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비평에 앞서, 몇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 SCP-저주받은-KO는 작가 본인을 상징하나요?
- 소설가 지망생임.
-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사이트'에 갑자기 생긴것을 확인됨.
- 010님이 과거에 투고하였다 삭제된 전적이 있는 두 SCP-KO의 일련번호와 일치하는 좌표점 x443, y853.
- SCP-1000-KO는 SCP재단 사이트 내의 특정한 유저를 지칭하나요?
만일 위 질문의 정답이 하나라도 '예' 라면,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말 많은 초보 작가들이 야심차게 첫 글을 씁니다. 그리고 비평단계나 업로드 직후 쏟아지는 비추에 큰 충격을 먹죠.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에, 혹은 그것이 주는 큰 심리적 자극을 소재로 삭제절차나 비평가를 소재로 하는 글을 쓰곤 합니다. (그거 아시나요? 이건 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릐고 전 어느정도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있을거 같네요. 이 접근은 득보단 실이 많습니다. 우선, 3999라는 유명 선례가 있다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접근은 대개 스스로 사이트의 기조와 방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반발심리에 기반해 자신을 합리화 하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악역으로 소모하는 비평자들에게 큰 실례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방향성이 성공한 걸 살면서 딱 두번 본 것 같습니다. 하나는 3999, 다른 하나는 다른 실력있는 뉴비분의 작품에서요. 하지만 후자 역시 이런 접근법을 취하며 희생된 부분이 없잖아 있는것 같아서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비평이란건 원래 큰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작품을 읽고, 구조를 파악하고,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그 감정의 이유를 명확히 찾아내고, 가능하다면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어야 하죠. 글을 읽는 것 보다 거진 5배는 더 피로한거 같습니다. 그리고 비평자들이 비평을 하는 이유는 가장 1차적으로, 작가가 좋은 글을 쓸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에 있습니다. 작가를 파멸시키려는 것이 아니고요. 제가 만일 뉴비를 양학하고자 했다면 외부사이트에 2만3천자에 달하는 매뉴얼을 적어두었을까요. 모두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은 것 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비평가는 작가의 적이 아닙니다. 맞서 싸우는게 아니라 같이 창작활동을 함께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만일,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모두 '아니오'라면… 사실 대답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예'인것처럼 보이는 설정이므로, 그것에서 벗어나게 하는게 핵심입니다.
고로, 이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작가'라는 상징을 버리는게 어떨까요? 적어도 주인공이 작가 본인에 대한 상징이라는 점을 떼어낸다면 위의 부정적인 해석의 상당부분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작품을 보는건 독자입니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헌정보다는 독자가 보고 즐기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용에 대한 비평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스토리텔링에 관하여
우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죠. 작가가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스토리를 독자에게 텍스트를 이용해 전달하는 것 입니다. 고로, 좋은 작가란, 좋은 이야기를 좋은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죠.
이 작품의 스토리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재미있어요. 하지만 이것을 표현하는 방식, 그러니까 '스토리텔링'은 여러모로 삐걱이는것 같습니다.
SCP-저주받은-KO 라는 네이밍부터 조금 오글러기는 감상이 존재하고, 그의 이야기는 너무 상투적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인용블럭 내에서 진행되는 그의 이야기는 소설의 형식을 억지로 떼온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SCP 재단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서사가 보고서의 형태로 정제되어서 간접적으로 제시된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선 서사의 대부분이 이러한 상투적인 (그리고 약간은 과하게 추상적인) 독백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설명 SCP-1000-KO는 세 변이 각각 ■■cm, ■■cm, ■■cm인 삼각형이다.
설명 뒤에 콜론(:)이 없습니다.
개체애 대한 첫 설명은 언제나 명확해야 합니다. 세 변이 각각 ■■cm, ■■cm, ■■cm인 삼각형은 모두 SCP-1000-KO인가요? 아니면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어떤 독립체인가요? 후자라면, 얘가 그래서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설명은 너무 불확실하고 애매합니다.
대상이 SCP-1000-KO-1가 된 이후에도
설명 파트에선 SCP-1000-KO에 대한 이야기만이 있었지만, 갑작스레 앞서 설명되지 않은 1000-KO-1이 언급됩니다. 모든 정보는 독자에게 소개된 이후에 등장해야 합니다.
비슷하게, 1000-KO가 어떤 공격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앞서 존재 하지 않습니다.
이 음성들은 SCP-1000-KO에게 자기 자신을 죽여 바치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다수의 SCP-1000-KO-1은 이 시점에서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하게 된다.
