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니 대상

평가: +4+x

karkaroff 2019/8/22 (목) 10:35:01 #8296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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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에서 술을 마시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줏어왔다. 흥미를 끄는 불가사의한 이야기인데, 한번 들어줬으면 한다.

이야기를 해준 놈은, 우리 직장에 일을 위탁하는 정부기관 소속이다. 그 놈은 2016년에 “진의 마켓을 헤맸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와칸회랑에서 중국의 동향을 조사하거나, 다른 나라와의 정보공유를 주체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어느 날 그는, 현지 협력자가 주최한 회합으로, 어느 폐촌(廃村)의 사원으로 향했다고 한다. 예정 합류시간은 18시, 그는 안전확인도 겸해서 2시간 전에 현장에 들어가서, 도주경로를 확인하고 무기 은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기묘한 일이 일어난 것은, 위치를 대략 파악하고 회합까지 1시간 정도 남았을 무렵이었다. 예정된 폐촌에 낙타와 말을 거느린 대상(隊商)이 랜턴을 내리고 여기저기서 접근해왔다.

그들은 총을 들지 않고, 시미터를 내려들었는데,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몸을 감싼 미녀를 데리고, 그것만으로 이미 굉장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정보교환과 상황이 다른 것을 경계하여 폐옥 가운데 하나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그들은 사원 주위에 천막을 치고, 야채와 술, 장식품과 기호품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모양을 수상쩍어하며 엿보고 있는데, 한 터번 쓴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없던 곳에서 느닷없이

『시장은 곧 열릴 거요, 경계하지 않아도 되오, 당신이 손님으로서 거래한다면 차별은 없소』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그는 천막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자르(Bazaar)였다.

대량의 과일, 옷감, 램프에 보석, 온갖 것들이 늘어선, 북적거리는 바자르가 거기에 있었다. 언뜻 보기에 북적이는 그 곳은 훌륭한 품목을 갖춘 천국과 같았지만, 기묘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손님들이었다.

Ranger01 2019/8/22 (목) 10:52:01 #82953624


이야기 도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와칸회랑이라고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눈싸움을 벌이는 완충지대지.
부족촌 같은 것만 군데군데 있을 뿐, 큰 바자르를 열거나 암시장이 열릴 만한 장소가 아니다.

그거 정말 2016년 얘기 맞냐? 10년 또는 20년, 잘못하면 냉전기 한복판까지 거슬러올라가야 성립하는 이야기 아닌지?

그러니까 아프가니스탄에 러시아가 쳐들어가기 전 평화로웠던 시절도 아니고.

karkaroff 2019/8/22 (목) 11:02:11 #82965128


그러니까 기묘한 이야기라는 거다. 평화로운 시대라면 몰라도, 요즘 시대에 무기도 없이 낙타 뿐인 대상이 바자르를 열다니, 생각도 할 수 없는 거지. 그런데도 녀석은 그걸 조우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 대상은 1등 판타지로 왔어. 라고 그 러시아인 관리가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것이었다……. 뭐, 꽤 술이 들어간 상태였지만 말이다.

그것은 기묘했다. 그 녀석이 말하기를, 진이라고 불렀다.

다리가 반투명하고 구름처럼 미끄러지는 남자, 염소 머리를 가진 상인, 불타는 몸을 붕대로 꽁꽁 싸맨 무언가, 그것은 진들의 백귀야행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 가운데서 겁을 먹으면서도 바자르를 둘러보다가, 그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호박(琥珀)으로 현을 넣은 아름다운 우드(ud), 기타의 조상격인 악기 바로 그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무심코 그 우드에 손을 뻗었다가, 그리고 굳었다. 그 곳에 있던 것은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인간형의 무언가였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 무언가는 크게 웃었고, 아랍어로 말을 걸어왔을 뿐 아니라, 시연도 시켜주었다고 한다. 그는 트로이카 1번을 연주하고, 연기로 이루어진 상인과 교섭을 했다.

그는 소지품 중에 돈이 될 만한 것을 차례로 내밀었다. 은제 회중시계, 텅스텐 나이프, 예비용 권총. 그것들을 모조리 거절하고 연기
상인이 말했다고 한다.

『너의 수명과 목소리를 한 해 사지. 너가 죽으면 1년 동안 우리를 위해 곡을 연주해 주면 된다』

고민 끝에 그는 물었다.

『그게 언제쯤이지?』

연기 상인은 말했다

『세 번의 큰 싸움 끝에, 너는 괴로움 속에서 동료들에게 버림받아 죽어갈 것이다』

그는 고민 끝에 우드를 손에 넣었다. 연기 상인은 크게 웃고, 화염의 한숨을 그에게 퍼부었다. 그는 의식을 잃었고, 눈을 떠 보니 우드를 끌어안고 사원에서 자다가 현지인에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녀석은 자랑스럽게 그렇게 입수했다는 우드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즉흥곡을 들려 주었다.

9O 2019/8/22 (목) 11:12:01 #82954812


그래서, 결국 그 녀석은 어떻게 된 건데? 아직 살아 있어?

아니면 기묘한 최후를?

karkaroff 2019/8/22 (목) 11:22:47 #82965128


그 녀석은 지금도 건강하게 정치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음모의 밭에서 사는 놈이지.

그런데 그 놈이 그 바비큐에서 부른 노래가 말이지. 다들 취해서 휘청거릴 때였지만.

……아마도 이런 느낌의 노래였다. 의역이지만.

나는 다음의 다음 전투에서 죽겠지, 허나 그게 지금은 아니야
나는 다음의 다음에 죽겠지, 하지만 다음에는 살아남는다
이프리트여 나의 노래는 아직 멀었다, 나는 지금을 구가(謳歌)한다
위대한 진을 찬양하라, 나는 아직 극복할 다음이 있다
이프리트를 찬양하라, 놈은 커다란 끝을 보여주었다
정령에게 술과 노래를 바치자, 위대한 진의 우드를 뜯자

노래하는 그는 술기운에 들떠서 다리마저 비틀거렸지만, 우드는 캠프파이어 불빛을 받아 마치 화염처럼 번쩍였다. 뭔가 마음에 스며드는 듯한 음색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그 노래의 진상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어딘가 타오르는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와칸회랑에서는 어쩌면, 지금도 그곳에서 진의 시장이 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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