈췄다. "그걸로 뭘 하려는 거지?"

"아무것도." 캘빈이 잽싸게 말했다. "파괴해야지, 결국에는."

앤서니가 눈을 감았다. "좋아. 그 병에 있는 건 독뿐이야, 내 말 명심해 두라고. 상처를 닦아내고 젊음을 다시 주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인생은 텅 빈 것과도 같아 - 공허하다고. 음식이 맛을 잃기 시작하고, 하늘이 색깔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고."

"그러면 진짜로 물을 맛본거군." 캘빈이 자기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말했다.

앤서니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우리가 도망쳤을 때, 샘에서 물을 담아왔지. 우리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지만, 소수는. 난 운 좋은 자들 중 하나였고."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운 좋았다라. 아니지, 운이 안 좋았지.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깨달은 뒤로는, 그걸 되돌리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몇 년을 보냈어. 내가 해온 것들이 내 미각을 되돌려놓거나 내 눈을 밝히지는 못했다만, 다시 날 늙게 만들어 주었어. 천천히."

캘빈이 다시 유리병을 꺼내서 잠시 동안 쳐다보았다. 그가 앤서니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 그 역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택에서, 도나 테일러가 너더러 죽음이 두렵냐고 물었을 때 -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나?" 앤서니가 물었다.

캘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군. 정말로 모르겠어." 그가 말을 멈췄다. "아니면— 음, 모르겠어. 내가 죽는 건 두렵지 않아, 하지만 사람들을, 나와 가깝거나 내 지도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잃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러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그렇지." 앤서니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야, 캘빈. 거대한 미지이지 - 그리고 거기에 사람들을 잃어버린다는 건 위대한 자들도 사악한 자들로 바꿔놓았고. 내 말 믿어, 나 역시 그 공포에 오래 전에 삼켜지기는 했지만." 그가 잠시 동안 말을 멈추고, 칼날 끝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우리와 재단 사이의 차이는 우리는 자연의 질서에서 죽음의 역할을 받아들인다는 거야 - 자연의 질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재단은 괴물과 기적을 격리하고 더 위대한 진실을 찾겠다는 희망에서 그것들을 연구하지 - 감독관들을 위해서. 그들은 신들의 힘을 잘못된 손아귀에서 지키겠다고 하지, 자기들이 차지할 수 있도록. 우리는 아예 신들의 힘을 부정하고." 그가 혀로 이빨에서 딱 소리를 냈다. "그건 존재해선 안 돼, 캘빈. 이렇게는 아니야. 우리 세계는 그런 걸 지탱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앤서니가 다시 유리병을 내려다보았다. "결정은 네가 해야겠지, 캘빈, 하지만 내가 너였더라면 그걸 파괴하고 다시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야. 왜냐하면 난 네가 그걸 사용하도록 놔두지 않을 거고, 널 죽이고 싶지도 않거든. 네가 그자가 했던 것과 똑같은 실수를 하게 놔두지도 않을 거고."

캘빈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네가 오랜 세월을 보냈다고 했지 - 다른 이름을 써왔다고. 넌 누구지?"

앤서니가 미소지었다. "네게는, 지금 당장은, 앤서니 라이트지. 이전에는 다른 사람이었지만, 내가 다른 이름으로 넘어갈 때 그들은 모두 죽었어. 우리가 망명했던 그때의 나는 지난 수십 년 간 죽어 있지."

그 말과 함께, 앤서니는 옆으로 돌아누웠고 잠시 뒤 재킷 밑에서 조용히 코를 골기 시작했다. 캘빈은 좀 더 오래 깨어 있다가, 역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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