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씻기기

다섯 번째 세척하고 나서는 산소 탱크를 주기 시작했다. 우리부터 하도 토를 해서 래리가 다시 골고루 더러워졌으니까. 제발 래리를 더럽게 내비두지 못하게 하소서.

산소 탱크 없이 이 인형옷을 씻을 때가 기억난다. 아로새겨진 대변, 고여 있는 소변, 나온 지 오래된 토사물, 땀 한 바가지, 그 냄새들이 콧속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어온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인형옷 주위 공기에 푹 스며든 부패한 시체 냄새가 최악이다. 아직도 2차대전 때 미군이 오키나와를 침공하는 다큐멘터리 기억이 난다. 양군이 언덕 하나를 서로 차지하려고 그랬었는데, 언덕 양편에는 썩어가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언덕에서 아래로 돌격해 내려오면 맨 밑으로 가기도 전에 악취 땜에 토가 나올 지경이라 그랬다. 그런 끔찍한, 뱃속 뒤틀리는 냄새가 이 인형옷을 씻을 때마다 콧구멍을 훅훅 찔러온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스쿠버 쫄쫄이 슈트를 입었으니 이쪽으론 괜찮겠지 싶지만.

맨 먼저 머리부터 벗겨낸다. 보통 D계급 하나가 안에서 나온다. 입술은 마구 쓸려 부었고, 턱에는 토사물이 말라붙어 있다. 인형옷의 입 안에도 오바이트가 꾹꾹 쌓였다. D계급은 인형옷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냄새 때문에 거의 당장 먹은 게 올라온다고들 그런다. 끔찍한 일이다. 그네들이 토하는 와중에도 래리는 계속 말을 하려 그러는데, 그래서 결국 들리는 말은 내뱉고 숨 못 쉬고 하는 어부어부 소리뿐이다. 인형옷 입는 사람 넷 중 하나는 첫 5분만에 이래서 죽는다.

상반신 나머지를 계속 벗겨낸다. 항상 몸통이 제일 쉬웠다. 땀범벅에 토사물 뚝뚝 떨어지는 정도로 끝이니까. 시신을 나중에 놓고 보면 재밌는 게, 다른 데는 진짜 하나같이 역겨운데 몸통만은 맨날 상태가 아주 깨끗하다. 어떤 때는 D계급이 죽기 바로 전에 인형옷에서 나와서 장기를 적출하고 병원에다 기증할 때도 있다. 아니 뭐, 우리도 뭔가 인도적인 좋은 일 하나쯤은 해야 돼서랄까나?

허리랑 골반 쪽까지 꺼낸다. 이 부분 냄새 때문에 오바이트가 데꺽 나오기가 십상이다. 래리 실험이 끝나면 피험자의 점프슈트는 항상 바로 벗겨버린다. 뒤쪽에 들어간 놈이 소아성애자에다 강간살인범인데도 이때만은 진심 가련해 보인다. 3일 동안 얼굴에다 방귀만 뿡뿡 맞다가 죽으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한번은 D계급 두 명 다 발가벗기고 실험했던 적이 있다. 뒤쪽 놈은 하루만에 질식해서 죽어버렸다. 인형옷을 벗겨보니 앞쪽 놈은 뒤쪽 놈 얼굴에다 대변을 싸지르고 내부 옷감에도 오만 데 다 묻혀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뒤쪽 놈은 다른 사람 대변 때문에 질식해서 죽었다 그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둘 다 점프슈트 입히고 넣었다. 점프슈트 앞은 소변으로, 뒤는 대변으로 주루룩 물들어 있었다. 너무 나쁘진 않은데, 첫날 이후에 생겨난 발진만 보면 항상 볼 때마다 몸이 움찔거린다. 대개 남자 급소는 고름져서 불어터졌고, 엉덩이는 피 나고 갈라진 모습이었다. 몇몇 실험에서 D계급을 여자로 골라서 생리 기간에 인형옷에다 넣었던 적 있었다. 그때 생각만 하면 도저히 입을 못 놀리겠다.

부츠가 제일 짜증난다. 처음 실험할 때 연구진은 첫날 지나고부터 철벅철벅 소리를 들었다. 조금 살펴보니까 부츠에서 소리가 났다. 이게 뭐냐면, 래리의 부츠는 고무라서 유체를 흡수 못 하고 전부 다 모아둔다. 소변 대변 토사물 땀 피 등등이 싸그리 인형옷 안의 사람을 타고 래리의 부츠 속으로 흘러든다. 그렇게 오만 물질이 모여서 끈적이는 액체가 되는데, 대개는 갈색 노란색이고, 가끔 생리혈이 섞여서 빨간 반점이 나오기도 한다. 이 유체가 사람 발을 둘러싸고 굳어져서 천천히 거름 비슷한 것처럼 된다. 그래서 이 발을 부츠에서 꺼낼 때면, 진흙탕에 빠진 샌들 꺼낼 때처럼 쭈욱 빠는 소리가 크게 난다.

이러면 한 사람까진 끝났다.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