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의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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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karoff 2023/02/07 (화) 00:19:11 #7241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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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neral

세계 각국 여러 나라에 있는 이야기인데, 죽은 사람을 매장하거나 화장하기 전에는 밤을 새는 경야를 한다.
이때 대개의 경우는 죽은 사람이 찾아오거나, 죽은 사람을 데려오는 저승사자의 기별이 오니까, 제대로 의식을 치를 때까지 밤새 기다리면서 쫓아내는 것이 통례다.

일본에서는 「관지키기(棺守り)」, 「야가(夜伽)」, 「선향번(線香番)」, 「불침번(寝ずの番)」 등의 이름으로, 죽은 사람과 마지막 이별을 하기 전에 밤새워 망을 보면서 화장하거나 장례식을 준비하는데, 이게 사실 일본 말고도 그런 풍습이 많이 있다. 이것은 이전에 내가 휘말리게 되었던 「경야」 풍습의 하나였고…… 그리고 희한한 것이, 시체를 가지러 온 이야기다.

관심이 있다면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발단은 몇 년 전 동유럽에서의 일이었다.

steng774 2023/02/07 (화) 00:44:04 #91374682


큐슈에서는 시체가 눈뜨고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시체 자체를 지켜보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듣고 보니 맞이한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맞이한다고 해야 하나, 기별이 온다고 해야 하나, 그런 세세한 부분의 차이는 의외로 이것저것 있겠지만요

beer-NAR11 2023/02/0 (화) 00:46:19 #71394654


영국에서는 친족이 교대로 불침번을 서고, 중동에서는 조상령을 넘겨주기 위한 준비로 그런 일을 한다.
망자를 무언가(ナニカ)가 데리러 오거나, 그쪽에 넘겨주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이거저거 한다는 이야기는 자주 있는 일이다.

내가 아는 가장 무서운 것은, 식시귀가 시신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횃불을 피우고 창을 들고 대비한다는 류의 것이었지만, 어쨌든 대개는 형식적인 장례 절차의 일환이고, 뭐가 진짜로 나오는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karkaroff 2023/02/07 (화) 00:55:28 #72416532


확실히 의미적으로는 그렇고, 틀리지 않아. 언제든지 가능한 한 올바르게 망자가 갈 곳으로 떠날 수 있도록, 그러기 위해 잠을 자지 않고 지킨다는 거지. 그 지키는 것이 무엇 때문이냐, 그에 따라 경야의 방법도 달라진다. 그 지방에서는 곤봉과 성수였어. 그것도 기묘한 장소에서였다……

그것은 몇 년 전, 일 때문에 동유럽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 지역의 공적 자료나 지역의 역사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 내부자로 섞여들 필요가 있었다. 현지의 높으신 양반을 만나 기부도 하고, 마을 축제에 참가해서 땀도 빼고, 어떻게든 마을에서 최소한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곳은 외딴 벽촌이었지만, 최소한의 문명화는 되어 있었고, 인터넷도 통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비교적 스무스하게 이것저것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다. 몇 주에 걸쳐 친한 척을 하다가, 술집에 가서 「늘 먹던 거」가 통하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마을의 사무를 보는 사람한테 무슨 부탁을 받았다.

마을에서 그럭저럭 나이를 먹은 노인이 뇌경색으로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게 되었다고, 그런데 준비가 될 때까지 경야를 설 사람이 좀 더 필요해서, 좀 나와줄 수 없겠냐고. 그런 이야기였다. 뭐, 별 일 없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부탁을 받아들였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파라워치에 계속 글을 올려왔으니까, 뭔 말인지 알지?

그래서 아무튼 간에, 부탁받은 그날 밤 19시쯤, 지정된 장소에서 그 사무일 하는 남자와 만나서, 그 경야를 하게 될 시체가 안치된 장소로 향했다.

karkaroff 2023/02/07 (화) 01:15:51 #72416532


안내받아 가게 된 곳은, 돌아가셨다는 영감의 집 지하였다. 흔한 저장고 같은, 창고 같기도 한 방 중앙에 책상이 설치되어 있고, 거기에 관이 놓여 있고, 그 옆에 구멍 난 메이스…… 묵직해 보이는 쇠뭉치 둔기가 3개 놓여 있었고, 그 옆에 술병과 안주 접시, 그리고 트럼프카드 한 벌이 준비되어 있었다.

