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nywiseTheClown의 유일한 작품, SCP-507입니다. 일명 "또기작"이고, 누가 보더라도 요즘은 이런 거 써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507이 절대 평가절하당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또기작"치고 507은 밸런스 조절을 정말 잘해놨어요. 그냥 엑스맨 아니냐고 하기엔 507의 이동 방식은 언제나 떨떠름(reluctant)하고, 너무 대접받고 산다고 하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단순할지언정 납득해줄 만큼은 갖춰져 있습니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부족해 보일 수도 있긴 있겠습니다만, 잘 뜯어보면 적어도 2008년 기준으로 작가가 정말 굉장한 통찰력으로 이런 설정을 만들어냈다는 게 보입니다. 682도 나오는 시절이었는데 507마저 없었다면, 재단이 세련된 세계관 갖추려면 좀더 먼 길을 돌아가야 했을지도요. 재단의 출발점이라는 크리피파스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내용인데도, 그래서 저는 507을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편, 캐릭터 덕질 쪽으로 SCP를 좋아한다면 507은 묻히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얘는 자기 변칙성 때문에 허구한 날 마션을 찍는데, 변칙성 빼곤 아무것도 잘난 게 없습니다. 박사도 아니고, 기억상실 첩보원도 아니고, 4형제 중 막내라 동정심 사는 것도 아니고... 맨날 이상한 데 떨어져서 고생밖에 안 하지만 결국에는 돌아오고, 그때까지 능력도 딱히 없으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독자는 어느새 507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076이나 105 같은 건 너무 띄워져서 문제라면, 이건 저는 조금만 띄워 줬으면 좋겠어요.
507-G는 SCP-507이 올라오고 한 1년 있다가 나왔습니다. 한동안 아무 태그 없이 있다가, 1년쯤 지나고야 본 문서에 링크가 걸렸습니다. 역시 어떤 글이든 일단 묻히면 안 좋습니다…
507-3B는 2년쯤 되어서야 나왔습니다. 처음 부분(그리고 맨 마지막 부록)은 확실히 PTC가 썼고, 507을 잘 설계했는지라 처음엔 정말 신기한 차원들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중반쯤 넘어가면 살짝 질이 떨어지는 느낌이 나긴 하지만요. 그래도 어떤 차원이든, 흔한 일명 "914식 SCP"보다는 나아 보입니다. 914식 SCP는 "이거 이렇게 하면 어떻게 돼요?"라면서 규칙이 있는 척하느라고 되게 애를 쓰지만, 507은 아예 없다고 떳떳하게 말해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