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3999, LordStonefish의 SCP-3000 경연 출품작입니다. 한 층위에서만 볼 때 이 글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두 층위에 각각 존재하고, 또한 동시에 존재합니다. 3999는 이 글을 쓴 결과이고, 3999는 이 글을 쓰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이토록 괴상망측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좋은 의미에서 "미친 글"로 불리기 손색이 없습니다.
위에서 보신 대로 이 글은 LordStonefish가 마음이 지친 나머지 마지막 작품이라고 공언했던 글입니다. 그리고 최초로 +100을 안긴 글이죠. 지금은 +1000을 넘었고, LordStonefish는 올 하반기엔 좀 뜸하지만 다시 활동 잘 하고 있습니다. 포럼에 몇 달 동안이나 위로글이 올라왔는데, 사실 3999 다음 작품은 한 달만에 나왔어요. 뭐… 그래도 덕질할 의지를 회복해서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ObserverSeptember가 제기하고 LordStonefish가 공인한 바에 따르면, SCP-3999는 작가 자신을 나타냅니다. 이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큰 틀에서 3999는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뉩니다. 길이가 균등하진 않습니다.
- 1부 : "3999를 격리하려면 탈로란을 어떻게 해야 한다"에서 시작하는, 작가가 탈로란을 죽이려는 시도
- 2부 : 혼란과 탈로란의 저항, 그리고 탈로란이 기회를 잡아 작가에게 반격하는 모습
- 3부 : 면담, 그리고 멋진 결말
이 모든 짓거리들이 시작한 계기는 아예 대놓고 나와 있으므로 생략합니다.
누구를 죽이고 선물하고 가두고 하는 1부의 공격이 악랄하지만 동시에 처절하다면, 2부의 공격은 처음에는 조잡할지언정 나중에는 간단하지만 아주 무섭습니다. 내가 프리딜하던 상대가 나한테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똑같은 공격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 두 가지만으로 탈로란은 꿈 속에 나타나기도 전에 작가와 거의 똑같은 위치에 서게 되었죠. 물론 이 싸움은 처음부터 어느 한쪽이 다른쪽을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양과 음을 오가는 듯하던 갈등은,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 수직선과 수직하는 방향으로 쏘아져나와 또 되돌며 멋진 결말을 낳았습니다.
나무위키, 유튜브, 블로그, 레딧 등 생각나는 모든 곳의 해석들은 다 살펴봤는데, 일단 핵심은 이 정도로만 말씀드립니다. 글이 난삽해 보이지만 구조가 생각보다는 간단해서, 직접 해석해 보시기 영 어렵진 않을 것 같습니다."이게 내 생각인데… 맞나?" 하는 해석이 있으면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작가의 머릿속을 마음껏 헤뒤집었다는 듯이, 이 글에는 여러 가지 작품들의 인용이 등장합니다. 사실 모두 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아래에 정리해 봤습니다.
- 맨 처음의 시 세 줄은 T. S. 엘리엇의 《프루프록의 연가》(The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를 인용한 구절입니다. 번역글은 영문학자 황동규 교수의 번역을 참조로 했습니다. 열하루의 제국은 닥터후에 나온다던데… 잘 모릅니다. "잃어버린 시간"하고 관련은 있다는데, 굳이 등장시킨 자세한 사정은 함구하겠다네요.
- 프리벳가 4번지의 더즐리 부부 이야기는 물론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입니다. 번역글은 2014년 12월 출간된 판을 참조로 했습니다.
- "모퉁이를 돌며" 하면서 나오는 부분은 비틀즈의 《Penny Lane》입니다.
- "공룡 산책을 시키지"는 어반딕셔너리 풀이도 있긴 한데 Was (Not Was)의 《Walk the Dinosaur》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등장하는 논문의 제목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두 "재단과학출판부" 명의입니다.
2. SCP-2432-프라임 내 던클리오늑대의 섭식·사회·생식 행동
3. 변칙적 베헤모스의 구조상의 외부엔트로피적 원소 합성
4. SCP-3999와 그 탈로란 연구원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
5. 레논/매카트니, 표절, 오마주, 그리고 SCP 개체
6. 사회의 아리스토크랫 조크
7.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구의 오용
여담 : 읽으면서 계속 생각났던 영화가 짐 캐리랑 케이트 윈슬렛 나온 《이터널 선샤인》입니다. 멜로를 내적갈등으로, 배경을 재단으로 바꾸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네요. 물론 전개구조가 주는 느낌 땜에 떠오른 거고 주제가 천지차이입니다만.
본사 포럼에는 Mendelssohn이 추천한 곡(동프…), Tempi가 추천한 곡 등이 있습니다. 저는 비틀즈의 《Revolution 9》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은데…
독백 마지막의 "굴복하다"는 원문 단어가 submit인데, 이건 "제출하다"이기도 합니다. 일위키 번역을 보고 아무래도 중의적 의미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열하루의 제국에게 마지막으로 굴복했고, 재단에다 이 글을 (당시로서는) 마지막으로 제출했으니까요. 크으~
쓸데없는 여담으로 이 글은 재단의 특정 회원을 대놓고 까는 희귀한 글이기도 합니다. "특정 회원"이 작가 자신은 아닙니다…
지금 본사에서는 +1000이고 다른 위키에서도 평가가 좋은데, 놀랍게도 러위키에서는 -14를 찍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번역 평가는 절대로 아닙니다. Osobist의 평가를 소개드리겠는데요… 그냥 구글 번역해서 보세요. 참고로 첫마디가 Отвратительная статья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