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장치 시간

서자 파베르제가 격노했다. 도구들이 허공을 날고, 문이 쾅 닫혔으며, 문과 마룻바닥이 덜컹였다. 남자는 그러는 동안 이미 빛이 바랜 그림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매서운 비속어를 쏟아냈다. 거절되었다. 그 남자. 그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석상의 상속자이며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경이의 제작자인 사람을 문 앞의 거지처럼 쫓아냈다. 심지어는 숨이 차 헉헉대는 한심하고도 멍청한 하인이 자신을 쫓아냈다. 그가 바친 파베르제에, 차르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것이었다.

남자는 숨을 씩씩거리고, 입가에 침을 흘리면서 통렬히 망치를 벽에 박힐 정도로 세게 집어던졌다. 젊은 왕자들과 공주들에게 보여주었던, 전설을 완벽히 재현한 파베르제는 바닥의 옅은 먼지 위로 부숴진 채 놓여 있었다. 개인 자산, 대인 관계와 신경에 상당한 돈을 들여 파베르제를 만들어내는데 1년이 꼬박 걸렸다. 번들거리며 도금이 된 파베르제 달걀에는 바바 야가Baba Yaga와 불멸의 코셰이Koshchey, 투명한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차가운 눈과 부드러운 진주로 표현된 무서워하는 어린이들이 있는 축소된 장면이 빈틈없이 새겨져 있었다.

닭의 발이 달린 바바 야가의 집에 대한 그림 속 숨겨진 작은 걸쇠의 뒤편에는 작은 태엽장치의 변화로운 공포가 펼쳐져 있었다. 자그마하고 섬세한 문이 활짝 열리면 영웅과 악당의 전투가 펼쳐져 있었다. 밝고 선명한 얼굴의 소년이 영원히 변치 않은 채로 늙어 있는 코셰이와 싸우는 모습이 말이다. 섬뜩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심술궂은 소년으로 잘 알려진 막내 왕자에겐 안성맞춤인 물건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내동댕이쳐져 파편이 되었다. 쓸모 없는 조언가가 "불쾌해"하였으며 "어린 군주의 섬세한 감각을 상하게" 하지 말라 하였기 때문이었다. 겁이 많은 사람이었던 조언가는 뻔뻔하게도 파베르제를 문 밖으로 거칠게 쫓아낼 경비를 데리고 있었다.

분노가 썰물마냥 빠져나갔다. 남자는 지끈거리는 머리로, 벽에 몸을 기대 구부정히 섰다. 작업장과 거실 부분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오직 가장 높은 선반만이 다소 안전하게 있었다. 남자는 숨을 헐떡였으며,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고, 자신의 쓸모없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었으며, 다시는 그러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남자는 서까래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가장 튼튼한 부분을 멍하니 찾아봤다. 그의 시선이 위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장미 모양 태엽 장치에 갑작스레 머물렀다. 태엽 장치를 돌리면 이는 활짝 열릴 것이며, 자체로 접혀 새의 노랫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남자의 생각이 천천히 소용돌이치기 시작하고, 그는 분노로 인해 붉어진 테의 눈으로 파베르제 달걀을 바라봤다.

파베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의 장미를 내려, 태엽을 감았다. 그리고 감긴 태엽이 풀려가며 춤을 추듯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모습은 언제나 그를 즐겁게 해주었다. 비밀이 펼쳐진다. 달걀과 함께하며 내부의 비밀을 지켜보는 그에게 바깥은 거의 신경 쓰이지 않는 공간이었다. 비밀. 변화. 남자는 자신의 수척하고 음울한 얼굴로, 천천히 위험한 표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전무후무한 경이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시저의 가족이 죽고 떠나가 잊혀진 이후에도 보관되고 계승되는 보물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남자는 산산조각이 난 시계로부터 시작했다. 작업장과 쓰레기 더미 속을 기어다니며, 모든 장난감과 도구, 혹은 시계까지, 태엽이 포함된 것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냈다. 그의 작업장은 빠르게 많고 많은 기어, 벨트, 플라이휠, 스프링으로 채워졌다. 그리고는 그 모든 것이 서까래 위에 정돈되어 놓였다. 남자의 청사진 또한 그에 따라 커져만 갔다. 용지 두 장에서 다섯 장, 그리고는 여덟 장, 스무 장까지. 남자는 머지않아 기어들 사이에 난 좁은 길의 바닥에 여러 표기를 휘갈겨 적었으며, 개요가 적힌 메모지를 벽에 붙였다.

