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냈어.
SCP-1425 토론란을 읽고 있었단 말이지. 특히 그 프로젝트 레테(Project LETHE) 부분을 말이야. 그 때 055가 뭔지 알아냈어.
뭐, 055가 뭔지를 알아낸 건 아니지. 055가 뭔지 알 수 없고, 어디서 왔다거나 어떻게 작용하는 건지 따위를 알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왜 존재하는 지를 알았다 이 말이야.
녀석은 격리에 실패했을 때를 위한 재단의 궁극적인 최후 병기야. 왜냐하면 SCP-055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정신을, 한 번에 모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론적으로 재단은 055를 이용해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어. 이건 초기 의도에 상관없이 055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지. 그리고 알다시피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잖아. '자애로운 독재자'라는 건 본질적으로 모순이니까.
055를 진정으로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 재단은 055를 이용해 055에 관한 자신들의 기억까지도 지워버렸어. 안 그러면 유혹이 너무 강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055는 격리실에 그냥 죽치고 앉아있고, 아무도 그게 존재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게 된 거지…그리고 어느 날, 뭔가 괴상한 걸 대중에게 공개하는 놈의 격리에 실패해버린 거야.
만약 재단이 055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생존자들의 머리속에서 그 사건을 지우는 데 녀석을 사용했을 거야. 하지만 소규모의 탈주였고, A급 기억소거제나 역정보를 가지고 '너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런 일은 없었어' 식으로 빠르게 처리를 했어.
그러고는 또 다른 탈주 사건이 있었지. 그 다음에 또 일어났고, 다음에 또 다시 일어났어. 갑자기 며칠 간 계속되는 본격적인 탈주 사건이 일어나는 거야. 수십, 수백, 수천 명의 민간인들은 뭔가 끔찍하게 변칙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그냥 알게 된 게 아니라, 그 끔찍한 사실이 면전에 쳐박히는 식으로 알게 됐어.
그런 끔찍한 규모의 탈주 사건으로 인해 055가 어딘가 변하게 됐고(녀석은 AI일까? 요술 하인? 몸에서 떨어져나온 뇌? 우리가 알 방법은 없겠지.), O5들은 미묘하게 또 점진적으로 자기네가 이렇게 큰 일을 지구 상 모든 이들의 머리속에서 한 번에 지워버릴 수 있는 [편집됨]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됐어. 055가 너무 강력하고 유혹이 컸기에, 정말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사용할 수 밖에는 없었어.
그러면 매크로 명령 하나를 사용할 수 밖에는 없었지. 명령의 마지막 요소는 "네 존재, 특성, 능력과 본질에 관한 기억을 우리를 포함한 모두에게서 지우고, 억압하고, 막고 방지하는 이전 상태를 지속하라"였던 거고.
이 매크로는 엉성하고 급하게 짠 거였어. O5들은 명령에 오류에 틈에 결함에다가 모호함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 그들은 되돌아가 작은 규모의 실수를 고칠 수 없게 된다는 걸 알고 있어. 또한 전세계 인구가 70억이나 될 때, "작은 규모"는 자기네가 정말 정말로 기억해서는 안될 걸 기억하는 사람들 최대 천 만명 정도까지를 말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일단 탈주 사건을 막으면, 수십억 명의 기억을 동시에 지우고 덮어쓰는 수로 밖에는 정상성을 회복할 수가 없지.
그게 055의 목적이야.
그리고 결국, 재단은 자기네가 뭔가를 했다는 걸 알아. 그들은 레테 절차를 개시했지. 파일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누군가에게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럴 수가 없으니까. 누구도 모든 조각을 짜맞출 수는 없어.
055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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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