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무게는 조상님이 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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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살면서 노력이란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공부도, 연애도 남들 하는 만큼만 했다. 특별히 내 정신력을 소모해가며, 체력을 불태워가며 할 만한 의지도 없었다.

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의 알량한 재능 덕에 남들 만큼 운동해도 나쁘지 않은 몸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헬스장에 갇혀서 고문에 가까운 운동을 하고 단조로운 식단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땐 그게 정도라는 것도 모르고, 사도에 빠져들었다.

스테로이드. 남성호르몬. 성장호르몬.

약물의 효과는 굉장했다. 충분한 영양과 휴식을 공급해 주는 한 끊임없이 근육이 성장했다.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그걸론 부족했다. 내 몸은 금세 역치에 다달았다. 그리고 금기의 영역에 손을 대고 말았다.

내가 지금 이 곳에 앉아서 거의 20년만에 일기장 같은 진술서를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때 그 사건 때문이다.


"너 로이더지?"

내 인생을 망가트린 그 남자는 대뜸 그렇게 물어왔다.

그때 나는 그 말에 과민반응했다. 이는 나의 치부였고, 나는 노력 대신 평생 지워지지 않는 치부를 가지고 살아가야만 했다.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에이. 다 알고 왔어. 발뺌할 생각은 마. 그리고 내 이야기 들어봐. 너한테 나쁜 이야기는 아닐 거야."

남자는 웃으며 물건을 꺼냈다.

"짜잔. 이것만 있으면 네 3대 중량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려 60이 오른다고!"

남자가 제공한 물체는 흔한 보충제도 약물도 아니었다. 요상한 부적이었다.

남자는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하긴 했는데 터무니 없었다. 사용자의 피를 뽑아 부적에 그리고 품 안에 부적을 넣은 뒤 절을 하면, 3대 중량이 는다고? 터무니 없는 소리였다. 적어도 나는 믿지 않았었다.

"참. 사람 말 디게 못 믿으시네. 알았어. 공짜로 해 줄게. 3대 중량 얼마야?"

나는 그 말에 살짝 머뭇거렸다. 물론 보디빌더식으로는 3대 중량이 큰 의미가 없지만,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은 마치 내가 약물을 했다는 걸 인정하는 듯 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3대…대략 390정도 됩니다."

"으잉? 생각보다 적게 나가는구만. 아무튼, 이걸 쓰면 확 좋아져.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배상도 해 주지."

남자가 워낙 자신만만했기에 난 스스로도 왜 그런지는 몰랐지만 어느새 그에게 붙잡혀 피를 뽑히고 있었다.

"원래 복비가 필요한데…일단은 내가 낼게. 효과를 보면 다시 내줘."

남자는 뭔가 바쁘게 적었다. 그 당시 나는 뭐가 뭔지 정확히는 몰랐다. 기분 나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하게 저항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휴, 됐다. 그럼 바로 실험해 볼까? 처음엔 적응이 잘 안될 수도 있어."

난 남자의 요구 처럼 벤치 프레스 앞에서 절을 하고 벤치 프레스에 향했다.

남자의 말처럼 처음 벤치프레스를 드는 감각은 생소했다. 똑같이 드는데도, 단순히 가볍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가 보조를 해 줄 때의 감각과 비슷했다.

스쿼트, 데드 리프트도 마찬가지였다.

"3대 420…허허, 장담한 만큼 효과가 안 나온 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위력이 있다는 건…"

"돈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다는 걸.

그 부적을 몸에 지닌 이후, 나는 자신감이 붙었다. 처음에는 증량을 하는 데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처음 약을 했을 때 처럼 중량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었다.

문제를 알게 된 건 집안 제사를 전후로 해서였다. 집안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시작은 가벼운 접촉사고였지만 갈수록 심해졌다. 집에 불이 나고,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다. 하나 하나는 우연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힌달 사이에 일어났으니 우연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었다. 결국 어머니가 뇌졸증으로 쓰러지셨을 때, 우리 가족은 용하다는 무당을 찾았다.

"…조상신이 노하신 거다."

"예?"

무당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었다.

"자네 몸에 조상신이 붙어있어. 이리 와 보게."

무당은 내 몸을 강제로 벗겼다. 그리고 부적을 보더니 고개를 와락 찌푸렸다.

"이렇게 무식하고 조잡한 부적은 처음 보는 군. 목적은 조상신을 가두고 항상 따라다니게 만드는 걸로 보이지만…그 과정의 너무나 악의적이야. 누가 준 거지?"

"누가 준 거라고 해도…"

"바른 대로 말 해!"

난 무당의 고함에 놀라 말했다.

"어디더라…삼대천 인가…?"


"잠깐잠깐잠깐. 진술 중에 미안한데, 삼대천?"

윤성재는 내 말을 끊었다.

"네…그렇게 들은 것 같아요. 다만 정식 소속은 아닌 것 같은 것이, 지인이 거기 직원이라고 하면서 막 자랑을 했어요."

"개같은 임가놈…"

"거길 아세요?"

윤성재는 내 물음에 머리를 긁적이다 손을 저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단체를 만든 사람을 알지. 70년대에 신세를 졌거든. 우리 가족들에게 주거지를 제공했다고 해야 할까?"

"그럼 좋은 거 아니에요? 방금 개같은 임가놈이라고…"

"응? 아냐아냐. 은인이지. 은인이야. 그 자가 심령독립체들을 구금한 덕에 심야클럽이 확장할 수 있기도 했고."

윤성재가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는 건 확실히 알았다. 그는 임가놈이라는 자를 증오하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윤성재를 타박했다.

"제발 가만히 좀 있어요. 이런 업무는 외교담당한테 좀 맡기고."

