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전
그동안 자신을 찾아온 이들은 있긴 있었다. 주로 같은 팀 동료로서 같이 출동하기 위해 방문을 두드리는 이들이었는데, 감독관정도 되는 이가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다른 팀원들은? 아직 타우-9("호전적인 경호원")에 정식배속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배치명령을 받은 만큼 유사시에는 그들과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어째서?
"무슨일인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네요. 하지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얼른 나오세요. 설명은 이 종이로 대신하겠습니다."
감독관의 말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단독군장만 챙기고 방을 나섰다. 앞서가던 감독관이 나에게 종이를 넘겨주었다.
"일단 이 기지에서 제정신인 사람부터 찾자구요."
갑자기 무슨 말인거지. 의문들이 머리를 스치는 가운데 종이를 본다.
…
…
…
이런 시발.
O5-10 긴급 회신.
SCP-2662 격리 실패. 기동특무부대는 현재 출동 불가.
기지에 남아있는 인원들은 즉시 SCP-2662를 격리하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20분 전
"처음보는 문서가 있다는게 매우 흥미롭군요. 특히 제 직책을 생각하면 처음본다는 이 상황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O5-10은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더미들을 책상에 던져놓고는 1번부터 13번까지 숫자만 적혀있는 검은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씀하십쇼, 2. 서류를 보아하니 당신이 주동자로 나와있는데."
"맞습니다, 10. 그리고 이미 의원의 과반수가 저와 같이 뜻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건 모를 일입니다. 저도 친구를 데려왔으니까요."
띵-
다른 화면에 불이 들어온다. 다른 화면들과 달리 새로 들어온 화면에는 윤리위원회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윤리위원회 의원장 출석했습니다."
윤리위원회라는 말에 화면들은 잠시 소란스러워진다. 작은 소란을 확인한 2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는 말한다.
"이렇게까지 나오시는겁니까, 10?"
"그건 제가 드리고싶은 말씀입니다, 2. 질문 몇가지 드리도록 하지요."
서류를 집어든 10은 짜증나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채 서류를 뚫어버릴 기세로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SCP-2662 격리 실패는 당신과 당신의 편들이 일으킨게 아닌건 확실한겁니까?"
"물론입니다. 그 부분은 여기 참석하신 윤리위와 기록정보보안행정처가 증명해줄 것입니다."
"마지막 선을 안넘으셨다고 당신들의 지금 행동들이 사라지는건 아닙니다, 2. 두 번째 질문입니다. 격리 실패는 우연이었으면 지금 보이는 SCP-2662의 이상행동도 우연입니까? 왜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있으니까 발뺌할 생각하지 마십쇼."
10이 키보드를 누르자 SCP-2662의 모습이 화면에 보인다. 주변에는 피와 오물을 가지고 의식을 치루는 광신도들이 날뛰고 있었지만, SCP-2662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등에 붙어있는 다리들만이 떨고있어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라고 있었다.
"그 역시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10. 프로젝트의 이번 실험 대상자가 SCP-2662 근방에 배치된걸 진작에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일 뿐이었습니다."
"사고라고 인지를 하셨군요. 격리 실패와 SCP-2662의 행위 모두 우연에 의해 발생한 사고면, 왜 사후대처가 이루어지지 않는겁니까?"
마침내 주제 질문에 들어온 10은 다시한번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책상에 던지고 말을 이어나갔다.
"사고는 막으라고 있는겁니다. 사전에 막아야하고 터지면 원래대로 되돌려야지요, 2. 이용하라고 있는게 아니라요."
"동의합니다. 하지만, 10. 이런 말을 하기에는 제 스스로도 역겹지만… 이런 기회는 얼마 없습니다."
"역겨운건 아시다니 다행입니다."
"지금까지 행한 프로젝트의 분석들이 실패로 끝난 이유는 극한 상황이 아닌 통상적이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연구원들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극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기에는 재단의 근본 목표와 정면으로 대치되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마침 안타까운 사고와 프로젝트의 목표와 일치하는 대상들이 해당 위치에 포함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원래는 그 인원들에게 행하려던 분석이 에러를 일으켜서 SCP-2662를 자극하여 행동불능으로 만들고 변칙 능력이 폭주하게되었다라는 건가요."
"의도된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실수한 인원들은 이번 일이 끝나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재배치 될 것입니다."
