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CP-6518-DEL-KO-J, 그리고 -1 -2에 대한 비평 드리겠습니다. 편의상 각각 -0, -1, -2로 칭하겠습니다.
음… 어디에서 웃어야 할 지 포인트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세 경우 모두요.
잘 짜인 개그는 빵 터뜨리는 포인트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섬세하게 독자들을 다루어야 하죠. 독자의 예상을 만들고 그것을 비틀어야 합니다. 반면에…
- -0은 다른 글의 패러디임에도 그 글과 전혀 연결되는 부분이 없어 독자들이 어떤 예상을 할 수 없습니다.
- -1은 예상을 하기도 전에 당황스러운 상황이 먼저 제시됩니다.
- -2는 독자들에게 예상을 쥐어주고, 그 예상대로 끝납니다.
모든 개그가 다 예상을 깨뜨리는 것에서 온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웃음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방법론에 관해서는 제가 이전에 쓴 870-KO를 참고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또한, -J 항목은 오히려 독자들이 웃음을 기대하고 오는 항목이기에 더더욱 웃기기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쓰기 힘든 항목이 아닐까 싶네요.
이대로 올라온다면 저는 -1을 드릴 것 같습니다.
P.S. 742KO는 데이터가 부푸는 것에 집중한게 아니라 문자매체를 통한 개념간의 연결을 구성하는 '언어'를 통해 개념적 고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그 표현의 수단으로 텍스트가 늘어나는 버튼 형식을 취한 것이죠.
2.
그럼 이제 SCP-XXX-KO-2에 대한 비평 드리겠습니다.
뭐 여기 사이트 특성상 이정도 수위는 만사 ok죠. 다만, 저는 다른 주제가 많이 우려되는 군요.
PC주의에 대해선 정말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고 그 의견들이 매우 첨예하게 난장판이 되어 인터넷에서 구르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노골적인 나쁜 캐릭터에게 노골적인 한쪽 포지션을 쥐어주는 것은 이러한 진흙탕 싸움을 가중시키는 결과만을 가져오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정말 혼돈의 상호작용의 풀입니다. 그 가운데서 무언가를 까는건 언제나 신중해야 하죠. 특히 우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작가라면 더더욱이요. 양측의 의견에 대한 냉철하고 중립적인 시선, 각 의견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의 잘잘못의 균형을 매우 세심히 조절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가르치려 드는 느낌이 나서는 안됩니다. 중립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한쪽의 물매를 맞고, 중립을 지켜도 조금이라도 잘 전달되지 않으면 양측의 몰매를 동시에 맞게 될 겁니다.
아니면 결국 중립을 포기하고 한쪽을 멍청한 존재로 만들어 한쪽의 몰매를 맞는 대신 다른 한쪽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걸 택할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작품은 독자들을 생각하게 만든다기 보다는 프로파간다에 더 가까워 지겠지요. 저는 적어도 이쪽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뜨거운 감자를 주제로 한다면 아무리 실력있는 작가라도 정말 고심과 고심을 반복하지요. 개인적으론 이런 주제에 대해선 더욱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제가 아니더라도 내용적으로도 결말에 대한 어떠한 복선이 없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엔딩이었습니다. 자위행위를 하는 것과 PC주의에 대한 반발과의 연계성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이걸로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이대로 올라온다면 저는 -1을 드릴것 같습니다.
3.
공통적으로 [데이터 말소]를 자주 사용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데이터말소] 연출은 현재 수명이 거의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더해 많은 초보 작가분들이 더는 쓰기 귀찮은 것들을 밀어넣는 편의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글도 그렇고요.
저는 [데이터 말소]는 무언가가 '밝혀질 때'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개할 때'가 아니라요. 그 외에는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이 더 좋아 보입니다. 독자들에게 우선 어떠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거기서 데이터 말소가 들어있으면 독자들은 혼란스럽고, 기대하기도 전에 비밀이 나타나 흥미를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고로 데이터 말소는 이야기의 마지막 즈음에 배치하는게 제일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그마저도 잘 다루기 쉽지 않고요. 잘 못쓸거라면 아예 빼는게 좋습니다.)
4.
그럼 어떻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할까요? catsi님의 비평을 보아하니 SCP-XXX-KO-2는 비슷한 특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엔딩을 내려고 노력하신 것 같습니다. 이번엔 PC주의에 대한 내용을 엔딩으로 잡으셨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SCP의 특성은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건 엔딩이죠. 엔딩을 먼저 구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 엔딩을 잘 낼 수 있는 특성을 만들고, 그 복선과 빌드업을 덧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뭔가 잘못되어서 바꾸어야 한다면 특성을 가만히 두고 엔딩을 바꾸지 말고, 맨 처음 생각한 쩌는 엔딩을 중심으로 다른 것들을 바꾸는걸 추천드립니다.(엔딩도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절대'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재미난 엔딩을 만들 수 있을까요? 글쓰기란 결국 독자들에게 작가가 의도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어떤 감상을 했으면 좋겠는지를 목표로 삼고 그것을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의 결말을 만들어 보세요. 역시 중간에 그 목표는 바뀔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항상 존재는 해야 합니다.
글의 모든 부분이 그 감정적인 엔딩을 위해 배치되어야 하고, 연결되지 않거나 느슨한 모든것들은 도려내야 합니다. 단순화 시킬 수 있는건 최대한 단순화 시키고요.
이 방법만 따라하면 꽤 준수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긴 비평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필을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