남자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가 줄어들었다. 남자는 더없이 삭막하고 초췌하게 되어갔다. 눈은 흥분과 투지로 번들거렸으며, 중얼거리는 크기 이상으로 목소리를 낸 적이 손에 꼽았다. 남자를 확인하기 위해 온 그 얼마 없는 친구들이 힘겹게 문에 끼어들어가자, 곧바로 기름과 녹의 냄새에 숨이 턱 막혔다. 본래부터 얼마 남지 않았던 보석과 태엽 장치는 그의 수입과 함께 완전히 끊겨버렸다. 파베르제는 음식을 살 돈을 얻을 수 있다면 옷과 가구, 그 무엇이든 팔아넘겼다. 소유욕의 속삭임과 검은 예술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피하는 것은 그에게 색다른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환영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남자는 계속 자신에게 말을 걸어 자신의 작업을 느리게 만드는 너무 좋은 사람들, 너무 개방적인 사람들을 믿지 않았다. 지속적인 잔소리로 시간을 잡아먹어 작업을 늦추었기 때문이다. 하잘것없는 수면을 버린 이후로 남자는 작업에 바칠 더욱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며, 밤 동안 나는 소음에 투덜대는 이웃은 남자가 음침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입을 다물었다. 작품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였고, 더미에 있던 수백만 부품이 남자의 작은 방을 거의 가득 채울 정도로 질량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작품의 고요한 심장 소리를 들으며 몇 주간 그러했듯 잠에 거의 가까운 상태로 졸며 다가오는 탄생의 째깍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파베르제는 그가 가진 모든 것, 그 자신의 모든 것을 작품에 쏟아부었다. 남자는 작품에 말을 걸고, 유혹하고, 저주하기도 하였으며, 속삭이기도, 소리치기도 하였다. 볼트가 빠지고 갑작스레 톱니가 맞물린 자리에 남자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남자의 손이 갈라지고, 물집이 생기고, 회복되고, 다시 갈라져서 나온 피와 고름을 끌과 송곳, 드라이버에 쏟아냈다. 남자는 덩어리에게 천천히 형성되는 장치의 나무 피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여기에 창문을 내는 게 좋을까, 아니면 탑을 넣는게 좋을까? 이 나무 뒤엔 토끼가 있는 게 좋을까, 쥐가 있는게 좋을까? 남자가 처음으로 질문을 시작했을 무렵, 덩어리는 철컥이고 덜걱이며 천장의 먼지를 쏟아내리게 했다. 남자는 여자와 나누었던 열정보다 더 많은 열정을 지닌 채로 나무와 금속의 괴이를 껴안고 키스했다.

마침내 작업을 끝마쳤다. 벽을 부숴야 할 정도로 컸으며, 들어올리기 위해선 서른 명의 장정이 필요할 정도로 무거웠다. 남자는 아버지가 저 자신의 갓난아이의 자그마한 손가락을 만지듯 섬세하고 애정 어린 손길로 작품을 만졌다. 작품은 군주에게 바칠 단순한 선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이는 남자가 살면서 한 번도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애인, 자식, 어머니. 남자는 초췌한 영혼이 가졌던 그 모든 것을 짜내어 이 아름답고도 끔찍한 작품에 쏟아부었다.


