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먼지 낀 구석에서

평가: +6+x

유계의 바다Astral Seas의 제5대 사제이자 마지막 사제가 발견한 것 

방랑자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그 도서관은, 모든 세계들의 지식들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정보원이다. 어떤 제국이나 문명도 도서관이 제공하고 있는 것에 비빌 만한 위업이 없었으며, 심지어 무엇이 기고 무엇이 아닌지 아는 이름이 잊혀진 그것들마저 역시 그러했다.

알라가다의 금고실들에 도서관에서 훔쳐낸 금지된 지식들의 문헌이 여러 점 소장되어 있다는 말들이 있으나, 목매달린 왕이나 그의 가면대부들이 그저 입맛을 위해 무엇을 요구할지 생각하자니 나는 몸서리가 쳐진다.

내 앞에 놓여진 경이들, 예컨대 요호(妖狐)demon foxes에 관한 글줄과 울부짖는 암흑Howling Dark의 관례에 대한 두꺼운 책 같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선택한 주제, 즉 뱀 그Serpent 자체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이상하게 들릴 것이며, 어쩌면 웃기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새삥의 대출증을 가진 자들조차 도서관은 뱀의 등 위에 세워졌으며, 그 뱀의 헌신 덕에 이 장소가 실존한다고 말할 것이다. 뱀의 손이라 자칭하는 사회부적응자 집단이 거기서 자기네 이름을 따 왔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트릭스터 신으로 숭배한다. (일부는 자기들이 대출증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다 그 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거의 없다)

이 주제에 관한 장황한 권책들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이들의 관념이 그들보다 먼저 온 작품들로부터 빌어온 것임이 드러난다. 앨리슨 차오들 (흥미롭게도 이 이름이 서가들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중 하나는 자기 책 『우리의 프로메테우스』Our Prometheus에서 다음과 같이 논했다.

떠돌아다니는 소문 탓에 도서관이 어떤 뱀의 등 위에 올라타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이것은 원래 비유인데 그만 사실로 받아들여져버린 것이다. 도서관은 확실히 이 지식의 소도를 창조하는 노동을 수행한 뱀의 등 위에 지어졌다. 그 뱀은 진짜 존재로서 실존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식에 대한 플라톤적 관념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이 사실이라면, 내 작업에 대단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 결론에 어떻게 다다르게 된 것일까? 차오는 자기 저술의 후반부에서 무한혼돈Infinite Chaos세라Sera가 썼다는 두루마리 여러 편을 인용하고 있다. 세라는 붉은색으로 아로새겨진 왕을 모신 다에바인 사제였다고 하며, 그 두루마리들은 신성의 본성과 진실한 신앙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편역된 유관한 문장은 세라의 뱀에 관한 생각을 상술하는 내용이다.

우짖음의 법칙과 피의 법칙은 그를 구속하는 사슬들이다. 그 비밀을 영원히 추구하는 뱀과도 같이

참으로 게으르기 짝이 없는 인용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자격을 증명했다. 미즈 차오는 그 밖에도 세 건의 고명한 저자를 더 인용했으며, 이 인용된 저자들을 통해 그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유관한 문서들과 기적학적 작업들에 닿을 수 있었다. 그들 모두 뱀이 진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신앙되는 지식의 한 양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데 의견이 같았다.

이 출처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골치아픈 부분을 발견했다. 심상치 않게 많은 그녀의 출처들, 그리고 그녀의 출처들의 출처들은 매우 소규모의 참고 자료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정된 사실들이 결론들로 퇴화하고, 결론들이 가정들로 퇴화하고, 가정들이 가설들로 퇴화한다. 종국에 이 지식의 가닥은 최후의 야인Yeren 중 하나인 실라스카르Xilaskar의 문집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영원한 허기에 시달리는 지식들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관점에서 뱀을 살펴본다면

이론적 견지가 뒤틀려서 카더라 통신이 되고, 단련되어 사실이 되었다. 사서들 중 다수는 도서관에 거짓을 들여보낸 죄의 값을 치르기 위해 노역을 하고 있는 것인데, 과연 그들이 이런 것을 못 본 척 넘어갈지 궁금해진다.

