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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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가 고개를 들고 벽에 붙어있는 시계를 바라볼 때마다 시간은 항상 저녁을 가리켰다. 매번 같은 순간이었다. 항상 손에 익는 연구원들의 보고서들을 정리가 마칠 때마다 상황은 똑같았었다.

사무실은 매우 조용했다. 물론 그냥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랬을 뿐이다. 왜냐하면 오늘은 내부에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뭔가가 탈출을 해버려서 사건을 죄다 일으켜버려 모두들 잠시 사령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Grace에게는 보고서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어느 때보다 집중되었다. 잠시 몸을 풀고 싶은 Grace는 나머지 보고서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관리자의 일을 잠시 책상에 둔다. 몸은 책상에서 사무실 밖으로 벗어났다.

"노래마인 님!"

입구 앞에 나서자 방금 들렸던 이름은 Grace의 암호명이었다. 그녀는 가끔은 사람들이 오블리언(Oblivion)이라고 불러줬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정체는 Sally 박사였다. 물론 당연한 거지만 Grace의 눈에는 Sally 박사가 보였다. 복도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관리자님도 여기에 남게 되었나 봐요." Sally 박사가 대답했다.

"… 그러죠. 아는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니까 좀 허전한 기분이 드네요."

한층 더 여유로운 만큼, 무언가 허전한 걸 계속 느꼈다. Grace는 일 때문에 뭔가를 잊은 것 같다. Sally 박사는 곧 그 느낌을 알아챈다.

"다들 잘 돌아올 거예요. 걱정 마세요."

"근데…. Sally 박사,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설마 하는 순간 Sally 박사의 양손에서 리본으로 치장된 체크무늬의 상자를 내놓는다.

"생일 축하드려요!"

Grace는 오늘이 그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역국은 준비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다음에는 제대로 준비할게요!"

"Sally 박사…."

곧이어 Sally 박사가 대답하려는 순간 뒤에서 흰 가운을 입은 또 다른 연구원의 발걸음을 두 사람이 주목하게 된다.


'좋아. 넌 초면에 실수한 신입이지만, 오늘이 다시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야.'

넥타이를 제대로 동여매고 있는지 거울과 쌍방으로 마주보고 있던 연구원은 다시 한 번 그렇게 속으로 되뇐다. 지난번, 그 지랄 맞은 발놀림으로 관리자의 몸에 커피를 쏟아낸 멍청했던 과거의 신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을 기다려왔다. 놀랍게도 타이밍은 기막혔다. 마치 생각 없이 쏴버린 돌이 높이 날고 있는 매를 맞춘 기분이었다. 이 상황은 Sal 박사와 본인만 남았다는 것, 그리고 곧 Sal 박사 곁에 관리자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오직 연구원 본인만이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이제 대사만 외우면 된다. '생일 축하'를 위한 편지와 선물, 그리고 멋진 말들! 다른 때보다 더 감동할 것이라는 과장된 상상은 거울 앞에 준비 중인 연구원만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입구 앞을 나서면서 갖가지 기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복도 앞은 마치 성공의 길을 이끌어 주는 것 같았다. 곧게 뻗어있는 복도에서 보이는 목표는 매우 아주 가까워 보였다.

앞에는 두 사람이 서있었다. 왼쪽에는 Sal 선배가, 오른쪽에는 노래마인 님이 계셨다. 문제는 다가갔을 때부터였다. 연구원은 노심초사했다. 왜냐하면 관리자의 눈과 마주쳤다. 계획은 순조로울 수 있었지만 바라봤을 때가 가장 긴장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예상치 못한 느낌이었다. 가까워질수록 기획한 계획의 단계는 빠르게 압축되었다. 그러니까, 연구원이 준비해둔 계획이 몇 가지 그의 뇌 속에서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곧 엄습해올 어색함의 위기를 느낀 Sally 박사는 곧이어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 같이 일하는 신입 연구원이에요. 무슨 일이야?"

Sally 박사는 알고 있었다. Grace도 분명 직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날짜를 상기하게 된다. 그 연구원은 관리자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 연구원의 뒷짐 진 손에는 뭔가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뭔가 위험한 상황이 몰아올 것 같았다.

Grace가 본 연구원의 표정은 매우 긴장된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찡그린 얼굴은 아니었다. 연구원이 바라봤을 때 Sal 선배는 곧이어 곁눈질로 긴장한 연구원에게 재촉하기 시작한다. 이젠 꺼내야할 타이밍이다.

"옵… 오빌리언…!!….과… 관리자님….!!" 연구원은 마치 106에게 잡힌 기분이었다. 연구원의 정신은 마치 차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헉, 벌써부터 이름을 틀렸다.' 이미 속내가 다보인 연구원은 극도로 긴장한 탓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네..?"

드디어 연구원은 양손으로 너무 힘을 줘 약간 일그러진 선물 상자를 관리자 앞에 내민다.

"새….생…. 생신 축하 드려요!!"

아무래도 신입이 많이 긴장한 것 같다.

"아.. 아니 저…. 그게…. 다… 다… 음주는 발렌타인 데이인거 아시죠?"

원래는 '다음 주 발렌타인을 기대하세요!'였다.

Sal(ly) 박사의 손은 이미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그렇게 3명은 다음 명절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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