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기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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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기지가 넘쳐흐르는 안전 등급 개체를 수용하기 위해 개장하다.☦

1976년 7월 28일 - 제18역정보기지

“좋은 저녁이에요 메이레더씨.” 샌더스는 뚱뚱한 대머리 남자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며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가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

“아, 괜찮았습니다. 그냥 언제나와 같았죠. 좋은 하루였어요.” 메이레더가 목을 길게 빼 책상 끝부분에 도미노 몇 개를 놓으며 웅얼거렸다.

샌더스는 먼지 쌓인 사무실의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종이 더미 사이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뭐하고 계세요?”

“그냥 배정받은 새 물체에 대한 격리 절차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SCP-1463은 격리 절차 파일이 100쪽이 넘는 거 알고 있었나요? 200쪽이에요! 8포인트 글꼴로 말이죠!” 메이레더는 철제의 더러운 책상 위에 마지막 도미노를 올려놓고는 다 쓰러질 것 같은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그것참… 흥미롭네요.” 샌더스가 포니테일의 쪽을 정돈하며 말했다.

“아, 그랬죠, 맞아요, 당신은 어땠습니까?” 메이레더가 물었다. 매우 퉁명스러운 질문이었다. 메이레더는 책상 밑으로 손을 뻗어 큼직한 스프링 제본된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샌더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았어요. 막 감시 업무를 했거든요. 아무런 일도 없었고, 흥미진진한 일도 없었고요.”

“잘됐군요. 앉는 게 어떱니까? 다른 데 갈 곳이라도 있었나요? 없잖습니까.” 메이레더는 종이를 넘기면서 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아뇨 전-… 그거 거꾸로 들고 있어요.”

“아, 왜 감시 업무를 했는지 알 것 같네요!” 하던 대로 종이를 계속 넘기며 메이레더가 끼어들었다. 샌더스는 그가 있는 방향으로 장례식에 온 것 같은 눈빛을 보냈다.

샌더스는 책상 위의 도미노 패턴을 쳐다보았다. 앵무조개 껍데기의 나선이었다. 도미노만 아니었다면 티끌 하나 없었을 책상의 가장자리에서 시작해 중앙에서 끝났다. 샌더스는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메이레더는 항상 빨간 도미노를 중앙에 놓았다. 이런 걸 기억하고 있다는 게 싫었다.

“저, 이걸 왜 이리 자주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샌더스의 어조는 버릇없었고, 전문적이지도 않았다. 메이레더는 책 너머로 어리둥절한 시선을 보내왔다. 샌더스는 열을 세는 걸 잊지 않았다. “…도미노 말이에요.” 그녀가 명확히 했다.

메이레더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똑바로 들지 않은 격리 절차 매뉴얼로 시선을 돌렸다. “지루하니까요. 도미노 세우는 걸 좋아합니다. 그 깔끔한 모습을 좋아하죠. 참 예쁘잖아요.”

“한 번도 넘어뜨리는 걸 본 적이 없는데요.” 일 분 정도 조용히 있다가 샌더스가 말했다. 불편했다. 전력이 대부분 새로 보관한 SCP의 공기 정화 시스템으로 보내지기에 이 동의 공기는 탁했다. 메이레더의 도미노는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그와 관계없이 이 답답한 사무실에 앉아 30분 정도를 낭비해야 했다.

메이레더는 코를 살짝 젖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감탄하며 바라보는 게 끝나면 닦아준 뒤, 상자에다가 다시 넣죠.”

샌더스는 코웃음을 쳤다. 메이레더는 진지한 낯짝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반응에 샌더스는 마구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렇게 웃깁니까?”

샌더스는 코를 닦고는 의자에 고쳐 앉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웃긴 게 떠올라서요.”

메이레더는 입을 열기 전에 잠시 기다렸다가, 뭔가를 말하기 시작하다가, 곧 멈추었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자세한 사항들을 암기해야 해서요.”

샌더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작은 미소를 얼굴에 띈 채 아무 말 없이 방에서 나왔다.

메이레더는 가볍게 책을 내려놓고는 책상 위의 앵무조개 무늬를 살펴보았다.

샌더스는 복도 모퉁이를 돌면서 메이레더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시설 개장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들이 재단의 정보 제공소라고 부르곤 하던 제18기지는 원래 역정보 시설로 사용되었다. 메이레더는 단순히 프로젝트를 처리하고 주어진 매체를 포장하는 일을 했고, 샌더스는 그 밑에서 교정자로 일했다. 그 뒤에 허가를 받기 위해 기지 이사관에게 문서를 보내고, 부적절하면 다시 돌려보내 졌다.

재단은 불필요하게 인원을 다른 시설로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메이레더, 샌더스와 2명의 다른 동료들은 이제는 그들의 동에 있는 물체에 대한 특수 격리 절차에 삼 주 동안 묶여있었다. 새로 뽑은 두 명의 연구원도 구성원에 합류했다.

이러한 물체들은 격리하는 것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일들은 진짜 연구원들을 위한 것이었다. 훈련 대부분은 일과를 외우는 것과 모니터를 통해 물체를 감시하는 신나는 저녁이었다.

제18기지 매체실의 내용물들은 더 작은 시설로 옮겨졌고, 안전 등급의 개체들을 격리하기 위해 개장되었다. 문서 저장소의 내용물도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방은 변칙 인공물 창고로 개장되었다. 보관함의 미로는 지금 오백여 개의 물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다행히 샌더스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일거리가 많은 물건도 아니었다. 관료주의적인 대소동을 거치고 나면, 물품들은 냉동실로 보내져 영원히 잊힐 것이다.

샌더스는 개장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 지은 창고는 이미 절반이나 찼고, 이 잡동사니들을 두었던 장소는 공간을 더 확보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꽉 들어차 있었다. 매주 새로운 소포가 오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녀는 재단이 어떻게 매달 집세를 내는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샌더스는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날마다 9시에서 5시까지 이상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일은 산더미 같은 경비 보고서와 신문 사설을 편집하는 일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적었다. 메이레더를 대해야 한다는 것만 빼면, 그녀의 일은 쉬웠고 그랬기에 변화는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메이레더는 살찐 손가락을 가볍게 도미노 트랙의 가장자리에 걸쳐 놓고 있었다. 각각의 도미노는 완벽하게 두 손가락만큼 떨어져 있었다. 여기엔 총 70개의 도미노가 있었다. 도미노는 문양이 없으며, 상아로 만든 것이었다. 각각의 도미노는 60그램이었다. 메이레더의 아버지가 2년 전 그에게 주셨다.

하나를 넘어뜨리면 나머지에 무슨 일이 생길지를 보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일종의 미신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그의 삶은 편집증적인 강박 관념에 지배받고 있기에, 이 직업은 메이레더에게 딱 맞았다. 강박적으로 조심하는 습관은 사무실 한복판에 1개월 치의 개정된 문서 무더기를 만들어냈고, 걱정 또한 불러일으켜 그에게 대답하는 사람들에게는 시너지 효과로 영구적으로 짜증을 내게 하였다.

메이레더가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던 것이 갑자기 머리가 가려워져 방해받았다. 메이레더는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어색하게 앞으로 몇 발자국 걸어나갔다. 그는 도미노 조각이 연쇄적으로 넘어지는 것을 불안한 고통과 함께 지켜보았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잠자리에 들러 방으로 들어갈 때 샌더스는 복도에서 희미한 기관총과 같은 상아의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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