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888-KO 경연 투고작입니다.
작가페이지 말고 진짜 작품에 ListPages를 활용한 건 처음인데, 댓글 표시 기믹의 존재를 까먹어서 대차게 깨졌었네요; 다행히 생각보다 쉽게 고칠 수 있었지만 자정에는 심장 내려앉는 줄 알았습니다. 어휴!
이번 작품은 감은장아기를 메인으로 삼아, 한국사령부라는 무대 위에서 서천, 무속학부, 숨은 장군, 중정 10국 네 개의 서사가 교차하는 SCP로 완성되었습니다. 당초 구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제법 유기적으로 묶어낼 수 있었고, 개인적으론 매우 만족스럽게 완성을 한 작품입니다. 여러분도 같이 읽으면서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1. 검열에 대해
아마 처음 보시고 드는 감상은 아마 "뭐가 이렇게 덕지덕지 가려져있냐!"일 거라 생각합니다. 총 4만 5천자의 본문 텍스트 중에서 8천자가 검열되어 있죠. 최종판 본문 1만 6천자에는 검열이 없는 걸 고려하면 보존판 본문 2만 9천자 중 30% 가까이가 먹칠이 되어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보니 제 생각보다도 많네요;)
제가 최근에 번역한 가이드만 봐도 문서에서 검은 상자로 검열하는 건 대개 무의미하고 시야 흐름을 방해하며 몰입감을 해친다고 나와 있는데, "알면서 대체 왜 이런거지"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미 눈치 채셨을지도 모르지만 이 김가루들은 커서를 올리거나 터치하면 스르륵 흐려지면서 원래 텍스트가 드러납니다(한덩어리씩만 보이는 게 불편하다면 쫙 드래그해놓아도 열람 가능합니다). 즉 검열이 된 것은 일반 4등급 인가로 읽을 때 보이는 것이고, 4/MD 등급으로 읽으면 숨겨진 내용을 읽을 수 있는 그런 구조입니다. 최종판은 처음부터 4/MD 등급 인가로 열람하기 때문에 전부 열려있는 것이고요.
그러면 왜 검열을 이렇게 많이 썼는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최종판 본문을 읽으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에서 한반도의 재단은 꽤나 부끄러운 짓을 많이도 저질렀습니다. 대한제국의 장막 가맹 신청을 씹었고, 이자메아와 손을 잡았고, 전후엔 그 잔당을 그대로 흡수해 채용했고, 그들 말을 따라서 각지의 토착신앙을 쓸어버리려고 들었고, 변칙성을 막을 방법을 못찾아서 유적도 옮겨버렸고, 나중엔 모든 책임을 주동 격인 무속분과에게 죄다 떠맡겼죠. 그리고 이 모든 과거를 검열해버리고 모르는 척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검열된 모든 부분은 개체의 변칙성 때문이 아니라 재단의 책임을 숨기려는 정치적 판단 때문에 검열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어느 부분이 언제 왜 검열되었나"를 의식하면서 작가 의도를 추론하며 읽으시면 나름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검열된 버전을 먼저 보게 만들어놓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도 검열 때문에 한눈에 읽을 수 없고 조작을 해야 하는 게 가독성을 심하게 해치는 건 저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검열이 없는 버전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 페이지의 하단 링크를 이용하면 검열이 해제된 버전들로 읽을 수 있게 해놓았으니, 각자 원하시는 방식으로 선택해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2. 무속학부에 대해
이 작품에서 무속학부는 복잡한 입지를 갖습니다. 태생부터 이자메아라는 독이 든 성배를 받아쥔 채 급성장해서, 신격 SCP를 약화시키겠다면서 민간 신앙 문화를 말살하려 들었다가, 처참한 실패 앞에서 고꾸라졌죠. 또 무속공학을 발전시켜 대중정 전선에서 눈부시게 재기했다가, 망한 중정의 잔재를 또 생각없이 주워먹고, 경쟁력을 잃은 채 다시 고꾸라져야 했습니다. 이 과오들이 오롯이 무속학부의 탓이라 하긴 힘들지만, 한국사령부의 흑역사 한가운데마다 항상 무속학부가 한자리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나마 이 잘못을 쭉 알고 있던 뇌수종의 주도로 환골탈태한 끝에 (설정상 뇌창건=뇌수종입니다) 옛날에 저질렀던 만행들을 하나씩 바로잡으며 나아가고 있는 것이 이 작품에서 제가 그려낸 무속학부의 모습입니다.