퍼레이드는 지루할지라도 웅장했다. 수척하고 암울해 보이는 남자가 장식용 달걀을 퇴짜 맞고 5년이 지났을 뿐이었기 때문에 차르와 그 가족은 변한 모습이 거의 없었다. 차르와 아내의 모습에 지방이 조금 더 붙고, 왕자의 모습이 조금 더 견실해졌으며, 공주에게 도발적인 굴곡이 드러나기 시작했을진 모르겠지만, 그 외에는 동일한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생일 퍼레이드에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똑같은 꽃수레가 있었으며, 똑같은 황금 마차가 있었다. 행진이 하나의 거대한 형태와 하나의 수척한 공포로 막힌 곳에 도달했을 무렵, 공주는 옅은 졸음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미친 파베르제가 때 묻은 천막의 산 앞에 섰다. 남자는 퇴짜를 맞은 이후 몇 년 동안의 기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남자의 팔은 허수아비의 그것처럼 가늘었으며, 그 속에서 비틀리는 근육은 얇은 케이블선과도 같았다. 머리는 약간의 표정이 있는 파리한 두개골으로 보였고, 남자의 미소는 여왕마저도 거의 졸도시킬 정도였다. 남자의 몸에 걸린 찢어진 누더기 옷은 봉지와도 같았는데, 그 옷은 남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바람에 흔들리고 휘날렸다. 남자는 위태롭고 거친 쇳소리로 말했다. "각하, 제가, 이 영광스러운 날에, 선물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천막이 떨어지자 모든 관중은 헛숨을 들이켰다. 동화 속 왕국이 길의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 부분의 주변에서는 작은 나무와 관목이 노래부르는 요정들과 고블린과 어우러져 있었다. 자그마한 개울과 호수는 반짝이는 인어와 미소짓는 물고기를 담고 있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산자락에 작은 노움 마을이 있었으며, 노움들은 일을 하며 놀아대는 모습으로 멈춰 있었다. 고운 소리로 우는 새와 용은 고지대에 둥지를 틀었으며, 어둡고 외설적인 것들이 동굴과 구멍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성 앞에서 존재감이 흐릿해졌다. 이십 피트 정도 공중에 떠 있는 첨탑과 함께, 성은 다른 세상에 대한 환상처럼 반짝였다. 거대하고 견고한 두 성문이 열린 채로 있었으며, 무장한 기사들이 깃털이 달린 헬멧을 쓴 채로 이를 지키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들이 발코니에 서 있었으며, 그녀들의 구혼자들이 헌신의 뜻으로, 혹은 남자들의 검은 욕망에서 비롯된 공포로부터 지켜내기 위하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홀의 안쪽에서 장대하게 열린 무도회와 축제는 시간이 멈춘 상태로 있었으며, 권력이 드러나는 얼굴을 가진 왕 또한 그 곳에서 재판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자는 야수들로 들끓었으며, 첨탑의 모든 끝 부분에 갖가지 종류의 날짐승이 앉아 쉬고 있었다.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 모든 곳이 빈틈없이 보석과 도금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수정의 모든 표면이 무지개빛을 내뿜었으며, 진주와 금은 꿈결마냥 은은하게 빛을 품었다. 이를 만들어낸 남자는 통로 방향으로 허리를 숙여 지저분한 개 하나를 앞으로 보냈다. 은으로 빛나는 통로에서 남자는 개를 앞으로 부드러이 밀어, 좌측 성문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는 성문을 닫아 은빛 버섯의 요정의 고리1 위로 걸음을 옮겼다. 고리의 안쪽엔 자그마한 조각상들이 가지런히 서 있었는데, 남자는 그 중 하나를 들어올려 고리 위에 있는 작은 돌의 제단에 끼워넣었다. 그리고는 돌의 아래 난 구멍에 세련된 황동 열쇠를 꽂고 돌렸다.

