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990-03:
██████████ 박사가 열일곱 시간 전에 꾸던 꿈에서 SCP-990이 등장하였음을 알려왔다. SCP-001의 정보에 대해 모든 인원에게 내려진 비상 명령에 따라, ██████████ 박사는 아래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17기지 이사관에게로 전달하였다. 보고서는 이후 최고감독사령부로 전송하였다.
양식 66-Y - 표준 꿈 보고서
인원: ██████████ 박사
기억 추정치: 60%
변칙 존재 여부: Y
행동 가능한 지성 여부: 고
설명: SCP-990은 언제나의 옷차림이며, 언제나와 같은 모습이다. 그를 보자마자 알아본다. 그는 방문하는 꿈마다 가장 또렷하게 기억나는 요소이다. 꿈마다 얼굴은 자주 바뀌지만, 이번에는 매 순간 바뀐다. 지난 며칠간 받은 많은 스트레스 때문이라 본다.
그는 내게 뭔갈 보여줄 것이라 말한다. 나는 불안감을 느끼며, 어떤 폐허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한다. 그가 꺼내는 말은 그런 내용일 수밖에 없으니까, 안 그런가? 우리의 시간은 끝을 향해 왔으며 이게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난 깨어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마치 수영장 바닥에 앉아있는데 내 의지로 수면 위까지 올라갈 수는 없는 느낌이다. 꿈속에서 그처럼 겁에 질린 적이 없다.
990이 고개를 내젓는다. 날 꿈속에 가두고 있는 것이 990인지 아니면 꿈 그 자체인지 알 수 없다. 990에게 어떤 통제력이 있는지는 한 번도 밝혀낸 적이 없다. 그가 말한다. 난 자네를 인도할 것이라네, ██████. 그렇지만 그 전에 뭔가가 필요하지. 그러고는 내 왼손을 가리킨다.
이건 꿈이잖는가? 이 분야에서 수많은 것들과 맞닥뜨렸지만, 꿈속에서 해를 입는 건 본 적이 없다. 난 손을 뻗는다. 990은 내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외투 안에서 뭔가를 꺼내 든다. 일단은 가장자리가 날카로우니 일종의 날 같다. 칼은 아니다. 잔디 깎는 기계의 날이나 뭔가 산업 장비에서 꺼낸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물어보기도 전에, 990은 재빨리 날을 내 손목에 쑤셔 박는다. 난 겁에 질려 내 손을 보며, 손목이 떨어져 나가며 금방이라도 피가 사방에 흩뿌려질 거라 확신한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다.
난 충격에 몇 초간 바라본다. 고통은 진짜나, 만약 팔을 움직였다간 손이 떨어질지도 몰라서 감히 움직일 수가 없다. 990은 공감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며, 괜찮으니 손을 움직여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이제 우린 001에게서 벗어났으며, 대화를 나눠도 괜찮다고 말한다.
난 내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응당 그래야 하듯이 움직이나, 아직 손에 감각이 없다. 당황스러운 감각이다. 그래도 전에 느꼈던 공포는 사라졌다. 이제 모든 게 조금 더 평범하게 느껴진다. 내 손을 제하고는.
그는 나를 본다. 이젠 나의 얼굴을 하고 있다. 꼭 내가 다른 누군가처럼 느껴진다. 여성처럼 느껴지나, 확신할 수는 없다. 말하는 동안 정체성이 조금 바뀐다. 그는 내게 001이 자신을 다시 찾기 전에 세 개의 계시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갑자기 우린 야외에 앉아있다. 밤공기 속에서, 별빛 아래에. 하늘에는 9개의 달이 떠 있다. 저마다 크기와 상이 다르다. 난 어린아이의 몸 안에 있다. 그는 여전히 나다.
그가 말한다.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고는. 자네는 제자리에 있지 않네. 그가 말한다. 그게 무슨 뜻이냐 물어본다. 개인으로서의 나? 재단? 인류? 그는 질문을 무시한다.
그가 두 번째 손가락을 세운다. O5-2는 완전히 옳으며, 동시에 처참할 정도로 틀렸어. 특정 재단 인원을 언급했다는 점이 불안하다. 나는 말을 하였으나, 그가 듣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세 번째 손가락, 세 번째 계시. 그는 내게로 몸을 기울인다. 이게 가장 까다로운 것일세. 그가 말한다. 그는 내게 다른 계시들보다도 이 하나를 분명하게 기억하여, 깨어난 뒤 확실하게 보고하라고 말한다. 내가 일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가 말한 것이 이것이다.
자네들이 SCP-001이라고 말하는 것의 주된 원동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사랑이야.
그러고 나서 난 내 사무실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