「두 사람 더 올테니까, 셋이서 아침에 문을 열어줄 때까지 여기서 보고 있으면 돼. 방 안쪽의 문이 화장실이고, 만약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면, 메이스에 성수로 노크를 다시 하면 된다」

노크라니 무슨 소리? 라고 몇 번 질문을 해도, 그는 그건 그 때가 되면 알게 되니까 괜찮다고만 말하고, 나와 함께 경야를 할 나머지 두 사람이 온 것을 확인하자, 나머지는 잘 부탁한다면서 방을 나갔다. 장례식 준비를 해야 한다며……

나와 함께 경야를 서게 된 사람은, 스킨헤드에 저지를 입은 남자와, 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로, 모두 죽은 영감과 아는 사이였던 것 같다. 그들은 액체가 넉넉히 든 폴리에틸렌 탱크를 가져와선, 그게 성수라고 했다.

두 사람은 눈앞에서 빨리 해 두는 편이 좋다면서, 그 메이스에 어떻게 성수를 넣는지를 시연해 보이고, 휘두르는 방법을 강의해 주었다…… 필요하다는 것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지점에서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은 틀림없다. 시간은 20시경, 그 뒤로는 서로 자기소개를 하거나, 술을 나누며 잡담을 하거나 하면서 몇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이 부근에서 자랐다면서 예로부터 쭉 해온 풍습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지하실에 메이스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내가 말하자, 타지에서는 편하게들 하는구나 하며 웃었다.

karkaroff 2023/02/07 (화) 01:25:51 #72416532


그게 시작된 게 언제쯤이었을까, 아마 0시가 넘었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디선가 터벅터벅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뭐지? 하고 어디서 소리가 나는 것인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스킨헤드가 메이스를 집어들더니 벽을 힘 껏 한 방 후려쳤다.

뭐야? 뭐하는 짓이지? 라고 생각하는 사이, 계속해서 한 발 더 메이스로 벽을 두들겼고, 방에 정적이 돌아왔다. 스킨헤드는 메이스에 성수를 채우면서 욕을 하며 술을 퍼먹었다. 그리고 저 터벅터벅이 앞으로 점점 늘어날 테니까, 빨리 취해 두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로부터 1시간 정도는 조용했다. 대수롭지 않은 잡담과 트럼프 넘기는 종이소리만 이어졌다.
관짝에 드라이아이스가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부패는 그다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무렵부터 희미하게 사취(死臭)가 감돌았던 것 같다. 녹(錆) 냄새에 섞여서, 시큼하면서도 씁쓸한 냄새가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다.

터벅터벅, 철퍽철퍽, 질퍽질퍽, 삐걱삐걱, 여기저기 벽 바깥 쪽에서 무언가를 알리듯이 소리가 들려온다.
거기서부터는 지구전이었다. 각자 메이스를 하나씩 쥐고 벽을 때리기 시작했다. 때리면 순간 움찔하는 것처럼 소리가 가라앉았다가, 더 강한 기세로 다시 무언가 벽을 두들겨온다. 계속해서 벽을 때리고, 성수를 채우고, 벽이 무너져도, 그 너머에 무언가 흙도 벽도 아닌 부드러운 무언가에 부딪는다 해도, 끝없이 벽을 후려치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아침이 되어 있었다.

rock-well33 2023/02/07 (화) 02:35:05 #79012864


다음날 근육통으로 움직일 수가 없는 끔찍한 밤이었다는 것은 잘 알겠다.
그래서 결국 그 소리의 정체는 뭐였냐?

결국 경야를 하다가 벽 속에서 소리가 나서 되받아쳤다는 얘기밖에 없잖아.
그 소리의 정체는 뭐였지?

karkaroff 2023/02/07 (화) 02:40:44 #72416532


brunnhilde-grane-768.jpg

Funeral announcements

글쎄, 아침이 밝고 밖에서 열쇠를 열고 방에 들어온 그 사무일 양반이 말하기를, 그거는 나쁜 기별이라던가. 그 기별을 되받아치지 않으면, 가족이나 친척도 조만간에 묻히게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누군가 지하에 틀어박혀 기별에 답하여 계속 되받아쳐야 하는 거라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무너진 벽 너머에서 벽을 두드리던 무언가를 메이스로 때렸을 때 느낀 거다.

그 무언가는 아마, 유령도, 시체를 가져가려는 조상의 넋도, 저승사자도 아닐 것이다. 아마 그것은 실체가 있는 위험한 무언가였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난다. 후려치는 순간, 고깃덩이를 때려서 뼈를 으스러뜨릴 때와 같은 그 둔탁한 감촉……. 그리고, 그 시커먼 피가 흙에 스며드는 그 빛깔…….

그 지역의 지하에는 무언가가 있다. 시체에 이끌리며, 나쁜 기별을 가져오는, 어떤 괴물이 확실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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