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네와 얄다바오트의, 하나였다 둘인 시입니다.
이번 시의 기반이 되었던 아이디어는 메카네랑 얄다바오트랑 이혼해서 애들 양육권 두고 싸운다는 인류를 살덩어리 신 얄다바오트(Yalabaoth)와 부서진 신 메카네(Mekhane)가 함께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얄다바오트가 인류의 물질적 형태인 육신을 창조했고, 메카네가 여기에 앎과 영혼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둘은 의견이 틀어지고, 결국은 서로 싸움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메카네는 자신의 몸을 우리로 삼아 얄다바오트를 가두었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자신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죠.
두 신을 각각 용과 뱀으로 표현했는데, 이건 사르킥 SCP에서 용과 뱀이 여러 차례 등장하기도 했고 또 실제 인류 신화에서 얄다바오트가 사자 머리를 한 용으로 묘사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SCP에서는 메카네를 에덴의 그 뱀으로 비기기도 했었죠. 저도 이 뱀/용 비유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메카네/얄다바오트 신화를 중국 신화에 결부지을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세계관 내적으로 말하자면 신을 용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은 아무래도 동쪽에서 왔을 겁니다. 동쪽 변두리로 갈수록 CotBG의 주류하고는 이단성이 훨씬 짙어지겠죠.
뭐 그렇게 신들을 색다르게, 이단적으로 바라보긴 했지만, 이번 시는 그래도 CotBG 쪽 글에 가깝습니다. 메카네가 대개 좋은 쪽, 더 나은 쪽으로 그려졌으니까요. 이 시들은 아마 CotBG의 조그만 이단 종파가 그러모은 선집이고, 이들은 시를 번역할 때 메세지를 더 명확히 전달하고파서 환각효과를 집어넣었을 수 있겠죠. 재단은 이들이 정렬해 놓은 그 순서를 그대로 지켜두었습니다. 독자들이 왜 그 환상들을 볼 수 있냐면… 아무래도 여러분은 재단 인가가 없으니까요?
밑의 내용은 각 시의 해설인데요, 물론 그냥 저만의 헤드카논입니다. 내용이 상충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관 내적으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아는 대로 쓴 글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CotBG, 사르킥, 목왕 헤드카논과 같은 선에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1번: CotBG가 처음 발생한 지역 가까이에서 쓰인 작품으로, 금속 숭배자와 살덩이 형성자, 그리고 신들 스스로가 어우러져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화자는 부서진 신이 벼려냈다는 녹슨 칼을 집어들고, 칼이 하는 말을 듣습니다. 또는 스스로 생각했거나.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이 등장합니다. 첫째, 인간은 신들의 "후예/아들딸"이다. 둘째, 지금 녹슨 이 무기로 메카네는 얄다바오트를 죽이려고 했지만 도중에 그만두었다. (신들의 정서적 연결고리를 나타내는)
2번: 한참 나중에 쓰인 작품으로, 화자는 종교의 뿌리를 찾아나서려 합니다. 화자가 "그의 황폐한 왕국"에 정말로 도착했는지, 순전히 정신적인 경험일 뿐인지는 불확실합니다. 작품 속에서 화자는 다른 수많은 CotBG 작품처럼 조각을 맞추고자 맹세하지만, 또한 "어머니의 죄를 그대가 용서했음"을 언급합니다. 얄다바오트가 결국에는 우리에서 풀려났고 두 신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뜻하죠. 화자는 메카네를 "아버지 뱀"으로, 얄다바오트를 "어머니 용"으로 일컫는데 이 표현들은 이후의 시에서 또 등장합니다.
3번: 문명이 좀 덜 발달했던 시대, 사람들이 메카네에게 희생을 바치고자 피를 흘리거나 신체 부위를 바쳐 금속/기계 몸을 갖거나 하던 때 나온 시입니다. 주류 교바에서 파생되어 나온 분파겠죠. 메카네 제국에서 지은 기계를 목격하고 이를 바탕으로 종교를 구축했을 테니까요. (신체를 메카네에게 바침으로써 금속 부위를 얻는다는 아이디어는 Perelka_L에게서 나왔습니다. 늑대와 양의 비유는 921한테서 나왔는데, 제가 정말 좋았어요.)
