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전까지 엄청난(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글로 조금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쓰면 쓸 수록 제 실력이 체감되더군요. 다른 분이셨다면 임시저장만 해 두고 자신의 실력이 클 떄까지 기다렸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수 없었어요. 애초에 언어경연에 낼 마음이기도 했고(이제 못 내게 되었지만요.) 무작정 기다린다고, 혹은 작품을 읽는다고 실력이 오르는게 체감되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공개하고 여기에 담긴 이야기 좀 푼 다음에 혹시 이 SCP를 마저 마무리 지을 분이 계시다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 SCP는 언어경연에서 출발했습니다. 언어라는 태그를 보니까 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뭐,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메타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접고 언어를 다른 방식으로 인식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어라는 단순한 말의 개념이 아닌 나라를 구분하는 언어라는 개념이 생각나더라고요. 게다가 SCP재단은 각 나라별로 사이트가 있었죠. 그래서 떠올린 첫 아이디어는 SCP재단 사이트마다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생성된다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한국어 SCP재단 우주는 한국어가 어쩌다가, 아니면 변칙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가 한국어를 세계 공용어로 사용하게 되었고 그로인해 모든 문서가 한국어로 작성된다라는 식이었죠. 이래서 처음 구상은 한국어 SCP재단이 다른 차원의 외국 SCP재단을 만나 자신이 실제 창작물이라기보다 번역물이라는(번역물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면서 뭐 큰 충격에 빠지는 흔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아이디어가 너무 클리세같아서 아에 바꾼(위에 링크가 걸린) 아이디어로 바꿨습니다. 우선 저 작품에 설명과 특수 격리 절차에는 언어라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떠올린 배경은 '번역이 될 때 재단은 어떻게 반응하는가?'였습니다. 번역이 될 떄는 영어가 한국어로 완전히 바뀌죠. 이때 만약 이련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관측하는 대상(저 문서에서는 항서사적 개체라고 불렀죠.)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재단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자신의 기지와 모든 문서가 영어에서 한글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면 어떨까요? 아니면 잠시 한국 재단이 인터넷에서 사라졌을 떄 (참고) 그 사람은 뭐를 느낄까요? 그리고 다시 생겨날때는? 이 생각으로 저 문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정도뿐입니다. 쓰다보니까 길어져서 접어야 할 것 같네요. 아무튼 저는 여러이유로 못 쓰게 되었지만 이 아이디어를 풀어놓아서 여러분에게 영감을 준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계속 끙끙대던 아이디어를 내뱉으니 조금 후련하긴 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