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소재를 처음 구상했을 때 우선 단짝 친구 사이에 이방인이 하나 끼어들어 서로 간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테마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누군지 모를 한 명이 다시 사라지는 것으로 '시체가 하나 더 있어야 했어'라는 절규를 통해 임팩트를 주려고 했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서로를 죽이게 되는 전개를 그렸습니다. 글을 확장시키면서 이게 제대로 반영이 됐으련지는 저도 의문입니다만.
어쩐 일인지 크게 성공한 타이치는 다른 친구들을 자기보다 못한 비루한 녀석들로 보았으며, 와타루는 우등생이었지만 그 때의 사건 이후 히키코모리가 되어 백수 생활을 하는 것에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페이는 그렇게 변해버린 자기 친구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그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타이치가 히마리를 모임에 데려온 날에, 타이치와의 성급한 결혼을 후회하고 있던 히마리는 모임에서 동떨어져있던 신페이에게 호감을 보였습니다. 신페이는 히마리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만, 속으로 타이치의 생활을 망가뜨릴 계획을 짜보면서 그녀와의 불륜이 그것의 첫 단계가 되리라는 계산으로 히마리와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타이치의 신세를 망칠 계획을 실행할 생각까지 했을런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약간의 복수심에 그랬던 것은 분명합니다. 히마리는 신페이에게 그저 기분전환에 불과한 것이었지요.
아마 신페이는 나중에 히마리를 차버리고 이사를 해버리던가 해서 모임과 연락을 영영 끊어버리면 되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와타루가 타이치를 살해해버리면서 상황이 많이 꼬였습니다. 와타루는 살해 직전까지 현장에 있었던 신페이를 무조건 다시 찾으려고 들 것이고, 그전에 와타루가 경찰에게 체포된다고 해도 어떻게 형량이 줄어서 20년 뒤에 다시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동안의 실망으로 그들에 대한 인식이 약간 뒤틀려있던 신페이는 이번이 그들 모두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살인범 와타루를 아무런 가책 없이 죽여버리기로 합니다. 물론 정당방위로서 말이죠.
와타루가 히마리를 노리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신페이는 이것을 이용하여 와타루를 없애버릴 계획을 짰습니다. 타로는, 이왕 죽이는 것 자신의 과거를 망가뜨렸던 모임을 완전히 청산한다는 생각에서 덩달아 죽이기로 한 것입니다. 이건 무리한 억지일 지도 모릅니다만, 신페이가 '이방인'을 찾아야한다고 고집을 부리던 것을 되새겨보면 그는 그의 과거에 심한 집착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타이치나 와타루와는 상반되는 모습이죠. 그랬던 과거를 완전히 깨부순 '그 녀석'에 대한 분노는, 그 대상이 바뀌어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린 모임의 모든 친구들을 대상으로 돌려진 것입니다. 그리고 신페이는 또한 자신에게 아무런 혐의가 가지 않도록 완전범죄를 꾸밀 자신이 있었습니다. 와타루를 죽이기로 결심한 신페이에게, 타로 한 명도 더 죽이자는 것은 그다지 길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는 와타루에게 전화를 걸어 타이치의 집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와타루는 거기에 쉽게 수긍하지 못했지만, 신페이는 히마리 씨도 도울 것이라는 미끼를 던져 대답을 받아냈습니다. 와타루는 물론 범인입니다. 그러나 그는 타이치 살해에 대한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신페이는 그를 믿겠다고 안심시켰으나, 모임에서 자신이 떠난 뒤 와타루와 타이치의 행적에 대해 반복해서 물었고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기 전에 정말 네가 한 게 아니지, 라고 물어 그에게 경계심을 심었습니다. 특히 흉기에 대한 얘기를 강조하여 그가 혹시나 빈 손으로 오지 않도록 암시를 주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운이었습니다만, 여차하면 본인이 직접 칼을 준비해놓으면 되는 일입니다.