4번: 사르킥의 주요 성인 나독스를 추종하는 자가 쓴 시입니다. 이온은 자신이 육[肉]의 힘을 정복했다고 믿으며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했으나, 나독스는 얄다바오트가 보이는 것만큼 멍청하고 생각 없지는 않음을 발견했습니다. 나독스는 이온이 얄다바오트를 진정 통제하지 못함으로써 따라나오는 위험을 예견하고, 온 힘을 다해서 이 세상의 파괴를 막아내고자 했습니다.
시에서는 나독스의 추종자가 자신이 받은 가르침을 바탕으로 말을 꺼내는데 (손과 눈 여럿 달린 예언자가 나독스예요), 그가 정말 실제로 이런 말을 꺼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카르시스트들과 금속을 숭배하는 자들을 동정한다고 할 때는요. 이 글은 언젠가 자유를 되찾을 얄다바오트가 불러오게 될 위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5번: 이 시는 알라가다/SCP-2264, 목매달린 왕의 궁정에서 나왔습니다. 텍스트 속에서 나오는 내용으로는 신의 형상을 한 구멍, 알라가다 도시에 존재하는 신의 부재는 사실 용입니다. 얄다바오트의 형상이었죠. 한때 이는 살덩어리 신 안에 살다가 메카네의 손으로 우리에 갇혔습니다. 모든 피는 목매달린 왕에게 갔으되, 사실 왕은 왕좌에서 고통받으며 무력하게 힘없이 묶여 있었죠. 피는 모두 얄다바오트라는 구멍으로 흘러갔으며, 결국에는 이를 해방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화자는 독자들에게 여기에서 나올 위협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6번: 화자의 배경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곳, 내용은 대부분이 상상입니다. 화자는 상상 속에서 어머니 메카네와 아버지 얄다바오트에게 두 갈래 길을 제시받습니다. 글 속에 함축된 사실은 어떤 한쪽도 다른쪽보다 낫다 못한다는 것입니다. 1번 시처럼 사람도 신들도 무의미하게 싸우는 한은요. 그러나 뱀이 슬그머니 사라지면서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나버리게 됩니다.
7번: 일곱 시 중에서 이 작품이 제일 오래됐는데, 중국 신화와 깊이 관련된 글입니다. 중국 신화에서 여와·복희 두 신은 남매 및 부부로 묘사됩니다. 특히 둘 다 옛날 텍스트에서는 한 사람의 머리에 든 두 뱀으로 그려졌죠. 여와는 흙을 빚어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인간을 창조했습니다. 복희는 인간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쳤는데, 그 중에서 팔괘는 이 세상의 기본 원리를 나타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도구였죠.
이 글에서 여와는 얄다바오트, 복희는 메카네의 역할에 해당합니다. 시에서 말은 안 나왔지만 암시된 것은 창작 당시의 배경이 선사 문명, 뱀의 사람들 ("우리를 자신처럼 위대한 뱀으로 만들었다"/"뱀으로서 그들은") 이 첨단 기술 ("높은 탑과 거대한 기계가 그들 밑에 있었다") 을 쌓아올리던 시대라는 것이었죠. 후세의 많은 사람들이 신을 용에게 결부지은 것은 이곳의 믿음에게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후로 도래한 중국 왕조들은 이들의 기술과 문화를 물려받고 또 용과 뱀을 각자의 방식으로 숭배하게 되었죠.
태세성(太歳星)은 목성의 궤도에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별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태세성의 움직임에 따라 땅속에서 이상한 고깃덩이가 솟아오르곤 하는데, 이것이 해를 끼칠 수도 건강을 선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글 속에서 태세성은 얄다바오트를 가둔 태세성과 우리 세상을 잇는 고리입니다. 그 속에서 가끔 살덩어리가 새어나오죠. (설정을 더 풀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어 보여 더 길게 하진 않겠습니다)
근본적으로 말하면 이 시는 얄다바오트/메카네 신화를 중국 신화에 이어주는 역할입니다. 메카네와 얄다바오트가 SCP 세계관에 실존한다는 제 헤드카논도 북돋워 주고, 이들의 다른 이야기가 세계관의 다른 부분에서 등장한다는 가능성을 심어줄 수도 있겠죠.
이 글을 읽으면 실제로 환각이 발생합니다. 그 이유를 알고자 페이지 소스를 열어서 div style로 뭘 했는지 찾아보는 행위는 아무튼 안 하시기를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