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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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가는 버려진 모습을 띠고 있었지만, 존슨은 단지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저쪽 벽에는 기댄 술에 취한 사람이 존슨을 꽤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고, 부식된 자동차들 좌석의 쓰레기 아래는 유산탄이 묻혀 있다. 존슨은 길 건너편의 저격수가 자신의 얼굴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 당당히 서서 앞 부분이 비어 있는 사무용 건물으로 천천히 걸어 문을 건드린다.

차가운 표정의 작은 여자가 사무실 내부의 두꺼운 유리판 뒤에 있는 카운터에 선 상태로 근무 중이다. 존슨은 자신의 총과 ID 카드를 옆의 카운터 서랍에 집어넣는다. 여자는 서랍의 내용물을 가져오고, 보관증 하나와 추상적인 문양으로 뒤덮인 합판 카드를 남자에게 건넨다.

"이 그림들 중에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나요?"

"전혀."

"좌측 하단을 터치해주세요."

남자는 검지로 좌측 하단을 건드린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이빨을 보여주세요."

남자는 입을 벌린다.

"검은 달이 우나요?"

"아니, 경고 없이 찾아오지."

"알겠습니다." 여자가 책상 밑의 버튼을 누르며 말한다. "가셔도 됩니다." 방의 뒷편에 '계단'이라 표시된 금속 문이 웅 소리를 낸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요원님. 그건 그렇고, 일은 어떻게 되어갑니까?"

"알잖나. 평소대로지." 존슨은 휘파람을 불며 문을 향한다.

콘크리트 재질의 지하실의 공기가 담배와 불안의 냄새를 풍긴다. 존슨의 감독인 고든은 평소보다 더욱 긴장한 상태이다. 고든은 존슨이 브리핑을 하는 동안 줄담배를 피워댄다. 종종 자신의 두꺼운 안경을 들어올리거나, 관자놀이를 긁적이려 담배를 끊는다. 고든은 언제나 단정한 남성이나, 최근에는 그것이 과할 정도로 보인다. 고든의 얼굴은 긁어서 빨개졌으며, 핀셋으로 파낸 마른 핏물로 인하여 얼굴에 자그마한 얼룩들이 나 있다.

여섯째 아들들의 수색이 고든의 신경을 망가뜨리고 있다.

임무가 지난 주부터 코드 핑크 등급이 되었다. 재단은 D계급을 위해 여섯째 자식들의 여섯째 자식들을 필요로 한다. 격리해야 하는 현실을 집어삼킬 수 있는 형이상학 개체같은 것과 상호작용하는 방법 때문이다. 분명 재단은 최근 이 다수의 신입들에 집착하고 있다. 애초에 평범한 특성은 아닌데 말이다.

"이번 의뢰는 평범이랑은 거리가 좀 먼데." 고든이 말한다. "그 이유는 일단 신입들이 동물들이거든. 분명한 동물들이야. 그리고 이 동물들이 재단 계열사에 이미 격리된 상태라서 말이야."

"우리가 계열사가 있는지는 몰랐네요." 존슨이 답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재단의 유령 회사에 근무하지만, 계열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주 작은 회사야. 남서쪽에 있지. 소규모 팀이야."

"소규모 격리 시설이요?"

"맞아. 동물을 위한 곳." 고든이 눈을 데굴 굴린다. "히피같은 거야."

"그리고 재단이 거기에 위탁하고요?"

"그 둘은 파트너나 뭐 그런 거야. 나만큼이나 추론 능력이 좋구만. 봐봐, 지금 넌 특별 보안 프로젝트에 배정됐잖아?"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뭐, 지금이 특별 보안에 해당되는 상황이야." 고든이 폴더 하나를 존슨에게 건넨다. 존슨이 내부를 흘끗 본다. 모든 페이지에 워터마크된 밈적 살해 인자가 서브리미널 예방접종을 시험하느라 딸꾹질이 나오도록 만든다. "말했잖아." 고든이 입을 연다. "특별하다고. 도넛 가져가. 걔들이 도넛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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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의 안은 평화롭기만 하다. 존슨은 창문을 내리고 차를 몬다. 이곳에는 아직 라디오 방송국이 없지만, 새와 귀뚜라미의 노랫소리가 대기를 가득 채운다. 존슨이 승용차를 세우자 한 여자가 조깅을 하다 차 옆에 멈춰서는데, 사실상 제자리에서 통통 뛰고 있는 상태다.

"거기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에리카야. 우리의 자그마한 자연 보호 구역을 돌아다니며 소개시켜줄까 해!" 여자는 나이가 어리고, 금발을 가졌으며, 남자를 만나서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이다.

"음, 에리카, 좋은 아침이로구나! 내 이름은 댄이라고 해. 만나서 반갑구나. 여기, 도넛 먹어." 존슨이 패스츄리 한 상자와 커피 컵이 가득한 판지 상자를 건넨다.

"아, 고마워! 당신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어졌네!" 에리카가 하나를 꺼내 먹으며 파일용 캐비닛과 동물 캐리어로 가득 찬 작은 오두막집으로 존슨을 데려가며 재잘거린다. "보통 관리자들은 항상 너무 진지하더라."

