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만찬

사건 MC-643 사후 보고서

새뮤얼스Samuels, 퍼킨스Perkins, 플랜더스Flanders 요원은 20██년 10월 2█일 재단의 요주의단체 마셜, 카터 & 다크가 주최하였다고 추정되는 크리스마스 가면무도회로 정보를 수집하고자 침투했다. 무도회 장소인 ██ ██████ 로는 마셜, 카터 & 다크의 창립 인원 하나의 소유로 추정되는 사유지였다.

새뮤얼스는 은빛 베네치아 가면 쓴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여자의 눈은 변장도구의 회색 막 뒤로 가려져 있었다. 여자가 먹는 간식이 새뮤얼스는 말린 인간 심장 웨이퍼는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주 확신할 수는 없었다.

"멋진 신사, 이 펀치 좀 되게 마셔보라니깐요. 제가 봐도 이거 되게 기가 막힌 맛이라구요, 되게 탐나서 죽겠어. 나 조금 더 마셔보려는데, 같이 할래요?"

새뮤얼스는 벌써 그 펀치가 어떤 테이블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파티의 음식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대개는, 다 알아본 참이었다. 펀치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고마워요 아가씨, 하지만 사양할게요. 괜찮으시다면 저기 저 남자분께 가서 곡예사를 새로 수급할 수 있나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요. 지난번 여자는 혼자서 부서져 버렸으니, 참 안타깝죠."

새뮤얼스는 여자한테서 성큼성큼 멀어져 플랜더스 쪽으로 바삐 발을 옮겼다. 국소 뼈 재생 시설을 한번 찾아가 보지 않겠냐는 마지막 추천을 등 뒤로 하며.

요원들은 모두 검은색 전면 가면을 쓴 채로 가면무도회에 무사히 침투했다. 침투 경로는 저택 동편의 창문이었으며, 퍼킨스 요원이 잠금 장치를 뚫어낸 뒤에 들어갔다.

퍼킨스는 방에 있는 모든 변칙개체들을 다 정리해보고 있었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문 옆 구석에는 딱 봐도 간호사처럼 생긴 여자가 석류씨를 먹고 있었다. 암만 집어먹어도 절대로 바닥나지 않는지, 여자는 모르는 눈치였다. 반대편 구석에서는 한 남자가 관객들한테 브레드스틱을 고기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줬다. 퍼킨스 왼편에서는 금빛 분수가 벽에서 뿜어져 나오고, 그 아래 조그만 명판에는 그 분수에 어떤 유해물질이 들었는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방 저편에-

퍼킨스가 소리 죽여 욕설을 내뱉었다.

"플랜더스 이 병신, 지금 생각이 있는 거야?"

해당 임무가 실패에 빠지게 된 시점은, 본행사가 열리던 방에 플랜더스 요원이 들어가고 20분이 지나서였다.

플랜더스는 치즈에 흠뻑 빠져 한 입 한 입을 푹 음미했다. 그윽한 향기가 풍성했고, 향긋한 맛이 온 혀를 덮고, 유제품의 부드러움이 입속에서 갈라지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을 선사했다. 이 테이블을 떠나는 것은, 이 치즈를 떠나야 한다는 의미라면 절대로 그 어떤 이유로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치즈가 자기 세상의 전부고, 그 밖에는 아무것도 상관없으니까.

플랜더스 요원은 SCP-643의 영향을 입었다고 추정되는 인간 간[肝] 한 조각의 효과를 받았다. 동료 요원들이 개입을 시도하자 짤막하게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으며, 그 와중에 플랜더스 요원은 SCP-643이 자신의 피부에 닿으며 목숨을 잃게 되었다. 몇몇 참석자들 또한 SCP-643으로 뒤덮였으나, 그대로 플랜더스 요원을 닥치는 대로 포식했다.

