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어, 도쿄에 돌아가고 싶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출장에서 돌아오면 내가 좋아하는 닭고기를 듬뿍 넣은 그라탱과 바삭하게 구운 프랑스 빵과 거기에 떫은맛이 적은 적포도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아, 그라탱은 이제 곰팡이가 피어버린 걸까. 프랑스 빵은 눅눅해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것일까. 포도주는… 이건 아마 괜찮겠지. 그로부터 한참 동안 긴 시간을 여기서 보냈다. 아마 2주간, 아니, 10일이 지나지 않았을지도. 시간의 흐름을 모르겠다. 약간 멍하니 밝아오는 초원, 낮도 밤도 없이, 그저 조용하고, 어디까지나 계속되는, 초원.
처음엔 그저 신기했다. 이 초원은 무엇인가. 어디까지 계속되는 걸까. 어째서 오사카 도시 한가운데에 이렇게 넓은 초원이 있는 걸까. 그러나 돌이켜보았을 때, 신기함은 공포로 바뀌었다. 멀다. 확실히 나는 그 창문을 넘어들어왔을 것이다. 거기서 수 걸음만 걸었을 뿐이다. 그러나 창문은 아득히 먼 곳으로 멀어져 있었다. 나는 초조해져서 일단 달렸다. 서로를 꺼리듯 떨어져서 자라는 굵고 큰 나무를 곁눈질하고, 창문을 향해 곧바로, 다리가 올라가지 않을 때까지 달렸다. 그러나 결국 창문에는 가까이 갈 수 없었다. 창문이 같은 속도로 후퇴하는 듯이 보이지만, 아마 그건 정확하지 않다. 좀 더 가까이 표현하자면, 창문과 내 사이의 땅이 가까워진 만큼 넓어져 가는 듯이 느껴졌다. 양복을 벗고, 와이셔츠의 소매를 접고, 잠시 쉬고 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창문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병행하듯 시냇물이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창문. 더러워진 폐허에, 더러워진 커튼에 걸려있던 창문. 어째서 이런 일이 되어버린 걸까. 그 날 나는 평소처럼 집을 나오고, 평소처럼 오사카에 와서, 평소처럼 회의하고, 퇴근길에 호텔의 폐허를 발견해서, 아아, 여기까지는 확실히 평소와 같았다. 모험심에 좀이 쑤셨던 나는 폐허에 발을 디뎠다. 실수였다. 아니, 아직 되돌릴 수 있었던가? 폐허에는 몇 개의 열쇠로 잠겨있는 방과, 문이 떨어져 나간 먼지가 가득한 방, 그리고 그 방에 커튼이 걸려있고 밝은 창문이 있었다. 밝다. 적어도 19시가 조금 지나갔을 테지만, 커튼의 너머에는 묘하게 밝았다. 네온 빛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그건 분명 따뜻한 햇빛이었다. 나는 커튼을 열어보려고 다가갔고… 누군가에게 팔을 잡아끌렸다. 엄청난 힘으로 끌려들어 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창문 너머 쪽(이쪽?)에서 쓰러져있었다.
배가 고프다. 요 며칠간 물이랑 과일밖에 입에 대지 않았다. 과일이 있다고 해도, 뭐라고 표현해야 좋은 걸까, 군데군데 돋아난 작은 나무에 시든 사과와 같은 무언가였다. 다행히 독은 없었던 것 같지만, 많이 먹고 싶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맛이었다. 아아, 그라탱이 먹고 싶어.
그렇다 해도, 내가 잡아끈 그 팔은 무엇이었을까. 검붉은 셔츠에서 늘어난, 가늘지만 강력한 팔. 그 팔을 가진 주인에게 네가 누구고 무슨 목적으로 나를 잡아당긴 것인지 자세히 설명하도록 따지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 장소 오고 나서 나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전화도 연결되지 않는다. 사람의 목소리와 문명의 등불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마음의 안정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돌아가면 그녀에게도 가르쳐주자.
그러면, 어떻게 된 일인지 창문에는 가까이 갈 수 없다. 소지품은 슈트, 와이셔츠, 속옷, 넥타이, 닳은 가죽 신발, 헌 가방, 전파가 들어오지 않는 휴대전화, 내용물이 안쓰러운 지갑, 몇 가지 필기도구. 흠. 나는 볼펜을 왼쪽 손등에 찔러보았다. 음. 깨어나지 않는다. 넥타이로 상처 부위를 묶고서는 드러누워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창문에 가까이 갈 수 없다. 멀어질 수도 없다. 옆으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돌아들어 갈 수 없다. 건물 전체가 회전하듯 창문은 항상 이쪽을 향하고 있다. 망할 창문. 망할 건물 같으니라고.
그때 나는, 창문 너머에서 누군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커튼 너머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인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크게 소리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알아차려 준다면 무언가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심하게 외치면서 달렸다. 그저 무심하게. 이윽고 창문에 도달해서, 창문 너머의 그림자가 이쪽으로 손을 뻗어왔다. 나는 재빨리 그의 팔을 잡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폐허가 된 호텔의 객실에 있었다. 더러워진 먼지투성이의 객실. 다른 방은 잠겨있어서, 그 장소에 가기 전과 같은 방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그 방에는 창문이 없었다. 치장 콘크리트에 부자연스럽게 설치된 커튼레일만이 거기에 있었다.
어째서 내가 돌아왔는지, 어째서 마지막에 그 창문이 가까워졌는지, 애초부터 그 장소는 무엇이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주말을 사이에 두고 근무일만 5일 동안 회사에 무단결근한 일로 부장 아래의 직원들과 부하들에게 심하게 책을 잡혔지만, 내 생환을 기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휴대전화도 소중한 만년필도 그 장소에 놔두고 와 버렸다. 실로 터무니없군. 아아, 그래도 곧 도쿄에 돌아갈 수 있다. 그녀가 기다리는 그 집에. 드디어 제대로 된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집에 있을까. 오늘은 감자 샐러드에 등잔 기름이 들어가 있진 않을까. 오늘은 꽃병에 노래기랑 까마귀를 장식하고 있진 않을까. 덜렁이 그녀가 있는 103호실의 문을 열고, 언짢은듯한 더위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그라탱의 냄새를 가득 들이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