한편 무속학부의 참여 정도에 따라 휙휙 바뀌는 SCP-987-KO의 변칙성 서술도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무속분과가 연구를 주도한 5~60년대에는 사실상 연구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엄밀하지 못한 설명만 적혀 있고, 무속분과를 싹 배제한 90년대에는 어림짐작 없이 이론적 분석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변칙성을 온전히 설명해주진 못하며, 과학부와 무속학부가 협력한 최종판에서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이론이 완성되지요. 무속학부의 한계와 필요성을 공히 보여주는 동시에, 능구렁이 손과 서천CC를 계기로 신화적 변칙개체가 범람하게 된 한국사령부에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무속공학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죠. 원래 Migueludeom님이 마련한 무속학부 역사 설정에서 간략하게 언급만 되는 설정이었는데, 이번에 작품을 쓰면서 아이디어가 샘솟은 끝에 신통력과 이를 매개할 술자를 토대로 무속적 의식과 기적을 그럴싸하게 묘사할 방법을 찾아냈기에 곧장 작품에 반영했습니다. 여담에 좀 더 자세히 적어두겠습니다.
3. 숨은 장군에 대해
POI-0813, 고토 난스이 대좌, 후등 허남수 선생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인물은 Salamander724님이 처음 제안했던 "한국 정부 뒤에서 활동했던 숨은 장군"을 제가 약간 멋대로 구체화한 결과물입니다. 그는 이자메아 고위연구원의 아들로 그 자리를 물려받은 순혈 엘리트 장교이며, 구일본군 인맥을 통해 해방 한반도에서도 입지를 다지며 암약했고, 박정희 시대에 중정 10국 탄생에 깊이 관여하여 한국초상사의 그림자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이 인물의 퇴장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는데, 98년 보고서에 언급된 '가족' 중 아들의 몸으로 갈아탄 채(!) 현재까지도 활동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한편 고토를 전면에 나서지 않는 책략가형으로 구체화하게 되면서 그 밑에서 손발 노릇을 해줄 캐릭터가 필요해졌습니다. POI-0814, 안영훈, 야스다 에이이치. 이 인물은 장애를 갖고 이자메아에 실험체로 끌려갔다가 SCP-987-KO와 고토의 총애를 받게 되어 승승장구하게 되었고, 일제 패망 후 고토에게 의탁해 살아남았으며, 중정 10국 시기에 이르러선 급거 국장직에 오르며 중요 인물로 자리매김합니다. 중정 문서에서 부장 보고 전에 검토하고 코멘트를 달아둔 것도 이 사람입니다. 중정 10국이 박살날 땐 미리 낌새를 채고 도주하여 은거했지만, 현재로선 그 이후에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지 못한 채 쓸쓸히 죽었다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설정을 깨고 활용해주실 작가를 찾습니다)
4. 중정 10국에 대해
전부터 설정상 언급은 요모조모 해왔던 중앙정보부 제10국을 드디어 처음 제대로 써먹어봤습니다. (테마 괜찮지요?) 현실의 중앙정보부 산하에 덧붙인 가상 설정인 제10국은 대변칙 사무를 재단 한국사령부에 위임하길 거부한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으로 1973년에 만들어져, 1981년 피어슨 각서 체결 후 해체되기까지 고작 8년간 존재한 과거의 GOI입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10국은 상당한 경지의 변칙 기술과 대응력을 갖춘 메이저 단체로 성장했고, 해체 후의 잔재들은 재단을 포함한 여러 단체들로 나뉘어 현재까지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국장은 안영훈이며, 전반적으로는 대통령이나 중정 부장보단 국장의 주도 하에 굴러간 조직이었습니다.
