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통적인 방법

…1. 소위 SCP 재단이라는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UN 상임이사국 5개국 내 핵무기 시설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고 그 실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a) IAEA의 지휘 하에 전면적인 감사에 들어간다.
b) SCP 재단 정보국의 카에스틴 브롬 제1차장 및 외무부의 [데이터 말소]을 소환하여 원활한 감사에 공조하고 조사 대상이 되어야 할 재단 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c) 통제되지 않아 위험성을 가져올 수 있는 SCP 재단의 핵무기 시설을 폐쇄할 권한을 감사단에게 부여한다….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도대체 그 결의안이 애초에 어떻게 상정될 수 있었던 겁니까?

외무부 공보처장(전 UN 국제관계담당관): 분명히, GOC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악하고 강경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실망스럽군요. 결국에는 외교적 실패 아닙니까. 어쨌든, 그 결의안의 초안을 받아본 후에, 시간이 얼마나 있었고, 또 어떤 정책을 취했습니까?

외무부 공보처장: 안타깝게도, 불과 하루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실패로 끝난 그 회담 이후, 아니, 죄송합니다. 방금 전 말은 지워주십시오. 예, ‘실패로 끝난’ 그 부분이요. 안 된다니요? 그럼 저는 지금부터 모든 진술을… 네,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삼자 회담 이후 결의안 초안을 받아 보았을 때, 바로 그 다음 날 결의안이 넘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긴급히 카에스틴 차장과 [데이터 말소]를 동반하고 UN으로 향했습니다. 최대한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서 결의안을 수정하게 해야 했으니까요.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그럼 피쉬 박사와 고든 소령은 어떻게 했습니까? 피쉬 박사는 SCP-791-KO 임시 담당자였고, 고든 소령은 러시아 본토에 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외무부 공보처장: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요. 우리가 그 상황에서 그 핵무기를 다른 곳으로 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러시아와의 관계가 그렇게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부대를 물리는 것도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그래서 그들이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감독도 없이 남게 되었군요. 아무 제한도 없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런… 비전통적인 방법을 쓸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는 겁니다.

외무부 공보처장: 거기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들이 취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도움이 되었다는 걸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지금 이 청문회에서까지 외교를 하려 드는 겁니까? 당신이 공보처장으로 발령이 나서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이… 담화 교정 면제특권 재단(Speech Correction Privilege Foundation)은 뭡니까? 굳이 이렇게 이상하게까지 음운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거기다가 피쉬 박사는 이 단체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었던 겁니까?

외무부 공보처장: 글쎄요, 뭐, 윗대가리들… 아니, 방금 전 말도 삭제해 주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하지요. 윗분들 생각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외무부에서야 그냥 O5 평의회에서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지. 그리고 피쉬 박사는, 뭐, SCP-791-KO의 임시 격리 담당자로 임명되었다는 사실을 일깨워드리고 싶습니다. 제한적이어도 보안 등급 4등급을 부여받았었다고요.

[데이터 말소] [데이터 말소] 녹취록
[신원 미상]: 오늘 뭔가 중대 기자회견이 여기서 있다고 하지 않았나?

[신원 미상]: 우리도 그런 소리 듣고 여기로 온 건데. 자네들도 그랬나? 뭘 발표하길래 여기까지 오라는 거지? 그것도 생방송으로 하라고 하면서 말이지. 굳이 발표할 필요도 없이 그냥 데스크에 직접 전화하면 될 걸 가지고.

[신원 미상]: 우리는 그냥 여기서 들으면 되는 거야. 그 악명 높은 담화 교정 면제특권 재단(Speech Correction Privilege Foundation)에서 나온 작자들이라고 하니까. 개인적으로 그 재단에서 압력 넣어서 기사 바꾸는 거 몇 년째 봤는데도 적응이 안 된다니까. 그런데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 아, 나오는군. 처음 보는 사람이기는 한데.

피쉬 박사: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음. 아울러 입에는 마스크를 쓰고 있음.) 안녕하십니까,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 기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일단 이거 생방송으로 나가는 거 맞는지부터 확인하죠. 맞다고요? 예, 좋습니다. 지금 우리가 발표할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인 내용입니다. 저희는 지금 여기서 다수의 국제협약 위반, 그리고 우리 어머니 러시아에 대한 반역행위, 이 나라의 지도층의 심각한 분열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 미국에서 나왔던 워터게이트 사건 따위는 이것과 비교도 안 될 겁니다.

고든 소령: (작게) 분위기 그만 잡고 빨리 말해.

피쉬 박사: 좋습니다. 여러분은 아마 모두 바이칼 호에 대해 아실 겁니다. 아마 가 보셨을지도 모르지요. 바로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무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바로 핵무기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있는 이 곳은, 바로 그 핵무기를 통제하는 시설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있는 이 곳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무기의 방아쇠가 있습니다.

[신원 미상]: 죄송하지만 정말이지 믿기 힘든 내용이군요. 혹시 입증할 증거라도 있습니까? 아니면 최소한 확인된 내용이기는 합니까?

고든 소령: (AK-74를 꺼내듬) 증거? 바로 여기 있다! 내가 바로 이 시설을 관리하고 담당하는 경비대장이니까! 자, 이제 좀 신뢰가 가시나? 여기 빌어먹을 핵무기 시설이 있고, 그걸 지키기 위해 나를 위시한 중무장한 경비대가 있던 거라고! 이제 알겠나?

[신원 미상]: 그 핵무기를 설치한 자가 누굽니까? 명령자가 누구인 겁니까?

피쉬 박사: 아, 그게 더 심각한 문제지요. 나는 지금 여기서, 아직도 러시아의 권력층 내에 끔찍한 스탈린주의자요, 반역자가 숨어 있음을 폭로하겠습니다. 이 핵무기를 만들라고 지시한 자는 바로 미하일 페트로브나입니다. 미하일, 페트로브나요.

[신원 미상]: 그 외무성의 고위 당직자 말입니까?

피쉬 박사: 예, 바로 그자입니다.

(웅성거림)

피쉬 박사: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지요. 얼마 전 모스크바 시내에서 벌어진 그 시가전도 그자의 짓입니다. 미하일 페트로브나가 반대파를 쳐내기 위해 벌인 짓이고, 만약 지금 그를 막지 못하면, 그자는 훨씬 더 나아갈 것입니다.

앵커: 예, 방금 전 생방송으로 엄청난 폭로가 이루어졌습니다. 정말 믿기 어려운 내용인데요, 벌써부터 이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한 여론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이 베일에 싸인 사나이, 미하일 페트로브나에 대한 심층 뉴스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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