급작스레 왕국에 삶이 불어넣어졌다. 여태껏 놀라 할 말을 잃었던 광장의 모든 인원들은 이젠 기쁨에 찬 비명을 지를 정도에 이르렀다. 물고기가 헤엄쳤으며, 새가 노래불렀다. 기사가 행진했으며, 노움은 곡괭이질을 하였다. 모든 곳에 움직임이 있었고, 소리가 있었으며, 빛이 있었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렸으며, 용이 알을 품었고, 지하 감옥의 깊은 곳에서 작고 으스스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왕이 법정을 열어 판결을 내리자 차르와 그의 가족은 박수를 치며 기쁘게 이를 지켜봤다. 세상이 다시금 갑작스레 멈추었고, 몸이 빼쩍 마른 남자는 좌측 성문을 열어 성의 내부에 아무것도 없음을 드러냈다. 남자는 짖궂은 웃음을 짓고는 우측 성문을 열어, 조그맣고 새하얀 비둘기떼를 풀어냈다.

파베르제와 그의 장치는 빠른 속도로 궁으로 모셔졌다. 즐거움을 만들어준 이러한 장치로 사실상 악마와도 같았던 남자의 역겨운 외모는 씻겨나가 바로 잊혔다. 무도회장이 비워졌으며, 거대한 작품을 수용시키기 위해 벽 또한 부수고 새로 지었다. 작품 내부의 소품들이 발견되고, 배치되며, 다시 태어났다. 상상치도 못한 경이가 가장 기본적인 것들로부터 생겨났다. 돌이 반짝이는 실이 되었으며, 오래된 시계는 고양이 형태의 태엽 장치로, 소박한 세라믹제 항아리는 아무리 심하게 써도 구멍이 나거나 찢어지지 않는 출렁이는 젤리형 크림이 되었다.

어린 왕자는 성에 고양이를 집어넣어보고 싶어 그 앞에 두 번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물체들이 하나의 성문을 통해 들어가고, 다른 성문을 통해 떠나며, 문에 들어가기 이전의 형태로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카나리아가 문을 통해 들어가서, 완벽한 공작새 미니어쳐가 되어 나왔다. 시저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쁨에 가득 차올라, 끔찍한 악취가 나는 지독히도 망가진 사내를 제 형제를 대하는 것처럼 껴안았다. 저녁 식사 계획이 잡히고 객실이 준비되었다. 서자 파베르제의 새까만 마음에도 진정한 기쁨이라는 낯선 감정이 뒤섞였다.


어둑한 밤에 작은 두 인영이 무도회장에 들어섰다. 하나는 잠옷을 입고 있었으며, 하나는 하얗고 부드러운 수면용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두 형태는 어둠 속으로 잠입하여 동화 속의 왕국에 도달했다. 잠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어린 왕자였는데, 공주에게 속삭이거나 그녀를 꼬집으며 성문에 이르도록 재촉하였다. 그 날 밤, 왕자는 공주의 귓가에 고약한 말을 속삭였다. 만약 자신과 함께하지 않거나 자신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공주에 대한 두 가지 불온한 비밀을 부모에게 전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왕자는 진정 짖궂은 남자아이는 아니었다. 으레 동년대의 소년이 그러한 정도였다. 바로 그 짖궂은 충동이 왕자가 여동생의 장난감 상자에 개구리를 집어넣거나, 뱀을 든 채로 여동생을 쫓아다니거나, 저녁 시간에 그녀의 정강이를 발로 차거나, 공주가 성 안에 들어가면 그녀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 보도록 만들게 하였다. 공주는 성문의 앞에서 애원했다. 부디 자신이 잠자리에 다시 들 수 있게 해달라고 왕자에게 속삭이며 빌었다. 왕자는 공주를 더욱 세게 밀고는 차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이 어째서 망가졌는지, 그 진짜 이유에 대해 본인에게 말할 것이라 협박하며 비웃었다. 공주의 얼굴이 헬쓱해졌고, 몸을 벌벌 떨었으며, 입을 다물고는 성문의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정적 속에 공주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왕자는 성문을 당겨 닫았다. 왕자의 꼬마 악마의 심장이 불온한 기쁨으로 요동쳤다. 낄낄거리는 웃음을 거의 참지 못한 채 요정의 고리로 뛰어들어가 개구리 동상을 선택했다. 왕자는 열쇠를 돌린 다음에, 공주의 똑똑한 발언과 손가락질을 통해 받은 많은 고자질을 용서하기로 했다. 성이 노래하고 철그럭대자 왕자는 덜컥 겁이 났다. 만일 누군가가 깨어난다면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왕자는 성 안의 사람들이 춤을 추자 어색한 거짓말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잠이 덜 깬 상태처럼 눈을 깜빡이고는 사람이 처음 도달하기 직전에 잠에서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왕자가 연습을 한창 하던 도중 성이 멈추었고, 왕자는 그리하여 반대쪽 문을 열었다.