얼핏 보시고 혹시 SCP-987-KO와 중정 10국 때문에 김재규가 박정희를 쐈다는 건가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정권 말기에 이미 심각할 대로 심각해져 있던 김재규와 차지철의 갈등에 소재 중 하나로 휘말린 정도죠. 10국은 어디까지나 초상 역사에서 중요한 단체이지 현실 역사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실제 역사의 사건들은 거의 10국의 존재와 상관 없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5. 서천에 대해
재단이 서천 컨트리클럽을 처음 인지한 시점이 2013년으로 특정된 것도 이 작품의 의의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서천은 설세명의 독자 행동이나 SCP-953-KO에서의 짧은 조우 정도를 제외하면 재단과 엮이기는 커녕 재단이 그 존재조차 모르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었지만, 역시 이래서는 재단 세계관에서 활용하기가 (특히 SCP로 창작하기가) 곤란하다는 걸 줄곧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이제 재단은 서천의 이름과 존재는 알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정도로 거리가 재설정되었습니다.
한편 서천을 추적하는 기동특무부대 천도-9도 이번에 처음 설정되었습니다. 기특대 넘버는 망자를 배웅하는 "천도굿(天道 or 遷度)"에서 땄으며, 별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천을 찾아간 할락궁이의 원수 천년장자에서 따 지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무속학부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승분석 전문가와 무속공학자 등 신의 흔적을 쫓아 맞서보기 위한 멤버를 갖추었습니다.
6. 한국사령부에 대해
대한민국 지역사령부는 한국을 무대로 하는 새로운 카논의 주인공으로 성장할 중요한 설정입니다. 전개가 술술 받쳐준 덕분에 이번 작품에서 한국사령부의 성립과 성장, 성숙을 모두 묘사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한국사령부 카논화 작업에서 주요한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제 헤드카논에서 한국사령부는 다양한 은유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재단을 대변하지만, 정부와의 관계에선 미국의 입지를 그대로 모델링하며, 북한에 대해선 한국 정부의 입장을 답습하는 등 현실의 한국사에서 보이는 구도들을 많이 차용했습니다. 또한 역사적 분기마다 원칙보단 실리를 선택해온 것도, 그로 인해 얻은 이득과 손해도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많이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사령부의 그런 흐름은 뇌수종 교수의 부르짖음와 노래마인 이사관의 응답으로부터 이제 조금씩 변화해나가겠지요. 이번 경연을 통해 이런 해석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작중에서는 태평양사령부에서 한국사령부로 이첩되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KO 코드에 변천사를 만들어 활용했지만, 이 부분 만큼은 논캐넌으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SCP 일련번호의 언어코드는 설정상의 담당 지부/사령부와 무관하며, SCP-KO도 한국 밖의 SCP를 다룰 수 있고 다른 언어의 SCP도 한국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에 변화는 없습니다.
7. 마지막으로, SCP-987-KO에 대해
최종판에서 밝혀 적었듯이, 그리고 이 포스트 맨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SCP-987-KO는 한국 신화의 운명신 "감은장아기"입니다. 운명의 신은 그 간지나는 관장 영역에도 불구하고 그리 유명하지 않은데, 이미 한반도 본토에선 관련 전승 자체가 오래 전에 소멸했고 제주도 신화에서도 감은장아기가 운명신이 된 과정만 전할 뿐 운명신 감은장아기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의 서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간의 운명이라는 영역은 부처나 옥황상제같은 대기업들이 꽉 잡아버렸기 때문일까요? 여튼 이런 점을 고려해서 SCP-987-KO는 운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고위 신이라기보단 곳곳을 돌아다니며 헐거워진 운명을 유지보수하는 현장계 신이란 느낌으로 묘사해봤습니다.
SCP-987-KO, 감은장아기 전상희는 너무 오래 살아서 지친 신입니다. 원래부터 신이나 영생에 관심이 없었는데 꼬드김에 잘못 답해서 신이 되어버린 것이므로 신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소속감은 약합니다. 그 탓에 종종 일탈을 벌이기도 했고, 지금도 재단의 격리로부터 적극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는 않습니다. 인간 시절을 그리워하며,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이들에게는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속고 싶어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서천CC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서천의 인간 출신 신들(승희, 사희, 세경)과는 옛날에 제법 허물없이 지낸 사이입니다.