"지금은 해당 인원들 처벌 사항을 논하고자 모인게 아닙니다. 평의회 여러분. 2가 말한 '이번 일'은 인위적으로 기동특무부대를 출동시키지 않고 '극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유지함으로서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재단의 기본 목표인 확보, 격리, 보호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즉시 중지, 기동특무부대를 출동해 SCP-2662의 격리와 변칙성에 당한 인원들을 제압해야 합니다."
2와 10의 장황한 대화가 끝나고 다시 이야기는 평의회 전체로 돌아갔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1이 마침내 입을 연다.
"일단 윤리위에 물어보도록 하지. 이번 건에 대해 윤리위원회는 어떻게 생각하지."
"지금까지 카나리아 요원을 포함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분석도 저희가 설정한 선에 매우 근접한 상황이었습니다. 하물며 이번 사항 역시… 윤리적으로 보았을 때 이미 선을 넘었습니다."
윤리위원장의 말이 나오면서 10은 승리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반면 2의 화면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이번 격리 실패 중에 행해지고 있는 프로젝트 분석을 중지해야하는건가."
"윤리위로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윤리위원장의 말에 10은 다시 표정이 굳어진다. 하지만? 하지만이 왜 나오는 것이지?
"…아시다시피 이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제62C기지에서 새 개체가 발견됨에 따라 프로젝트 분석을 더더욱 빨리 끝내야하는 상황이지요."
"윤리위원장님. 잠깐 제 의견을-"
"그러므로 저희 윤리위원회는 해당 상황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도록 하겠습니다."
10이 이야기하기도 전에 윤리위원회는 발을 빼버렸다.
"유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선택이로군."
"저희 윤리위원회는 사태 이후 도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군…"
윤리위원회가 등장했을 때와는 다른 소란이 회의를 뒤덮었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제일 먼저 입을 연건 9였다.
"저 역시 판단을 유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판단을 유보하도록 하지요."
"저 역시-"
2가 확보하지 못한 의원들이 차례차례로 판단을 유보해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선언되는 판단 유보에 10의 표정은 더더욱 썩어들어간다. 직후, 승리의 확신에 가득찬 2가 입을 연다.
"이렇게되면 프로젝트는 진행되는건가요."
"여러분들. 이건 분명 큰 실수입니다. 저희의 목표에 반하는-!"
"그럼 나역시 판단을 유보하도록 하지."
10의 말을 가로챈 1의 말에 다시한번 침묵이 내려앉았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2. 저도 일단 사태가 끝나고 보도록 하지요."
"이 뭔-! …하."
뒤이은 13의 발언에 2는 뭐라 말하려다가 이내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축하드립니다, 10. 적어도 절반의 목표는 성공하신거 같군요."
"이걸 좋아해야할지 모르겠군요."
"보류는 판단 유보일 뿐 당장 실행되고 있는 안건에 대한 정지 여부는 아닙니다. 찬성, 반대, 유보 수가 5:1:7인 관계로 프로젝트 자체는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회의 종료하도록 하지요."
화면들이 꺼진다. 어두컴컴한 방에 불이 들어오고 10은 안경을 벗는다. 직후 자리에 일어나 냉장고에서 보드카 한잔을 꺼내든다.
"좋습니다. 저의 기대를 완벽히 짓밟아버리셨군요, 오돈고 테하니 위원장님."
"10"
쪼르륵
아직 꺼지지 않은 화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그저 윤리위를 대표하여 발언하겠다고 했을 뿐, 그것이 당신을 위한 말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저만 등신천치였다는 건가요."
"10."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미 해봤다고요."
쾅!
보드카를 거칠게 내려놓으며 10은 말을 이어나갔다.
"프로젝트가 정말로 우연히 그 인자를 찾아낸건지, 아니면 다른 변수가 있는건지, 어쩌면 프로젝트가 허위로 나타내고 있는건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 자체를 재검토해야지, 이런 식의 진행은 이미 실패했었단 말입니다."
"그럼 당신이 알려주면 되겠군요. 10. 기록들이 있지 않습니까?"
위원장의 제안에 10은 침묵했다. 그녀는 보드카를 들이마시고서는 화면을 노려보았다.
"위원장님. 제 직책에 의해 기록된 정보들을 필요 이상으로 공개하게 될 경우 벌어지는 일들을 제가 설명드리지 않았던가요?"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O5들도 들었지요.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10. 예를 들어 2라던가."
의원장의 말에 10은 작게 실소를 흘린다.