무도회장에서 매우 먼 거리에 차르와 그의 부인의 방이 있었음에도 비명소리가 둘을 가장 먼저 깨웠다. 둘은 부모의 감으로 자신의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은 것 같았다. 차르는 연한 색의 가운을 입고 귀신처럼 창백한 얼굴으로 하인들과 졸고 있는 종들을 지나쳤다. 차르는 문을 벌컥 열어 무도회장에 들어섰으며, 하인들은 그의 걸음을 재빠르게 뒤따랐다. 문 뒤의 회반죽이 힘에 의해 깨져나갔다. 어린 왕자는 성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서 흐느껴 울며,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심한 감기에 걸린 것마냥 몸을 떨어댔다. 차르가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로 다가갔을 무렵 성에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차르가 성을 바라보자, 아들은 뒷전이 되었다.

동화의 숲에 지옥이 현현했다. 흐느껴 울며 몸을 뒤틀고 있는 덩어리가 나무들 사이로 몸을 비집으며 밀고들어갔다. 덩어리가 기어가자 이빨처럼 보이는 단단한 펜촉이 나무를 긁어댔다. 쉭쉭 소리를 내며 고름을 흘리는, 아마 그것의 눈일 터인 진물의 웅덩이와 부풀어오른 상처 부위처럼 보이는 입이 약한 공포감을 조성했다. 덩어리는 무언가에 젖어 액체를 뚝뚝 흘려대는 발톱을 끌어당겨 제 등에 달려 물결치는 반짝이는 바닥과 튜브, 그리고 실을 잡아당겼다. 공주의 찢어진 잠옷이 저 자신의 살에 끼어 매달린 상태로, 그것은 음푹 들어간 코의 주변부에 자그마한 티아라를 가라앉힌 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끼익 소리를 질렀다. 하인들은 놀라서 말조차 못하였으며 공포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시저의 아내가 무거운 '쿵'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기절할 적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공포를 느끼기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은 시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딸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공주는 몇 시간 후에 죽었다. 공주의 방은 봉쇄되었고, 복도는 회반죽으로 뒤덮였다. 몸은 묻어주기엔 지나치게 뒤틀렸으며 정상적인 형태가 아니었다. 어린 왕자는 망가져 마음 없는 껍데기가 되었다. 왕자는 말할 수 있는 능력이 몇 달간 퇴행되다가 결국에는 몇 시간 동안 창문과 벽만을 바라보는, 꾸물거리는 유령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 차르 또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때때로는 그 날 본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왕좌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작스레 발작적으로 흐느끼거나 격렬한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대중은 그에 대해서 거의 아무런 내용도 듣지 못하였지만, 지옥과도 같았던 그 날 밤의 일을 직접 본 하인들은 진실에 대해 단 한 마디라도 내뱉는다면 죽음에 처할 것이라는 위협을 받았다.

