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셀레스트의 지하에서 당신은 어둑한 복도를 걸어간다. 그 끝에는 학원장실이 있다. 그 안 복도의 어딘가 음침한 분위기와 대조되는 고풍스러운 방에 학원장이 앉아 있었다. 자리에 앉자 학원장이 입을 연다.
"학생, 그 동안 성적이 아주 떨어졌군."
당신은 고개를 숙인다.
"학생은 또 시작이구나 하면서 흘려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야. 매주 성적이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오르지는 않았다고! 이러한 추세는 딱 한 달 전부터 시작했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결코 학생의 장래에 좋지 않을 거야.
자네가 지금 있는 곳은 셀레스트야. 여기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교육 시설이 있다고! 교육을 위해 우리만큼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은 없어. 심지어는 공교육보다도 말이야. 학생이 여기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다른 어디에서도 실패할 거야. 자네 입시 말이야. 아주 처참한 실패가 있겠지.
학생은 처음 이 학원에 들어왔을 때 열정으로 가득한 눈빛을 내게 보여주었지. 스스로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그 눈빛을 잃어버렸군. 이제는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잖아. 결국 이 학원에서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린 거야."
학원장실에 적막이 감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학원장을 바라본다.
"….그래. 자네는 이미 지쳐있군. 내가 봤을 때 학생이 이 학원에서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여. 그래서 결정을 하나 하려고 하네. 학생은 내일부터 수업을 들을 필요 없네."
당신은 깜짝 놀란다. 당신은 확고한 표정의 학원장을 본다.
"왜? 내가 장사치로 보이나? 내가 너희들에게 학원비 몇 푼을 받으려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니라고. 자네는 퇴학이야. 그게 자네에게도 좋을 거야.
나도 은근히 바쁜 사람이야. 오늘 보는 것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그러면 자네가 날 보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이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 내가 내 이야기를 해주마.
나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했지. 그때에 나는 학원가의 천재라고 불렸어. 내게는 정말로 공부가 쉬웠다. 중학교때부터 항상 나는 정점이었고 결국 일류 대학교에 진학했지. 모든 것이 순탄한 길이었어.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했지. 아무리 공부를 하고 또 해도 부족했어. 아무리 공부해도 세상에는 내가 알 수 없는 난제들이 가득했었다고! 나는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난해한 세상에 부딪혔던 거야! 나는 낙담했다. 방황했지. 공부를 할 의욕이 꺾여버렸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나는 그분을 만났지. 그렇게 나는 깨달음을 얻었어. 나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 학원을 세웠지."
당신은 어딘가 이상한 이야기에 학원장을 바라본다. 그는 열광에 찬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라고, 뭔가 이상하지 않아? 도대체 이 학원은 뭐 때문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학원생들의 미래? 이 나라의 장래? 정말 그걸 위해 우리가 그 많은 자본과 시간을 쓴다고 생각하나?
고작 입시 따위를 위해 그런 최고급 시설을 만든다니 말이 안되잖아! 그런 이름뿐인 명패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자네는 고작 그런 것 따위를 위해 이런 시설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큰 오산이지.
나는 그분을 위해 이 학원을 세웠고, 그 분에게 이 학원의 모든 감정을 바친다. 이 학원은 그걸 위해 존재하는 거야. 너희들은 이 학원에서 끝없이 노력하고 낙담하고 갈등하고 절망하고 안도하기 위해 이 학원에 온 거라고. 그 모든 시설들이 그걸 위해 있는 거야.
그런 번뇌 없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니 큰 오산이지. 그런 수많은 고통을 이겨내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셀레스트는 그런 곳이야.
자네는 낙오했지만."
학원장은 당신의 뒤쪽 책장으로 걸어간다. 학원장이 잠깐 뒤적거리자 뒤에서 무언가가 작동되는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가 열리자 당신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학원장이 그런 당신을 시퍼런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일어날 수 없을 거야. 그렇게 만들어진 의자니까. 아쉽게 되었군. 자네도 학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우수한 학생이었겠지."
의자가 뒤로 끌려가기 시작한다. 당신은 몸부림치지만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은 학원장실을 지나 어두운 창고로 끌려간다. 당신은 드넓은 공간에서 불길함을 느낀다.
"이렇게 자네도 그분과 하나가 되는 거야. 그리고 자네는 결국 원하던 대학에 가겠지."
의자가 멈추고, 수많은 손이 당신을 덮친다. 당신은 비명을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