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문서 ― HSA-008-애드벤트

공고

이하 문서는 제7차 오컬트 대전 당시 활동했던,
세계 오컬트 연합의 전신 연합군 오컬트 구상에서 작성한 것이다.
본 파일의 모든 내용은 고급보안유물-008-애드벤트 및
고급보안의식-001-녹스(일명 "솔로몬의 의식")에 관한 현재 상태를 반영하지 않는다.
상세한 정보는 위협출현 기록서류를 참고할 것.


연합군 오컬트 구상Allied Occult Initiative

작전명 미광의 언약GLEAMING COVENANT

준비일자: 13/SEPT/1944 4급 보안인가

변칙성 식별문구:

고급보안유물(HSA)-008-애드벤트 — "신화도검 튀르핑(Tyrfing)"
High Security Artifact-008-Advent — "Mythical Sword Tyrfing"

수권대응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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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rfing.jpg

스바프를라미 왕이 첫 번째 HSA-008-애드벤트를 손에 넣는 모습을 묘사한 1906년 그림.

설명:

이 유물은 고대 바이킹 시대의 양식을 닮은 도검이다. 날은 강철, 자루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다만 표본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기적학적 저주가 발생할 수 있기에, 조성을 확인하기 위한 파괴검사는 실시하지 못했다. 날과 자루 전체적으로 정체불명의 기적학적 룬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언제나 검 주위로 불과 비슷한 시각적 효과가 나타난다.

날의 앞뒤 가장자리를 따라 소푸타르크 룬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 룬들은 다음과 같이 대강 번역될 수 있다.

휘두를지어다 그대 승리가 필요한 때에

휘두를지어다 목숨이 아깝지 않을 때에

HSA-008-애드벤트를 전투에 사용할 경우, 다음 성질이 나타난다.

  • 이 유물은 따로 막아내지 않는 한, 사용자가 의도한 표적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 이 유물에 타격된 물체는, 그 구성 물질이 무엇이건 상관없이 날이 들어간 각을 기준으로 정확히 토막난다. 토막낼 수 있는 물체의 크기에 하한이 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 기적학적 작용을 사용자가 의도한 대로 방해, 전용시킬 수 있다.
  • 이 무기를 사용할 때마다 최소 하나 이상의 존재를 죽여야 한다. 죽음에 이르는 전후사정은 다양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성질들이 있을 수 있다.

HSA-008-애드벤트를 사용한 인간은 기적학적 저주에 걸리게 된다. 이 무기를 사용한 인간들의 내력은 완전히 문서화되어 있지 못하고, 그나마 문서화된 것도 완전하지 못하지만, 현재 그 저주는 모든 경우에서 예외없이 사용자의 죽음으로써 풀린다고 추측되고 있다. 사용자의 죽음은 사용자가 염원했던 어떤 중요 목적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과 동시기에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AOI의 인간 인원들이 HSA-008-애드벤트를 사용하는 것은 엄히 금지된다.

이 무기는 고급보안의식(HSR)-001-애드벤트-녹스("솔로몬의 의식")에 사용되는 유물일 가능성이 있다. 종교적 중요성이 있는 다른 유물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오컬트 유물들(소위 "솔로몬의 열쇠들". 식별자로는 HSA-001-애드벤트에서 HSA-007-애드벤트까지가 해당)을 조합해 HSR-001-애드벤트-녹스를 수행하는 데 이 무기도 사용될 수 있다. 그렇게 의식을 치루면, 그 결과 중대한 기적학적 잠재성을 지닌 코드 블랙의 종말론적 존재가 출현할 것이다.

<AOI 고등사령부령에 의해 보안인가 6급으로 지정됨>

HSA-008-애드벤트의 형태는 단 하나만 현재 존재한다(식별자 008-베타)고 알려져 있다. 이 무기 및 관련 유물들의 파괴는, HSR-001-애드벤트-녹스의 AOI-재단 합동격리에서 그런 파괴가 필수적이라고 간주하지 않는 이상, 실시되지 않는다.

