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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합니다. 무명의 변칙예술가 둘은 서로가 서로의 확고한 세계 속을 망가트려 버렸습니다.

그대의 음악은 저를 만난 후 대중의 취향과는 멀어져 버렸고, 제 예술품들 역시 당신만을 위한 작품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대와 다툰 날들을 기억합니다. 전 당신을 울렸음에도 당신은 제 자존심만 앞세운 서투른 사과를 웃으며 받아줬어요.

저는 예술을 포기하고 당신을 쟁취해냈습니다. 당신은 그게 기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당신의 눈웃음을 기억합니다. 그대의 목소리와 체취를, 가슴의 감촉을 기억합니다.

예술을 포기한 뒤 다른 모든 것을 잊었지만, 그대와 함께 있었던 모든 기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하찮은 변칙 예술가였던 시절부터, 어엿한 사회인이 되기까지 그대가 없었다면 저는 수 백번도 더 자살을 시도했을 겁니다.

당신이 쓰러진 뒤에는 제가 왜 돈을 벌고 있는지도 잊은 채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현진아.

지금 제가 당신에게 치료제를 놓는다면, 당신은 잠시나마 의식을 되찾을 수 있겠죠. 대신 수만명이 넘는 희귀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게 이 치료제를 건네준 남자는 어쩌면 악마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슨 상관입니까?

그대의 눈짓, 손길, 오직 나만이 알 수 있는 어렴풋한 미소를 볼 수만 있다면.

너를 위해서라면.

이 세상 사람 전부가 죽어도 좋습니다.


"방만석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나? 그의 인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재단의 위협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군."

"그에게 약점을 하나 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득입니다. 치료제가 우리에게 있는 한 그는 우리를 위해 일할 겁니다. 삼대천의 대기업화는 회장님의 숙원이셨고, 전 회장님의 말에 따른 겁니다."

"고작 아내 한명 살렸다고 그런 불합리한 조건을 다 받아들이다니, MC&D에 소속된 남자가 그런 로맨티스트라는 건 상상도 못했네."

"글쎄요. 그는 로맨티스트라기보단, 자신의 것이 망가지는 꼴을 보지 못하는 어린애 같은 이기주의자라고 보는게 맞겠죠. 그의 입장에선 그의 아내도 수집품의 하나이고요."

"그런가. 마스터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믿고 가는 수밖에."

"감사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회장님이 대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지금까지 절 이용한 값은 치르셔야 할 겁니다."

"원대한 목표도 자금이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그대 답지 않게 조급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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