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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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들, 이리로 왓」

지나치게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나는 선배에게 불려갔다. 다른 신입 대원들도 마찬가지다.

「…? 에, 뭔가요?」

「기념사진 찍는다. 물론 사령부 극비로. 참여는 강제다」

거의 태평스러울 정도의 발언에, 나도 모르게 낯을 찌푸렸다.

「…추억 만들기라니, 꽤 여유롭군요」

「어, 우리 육체가 아직 인두겁을 뒤집어쓰고 있을 동안 추억을 만들어 둬야지」

신입들 가운데 한 명이 빈정거리며 말했지만, 정색을 하고 대답하니 우리들 사이에 약간의 울림이 흐른다.

「우리는 특수특무부대 시그마-01. 사람은 절대 당해낼 수 없는 것들을 제압하기 위해 사람이기를 그만둔 특공대다. 노화를 잊은 육체는 언제나 전성기이고, 사고력은 언제나 자기가 가진 무기로 어떻게 최고 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연산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사령부는 그것을, 우리가 인간을 그만두는 것을 축복하지」

그렇다. 우리들 주춧돌.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하고, 희망을 버리고, 지옥문을 두드리는 동포다. 그런데, 그럼에도 마치───

「그래서 이 행위의 의미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인간이라는 끈을 마지막까지 묶어놓기 위해서 하는 거다. …사람인 그대로 위협을 막아내는 GOC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그런 연약한 행위는 필요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얼레벌레한 재단 부대가 자랑하는 니치한 전통문화지」

───사람의 길을 남겨놓는 것 같지 않은가?


「대장, 대장…! 씨발 사라가 먹혔어!」

「뭐야 이것들… 평범한 기생 변칙성이 아니야. 인간의 시체를 1부터 다시 만들어내고 있어!」

「아, 아아」

「…대장?」

「졸려, 졸리다. 물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전신에 휘감긴 것처럼, 기분이 좋구만」

「대장! 정신줄 잡아요! 아무나 좀 와 줘! 대장이 무장해제하고 자기부터 적한테───모두들? 왜 총을 놓는 거야… 무장슈트는 왜 벗는 거야! 그 인식표와 로켓에는 우리가 인간이었다는 증거가 있잖아! 왜! 도대체 왜…!」


자장가가 들려온다. 귀를 막아도 뇌수로 비집고 들어온다. 나를 제외하면 이제 모두 귀를 막고 있지 않아.

그것을 들은 대원은 어머니의 태중으로 회귀한다. 신성한 정화와 더불어, 획일화된 생명플랜의 디자인으로 거듭난다. 맹세도, 재단의 자랑도, 모든 것을 잊고, 흐르는 노래가 황홀해 침을 흘리며, 죽지 않는 어머니의 첨병(尖兵)갓난아기이 되어 사람의 문명을 파괴한다. 상하관계는 커녕, 성별의 차이도, 개체의 차이조차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하나의 생명.

아아, 육체 뿐만이 아니다. 정신도, 영혼도, 사람보다 우월한 것으로 인도된다. 인도되어 버린다.

「엄마야… 우리들의, 엄마…」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떠들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동공이 풀려 있는 것은 알 수 있다. 축 늘어진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요람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질 때, 대원복의 가슴주머니를 통해 그것은 흘러나왔다.

「아」

사진. 사람이 만들어낸 문명의 산물. 웃는 놈도 있고, 부처님 같은 무표정도 있다. 카메라 시선도, 눈을 피하는 것도, 노려보는 것도, 울고 있는 것도,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도.

모두, 별개의 사람이다. 차이가 얼마든지 있다. 어머니가 제시한 생명플랜과 비교할 수도 없는 어리석은 생명이라는 것을,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알 수 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마지막까지 사람이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사람으로 남아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편이, 더 괴롭기 때문에.

그 쓰라린 고통을 무서울 정도로 느끼고, 눈 앞의 괴물딱지에게 절망하는, 그것이 사람이라고 과시하기 위해서.

모두들 여기에 있다. 육체는 사람을 그만두었지만, 넋은 사람으로 남고자 하는 괴로움을 안고, 로직에러의 고통 가운데서, 내 옆에 서 있다.

내가 서 있는 한, 그대들이 쓰러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대들과 함께 있다.

우리는 괴물도 아기도 아니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두 다리로 굳건히 서서, 그대와 더불어 여기에 있다.

「여기에 있는 건… 나 뿐만이 아니야… 나만이 아니야…!」

원초적 욕구에 호소하는 감미로운 노래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STF 시그마-01의 최후의 1인으로서 전장에 선다. 사람으로서 신과 결별한 영웅 마르두크의 이름을 등에 짊어지고, 눈앞의 표적을 가로막고 선다.

우리들의 어머니 티아마트는 그쪽으로 돌아서, 구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을 보는 듯한 연민의 표정을 지으며, 비로소 처음으로 사람을 비호할 대상이 아닌,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서 인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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