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경연 투고작입니다.
경고: 보안 인가 4등급 요구됨. 허가받지 않은 인원의 접근은 엄격히 금지됩니다.
일련번호: SCP-600-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SCP-600-KO는 노래마인 이사관 관하의 한국사령부 중앙기지에서 전산망에서 분리된 단 하나의 보고서 원문에 격리한다. SCP-600-KO 보고서의 갱신 여부를 매일 감시하며, 갱신사항을 발견할시 기동특무부대 카파-6 "데이터 벌목꾼"이 신규 SCP-600-KO-A를 추적, 파기해야 한다.
설명: SCP-600-KO는 메타적 변칙 개념이다. 자신을 언급하는 문서를 나무 모양의 마인드맵 형식으로 바꿔버리며, 대상에 오염된 문서(SCP-600-KO-A)들은 모두 동일한 내용을 갖게 된다. 각 SCP-600-KO-A의 내용은 모든 문서에서 SCP-600-KO 관련 서술만 남겨서 한데 모은 것이다. 문서에 하이퍼링크가 있으면 이를 타고 전파 될 수 있으며, 이는 디지털 문서, 인쇄 문서, 수기 문서 등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
확보 기록SCP-600-KO-A: 2019년 4월 5일. 서울 ██ 도서관에서 SCP-600-KO-A가 발견되어 재단이 회수하였다. SCP-600-KO-A는 확보 당시에 가지 502개, 뿌리 1296개로 매우 복잡한 상태였다. 이후 기동특무부대 카파-6 "데이터 벌목꾼"이 SCP-600-KO-A들을 추적, 파기하여 현 상태까지 단순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SCP-600-KO는 송원재 박사다
사건 기록 SCP-600-KO: 2020년 4월 3일. 관리상 실수로 한국사령부 데이터베이스가 SCP-600-KO에 광범위하게 오염되었다. 이후 송원재 박사가 사라졌고, 잠시 뒤 SCP-600-KO 오염 사태가 빠르게 수습되었다. 이 사건 이후부터 SCP-600-KO-A에 나타나는 나무 그림에 남성의 형상이 추가되었다.
면담 기록 SCP-600-KO
면담 대상: SCP-600-KO
면담자: 서아인 박사
서론: 서아인 박사가 SCP-600-KO 보고서에 면담 기록을 추가하여 송원재 박사와 소통을 시도할 것을 제안, 승인됨.
<기록 시작, 2020년 4월 12일.██시 ██분.>
SCP-600-KO: 송원재 박삽니다. 저도 제가 어떤 상탠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저는 잘 있습니다.
SCP-600-KO: SCP-600-KO와 동치 시키려면 한 개인이란 개념 정도는 되어야 효과가 있네요.
SCP-600-KO: 향후 대응 필요시 참고 바랍니다. 안타깝지만 제 정보량은 데이터베이스의 SCP-600-KO 솎아낸 거로 거의 소모된 것 같습니다.
SCP-600-KO: 제가 쓴 글씨, 저거는 남겨주세요. 저걸 지웠을 때 물리적인 제가 복원될지, 그나마 개념으로서의 저도 사라질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죠.
<기록 종료, 2020년 4월 12일. ██시 ██분.>
결론: SCP-600-KO와 송원재 박사가 동치되었으며, 송원재 박사가 쓴 "SCP-600-KO는 송원재 박사다" 라는 문구를 제거할 시 개념으로서의 송원재 박사가 사라질 위험이 있음이 확인됨.
조잡하게나마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포스트에는 글꼴이랑 객체 등급 바 소스가 써지질 않네요.
군대에서 이런 글을 쓰시다니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송원재 박사 자신이 scp-600-ko와 동기화되면서 600-ko의 변칙성 전염을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인가요?
대략 맞습니다.
SCP-600-KO는 어떤 '개념'입니다. 확보되기 이전에 본래 이 개념을 일컫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 개념이었는지, 본래부터 이런 변칙성을 가진 개념이었는지는 이제 와선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재단이 확보한 이후 이 개념의 이름이 "SCP-600-KO"로 정해졌다는 것 뿐이죠.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SCP-600-KO가 격리되면서 개념의 실체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변칙성의 영향을 받아 마인드트리 꼴이 되었지만 내용 자체는 누락된 것이 없음에도, 보고서에는 SCP-600-KO가 '메타적 변칙 개념'이라고만 서술되어있을 뿐이고, 사건기록 이전까지는 이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개념인지 서술하는 문장이 전혀 없습니다.
이것은 데이터베이스 오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송원재 박사가 알아챈 사실이기도 하죠. 솔직히 말해 사태 도중에 박사가 "SCP-600-KO는 송원재 박사다"라는 문장을 적은 것은 순전히 도박수를 던진 것이었습니다. 그 시점에 박사가 알 수 있던 것은 "SCP-600-KO는 자신을 언급하는 텍스트를 수집한다"는 사실과 "SCP-600-KO 자체가 무엇인지는 불명확하다"는 사실 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앞선 성질 덕분에 이 문장은 SCP-600-KO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고, 후자의 사실 때문에 SCP-600-KO는 그 자신의 '개념'을 또다른 '개념'1으로 재정의하는 이 명제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SCP-600-KO는 송원재 박사다"라는 새로운 정의가 이 개념을 서술하게 된 것입니다. 단순히 동기화된 것이 아니라, 박사가 SCP-600-KO의 정체 그 자체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SCP-600-KO가 실체 없는 개념이라는 사실이 변한 것은 아니므로, 이 개념은 "SCP-600-KO인 동시에 송원재 박사인 형태"로 존재하게 된 것이죠.2
따라서 본래의 송원재 박사는 실체를 잃고, SCP-600-KO가 그의 자의식을 갖게 되는 어정쩡한 구도로 이 문장은 실현됩니다. 박사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SCP-600-KO가 제멋대로 뻗쳐나간 가지와 뿌리들을 쳐낼 수 있었죠. 하지만 송원재 박사는 SCP-600-KO의 본래 정체가 아니기 때문에 SCP-600-KO로서 행동할 때마다 스스로의 개념을 깎아먹게 되었고, 사태를 수습한 뒤에는 더이상 SCP-600-KO의 변칙성을 통제할 수는 없고 고작 자아를 유지할 정도만 남게 된 것입니다.
원래는 이런 사실을 포함해서 송원재 박사의 남은 자아가 사건 이후의 내용을 더 서술하도록 쓸 생각이었지만, 글을 더 강렬하게 매듭짓기 위해서 상세한 내용을 대거 생략하게 되었습니다. 불충분한 서술로 혼란이 있었다면 제가 부족한 탓이겠죠.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