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문
플러그 소프트는 한 재밌는 게임을 제작하려 했습니다. 그게 액션 게임이라는 것 외에 어떤 게임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작은 예상 못한 변수로 큰 실패로 돌아갔고, (반강제로) 테스트에 참여한 게이머들은 가족의 죽음이나 끝없는 고통, 일반 게임이 재미없어짐 등 끔찍한 결과를 떠맡아야 했습니다. 그들은 복수를 부르짖었고, 어느 정도 희망도 있었습니다. 왜냐면 요상하게도, 게임 시스템이 그들에게 들러붙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게이머는 체크포인트가 존재해서 죽더라도 기억만 잃고 체크포인트 장소로 돌아갑니다. 어떤 게이머는 시야에 웨이포인트가 떠올라 손쉽게 목표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어떤 게이머에겐 퀘스트라인이 존재해서, 현재의 큰 목표를 확인하며 복수를 향한 착실한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게이머는 취득한 무기에 알 수 없는 기준에 의해 색상으로 희귀도가 메겨지고 수식어가 붙거나 이름 자체가 바뀌며, 그에 따라 무기가 얼음을 뿜거나 피해량이 극대화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조됩니다. 어떤 게이머는 '구르는' 동안 모든 물리적 피해를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게이머는 글리치입니다.
문제는 이들 간에 협력이 잘 안 된다는 것이겠죠. 누군가는 뱀의 손과 연대하고, 누군가는 재단에 격리되고, 누구는 똑같이 격리되었다가 채용되어 플러그소프트 전담 기동특무부대에 들어가고, 누군가는 성격 혹은 특성 때문에 홀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들은 복수를 위해 서로 협력하다가도, 서로 싸우기도 합니다. 다른 이들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게이머도 있겠죠.
천차만별의 게이머들이지만, 공통점은 있습니다. 이런 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게임을 아주아주 좋아하던 사람들이었고, 때문에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 따라서 자신의 변칙 특성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것, 그리고 플러그소프트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다는 점이죠.
플러그소프트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냥 게임 제작 회사일 뿐이라, 이런 식의 폭력적 반응엔 대처를 못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빅픽쳐가 있기 때문일 수도요.
사실 생각해보면 좀 뻔한 아이디어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함께 만들고 비평하다보면 재미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SCP 창작으로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 창작으로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