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세요? 감히 자랑하자면 저는 옛날에 독서광이었습니다. 제 마음속 자화자찬을 다 풀면 나인티가 책을 좋아했던 마음은 세종대왕급이라더라~ 하는 수준까지 갈지도 모릅니다. 서점도 도서관도 자주 가고, 책도 많이 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책 사는 데 돈은 절대 아끼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중고딩 땐 도서부도 했네요. 책 읽던 시간은 항상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저도 책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성인 되면서 바쁠 때도 많긴 하지만, 안 바쁠 때도 책을 잘 안 읽습니다. 나무위키에서 SSG 랜더스 인수 과정 구경하다가 폰게임하다가 하는 게으른 생활 습관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읽는 글이 재단 글 하나밖에 없는 게 제일 큽니다. (제일 최근에 완독한 해저 2만 리, 이것도 재단 땜에 사 읽었네요) 여가 시간에 제일 정신 또렷할 때 글 쓰든 번역 하든 하지, 옛날처럼 책 읽을 생각이 잘 안 납니다. 이러기를 벌써 7년, 머리가 굳는다는 느낌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초강력 펌프가 휘저어 줘도 결국 고인 물은 고인 거잖아요? 물이 신선하려면 궁극적으로 새로 들어오는 게 있어야 합니다. 요새는 뭐 상식을 새로 아는 것도 번역할 때 모르는 말 나오면 대충 다른 위키에서 뒤져보고 그러는 정도지, 극적으로 지식의 범위에 영향을 끼칠 만한 책을 잘 안 찾아보게 되네요.
위키에 모인 우리들, 모두 각자의 창의성에 따라 글을 쓰지만, 읽는 건 결국 "서로의" 글이 주가 됩니다. 경연의 목적 중에 하나는 평소와 다른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거죠? 만약에 우리가 "우리 말고 다른 사람" 글을 읽는다면 어떨까요? 이 경연은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경연을 시작하면 우선, 제가 아래 같은 책 목록을 하나 보여드리게 됩니다.
- 동의보감 — 허준
- 로마 제국 쇠망사 — 에드워드 기번
- 맥베스 — 셰익스피어
- 손자병법 — 손자
- 순수이성비판 — 이마누엘 칸트
-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천종호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 주홍 글씨 — 너새니얼 호손
-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책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인티가 읽어본 책 : 목록은 제가 여러분께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안 읽어본 책은 소개하기 좀 그러니까…
-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쓸 때 뻔히 예상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만한 책
참가자는 이 책 중에 하나를 골라 읽은 다음, 그 책을 바탕으로 작품을 쓰면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작품 속에서 그 책을 언급하면 안됩니다. 즉, 소재는 책 속 내용으로 해야지 책 자체로 하시면 안됩니다.
좋은 예시
- 무진 관련 글 : 딱히 김승옥을 언급하지 않습니다.
- SCP-984-KO : "오세아니아"가 등장하긴 하지만, 와! 1984! 조지 오웰! 그러지는 않습니다.
- SCP-264-FR : 아로낙스도 나오고 네모 선장도 나오고 노틸러스호도 나오고 오징어도 나오고 별칭도 "공중 2만 리"지만, 쥘 베른을 언급하는 건 아닙니다.
이미 책 내용을 바탕으로 SCP를 창작한 사례가 기존에 있었던 만큼, 소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상품이 있어야 한다면… 취지에 제일 맞으려면 책 한 권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쪽이 제일 좋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만원짜리 문상 두 장일 수도 있고… 또 책도 기프티콘이 된대니까요.
아, 참고로 위 목록의 책은 모두 제가 읽고 싶었는데 못 읽은 (그냥 적어본) 책입니다. 이런 경연을 진짜로 한다고 그러면 제가 읽은 책 목록으로 권수 충분하게 준비해 오겠습니다. 도서관 대출 기록을 다 훑어보고 추리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