조금 오글거리는 감상이 듭니다. 이 '오글거린다'라는 것의 명확한 정의와 매커니즘이 없다보니 이렇게밖에 말씀을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라면 이 부분을 조금더 덤덤한 문체로 고치거나 그냥 도려낼 것 같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들
메타적으로 시작한 처음의 이야기와는 이야기의 중심이 너무 벗어난것 같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본게 아닌, 서로 다른 3개의 작품을 보고 있다는 느낌도 조금 들어요.
이 작품을 쓰실 때 무엇을 의도하셨는지를 적어주셨는데(이거 정말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 요소입니다! 좋습니다!) 그 의도와 관련이 없는 요소들이 다수 끼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왜? 굳이 그래야만 하는가? 에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고, 서로 다른 여러 아이디어를 억지로 이은 느낌도 듭니다.
그럼, 제가 한번 고쳐보겠습니다.
1. 재단은 세계를 지킬 수 있는가?
이야기를 정리할 때 제가 쓰는 간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아주 가늘게 다이어트를 해보는거에요. 모든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인과만 남겨두는 거죠. 이렇게 살펴본 이 이야기는 결국, SCP 재단이 직접 만들어낸 괴물에 대한 이야기 라고 볼 수 있겠군요. 괴물을 격리해아 하는 재단이 도리어 괴물을 만들어 낸 아이러니가 이 작품의 큰 매력이 되죠.
그럼 이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까요? 마지막부터 처음으로 거꾸로 나가아 봅시다.
2. 괴물은 언젠가 막을 수 없게 성장합니다.
왜? 누가 그렇게 만들었죠? 작품에선 처음에 언급되고 이후로 등장하지 않는 엑스트라인 소설가가 그렇게 만들었죠. 그 대신, SCP재단이 주인공을 그렇게 만드는게 어떨까요? 그럼 처음에 정한 얼개와 매우 어울릴 겁니다.
그럼 재단은 어떻게, 그리고 왜 그것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작품에선 그냥 D계급으로 만드는 것이었죠. 하지만, 재단이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부족하고, 재단이 아니어도 비슷한 비극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꼭 재단이기에 할 수 있는 그런 겅이어야 주제와 잘 어울리겠죠.
3. 주인공은 위험한 변칙개체다.
위험하기에 재단이 얘를 격리하고자 했다고 합시다. 작품의 그 삼각형도 분명 위험하지만, 분노한건 삼각형이 아니잖아요? 주인공을 위험한 변칙개체,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가진 존재로 설정해 보는거죠. 그리고 재단의 무자비한 격리절차로 인해 점점 타락하게 되는 것 입니다. 재단을 파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죠.
4. 여기서 드는 생각
어? 약간 익숙하지 않나요? 재단이 격리를 위해 엄청 강력한 수단을 사용하고, 개체는 거기서 고통받으면서 증오와 분노를 표출하는… SCP-682?
주인공을 682로 설정해 볼까요? 그럼, SCP-1000-KO는 682이가 될 수 없으니, 그로 인해 발생하거나 그와 크게 관련이 있는 다른 무언가가 되면 좋을 것 입니다.
5. 짜잔
위의 방법을 통해서 간략히 생각해본 플롯입니다.
SCP-1000-KO는 사멸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 및 적응하는 세포다발이다. SCP-1000-KO는 SCP-682의 몸체를 이룬다.
그리고 SCP-682는 과거엔 그리 포악하지는 않았던것이죠. 하지만 재단이 그 조직을 실험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실험을 하다가 점점 성질이 나빠진겁니다!
그리고 그 증오심은 성장하다가 결국 물리적 차원을 넘어 거대한 증오의 물리적 현현이 되어버리죠.
음, 어떤가요? 아직 여러모로 손봐야 할게 많아 보이지만 훨씬 주제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이대로 글을 쓰시기 보다는 010님이 스스로 비슷한 방법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아까 위에서 잠시 언급한 제가 쓴 창작 매뉴얼도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그리고 평가모듈은 항상 작품의 상단에 있어야 합니다.
또한 엔터 여러번을 친 효과를 내고 싶으시다면,
@@ @@
@@ @@
@@ @@
이렇게 해보세요.
마지막으로, 다른 SCP를 우선적으로 읽어 보며 기본적인 형식과 느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지를 먼저 파악해 보세요. 이것이 좋은 SCP를 창작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길고 긴 비평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건필을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