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대학 학생회 편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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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사슴대학은 마술의 장소입니다. 그거야 당연히 이미 알고 계실 터이고, 바로 그 때문에 입학을 결정하신 것이겠지요. 하지만 입학안내 내용은 거의 대부분이 개똥같은 소리입니다. 그건 신입생 여러분들보다는 여러분 부모님들 읽으라고, 부모님들께서 그 많은 돈을 헛되이 쓰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만든 거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우수한 학생들에게 신입생들이 진짜로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각자 생각하는 바를 촉탁하였고, 그 중 우리의 드높은 편집기준을 만족하는 단 두 편의 글이 선택되었습니다. 참고로 둘 중 한 명은 우리를 협박을 했고 다른 한 명은 맥주를 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 새내기들, 너희 인생 중 최악의 4년(정확히는 평균 4.5년이지만 누가 그딴 거 헤아리고 있나?)이 시작된 것을 환영한다. 사슴대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너희들은 이제 그 전까진 상상도 하지 못한 공포의 경험을 하게 될 거다. 5시간짜리 기적학 랩실, 연속 철야 벼락치기 기간, 학식 커피의 밑 빠진 머그잔, 청원경찰 양반들의 전시(全視)의 눈깔들, 이 모든 것을 지나온 길 끝에는 학사논문이라는 공포의 군주가 잠들어 있지. 그 농안 네 신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은 계속 나빠질 거다. 앞서 나온 논문보다 살짝 더 비전(祕典)하다는 차이점밖에 없는 논문들을 찍고 또 찍게 될 거다. 느이 부모님은 묻겠지, 너 뭐 공부하니. 그러면 아마 할 말이 없을 걸. 이런 인생의 쓴맛을 겪어나가고, 우리가 학계라고 부르는 무시무시한 기계에 갈려나가는 신세가 되기 전의 좋았던 때를 그리면서 졸업한 뒤로도 교정을 싸돌아다니며 자기보다 몇 살은 어린 애들한테 수작이나 거는 부서진 영혼을 겪으며 너라는 인간은 다시 태어나게 될 거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겠지. 그 뒤엔 오로지 발자국, 그리고 앞으로 수십 년은 교정을 떠돌 끔찍한 저주들만을 남겨둔 채.

하지만 먹구름도 시커멓지만 않고 그 가장자리는 흰색이듯이. 여기선 멋지고 흥미롭고 지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최소 한 번의 삶 이상 지속될 유대관계를 맺게 될 거다. 신비로운 예술에 관한 너희의 전문지식은 면도칼처럼 시퍼렇게 날이 설 것이고, 철학 강의를 같이 듣는 자유의지론자 한 놈의 아갈리를 쌉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이 말하게 할 능력 역시 그럴 거다. 너희는 보통 사람은 알 필요가 없을 것들을 배우고, 자연의 법칙들과 자연의 신에 반하는 과업을 수행하여, 현실의 직조에서 환상을 걷어내고 진짜 모습을, 어쩌면 술에 안 취한 상태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거다. 그리고 다 끝났을 때, 그러니까 너희가 논문의 뱀에게 살해당하고, 팀플을 마치고, 졸업식 무대 위를 가로질러 걸어가게 되었을 때, 마침내 마지막 보상을 받게 되겠지. 너희 이름이 적힌 예쁜 종이쪼가리 한 장. 근데 이건 세상에 나가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FBI에 따르면 우리가 어디 있는 학교를 다녔는지 사람들에게 말해서는 안 되거든.

그렇게 다 마치고 난 순간, 대학 4년이 이것보다 더 끔찍했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내고 몸서리를 치게 될 거다. 사슴대 말고 ICSUT에 갔으면 그렇게 되었겠지.

— 종신 학생회장 모르드개 디아볼루스Mordecai Diabolus

여기가 내가 바란 바로 그 곳

좋아 일단 내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듣고 믿어야 해. 모르드개가 하는 말은 한 마디도 듣지 마. 걔는 문자 그대로 적그리스도거든. 편집실에서 걔가 쓴 글을 실어줄 지 100% 확신은 하지 못하겠지만, 걔는 총운위 전체를 협박할 만한 심각한 협박거리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확정적으로 자리가 주어졌을 거야. 다행히 나도 뇌물을 써서 이 메시지도 같은 지면에 실릴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그러니까, 모르드개가 무슨 말을 했건 간에 사슴대는 좋은 곳이야. 뭐, 일단 학교 제도만 해도 나쁠 건 없고, 공동체와 사람 얘기를 하자면? 믿을 수 없이 멋지지. 교수님들은 각자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고, 대부분 강의 크기가 작아서 교수자와 확실히 안면을 트고 지낼 수 있어. 교정에서는 언제나 무언가 벌어지고 있지. 학생회관에서 춤판이 벌어진 것일 수도 있고, 4명짜리 즉석 주문결투일 수도 있고, 아니면 기숙사 휴게실에서 포크송 떼창을 하는 걸수도 있지. 논문 쓰기도 그렇게 나쁜 건 아냐. 네가 정말 사랑하는 논문 주제를 골라서 그걸 쓰는 데 열중하고 있으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될 거야.

그렇다고 가끔 힘든 일이 아예 없을 거라고는 말 못 해. 대학본부는, 여느 관료제 집단이 다 그렇듯이, 너무 지루해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지. 청원경찰들이 대마를 압수해가는 일도 한두 번 쯤 있을 거야. 그리고 불행한 일이지만 너희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 네가 샤워하러 간 사이 떡을 치겠다고 문을 잠그는 룸메이트, 하우스파티에서 너한테 치근덕거릴 크리피한 남자 졸업생들, 그리고 아가리 닥칠 줄 모르는 자유의지주의자 철학 수강생 한 놈(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인간이 무슨 고대의 저주나 원한을 품은 원령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거든)까지, 이런 것들과 또 더 많은 것들이 너희의 재학기간 중 오점들로 남게 될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37시간 연속으로 깨 있는 가운데 손이 너무 떨려서 논문 다음 문장을 타자치기도 힘든 어두운 영혼의 밤이 올 수도 있을 거야. 그러면 너흰 과거의 자신에게로 돌아가서 여기 와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

하지만 사슴대에서 생활이 우울해질 때가 있더라도, 그보다 더 나빠질 수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기운 내. 너희 하마터면 ICSUT에 갈 뻔 했잖아.

— 망명 학생회장 구엔후이파르 시슬브랜치Gwenhwyfar Thistlebra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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