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를 위하여

내가 생각하는 건 엘리제 뿐이었다. 그녀를 갖는 것 이외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하나로 시작했다. 나 혼자, 뭘 하든 혼자서. 내 세계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나 자신과 아마추어 무선 방송 세트 뿐이었다. 방송전파는 내 생각을 노래해주며 세상 곳곳 모든 구석의 친구들과 목소리를 전해주었다.

그것이 내 친구였다. 내가 그녀를 보기 전까지는.

아름다운 그녀는 슈퍼마켓에서 푸른색 줄무늬 드레스를 입고 우유와 밀가루와 설탕과 버터와 블루베리를 사고 있었다. 나는 사과 한 봉지와 핫포켓츠1 조금을 샀다.

아마 머핀을 만들려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 보려고, 인사를 건네려고 했지만, 그녀는 그저 미소만 남긴 채 걸어가 버렸다. 그녀가 나를 보고, 그녀가 내 눈을 보고 미소를 남긴 것이다!

나는 황홀경에 빠졌다. 의식된 것이다. 희망적인 일이었다.

나는 무언가를 읽기를 즐겼다. 책도 읽고, 설명서도 읽고, 화장실 벽이나 하수관 갱도의 낙서에서도 시간과 공간과 구멍과 반복 고리와 인과율의 구속의 예외들을 읽어내었다. 핵탄두와 목청이 터지도록 비현실의 노래를 부르는 타키온들. 물론 이건 비유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가끔은 읽기가 영감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같은 시간에 식료품점을 다시 찾아 같은 통로에서 같은 사과 봉지를 손에 들고 다시 머핀 재료를 사러 올 그녀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거의 포기할 뻔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녀를 보았다.

도대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내 자신도 알 도리가 없다. 어쩌면 머릿속을 맴돌던 노래일 수도 있고, 그녀의 샴푸 냄새일 수도 있고, 손에 들린 사과 봉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화장실이 급해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해냈다. 그녀에게 커피 한 잔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는 곧바로 죽이 맞았다.

나는 쪽방에서 무언가, 무언가 획기적이고 엄청난 것을 만들고 있었다. 무언가 아름다운, 무언가 정말 복잡한, 안테나와 트랜지스터와 저항기의 교향곡. 전자부품들의 진정한 관현악.

거기에 약간의 세슘도 더해서.

모두들 그것이 재현불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이것이 작동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모두들 폭발 없이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고, 설령 성공한다 해도 불과 순식간만 존재하다가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들은 이 세계에는, 자기들의 세계와 비교해서 너무 낯선 이곳에는 존재할 수 없었다.

내게 동기를 부여한 것에 그들은 자극되지 않았다.

내가 두 번째로 데이트 신청을 했을때 그녀는 행복해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매료된 얼굴로 대화하는 와중에는 우리 자신도 잃고, 세상도 잊고, 시간도 무의미해졌다. 우리는 거의 뭘 먹지도 않으면서 밤새도록 세계, 미래, 과거, 현재 따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시간을 소유할 것이었다.

넷째 날이 되자 전파 안테나 근처의 변전기에 어댑터를 설치했다. 나는 그녀에게 구경 오라고 말한 바 있었고, 일출을 보자고 초대했다. 그녀는 밀밭 위로 떠오르는 해의 광경이 얼마나 경탄스러운지 알고 있었다.

다섯째 날이 되자 거의 준비가 완료되었다.

여섯째 날이 되자 나는 오전 5시 정각에 방송탑 앞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계획에 따라 물건들을 설치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준비한 말을 그녀에게 건네는 것 뿐이었다. 내가 그녀를 내 인생 그 자체보다도 사랑한다는 말을. 그녀가 영원히 들을 말을.

그녀가 나타났다.

내가 처음으로 한 일, 동시에 마지막으로 한 일, 내가 그렇게 기다렸던 유일한 일은 그녀에게 키스하고 스위치를 넣는 것이었다. 그러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끝없이 반복되었다. 문은 열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키스했고 나는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끝없이 반복되었다.

우리는 문을 열려고 시도해 보았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모든 곳에서 오는 그리고 아무뎃도 오지 않는 촛불에 비쳐 반짝일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키스했고 나는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끝없이 반복되었다.

그녀는 내게 비명을 질렀고,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녀는 웬 판잣집 속에서 영원히 일출을 기다리다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키스했고 나는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끝없이 반복되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키스했고 나는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시작되었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고, 끝없이 반복되었다.

타키온 방출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고들 말했다. 나는 내 차고에 방출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한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영원을 소유하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언제까지나 맞잡고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30분만 지나면 다시 되돌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타키온들이 얼마나 멀리 도달했는지 내가 알 도리는 없다.

하지만 내 사랑과 내가 이제 영원히 함께라는 것은 안다.

시간이 죽은 그날 내가 그곳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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