나는 이것을 단순히 비전지(非全知)non-omniscience의 한 사례로 여겨 무시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사서가 내게 와서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무엇인지 캐물어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서는 나를 도와줄 수 없었지만, 대신 내게 도서관의 먼 구석, 본관 접수처로부터 남쪽으로 1백 리그 떨어진 곳을 가리켜 주었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구체적인 무언가였으니까.

나의 이차원공간에서의 순간이동의 기교는 연습부족으로 비참의 지경이었기 때문에, 나는 길고 고된 도보여행을 떠나야 했다. 여행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나는 점점 도서관의 더 조용하고 발길은 덜 닿은 구역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도서관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래된 고대의 것이나, 내가 여행하고 있던 곳은 그보다도 더 오래된 곳이었던 것 같다.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래된 것보다 더 오래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말이지만. 정성들여 짜맞춘 나무바닥은 갈수록 점점 더 거칠어졌고, 나는 끝내 얼기설기 엮인 나뭇가지들 사이로 채워진 흙 위를 걷고 있었다.

바로 거기, 시간에게조차 망각당한 방에서 나는 가장 놀랍고 기이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 거기 있는 것은 단 하나의 서가 뿐이었고, 그 서가에는 여섯 권의 책밖에 없었다.

나는 첫 번째 책을 열고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기장이었는데, 기괴하게도 일기의 주인은 앨리슨 차오였다.

아난테셰샤Ananteshesha. 나하스Nahash. 사탄Satan. 들을 곳을 아는 자들에게, 이 이름들은 방랑자의 도서관의 정체불명의 신의 숨결에서 반복되는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 이름들 뒤에는 오로지 소문과 추측만 난무할 뿐.

이 앨리슨 차오(위에 언급한 책을 쓴 사람과는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뱀에 대한 지식을 찾아다닌 끝에 나와 마찬가지로 이 기이한 방에 도달한 방랑자였던 것으로 보였다. 나는 서가의 다음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은 시어도어 블랙우드 자작이 쓴 것이었는데, 훌훌 넘겨서 끝 부분을 읽었다.

뱀에 대한 나의 탐구는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미미한 결과만을 낳았으나, 동시에 그 탐구는 나를 이 기묘한 작은 방으로 인도했고, 뱀에 관한 미즈 차오의 심사숙고를 내 소장품에 추가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사색의 장서를 발견하는 다른 누군가는 이 종잡을 수 없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기를.

나머지 네 권도 거의 대동소이했다. 각각의 저자는 뱀에 대한 정보를 찾아해멘 탐험가들이었고, 그들의 탐험은 그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내가 있는 그 방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났다. 책들이 다음 것으로 거듭될 때마다 앞선 책을 포함하여 점점 큰 내용을 지어갔으나, 여전히 그것은 이 미스터리의 불완전한 일부에 불과했다.

나는 그 방에 몇 시간 동안 머물렀고, 그들의 저술의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모두 내 것으로 삼았다. 그들이 이미 탐험해 보았던 길은 지워내고, 그들이 에멜무지로 제안했던 이론들은 틀렸음을 밝혔다. 내가 들인 노동의 결실을 마침내 목도한 나는, 그것이 여전히 뱀의 본성에 대한 확답이 되기에는 통탄할 정도로 모자람을 깨달았다.

하지만 희망적이게도, 내 뒤에 올 누군가는 여기에 무언가 더할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사고를 멈추었다. 이 모든 것이 설계된 것일까? 뱀을 둘러싼 역정보의 그물, 탐험가들이 비참하게 틀린 결론을 저술한 책들, 이 모든 것이 나를 이 방으로 인도하여, 내 지식을 다음 세대의 구도자에게 전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인 것 같았다.

만일 그렇다면, 이 책략의 설계자는 누구인가? 사서들인가? 아니면 (옛날) 뱀의 손hand of the Serpent이 진실로 진실을 알 가치가 있는 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꾸몄던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그런 설계 따위 실존하지 않고, 다만 역사가 저절로 스스로를 위조하고 있었을 뿐인가?

지금 여기에 앉아, 이 구전의 숨겨진 구석에 발이 걸릴 다음 사람을 위해, 가능한 모든 찌꺼기를 내 일기에 적어내려가고 있는 내가, 그대에게 이 말을 남긴다.

행운을 빈다Good hu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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