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Charles J. H. Dickens)의 《크리스마스 캐롤》(A Christmas Carol)은 "크리스마스 특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창작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소설입니다. 디킨스가 살았던 영국에서는 이 작품을, 엄진근한 청교도 정신, 그리고 이딴 기념일 따위 모르는 산업혁명 때문에 다 사멸할 뻔한 크리스마스를 "사랑과 가족이 함께하는 날"으로 바꿔놓은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술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는데…
이 테일은 djkaktus가 《크리스마스 캐롤》에 재단 캐릭터를 넣어두고 극화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브라이트 개인의 인생사를 제외하고는 내용이 썩 그렇게 재단재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원작에 아주 충실하게, 패러디의 본분만 다하고 있습니다. 내용 전개는 원작하고 거의 똑같아요. 대사와 지문은 소설 속 글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봐도 영 틀리진 않습니다. 때문에 읽으면서, 내용 다른 것도 없는데 거의 감동하고 훈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잘린 장면1이 좀 있어서 아쉽긴 하지만요.
이 테일을 읽고 남는 게 "결말이 시밤쾅"뿐이라면 슬픈 일입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1843년 디킨스가 아이디어에 완전히 홀려 한 해 내내 몰두한 끝에 나온 두말할 필요 없는 대표작이고, 각종 알레고리와 디킨스만의 유머감각이 작품 속에 가득합니다. 유머감각은 테일에 표현이 상당 부분이 살아 있으니 간접체험할 수 있고, 그래도 원작은 직접 한 번 읽어보신다면 저도 기쁠 것 같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니 도서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잊으시면 안 되는 게 브라이트는 극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원숭이 몸에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그냥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 번역했습니다.
번역은 현대문학 출판사의 《주석 달린 크리스마스 캐럴》(2011)2을 참조하되, 책 그대로 번역글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