존슨은 탁자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선 자신의 커피를 마신다. "친근하게 구는 게 낫지." 존슨이 하품하며 말을 잇는다. "긴 밤이야.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다고. 일단, 그 사람들이 내가 보러 온 주민이 누군지는 알려줬어?"

"워블즈 맞지?" 에리카는 약간 쌓인 종이 위에 일지 하나를 올려 연다. "일단, 네가 서명을 할 건지 물어봐야 해. 미안. 새로 개정된 규칙이야." 존슨은 L1 운송 부서 증서들을 자신의 서명 이름과 유사하도록 위조하였으나, 에리카는 증서를 보여달라 하지 않는다.

에리카가 숲길을 따라 내려가 주위 모든 방향으로 발걸음이 뻗어져나가는 거대한 오두막집으로 존슨을 데려간다. "여기는 산장이라고 해. 어서 와! 우선, 대부분의 손님들이 여기 살고 있긴 한데 결국 언젠간 다시 사회로 돌아갈 거야. 돌봐줘야 할 친구들이 더 많아진다면 보존 구역 주위에 우리가 지은 오두막들로 옮길 거고 말이야."

"자연에 가깝게 보존한다고 했지, 응?"

"동물들이 좋아하는 방식이야."

오두막은 바닥이 다 파진 상태라 바깥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다. 오두막의 내부는 헛간과도 같은 냄새가 난다. 야생에서 작업하는 별난 직원들은 다양한 동물을 돌보고 있다. 존슨은 부엉이는 소리와 이히힝거리는 소리 사이에서 밝은 대화를 겹쳐 듣는다. 대부분의 벽에는 잡동사니와 육각 구멍의 철조망으로 이루어진 수제 울타리가 줄세워져 있으나, 그 뒤쪽 구석에는 상어의 거대한 유리 탱크의 자리가 크게 나 있다. 유리 탱크의 뒤에는 여러 수족관이 들어 있는 선반이 있는데, 각 수족관의 안에서 새끼가 앞뒤로 휘이 유영한다.

"얘가 워블즈야!" 존슨의 가이드가 존슨을 탱크 위로 안내하며 말한다. 상어가 존슨과 에리카를 눈치채지 못한 채 느릿하게 원형을 돌며 둘을 지나친다. "약간 수줍음이 있는 아이인데, 걱정 마. 우리가 껍데기에서 벗어나게 해 줄 테니까."

"좋네." 존슨이 동물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반가운 소식이야. 가능한 빠르게 워블즈랑 걔의 애들까지 돌려줄게."

"뭐, 조금 어려울 텐데. 워블즈라… 누가 자기 만지는 거 싫어한단 말이야."

"걱정 마. 준비해놨으니까." 존슨이 넓게 미소짓는다. "트럭 뒤에 있는 게 무슨 용도인지 보여줄게. 저 수족관 하나 옮기는 것 좀 도와줄래? 그러면 괜히 두 번 왔다 갈 필요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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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은 거대한 플렉시 유리 패널을 여럿 가져왔다. 너무나도 컸기에 차의 뒤편에 사륜 운송 탱크를 조립할 조각과 함께 비스듬히 세워놓아야 할 정도였다. 존슨은 약간의 부탁을 한 끝에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무거운 것을 들 수 있었다. 패널을 끌고 가는 것은 몇 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해야 하며,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은 다음에는 상어의 캐리어를 밑에 줄을 깔아 거대한 탱크의 중앙에 놓아야 한다. 또 패널을 점점 더 작게 만들어 상어가 캐리어의 중앙에 갇히도록 해야 한다. 상어는 폐쇄공포증을 겪는 것마냥 더 빠르게 원을 그리며 헤엄친다.

"어우, 워블즈가 긴장했나 봐. 괜찮을 거야, 꼬마 친구야." 가이드가 말한다.

"걱정 말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존슨이 알기론 그랬다. 그 상어는 곧 누군가에게 키워질 것이며, 아마 자손의 자손까지 보호받을 터이다. 여섯째 새끼의 여섯째 새끼는, 아마 안전하게 2747과 상호작용할 수 있겠지. 불행히도 워블즈의 아이들이 어떤 순서로 태어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기에, 모든 증손주의 자식들이 변칙존재에 대한 실험을 받아야 한다. 존슨은 빛나는 은빛 플라스크를 자켓에서 꺼내 한 모금 마신다.

"어, 와. 맞아. 너는, 어… 아, 지금 다섯시쯤 됐지?"

"뭐? 아. 이거. 그냥 약이야." 존슨이 손목의 시계를 툭 건드린다. "제때 먹어야 되거든."

한 시간이 더 지나고서야 둘은 워블즈의 캐리어 중앙에 워블즈를 가둘 수 있었다. 에리카는 존슨이 캐리어를 부드러이 들어 수면이 올라가 탱크 밖으로 워블즈가 튀어나가지 않도록 돕는다. 워블즈가 바깥으로 떨어진다면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 테니까. 둘은 또 다른 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바깥에서 빌려온 납작한 정원 수레로 느릿하고도 안정적으로 내려놓는다. 드릴으로 뚫려 구멍이 난 패널을 탱크의 위에 올리고, ㄴ자 형태의 받침대를 볼트로 조여 뚜껑을 닫는다. 이제 상어는 떠날 준비가 되었다.

