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은 말이지만 이 SCP, 특히 1931년 가토 작전은 제가 나무위키에서 작성 및 대거 편집했던 문서들인 해수구제사업, 야마모토 타다사부로 문서 등과 함께 읽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야마모토 타다사부로의 호랑이 사냥 일지인 '정호기'에서 호랑이와 표범의 잡종으로 사진과 함께 언급된 '수호'와 조선시대 민화들에서 호랑이와 표범을 섞어놓은 모습으로 묘사된 호랑이들, 그리고 해수구제사업을 밝혀낸 동물문학가 엔도 키미오씨가 찾아간 합천 가야마을 주민들이 표범을 '범 마누라'라고 불렀다던 이야기 등이 이 SCP 작성의 주요 계기였습니다. 마침 국내 창작 SCP들 중에서 호랑이를 소재로 한 게 딱히 없어 보여서 저걸 잘 다듬어 보면 그럴 듯한 SCP가 나올 듯 하더군요.
번호인 721은 엔도 키미오씨가 밝혀내 지금까지도 '일제강점기 때 잡힌 호랑이와 표범의 숫자'로 알려져 있는 호랑이 97마리와 표범 624마리를 더한 숫자입니다. 물론 누락된 년도가 많아 실제로는 이것보다 많겠고, 이름인 '범'은 호랑이와 표범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인 만큼 이것보다 더 적절한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격리 불가한 존재로 설정한 건 개인적으로 호랑이에 대해 지닌 인식이 한몫했습니다. 야생 시베리아호랑이 1,000시간 촬영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던 다큐멘터리 PD 박수용 감독의 저서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에서 '하쟈인'이라는 이름의 수호랑이가 15시간만에 92km를 이동했다던가, 수호랑이들이 영역 순찰로 400, 2,000, 2,500km씩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본 후로 호랑이라는게 가둬둘만한게 아니다 싶어졌습니다. 동물원에서 호랑이들 볼 때마다 들던 생각이 그랬다보니 여기에서만은 나름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개체로 설정해 보고 싶었습니다.
수호들이 갇혔을 경우에 보이는 증상은 호흡을 멈춰 죽는 것 빼고는 실제로 동물원에 있는 야생동물들이 보이는 증상입니다. 앞다리를 무는 건 제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2012년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태어나 경남의 모 실내동물원으로 보내진 수컷 호랑이 '달구'가 보이던 증상이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달구의 위치는 경기도 모 수목원이었습니다. 달구가 아직 살아있다면 환경은 세 곳 다 엉망이었지만 정신적인 안정만이라도 기원해 봅니다.
흔히 호랑이 이마에 王자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에서는 시베리아 원주민들이 호랑이 이마에 王자, 목덜미에 大자가 있다고 믿어 강한 수호랑이를 '왕대'라고 부른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러시아 학자였던 니콜라이 바이코프의 소설인 '위대한 왕'에서도 王자와 大자에 대한 똑같은 서술과 함께 주인공인 한국호랑이의 이름이 '왕대'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분의 말씀에 따르면 이마에 王자가 있는 호랑이 묘사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호랑이 묘사라더군요. 조선백수도록의 서술은 그 영향을 받은 흔적입니다.
이자메아의 가토 작전은 당연하게도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의 호랑이 사냥으로 유명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성을 채용했습니다…만, 사실 가토의 호랑이 사냥에 대한 구체적인 실제 기록은 없습니다. 에도시대 말부터 민간에서 있었던 가토에 대한 영웅화와 일본의 한반도 침략에 대한 야욕으로 가토의 이미지는 "조선의 맹수인 호랑이를 사냥해 기개를 떨친 용맹한 일본 무사"가 되었고, 이게 오늘날까지 이어져 가토가 호랑이 사냥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가메이 고레노리(亀井茲矩), 깃카와 히로이에(吉川広家), 시마즈 다다쓰네(島津忠恒), 나베지마 나오시게(鍋島直茂),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 등이 임진왜란 중 호랑이를 사냥해 도요토미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최경국 교수의 에도시대 말 대중문화 속의 호랑이 사냥 -가토 기요마사를 중심으로-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가토 작전 입안자 토라미 히데오의 토라미(虎見)이라는 성은 일본인 성씨 중에서 '虎'자 들어가는 걸 찾아서 설정했습니다. 이 성씨는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 밑에서 호랑이 사냥을 한 병사들이 하사받은 성씨라 "호랑이(虎)를 본다(見)"라는 뜻을 지녔다는 유래가 있습니다만…가토가 정말로 호랑이를 잡았는지 부터가 불명인만큼 사실 여부는 불명확하겠고, 히데오라는 이름은 흔한 일본인 남자 이름이지만 김탁환 장편소설 '밀림무정'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대적자 역인 일본군 소좌의 이름을 채용했습니다.
함경도 사냥개인 북요구(北徼狗)는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실제로 언급되는 사냥개입니다. 전문 사냥꾼들이 일부러 회령과 경원의 시장에 가서 구입하는 덩치가 당나귀만하고 사슴, 양, 멧돼지, 곰, 이리 등을 사냥하는데 사용되는 개로, 가격이 거세한 소 네다섯마리에 육박하지만 용맹한 것은 능히 호랑이와 표범을 사냥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1931년 가토 작전 맨 마지막에서 언급된 '레오폰'은 실제로 고시엔 한신파크에서 수표범 카네오와 암사자 소노코 사이에서 태어났던 5마리의 동물들로 이름들은 본문에서 언급된 그대로 레오키치, 폰코, 조니, 체리, 데이지였습니다. 지금은 다들 죽어서 박제가 되었고 한신파크 폐업 이후로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한신파크는 레오폰에서 만족 못하고 레오폰들 중 암컷 데이지와 다른 동물원에서 불러온 호랑이를 교미시켜 사자, 호랑이, 표범의 3종이 섞인 잡종을 만드려다 실패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반영해 볼까 하다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서 관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