변칙성을 보자면 구현되는 내용 자체는 아주 스탠다드한 현실조정자라고 할 수 있지만, SCP-987-KO는 무속공학 도입에 설득력을 부여할 장치이기도 하므로 일부러 서술을 조금 꼬았습니다. 사실 현실조정자가 스스로를 대상으로 한 현실조작을 어떻게 실현하는지는 아라드 설정에서도 흄 설정에서도 모호하게 넘기고 있기 때문에, 흄장과 내재흄의 작용을 역으로 묘사해 모순을 성립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별칭인 <오늘 오늘 오늘이여>는 감은장아기를 다루는 제주도 「삼공본풀이」에 전하는 텍스트로, 감은장아기를 내쫓았다가 거지꼴이 된 부모가 나중에 감은장아기가 연 거지잔치에 가서 밥을 대접받고 부른 사연 노래의 도입부 가사입니다. SCP-987-KO가 이 노래를 그리워하는 건, 어머니가 옛날부터 즐겨 부른 노래라고 제맘대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옛적에 죽었기를 바라는 SCP-987-KO에게 "오늘"이라는 가사가 갖는 아이러니함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어머니를 비롯한 과거의 삶을 그리워하는 SCP-987-KO의 태도를 반영하기 좋은 문구 같아서 별칭으로 골랐습니다.
길게 이것저것 말했습니다만, 솔직히, 간단히, 우승하고 싶어서 진짜 열심히 썼습니다. 적어도 제 기대엔 모자람이 없이 잘 나와준 것 같고요. 재밌게 읽고 좋게 평가해주신다면 그 이상 감사할 수가 없겠습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앞으로도 SCP-987-KO와 서천 컨트리클럽, 그리고 한국사령부 세계관의 스토리는 계속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ps1.
원래 처음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혼돈의 반란과 재단 사이에서 줄을 타는 한국 정부와, 속한 조직을 분열시키는 힘을 가진 SCP를 결합해서, 재단이 격리를 위해 01K와 함께 제001K기지를 몰래 세우는 기만전술을 쓴다는 시나리오였습니다. 이걸 위해 짰던 한국사 설정들은 대부분 888-KO 경연을 위한 지역사령부 설정으로 전환되었으며, 원래 서사에서 혼반을 숨은 장군으로 대체하고 제001K기지 아이디어를 빼버리면서 지금의 시나리오 틀이 잡히게 되었습니다.
ps2.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으로 나와있는 인명 ███████ "고든" ███는 설정상 허버트 고든 리 소장의 전대입니다. 그러니까 21세기 시열대에서 열나게 구르는 젊은 고든 소령의 전전대 인거죠. 여기서 전대라 함은 혈연관계일 수도 있고, 변칙적 재탄생 관계일 수도 있고, 그냥 호의로 미들네임을 물려준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 "고든" ███와 허버트 고든 리는 글자 수가 같습니다. 이것은 태평양사령부 테마를 현대 작품에 사용해도 그대로 호환되게끔 의도한 것입니다.
ps3.
숨은 장군 일행은 일제가 망하고 인민군이 진주하는 와중에도 SCP-987-KO를 애지중지 지켜냈는데, 그런것 치고는 중정이 망할 때 너무 미련 없이 SCP-987-KO를 버리고 도주하는 감이 있습니다. 이것도 조금 더 묘사해야 했던 걸 못한 것인데, 이땐 이자메아 때와는 달리 중앙정보부의 힘을 사용해 이미 많은 기반을 (돈, 가짜 신분, 은신처 등) 닦아둔 상태였으므로 변칙개체 하나에 승부를 걸 필요가 없어졌기에 매정하게 버린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 둘이 64년에 힘들게 SCP-987-KO를 되찾은 것은 그저 정부에게 어필할 재료가 필요했기 때문일 뿐이었던 거죠. 79년 중정 문서를 보면 안영훈은 이미 SCP-987-KO를 질려하고 있었고요.
ps4.