새뮤얼스가 비틀비틀 홀에서 빠져나왔다. 소매는 피투성이가 된 입을 덮고 있고, 가면은 일그러져 있었다. 괴로워하는 플랜더스의 비명이 등 뒤로 들려와 문간까지 울려퍼졌다. 새뮤얼스는 자기가 겨우 뜯어낸 손가락 하나를 우물거리다가, 큰 사람들 몇 명이 테이블 하나를 들고 자기를 지나쳐 홀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두꺼운 시트가 안에 있는 그것을 황급히 뒤덮었지만, 시트 밑으로 금빛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며 카펫이 치즈향 나는 노란 물질로 바뀌었다. 새뮤얼스는 목구멍에 뼛조각과 손톱이 걸리자 기침했지만, 그걸 굳이 아깝게 뱉어내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새뮤얼스 요원은 마지막으로 플랜더스 요원을 만난 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근육을 잘근잘근 씹으며 퍼킨스는 희열에 빠졌다. 플랜더스는 더 이상 귀찮으리만치 꿈틀거리지는 않았고, 그래서 붙들고 있기 더 쉬웠다. 이따금 퍼킨스가 장기 하나를 덥썩 뜯어낼 때면 플랜더스는 움찔하곤 했고, 뇌를 한 숟갈 떠내려고 할 때는 진짜로 바들바들거렸지만, 퍼킨스는 상관하지 않았다.

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가는 뜨거운 핏물은 어느새 느려졌다. 디저트가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퍼킨스는 속상해서 울 뻔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은 딴 데를 바라봤다. 사람 비장의 놀라우리만치 다채로운 맛, 뜨겁게도 고동치는 심장, 그리고 골수, 아아 이 골수란, 부드러이 우드득 갈라지는 뼈, 따뜻하고 맛있게 사르르 넘어가는 이 슬러리. 붙잡을 게 없어 수축하지도 못하고 있는 이 소담한 근육들은 축축하게 추욱 늘어져 있었다.

퍼킨스 요원은 다음날 아침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부검 결과 퍼킨스의 신체는 그날 저녁 먹었던 물질들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과 더불어 얼굴에 불명의 이유로 상당한 손상을 입으면서, 퍼킨스는 과다 출혈 및 내부소화관 파열로 말미암아 사망했다.

새뮤얼스가 비틀거리며 다시 홀로 들어왔다. 가면은 비스듬하게 얼굴 위에 걸쳤고, 뻘건 피가 입에서 줄줄 새어나오고, 면직 한 조각이 콧구멍에 꽂혀 있었다. 사람이 먹고 먹히며 죽어가고 벌써 죽은 광란의 카니발, 여전히 서로를 되는 대로 입에다 쑤셔넣으며 아웅다웅하는 그 현장을 헤쳐 들어가, 새뮤얼스는 플랜더스가 아무 움직임 없이 퍼킨스와 같이 시체가 되어 누운 그 자리까지 찾아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플랜더스의 살점을 몇 줌 더 파내어 입에다 밀어넣고, 위장이 거부할 때까지 입속을 꽉꽉 채우고는 퍼킨스의 이어피스를 부여잡고 홀을 슬그머니 나섰다. 다른 손에 누군가의 신장이 아직도 붙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자기 손으로 잘라낸, 아직 피 줄줄 흐르는 팔을 손으로 누르는 채로. 곧 여기 있던 모든 이들이 그들의 빛을,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살점을 몽매한 자들에게 나눠주는 기쁨을 깨닫겠지. 이런 행사를 남자는 좋아했다. 어떤 다른 집단보고 책임을 돌리기 좋은 행사를. 더구나 올해 이맘때는 항상 이를 퍼뜨리기도 좋았다. 숱한 음식이며 그를 나누는 데 초점이 모이니. 혈관 속에서 꿈틀거리는 벌레를 남자는 느꼈다. 그리고 자기 주위의, 이번 만찬 내내 자기가 준비한 고기를 열심히 먹어대는 사람들 속에서 또 느꼈다.

이번 저녁의 전도 작업을 남자는 매우 보람차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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