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1000-KO / 토론

다음 위키 페이지에 관한 토론입니다. SCP-1000-KO.

thd-glasses 01 Dec 2022 10:30

SCP-1000-KO 경연 투고작입니다.

주제인 성장을 星章(별 모양 휘장)으로 해석해서, 잘 알려져 있는 재단의 최고 공로훈장 "재단의 별"을 소재로 선택했습니다. 재단은 많은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어야 성립할 수 있는 조직이므로, 이들을 기념하고 존중하는 것은 그저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일 터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훈부"는 누군가 써봤음직한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보훈부를 상급감시사령부 직속 부서로 제시하면서, 재단이 보훈을 위해 어떤 고생을 하고 있고 어째서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지에 초점을 맞춰 써보았습니다.

정식 보고서가 아닌 안내문의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상세하게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지만, SCP 세계관이나 위키 내 작품들과 더 구체적으로 연결되는 숨은 요소 내지는 이스터에그들도 여럿 있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까 싶어 접기로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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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단의 별" 성장의 디자인은 도전과제 100번에서 제시한 버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 서두의 표창문 첫 문단은 재건 경연 허브에 삽입된 구절을 변형한 것입니다.

• 보훈부 이사관인 김정회 박사는 대한민국 지역사령부 노래마인 관리이사관의 전임자로 설정된 인물입니다. 영전했네요.

• "재단의 별"은 SCP-1983, SCP-2592 등에서 제시되어 그 존재의 공감대를 얻었고, 저도 전작 중 SCP-425-KO 등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1944년 제정되었다는 내력은 창작이며, 아무래도 너무 과거로 올라가면 재단의 출범연도 카논을 건드리게 되니 2차대전 무렵에 이렇게 기념해야 할 공훈자가 여럿 발생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정한 연도입니다.

• 1999년 저주 사건에서 체포당했다가 자살한 주술사는 중정10국 소속 무속인으로, 아직 묘사된 적 없는 인물이지만 언젠가 소개해드릴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사인검은 이전에 Migueludeom님의 기나긴 귀향에서 재단 무속학부가 사인탄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묘사로 등장했습니다. 재단이 사인무기의 제작법을 확보한 것이 이 SCP-1000-KO의 개발 때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인탄 등의 무기는 운철 말고 일반 철을 사용해 현실침강으로서의 위력이나 범위는 훨씬 작습니다.

• EVATTERY는 EVE를 이용하는 배터리라는 뜻으로, 별도의 충전 없이 신고장치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의로 추가한 설정입니다. 언젠가 또 재밌게 활용할 수 있을지도?

차순위 희망 일련번호: 1001, 1100, 1101, 1111

Didic 01 Dec 2022 12:20

글라시즈님 의도 이상으로 글을 해석한 것 같긴 합니다만, 제가 글에서 느낀 그대로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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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면서 든 생각은 "형식을 파괴하지 않고도 충분히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 않았나?"였습니다. 일반적인 보고서처럼 특수 격리 절차와 설명을 쓰고 부록으로 이 내용을 적으면 되니까요. 또한, 재단이 비변칙 사회에 다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설득되었습니다. 만약 보고서로 이 내용을 전달했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는 그 내용에서 한 발 떨어진 타자가 되었을 겁니다. 만약 이 글이 부록으로 국한되었다면, 독자는 마치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 같은 영광과 벅차오름을 느끼지 못 했을 겁니다. 이 글이 재단을 지킨 우리 모두를 위한 박수로 다가오지 못 했을 겁니다.

이 글에서 재단이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은 이유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재단이 적극적으로 행동한 개연성은 작품 내부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나. 작품은 개연성이 만들고, 개연성은 독자의 감동이 만듭니다. 이 작품은 이런 방식의 개연성을 충분히 획득해 내부의 개연성은 큰 상관이 없게 되었습니다. 세계관 내부의 개연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이 작품에 낮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 부당할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이 작품은 실질적으로는 재단 인원의 명예를 표현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재단 회원의 명예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추천했습니다.

thd-glasses 01 Dec 2022 16:19

좋은 해석 감사합니다.

Chris nix 01 Dec 2022 23:49

이 글을 읽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 이건 1000-KO 감이다."

+1 드렸습니다.

ericnumber1 11 Dec 2022 10:22

글을 읽으면서 마치 제가 이야기 속이 인물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일 정상적인 보고서 형식이라면 이 정도의 흡인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겠죠.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와도 같이 빛나는 글입니다. +1 드립니다.

thd-glasses 31 Dec 2022 16:09

좋게 평가해주신 덕분에 과분한 영광을 입었습니다. 우승 기념으로 짧게나마 후기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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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주제가 정해졌을 때, 원래 생각하던 아이디어들과 다 맞지 않아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경연을 맞이해 막 떠올린 간결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짧고 굵게 써낼 수 있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주제와 분위기를 보고 아무래도 복잡한 서사와 기믹을 동원한 중장편 작품들이 대거 출품될 것을 예상해 역으로 전략을 세운 것도 사실입니다. 짧게, 시각적 임팩트를 동원해서, 재단을 좋아하는 모두에게 찬가가 되는 작품을 쓰자. 이게 재단의 별을 소재로 결정한 직후 제가 설정한 작품 방향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짧은 만큼 쓰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보고서 포맷은 처음부터 배제했고, 특정한 청자를 미리 상정한 텍스트로 현실의 독자들에게도 충분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이 가장 난관이었습니다. 포기해야 하는 디테일이나 구색을 위해 써야 하는 텍스트는 언제나 작품마다 마주하는 과제지만 이번엔 유독 크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막판에 정말 오랜만에 콜드포스트를 하지 않고 비평을 받았는데, 이때 결정적인 구성 변경의 힌트를 얻을 수 있던 것도 복이었고요.

결정적으로 이 작품이 성립할 수 있는 건 제 힘이 아니라 오로지 재단 위키 전체가 지금껏 쌓아온 역사 덕분이므로, 우승의 영광을 여러분 모두에게 돌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기여해온 SCP-KO가 이렇게 성장하고 북적여가는 것을 체감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경연 허브에 새롭게 적었듯이 지금이 우리의 최고의 순간은 아닐 겁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10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ProfoundAbyss 02 Jan 2023 09:40

크지 않으나 넓은 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화려하지 않으나 그 어떤 것보다 빛나는, 마치 변장을 하고 하늘에서 내려온 고전 속의 신을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스스로 겸허함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좋은 경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Physique 05 Jan 2023 10:35

재단의 별이 되고싶다

+1

2018 18 Jan 2023 21:31

지금까지 재단에 이름만 알려졌던 별훈장이 SCP로도 나왔네여

+60

thd-glasses 19 Feb 2023 00:38

SCP-600-KO 이후 2년 반 만에 달성하는 +60입니다.

내색은 안했지만 고민도 많았습니다. 큰 프로젝트들을 주도한다는 도취감에 빠져서, 그저 필요하기에 내놓는 양산작에 안주하며, 다시는 과거작들의 성취를 반복하지 못하고 점차 낡아가는 작가로 자리잡는 건 아닐까. 그런 내가 위키 올드비로 설치면서 발전을 가로막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이 평가에 힘입어 걱정을 떨쳐보렵니다. 더이상 과거에 짓눌리지 말고 더 높은 성취를 추구하렵니다. 그게 지난 10년의 나에게도 떳떳한 모습일테고, 앞으로 함께할 여러분에게도 당당한 모습일 테니까요.

이런 글을 쓰기엔 남사스러운 커리어와 점수일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 다짐하는 의미에서 적어봅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