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지 않음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6단어로 소설을 써보라는 제안에 적었다고 알려진 글입니다. 진위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무슨 일었는지 독자가 상상하게 하고, 깨닫는 순간 가슴을 아리게 하는 효과는 꽤 수준급이죠. 이 글도 비슷한 흐름으로 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1000-KO-1이 모든 것을 알려주는 내용은 독자가 인물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할 때보다 감정적인 동요가 약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동화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초능력자"라는 단어 선택이나, "능력으로 아이를 가졌다니, 높은 등급의 현실조정이군요."라는 직원의 말 역시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힘들다고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면담을 위해서 애쓰는 재단 직원의 모습보단, 성이 무너진 뒤에 재단 직원들(+독자들)이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을 법한 물체들을 성 내부에 넣어두는 것이 감정을 전달하는데 더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헤밍웨이가 남들을 울리기 위해 만들어낸, 한번도 신지 않은 아기 신발처럼요.
일이 있어서 투고하신 다음에서야 급하게 비평 드려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기를 고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