이어서 신페이는 타로에게 타이치의 집에는 예정보다 늦게 찾아오라고 일러두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와 자기들이 있을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두었죠. 그 뒤 신페이는 타이치의 집에서 히마리에게 식칼을 건네고, 문이 열리자마자 그 자식을 찔러버리라고 학습시킵니다. 신페이에게 열렬히 빠져있던 히마리는 아무런 의심없이 그를 믿습니다.
타로가 찔린 뒤, 신페이는 히마리를 안심시키며 우선 계획대로 하자고 합니다. 타로를 숨기고, 와타루가 들어왔을 때 그는 약속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양이었던 돈을 줍니다. 와타루는 분노하여 서로 좋아 지내는 것 같은 히마리를 붙잡고 협박합니다. 흉기를 가지고 왔군요. 히마리가 비명을 지르고, 경찰의 기동대(작전의 위험성으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에 일절의 언급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돈을 쥐어주었던)가 얌전히 대기하다가 시간차를 두고 들어옵니다. 여기서 와타루가 그녀를 찌를지 어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신페이는 만약 그가 히마리를 찌르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히마리를 구하는 시늉을 하며 그에게 달려들어 싸움을 벌일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의적으로 빈틈을 보여 열세인 상황을 연출한 뒤, 경찰이 보는 앞에서 미리 빼놓은 (타로를 찔렀던)식칼로 그를 찌를 생각이었죠. 어찌됐건 경찰은 돈을 받고 민간인에게 위험한 작전을 벌였던 것도 있겠다 완전한 정당방위 상황이었다고 증언합니다.
만약 와타루가 히마리를 찌르지 않아 히마리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면, 신페이는 히마리가 자신에게 보이는 사랑을 이용해 서로 입을 맞추고 증언했을겁니다. 와타루가 타로를 찌른 뒤에 히마리를 붙잡고 협박했던 상황이라고요. 어쨌든 히마리도 죽었고, 그는 미리 숨겨뒀던 타로를 찌른 식칼을 품에 넣은 뒤 경찰에게 피해자 행세를 하며 현장에서 우선 빠져나와 그것을 처분합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진술을 하기 위해 말끔하게 돌아왔겠죠.
지금 생각하면 타로를 찌른 식칼과 히마리, 와타루를 찌른 식칼이 다르다는 점에서 상처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던가, 와타루의 몸에 꽂혀있는 식칼에 타로의 피가 묻어있지 않다던가 하는 과학수사적 문제가 많은 범행이었습니다만, 이 때의 세계관은 불과 10년전만 해도 집전화가 없었던 때인 옛날입니다. 당시 과학 수사 기법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신페이가 그런데까지 생각이 미쳤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신페이는 두 명 모두 죽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다 끝났구나, 안심하고 경찰 조사에 임했겠죠. 그런데 원래 시체는 타로, 히마리, 와타루 셋이어야하지 않습니까? 마지막 부분은 그것에 대한 것입니다. 신페이는 두 사람이 죽었다는 것에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고 있던 자신을 믿을 수 없었고, 또 나머지 하나의 시체가 없어진 것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그래서 처음에 면담자가 보여준 와타루 시신의 사진을 다시 보았지만, 그것이 와타루였는지 타로였는지, 어쩌면 그게 타이치였는지… 마지막까지 구분해내지 못합니다. 작품 내적인 부분에 대한 것은 여기서 끝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작품 컨셉이 알 수 없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 정확히 이 놈이다, 하고 밝혀지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정해놓은 이방인은 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힌트가 있지요… 야마다 타로는 미국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존 도입니다. 정확히 신원미상자를 뜻한다기보다는 우리가 '홍길동'이나 '스미스'라는 이름을 바라보는 느낌처럼 일본에게 있어 아주 흔해서 불특정한 인물을 거론할 때 쓰는 이름이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비록 이방인이었던 타로가, 다른 두 친구보다 신페이에게 훨씬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도록 서술했습니다. 괴물보다 괴물 같은 인간이라고… 뭐… 흔한 설정 아니겠습니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