미친 파베르제의 상태가 공주 다음으로 가장 심했다. 침대에서 여섯 명의 경비에 의해 묶인 채로, 머리에 봉투를 씌워지고서 무장한 주먹으로 복부를 가격당했다. 남자는 그 후에 지하 창고에 던져진 채로 남겨져, 하루 종일 묶인 상태로 축 쳐져 있었다. 온 몸에 때가 묻고 진이 다 빠진 상태의 남자는 질질 끌려 어디론가 이동했으며, 머리에 씌워진 봉투가 벗겨지자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초췌한, 그리고 미친 것으로 보이는 차르와 마주하게 되었다. 파베르제는 말을 꺼내고자 하였으나 불가능에 가까웠다. 차르의 주먹이 제작자의 이미 깨져나간 이빨을 산산조각내고 그 이빨 조각이 혀를 찢겨냈으니 어차피 말을 내뱉는 것은 불가능하긴 했다. 차르는 근 이틀간 그를 때려댔다. 결국 차르는 손가락조차 남지 않은 남자의 손을 잘라내고 하나 남은 눈을 도려내고 나서야 가장 깊고 가장 어두운 구덩이에 썩어가도록 가두었다.

동화같은 궁전은 치워졌다. 차르의 격노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단순히 부숴버릴 수는 없었다. 차르는 궁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때면 어쩔 줄 몰라했으며, 궁전에 대한 이야기가 귀에 들어갈 때면 몸을 벌벌 떨고 두통을 호소했다. 궁전은 왕궁의 사용되지 않는 동의 지하로 조심스레 옮겨졌으며, 잊혀져갔다. 시간이 지나며, 도금이 벗겨져나가고, 보석이 떨어져나며, 조각상이 도둑맞았다. 해가 지나며, 이제는 맨 나무밖에 남지 않은 껍데기는 계절, 그리고 세기와 함께 천천히 휘어지며 쪼개졌다. 그것은 옮겨지고, 또 다시 옮겨지며, 결국은 알려지지도 가꿔지지도 않는 다른 보물들과 함께 왕족의 별장에 있는 묻혔다.

나무 재질의 숲과 성에 대한 전설이 생겨났다. 이제는 죽은 지 오래 된 차르의 증손주들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무서워하였고, 축축하고도 어두운 창고에 들어가서 그것을 만져보라고 서로 부추기기도 하였다. 아주 오랫동안 가문을 위해 일하였던 집사 하나가 죽기 직전에 세월에 빛바랜 이야기를 흘려냈다. 그리하여 달콤한 추문이 여러 술집과 하숙집에서 며칠 동안 굴러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곧이어 다른 이야기들이 그 추문의 뒤를 이어 덮었으며, 반란이나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 여름궁전은 토대만 남기고 불타버렸다. 여름궁전과 함께 여러 대작 또한 불타 사라졌고, 뒤틀리고 휘어진 나무 재질의 궁전과 숲 또한 그 뒤를 따랐다. 타다 남은 잿불이 식어갈 무렵, 아주 오래된 몰무더기 속 깊이 묻힌 새까맣게 탄 시계 장치는 아무도 모르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그렇게 남겨졌다.


한 학자가 그 태엽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책에서 찾아냈다. 어떤 대학교의 아카이브에서 한 하인의 잊혀진 일기장이 썩어가다 소유물을 대량 처분 판매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것이다. 학자는 협회에서 자신이 주장한 바가 조롱당했지만 여전히 이를 사실이라 여겼다. 그는 자산을 모아 여러 합법적 수단을 살펴보았고, 일기장에 적힌 내용을 찾기 시작했다. 학자는 탐색과 발굴을 시작한 지 여덟 주가 지난 날에 지독한 악취가 풍기는, 더럽기 그지없는 발굴된 차르의 비애를 볼 수 있었다.

운송 계획을 세우는 데 2주일이 더 걸렸다. 그 장치는 분해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이미 어느 정도 손상을 입은 장치에 더욱 손상을 가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장치를 천으로 감싼 채로 구덩이에서부터 들어올려, 애지중지하여 상자에 넣어 방충제로 속을 채웠다. 그리고는 지불할 수 있는 최대한의 돈을 지불하여 자신의 집으로 가져왔다. 집 안의 방 두 개가 가구가 치워졌으며, 거대한 금속제 물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학자는 몇 주 동안 태엽장치의 덩어리를 파고들고 탐구하였으나…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조심스럽고 안전하였던 실험은 더욱 격렬하고 막나가는 이론을 실험하는데 이르렀다. 오래 전 부서진 판에 훨씬 간단하고 직설적인 표기법이 적힌 거대한 판을 대신 끼워넣는 등의 행위 말이다. 학자의 교습과 다른 연구 프로젝트들은 진행이 중단되어 무시받게 되었다. 남자는 점점 더 일관성 없는 이론을 횡성수설 입에 담거나 소리치게 되었다. “거의 다 해결했어.”라고 중얼거리며.

