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변경했습니다
뜻이 통하고 카논제목으로 굳어졌으니 존치하자는 의견입니다.
"비-"는 ~가 아님 을 의미하는 부정접두사로, 주로 '~적(的)이다' 꼴로 쓰일 수 있는 명사와 어울려 사용되므로, 분명 '설립'이라는 명사와 딱 맞아떨어지는 접두사는 아닙니다.
한편 "미-"는 아직 이루어지거나 완료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는 부정접두사이며, 파생어 "미설립" 역시 예정되거나 요구되는 시설 및 조직 등의 설립이 아직 진척되지 않은 경우에 사용되는 용례가 가장 많고 의미도 부합합니다. (미설립 법인 등이 대표적)
본 카논에서 SCP재단은 미설립 상태인 것이 아니라 아예 존재한 적도 없고 존재할 일도 없는, 존재 근거가 부인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미설립"이라는 단어 자체의 어법적 정합성만을 근거로 "미설립"이 본 카논 제목으로 더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실 제일 적절한 번역은 "설립되지 않은" 또는 의역해서 "재단이 없는" 정도이겠으나 (실제로 일위키는 "재단이 없는 세계"로 번역했습니다), 현 번역어 "비설립"이 한국어 화자에게 충분히 전자의 뜻을 의미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변경의 효용이 낮다고 판단하여 존치를 주장합니다.
카논 페이지 들어올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마침 할일없는 시험기간이고 하니 한번 알아보게 됐네요.
본사 포럼의 해석글입니다. 틀린 부분은 전부 제 책임입니다.
Spider_Jaws : 그냥 질문: "비설립" 우주에서 소년이 죽는 이유가 뭔가요? 크게 볼 때 별로 상관은 없는 것 같는데. 왜 그렇지?
소년한테 일어나는 일이 크게는 아니라도 뭔가를 바꾼다는 걸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한데… 허브가 말하는 것처럼… 그래도 왜 그런 거죠?
MrWrong : 개인적으로는 소년이 그 세계에서 "관리자(The Administrator)" 또는 재단의 설립자가 될 사람이었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 아니면 재단은 없는 거죠.
물론 이렇게 해석하는 건 영웅사관스럽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개인들이 모여서 결국에 만들어지는 기관들이 있으니까요. 징기스칸 없이 "몽골"이라는 나라는 없었을 것처럼. 무슨 다른 지도자가 몽골이 될 나라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반드시 우리가 아는 그 몽골이 되지는 않겠죠.
전 저 모든 걸 비유라고 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인류이고 오토바이는 변칙개체죠. 그럼 아들의 죽음은? 재단이 없는 세상에서 변칙개체로 발생한 피해입니다. 재단이 없는 세상, 인류는 좀 다른 역사를 겪고, 더 많은 피해를 입겠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죠.
글쎄요, 재단이 없다 해도 변칙개체를 격리하면서 살아갈 단체는 얼마든지 있고, 게다가 재단이 꼭 선이라야 하는 것도 아닌데(우리가 그렇게 믿고는 있지만 그걸 단정지어 버리는 건 위험하죠), 이 해석은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변칙개체 = 피해, 그렇게 해석하는 건 그보다 더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변칙은 그냥 변칙이죠. 재단이 그네들을 격리하기는 하지만, 그건 꼭 위험해서라기보다는 "아직 우리가 원래 아는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니까 우리가 대신 노력해서 이해를 시켜 줄 건데 그때까지만 모르고 있어 줘"에 가깝습니다. 재단이 한순간 멸망해서 변칙개체가 싹 다 풀려났다 같은 게 아닌 이상 위험한 일이 일어날 리는 없잖습니까? (물론 173 하나로도 충분할지도 모릅니다만)
그리고 오토바이는 어떻게 말해도 끼워맞추기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음… 저도 이젠켈님처럼 해석하였습니다.
전 이 페이지에서 쓰인 SCP재단이 설립되지 않은 이란 말이 단순한 'SCP재단 이란 단체'가 설립되지 않은 이란 말이 아니라, SCP재단처럼 변칙개체를 격리하면서 살아가는 단체가 설립되지 않은 이란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즉, 그 어떤 변칙 개체들도 격리되지 않은 세계뭐, 458이나 005같은건 특정 개인이 소유하고 있겠지만요라고 해석한거죠.
그건 아닙니다. 카논 설정상 재단을 제외하고 모든 것은 대체로 같거든요. GOC는 여전히 열심히 뭘 부수러 다니고, UIU는 더 중요한 일을 맡습니다. 제가 번역하려다 만 이야기에서는 CotBG가 갖고 있던 914를 마샬 쪽 군대가 뺏어서 파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즉, 이 카논은 딱 재단만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다룹니다. 아예 혼돈의 카오스가 된 세계는… 부서진 가면무도회가 더 어울리지 않나요. (이쪽 카논은 읽어본 적 없어서 잘 모릅니다) 적어도 이 카논이 격불님 생각하고는 다르다는 건 확실합니다.
제가 저 포스트를 단 이유는, 일단 MrWrong의 영웅사관에 제가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재단을 만든 건 설립자가 아니라, 시대의 요구입니다. 설립자가 죽으면 우리가 아는 SCP 재단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분명 그 비스무리한 단체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죠.
그리고, 재단이 없고, 다른 단체들이 변칙개체들을 격리한다고 해도, 그 방식과 결과가 재단과 동일할 수 있을까요? 저 사고는 그 달라진 방식과 결과의 일부분의 비유일 뿐이에요.
마찬가지로 재단이 그것들을 격리하는 건 "아직 우리가 원래 아는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니까 우리가 대신 노력해서 이해를 시켜 줄 건데 그때까지만 모르고 있어 줘"가 아니라, 변칙개체로 인해 야기될 피해와, 무엇보다도 사회적 혼란(이것만 해도 분명 변칙=피해라는 등식은 성립합니다. 우리가 아는 방식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요.)의 방지죠.
확실히… 재단 강령을 보니까 변칙존재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네요. 제가 생각했던 방향도 있습니다만, "보호" 쪽에 그냥 짧게만 실려 있었습니다. 이건 제가 기본 전제와 다르게 생각했다는 걸 받아들여야겠네요.
저도 어떠한 사건이나 현상을 특별한 개인의 행동의 결과로 해석하는 방식에는 대개 반대하지만, 이 경우엔 마냥 이젠켈님 해석을 따르기도 애매합니다. 제가 의아한 점은 두 상황 모두 오토바이가 '제어에서 벗어난다'는 건 일치한다는 사실입니다. 설립-비설립의 차이가 재단(또는 그와 유사한 단체)의 유무를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면 '설립'에선 오토바이를 제어하는 무언가에 의해 소년이 생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괜찮은 해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MrWrong의 해석도 그의 개인적인 해석일 뿐이니 다르게 생각하는 걸 망설일 필요는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