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산 요원은 의사하고 면담을 마친 후 한동안 휴게실에서 멍 때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전에 내가 계속 살 수나 있으려나.’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듯 하다. 식은 지 한참 지난 블랙커피를 그제야 한숨을 푹 쉬고 마시려는 순간, 힘없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하고 돌아보려는 순간 …킬리 박사였다. 좀 ‘한참’ 어려진 몸이 된 박사가 아마 자기도 상담이 끝난 후에 목이 메어서 뭔가 좀 마시려고 했던 것 같다. 박사의 어깨가 한없이 내려간 듯 보이며 눈이 좀 충혈되어 있었다. 요원은 그녀를 보자마자 살짝 경직했고, 그녀 또한 그를 보자마자 눈이 커지면서 그대로 멈춰 섰다. 그러곤 둘 다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서로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저…, 괜찮으신가요?”
요원의, 조금 언짢아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깨트리고자 조심스럽게 내뱉었으나 그녀는 커진 눈을 다시 감더니 살짝 치켜뜨고는
“…비켜요.”
라고 툭 내뱉고는 요원을 밀치고는 자판기에서 재빨리 사이다 캔 하나를 뽑고 달려가 버렸다. 그는 그저 자신을 밀친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 그녀가 복도 끝에서 없어질 때까지. 다시 말을 걸어봤자 소용없어질 게 뻔했다.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꽤 누리끼리하다.
“하아….”
한숨을 쉬고 다시 커피를 마시려니 이런, 커피가 쏟아져 있었다.
“…내 300 원”
그는 이젠 설 힘도 다 빠졌는지 휴게실 의자에 힘없이 풀썩 앉았다. 눈이 스르르 감기고 그는 약 2주 전쯤의 기억을 더듬어갔다. 그때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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