다른 이들은 그가 전염 가능성이 있는 전염병에 걸린 것마냥 학자로부터 몸을 돌렸다. 처음에는 학자의 행동을 질책하였고, 결국엔 학자를 해고하게 되었다는 편지의 내용조차 무시하였다. 항상, 언제나, 다음 열쇠를 돌린다면 이전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맞추어질 것이라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항상 그 다음 것이, 다음 물병이, 다음 개가, 다음 구조가… 그 다음 하나가 결국에는 규칙을 드러낼 것이라고.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그 다음 것이. 그것 또한 아니라면, 분명 그 다음 것이.

남자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부터 강박 관념에, 다음으로는 분노에 집어삼켜져 점점 더 쇠약해졌다. 자신이 거대한 금속 덩어리에 불어넣은 모든 고통을 그것이 어떻게 해서든 보상해줄 것이라 억지로 믿었다.

경찰이 그를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난 일주일간 매춘부 셋이 사라졌으며, 두 순찰 경찰관이 거의 아무런 기대감 없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노크를 하자 문이 소리없이 열렸으며, 그 속의 정적이 둘의 총을 뽑게 만들고 둘을 끌여들였다. 경찰들은 부엌에서 튼튼한 밧줄로 목을 맨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의 몸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박혀있었다.

나는 신의 손에 닿았어
그 손을 마귀에게서도 보았어
지옥은 다름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
나 자신이 한 행동을 용서해 주길.

두 경찰관이 집을 수색한 후 지루함, 그리고 자살 과정에 대한 무딘 후회감이 일 것이라 생각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아무도 지하실에서 발견된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 오직 경관 하나만이 그 지하실에서 돌아 올라왔는데, 그 경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남자의 얼굴은 그것에 휩쓸려 이상한 흉터가 다수 담겨졌고, 뼈가 유리마냥 연약하게 만들어졌다. 이에 다른 경관은 자신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집이 불타고 있었다 하였다. 그 원인은 분명 전자제품의 과열이었거나, 자살한 정신 나간 사람이 스토브를 켠 채로 죽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화재의 근원지에서 울려오는, 흘러나오는 신음같은 흐느끼는 소리는 분명 가스가 새는 소리였거나, 금속이 뒤틀리는 소리였을 것이다.

경관들은 불타고 남은 돌무더기를 치운 후에 새까맣게 탄 거대한 태엽장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막막함을 느꼈다. 정부에서 인원이 찾아오자, 경관들은 장치를 정부에 넘길 생각에 너무나도 안심했다. 아마 그러한 안심이 정부 인원의 ID 카드를 너무 오랫동안 확인하지 않도록, 혹은 후처리 과정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 또한 직업성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또 하나의 비극적인 화재라고, 그렇게 잊혀졌다.


재단은 마셜, 카터 & 다크보다 몇 시간 앞서서 물품들을 쓸어들였다는 사실에 전에 있을 바 없이 즐거워했다.

재단은 이제 자리에 앉아, 이 광기의 경이에 대해 고민하며 조심스럽고 통제된 격리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려보기도, 찔러보기도 하였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더 많은 행위를 취할수록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적어졌다. 혼란과 분노가 그들을 천천히 잠식했으며, 머나먼 광기가 그들을 뒤덮었으나… 재단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재단은 그 의미를 광기에서 찾으려 하며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찔러댔다.

어린이의 장난감에서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려 노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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