길을 따라 수레를 내리는 것은 시간이 조금 걸리는 일이지만, 밖의 날씨는 화창하기만 하다. 존슨은 팝송을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이 자동차에 도착할 무렵에는 엘비스의 히트곡을 불협화음을 내며 부르기에 이른다. 둘이 막 탱크를 끈으로 묶기 시작할 무렵 존슨의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악 안돼! 괜찮아?"

"괜찮아. 그건 - 이건 그냥 약이. 효과가 도는 거야." 고통이 존슨의 왼쪽 눈을 찌르고 얼굴이 경련한다. "기억제라고. 그 약을 먹는 건 별로지만, 어쩔 수 없었어." 존슨은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그의 소매에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존슨은 머리가 괜찮아질 무렵까지 잠시 그 상태로 서 있는다.

"자." 존슨이 마침내 입을 연다. "네가 해 줘야 할 게 하나 더 있어. 저기 있는 네 자그마한 기록 헛간으로 가서 워블즈에 관한 모든 파일을 넘겨줘. 또 네가 얻어낸 다른 모든 절차나 연구 데이터도 차에 실어줘." 존슨은 얼굴에 묻은 피를 쓸어 옆으로 털어낸다. "그리고, 워블즈나 나에 대한 언급이 있는 달력이나 메모나 작업물같은 것들을 탁자 위에 올려서 벽에 있었던 등유 랜턴의 불을 종이 위에 던져줘. 운이 따른다면 헛간은 그저 불에 타기만 할 뿐일 테지."

"뭐? 싫-"

단어가 에리카의 목에 걸리며, 공포로 인해 눈이 커진다.

"맞아. 미안하지만 네게 가스를 마시게 했어. 지난밤에 와서 네 오두막의 굴뚝으로 자그마한 뭔가를 떨어뜨렸어. 몇 시간 전에 작동시켰고. 그 사람들은 네가, 어. 강박적으로 남의 영향을 받기 쉽다 하더라. 이것도 기억하지 않겠지, 도움이 안 될 테니." 존슨은 집중을 하고자 머리를 흔든다.

"넌 누구야? 누가 널 보냈어?"

"관리자들이 보냈어. 사장님이 이곳을 전부 비워내길 바래. 그 여자가 담당자한테 네 변칙존재들을 가져갈 기동특무부대를 대기시키라고 명령을 했고. 정중한 절차를 처리하라고 나를 보냈지. 그 사람들이 이런 일까지 하기엔 바쁘거든. 이런 일은 네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야." 기억제가 존슨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따라서 예정보다 더 많은 말을 지껄인다.

"왜?" 에키라가 흐느낀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뭐, 변칙 개체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거든. 조만간 넌 심한 재앙에 휘말리게 될 거야. 낮은 보안 수준이 네가 가진 전부니까. 동물들에 대해 뭔가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지도 않고, 진지하게 동물들을 보호하려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정보 보안 문제을 제외하고도 현재 구조로는 수많은 보안 문제가 있기도 하지. 인정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어." 존슨은 어깨를 으쓱인다. "뭐 단순히 내 생각일 뿐이지만,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이제 시작해줘. 네 동료 직원들하고도 말을 나누러 가야 하거든."

에리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나, 곧 자리를 뜬다.

***

"잘했어." 고든이 다음 브리핑에 말한다. "네가 어떻게 해냈는지는 딱히 알고 싶지는 않은데, 구가 자기 새로운 부서가 들어갈 구역이 정리됐다고 좋아하셨더라. 상부의 명령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윌슨 야생동물 그것들이 엄청 무능하더라고. 워블즈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깔끔하게 내보냈네. 아무도 죽이지 않고."

한 번의 급습이 있었다. 그리고 화가 잔뜩 난 말벌이 말 그대로 귀 안쪽에 달라붙어 네 명의 직원이 중상을 입었다. 에리카는 기록을 불태우는 과정에서 심각한 2도 화상을 입었으며, 한 인턴은 사륜차를 호수로 몰아 들어가는 도중 어떻게 해서인지 자기 자신의 발을 치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이 생겨난 기동특무부대 오미크론-91 ("야생의 것들은 어디에")가 동물들을 급습하여 순조롭게 재격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누구도 죽지 않았다.

존슨이 어깨를 으쓱인다. "덕분에 일이 쉬워지네요."

"그렇지. 네 고객들은 만족했어. 그 상어의 손주들을 조작해서 제때 테스트에 집어넣도록 하기 위해 임신 과정에 박차를 가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더라. 그 사람들을 감시해야 하는데, 기지 이사관이 너한테 따로 감사를 전해달라 하더라고. 그리고 구가 이사관한테 너를 높이 평가한다는 걸 알리라고도 했고 말이야."

그 말은 존슨을 미소짓게 한다. 진짜 미소 말이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고든은 새 폴더를 꺼내며, 다음 임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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