"유서진…"

그녀는 사람이었다. 난 심야클럽이면 모두 귀신일 줄 알았는데.

"심야클럽이면 모두 귀신일 줄 알았지? 아쉽지만 맞는 말이야. 유서진도 사실 귀신이 빙의한 거야."

"당신은 귀신도 뭣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잖아요. 그거보단 낫죠."

그 둘이 또 싸우려 했다. 나는 가까스로 말렸다.

"그래서, 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는 겁니까."

그 말에 둘은 서로 째려보기를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지금 그 부적이나 네 집안이 입은 화를 보면, 원한에 의한 저주일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그 심령을 직접 보는 게 가장 좋은데…정작 지금 너한테 붙어있다는 귀신은 보이지도 않네."

"도망친 걸까요? 심야클럽이나 무당을 찾아갔던 것 덕분에 겁을 먹고."

"글쎄…무당이면 몰라도 우리한테 겁먹는 심령은 별로 없거든? 음…안되면 서천에 데려가야 하나. 하, 그 영감 무서운데."

투털거리던 윤성재는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이 방법이 있겠다. 그 부적 효과, 3대 운동인지를 하면 효과가 나온다고 했지?"

"네. 발목을 접질린 뒤에는 안 했지만요."

"그거 때문일 수도 있겠어. 운동을 해 보자."

"네? 하지만 발목이…"

"발목 안쓰는 운동은 없어?"

"하나 있기는 하죠."

나는 심야클럽이 빌린 헬스장에 들어섰다. 넓은 공간에 진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왜인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돈이 좋기는 좋아. 서진씨 최고!"

윤성재가 입은 옷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스러운 말투로 유서진을 칭찬하자 유서진은 짤막하게 대꾸했다.

"한달간 명천구 출입 금지입니다."

"응? 그 다음주 화요일 옥션에 80년전 기타 나온다고 했는데. 그거 무려 공연 중 감전사한 기타리스트의 심령이 남아서 자동연주가 된다는 소문이 있다고…"

"돈 다 썻어요. 꼬우면 자비로 가시던지."

"치. 너무행."

윤성재는 유서진의 반응이 없자 무안했는지 바로 밀을 돌렸다.

"크흠. 그러면 원래 우리의 목적을 실행해 볼까? 운동을 시작해 봐."

"알겠습니다."

나는 세번 절을 한 뒤 벤치프레스를 시작했다. 실제 벤치프레스를 할 때는 발목 역시 중요한 요소지만, 지금의 목적은 단순히 내 몸에 붙은 귀신을 확인하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볍게 실행했다.

"우왁!"

내가 멀쩡히 벤치프레스를 하고 있을 때, 요란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맞다. 너한텐 안보이지? 그 빠,빨리 그 쇳덩이 내려."

나는 윤성재의 말에 따랐다. 그제야 윤성재는 안심한듯 가슴을 쓰러내렸다.

"무슨 일입니까?"

"너, 정말 둔감하구나. 그 정도 음기면 운동할 때 눈치챌 법하기도 한데. 운동할때 으슬으슬한 느낌 안 들었어?"

"그러고 보니 땀을 많이 흘리지 않은 거 같기도 하네요."

"…넌 앞으로 운동 하지 않는게 좋겠어."

"아니,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면서요. 그 귀신을 없앨 순 없을까요?"

"그게 말이지…보니까 부적은 일반적인 제사와 달리 강제적으로 심령을 소환하는 것 같아. 당연히 구천에서 너가 운동할 때마다 부를 수는 없으니까 우리나라 어딘가에 심령을 모아놓는 공간이 있을 거고…또 심령을 없앤다고 해서…"

윤성재는 당황한 듯 횡설수설했다.

"이해해줘. 우리 대표가 귀신인데도 무서운 건 잘 못 보거든. 없애는 거 자체는 쉬워. 그 심령은 정말 약해져 있었거든. 문제는 그 귀신이 네 조상신이라는 거지. 집안에 화가 닥친 것은 저 귀신의 의도가 아니야. 귀신이 약해지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효과이지."

"그렇다면 귀신을 없애버리면…"

"지금까지 네 집안에 닥친 불행은 애교로 여겨질 만한 화가 닥칠 거야."

나는 막막함을 느꼈다. 고작 3대 중량 조금 올리자고, 그것도 사실상 몸에 도움되지도 않는 허세를 위해서 나는 무슨 짓을 해 버린 걸까.

"뭐 그것도 있고, 심야클럽은 심령을 버리지 않거든? 최대한 해피엔딩을 찾기 위해 노력할 거란 말씀! 너무 걱정하지는 마."

어느새 밝음을 되찾은 듯한 윤성재는 내게 팔을 내밀었다.

"그건 그렇고. 용서할 수 없겠어. 임한영 그 씹새끼. 내가 꼭 정의구현 해 주마!"

"대표님, 그거 패드립인거 아시죠?"

"…나쁜놈인건 맞잖아. 어쨌든, 몇가지 면담을 해야 해서…그 쇳덩이 오래 들고 있을 수 있어?"

"노력해 볼게요. 근데 그 안대는 뭐에요?"

윤성재는 어느새 이상한 안대를 차고 있었다. 그는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령과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지. 모든 심령은 그 내면의 진정한 모습을 품어내고 있어. 악령이던, 심령이던간에…그 외면에 속아 그들을 외면하는 건 도리가 아니야. 초보 무속인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지."

"아, 그냥 귀신 모습이 무섭게 생겨서 안보고 이야기하겠다는 거야."

"…대표 가오 좀 살려줘."

아무튼 간에 나는 다시 벤치 프레스 자세를 잡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난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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