"저는 카산드라로군요. 미래를 알고있음에도 믿어주지를 않는다니."
"카산드라는 아니지요. 미래일이 아닌 기록을 알고있는거니까요. 그리고 과반 이상은 당신의 말에 따랐습니다."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이 제 말에 따른 건가요."
"적어도 당신이 앞으로 행할 행동들에 대한 면책권이 되어줄겁니다."
"SCP-2662 담당 기동특무부대인 타우-9은 동결되었습니다. 어쩌면 SCP-2662에 당했을지도 모르지요."
"다른 특무부대원과 감독관이 근방에 위치해 있습니다. 자료는 책상 위에 올려놨습니다. 10."
위원장의 말에 10은 보드카를 담은 잔을 들고서 다시 책상으로 다가갔다. 방금전까지 본 PNEUMA라고 적힌 서류 아래, 사진이 끼워진 인물 서류 두장이 놓여져 있었다.
"이 두명으로 저보고 막으라는 건가요."
"프로젝트을 막으라는 소리는 안했습니다, 10. 현재 격리 실패된 SCP-2662를 다시 격리하라는 의미지요."
"거기서 거기군요."
인물 서류를 들여다 본 10은 다시한번 실소를 흘린다.
"허. 하필이면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원들이군요. 당사자들은 모르겠지만요."
"당장은 아닙니다. 지금 프로젝트는 실수로 프로젝트에 노출된 SCP-2662와 그것에 노출되어 광신도가 된 인원들에게 행해지고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과거사도 아주 화려한 인원들이군요. 이런 사람들을 몰아 넣으라는건가요. 위원장님? 윤리위답지 않군요."
"그림을 그리면서 덮여지는 색감들에 연민을 가지지 마십쇼. 그들에 대한 연민은 그림을 다 그리고나서 가져도 늦지않습니다."
"큰 그림을 위한 작은 희생이라. 퍽이나 윤리위원회 같으십니다, 위원장님."
"행운을 빕니다."
화면이 꺼진다. 10은 다시한번 보드카를 마신다.
인물 서류를 다시보자. 카나리아라고 불리는 요원에게 직접 연락하기에는 10의 직책은 한없이 높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분석의 직전 대상자였던 만큼 2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연락해야하는 인원은 유란 감독관.
타타탁
생각을 끝내고 행동으로 옮긴다. 10이 할수 있는건 그저 지시뿐.
10은 부디 그 둘이 덧대어 사라지는 색감이 아닌 그림의 한 부분이 되길 기원했다.
10분 전
갑자기 날아온 O5의 공문만으로도 패닉이 올거같은데 그 내용이 'SCP-2662가 탈출했다. 지원은 없다. 감독관과 카나리아. 그리고 기지 내 SCP-2662에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을 규합하여 재격리하라'라면 그 누가 패닉하지 않을수 있을까.
"하하…"
공문에서 눈을 떼자 블라인드가 내려간 창문과 잠긴 문이 다시 열린다. 그리고 창문 사이로 보이는 횃불들은 SCP-2662의 격리가 파기되었다는 신호겠지.
나는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둔 권총 한자루와 탄창들을 꺼내든다. 어쩐지 어제 기분이 이상해서 손질해놨더니 바로 일이 터져버리네.
"빌어먹을"
옛날 기억들이 다시한번 몰려온다. 하지만 지금 그 기억들에 허우적 거릴 여유따위는 없다.
철컥
카나리아에게 가는 길에서 저들과 마주치치 않길 바란다. 마주쳤다가는 기억들이 다시 나를 덮칠테니까.
1분 전
이건 겨우 시작일뿐이다도마뱀은 모든걸 알고있었어이제 남은건 역겨움 뿐정화하라. 말살하라추가적인 소통은 없을지니왜?왜?왜?그냥 이걸 지켜보고, 기억해주기만 하면 돼.십이의 구사 언어가 상대적으로 방언적이었음은 슬픈 일이다우린 자네들이 음지에서 죽을 수 있도록 양지에서 싸운다네.신도들은 준비되었습니다모조리 파묻을 시간이다
도대체 누가 말을 걸어오는거지? 내 머리에서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야? 금속은 또 뭐고?! 나는 그런 기억따위 없었어! 이 망할 개자식들, 나한데 무슨 짓을 하고있는거지? 나가! 나가란말이다!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그리고 당신들이 그리도 싫어하는 나의 군세가 직접 내쫓으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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