중앙정보부 문서에선 마치 차지철과 전두환이 한 패인 것처럼 써놓았고 실제 김재규도 전두환을 차지철 따까리 정도로 생각했지만, 정작 두 인물의 사이는 전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문서에 필기된 코멘트는 SCP-987-KO가 중정 vs 보안사 vs 경호실 구도에 휘말렸음을 강조하는 것이고, 작품 내적으론 안영훈이 김재규 부장의 눈치를 보며 잘보이려 애쓴 흔적이기도 합니다.
ps5.
제가 고안한 무속공학의 구조는 간단합니다. 무당이 자기가 모시는 신으로부터 신통력을 얻는 것을 그대로 가져오되, 신통력을 마치 실체가 있는 물리적 작용인 것처럼 서술하는 겁니다. 증기터빈 기관으로 비유해보면 신통력은 증기와 같고, 무당은 터빈룸과 같으며, 무당이 행하는 신묘한 기적은 터빈 축이 돌아 일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무당은 스스로의 흄장을 컨트롤해 신통력이 잘 순환하여 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즉 무당(무속공학자)의 실력은 강한 신으로부터 더 강력한 증기(신통력)를 끌어오는 것과 더 효율적인 터빈룸을 만드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비유에 따라 무속공학에선 무속술 시전자를 '기관'으로 표현합니다.
본문에서 언급된 "외인성 단일매개 신통력기관"은 외부(=신)으로부터 얻어온 신통력을 순환시켜 자기자신에게 기적을 발현시키고 있는 무당을 말하는 것입니다. "내재성 단일매개 신통력기관"은 당연히 자기자신의 신통력을 순환시켜 자기자신에게 기적을 발휘하는 무속술자를 말하는 것이고, 스스로가 신통력을 가졌으니 신적 존재에 적용되는 표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무속인이 다른 인간에게 기적을 발하는 경우는, 같은 논리로 보면 신통력으로 터빈을 돌릴 때 그 축을 다른 대상에 연결하여 일을 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곧 "외인성 이중매개 신통력기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번에는 이 체계를 더욱 구체화시켜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설정으로 만들어오도록 할게요.
ps6.
SCP-987-KO는 서천 멤버가 아니지만 서천식 인간 가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거는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봤는데, 1) 원래 인격신은 신이 될 때 새 이름을 받는다. / 2) 업무상 현세를 돌아다녀야 해서 서천 멤버들을 참고해 지었다. / 3) 서천 쪽에서 맘대로 지어줬는데 맘에 들어서 쓰고 있다. 등등 설명할 방법은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 친구로 작품 쓰실 분은 참고하셔도 좋아요.
ps7.
다른 서천 작품들과 같이 이번에도 이스터에그로 투명 글자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기엔 분량이 너무 기니까 힌트를 드리자면, 맨 앞 페이지와 맨 마지막 페이지에 각각 하나씩 정확히 딱 두 군데에 똑같은 방법으로 숨겨놨습니다. 수미상관이지요.
ps8.
이번 작품에서 자주 언급된 이니셜 MD는 무속학부(Muism Department)를 의미합니다.
http://scpko.wikidot.com/fragment:scp-987-ko-start
http://scpko.wikidot.com/fragment:ooi-987-pa
http://scpko.wikidot.com/fragment:scp-987-pa
http://scpko.wikidot.com/fragment:scp-987-kr
http://scpko.wikidot.com/fragment:scp-987-ko-1968
http://scpko.wikidot.com/fragment:kcia10-0018
http://scpko.wikidot.com/fragment:scp-987-ko-1998
http://scpko.wikidot.com/fragment:scp-987-ko
Special Thanks
무속학부 설정 활용에 흔쾌히 협조해주신 Migueludeom님과
igangsu님, 중앙정보부 10국 설정 발전에 많은 힌트를 주신
Meat_Scholar님, 한국사령부 카논 정립에 누구보다 많은 기여로 화답해주신
Salamander724님, 투고 직후 열람상의 난점을 지적하여 작품 개선에 도움을 주신
quilt님, 그 밖에 영감을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