역사:

HSA-008-애드벤트의 첫 번째 형태(식별자 008-알파, 통칭 "튀르핑Tyrfing")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헤르보르와 헤이드레크의 사가』(Hervarar saga ok Heiðreks) 및 『운문 에다』(Poetic Edda)에 다 나와 있다. 이 문헌들에 따르면, 신화적 왕 스바프를라미(Svafrlami)가 드베르그 두 명을 붙잡아 자신을 위해 강력한 검을 만들어내라고 요구했고, 드베르그들은 복수를 위해 검에 저주를 걸었다. 저주로 인해 스바프를라미가 죽고 세 차례의 악업이 일어난다. 이후 검은 고트인들에게 흘러갔다가 역시 저주가 발동되어 고트인들은 지워지다시피 몰락한다. 고트인의 멸망 이후 008-알파가 어찌 되었는지 남아있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바프를라미가 다스렸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드베르그 유적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이야기의 등장인물들과 008-알파가 실존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nyrsigtuna_sacred_v3.jpg

신시그투나의 의식 장소. 1870년경 촬영.

1500년대에 스칸디나비아의 오컬트 단체 신시그투나(Nyrsigtuna)가 기적학적 의식을 통해 튀르핑의 복제품(식별자 008-베타)을 만들어냈다. 008-베타는 신시그투나 신앙의 중심 요소였다. 그들은 이 검이 인간과 노르드 신들을 이어주는 고리라며 숭배했다. 그들은 이 검은 한 명의 특정한 전사가 휘둘러야 하는 것이지, 노르드 신화에서처럼 특정 집단에 속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6차 오컬트 대전2에서 패전하면서 신시그투나 지도부 내에 내분이 일어났다. 그 내분의 절정이었던, 오늘날의 노르웨이 리우칸 근처에서 발생한 전투에서 008-베타가 실종되었다. 이 싸움에 관해 전해지이 거의 없는 바, 아무래도 제3의 집단이 008-베타를 다른 도검으로 위장했고, 분쟁에 참여한 양 파벌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스스로에게 저주를 발동시키게 되었음이 시사된다.

자술서: 마누 파르타넨Manu Partanen (전 신시그투나 구성원), 1901년

우리는 말을 타고 소림지 속을 달렸다. 한 시간 전, 모반 파벌의 기병대가 던진 튀르의 창들에 우리 중 한 명이 꼬챙이가 되었다. 우리가 돌격하는 순간 놀랍게도, 무슨 기적에 의해서인지, 암송사 타이스토Taisto의 검이 신화의 튀르핑의 능력을 발하며 타이스토가 반군 몇 명을 베어넘겼다. 나는 그것이 신들이 우리를 승리자로 점지하였다는 징조라고 확신했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바뀌었다. 먼저 우리 궁수들 중 세 명이 축복된 화살을 오발했다. 오발된 화살들은 모두 궁수들 옆의 나무들에 박혔고, 폭발이 일어나 나무들이 통째로 찢어져 버렸다. 암송사 타이스토는 그를 지키기 위해 그와 반군들 사이를 가로막아 들어온 우리 측 검사 여러 명의 머리를 실수로 자르고 말았다. 아까의 나무들이 경고 한 마디 없이 우리 전사들 위로 쓰러졌다. 나는 우주 전체가 우리를 죽이려고 공모를 했구나 확신했다.

타이스토 암송사가 늘 차고 다니던 조상의 부적을 깨뜨렸다. 적의 군세를 막아내기 위한 그의 마지막 시도였다. 셀 수 없이 많은 과거의 노르드 전사들의 혼백이 땅에서 일어나 도끼를 들고 우리를 감싸며 반군을 마주했다. 그들은 반군들에게 접근하더니 이렇게 소리쳤다. “자격 없다” 그리고 타이스토 암송사 쪽으로 돌아선 혼백들은 한 시간에 걸쳐 타이스토를 도륙냈다.

그 검은 승리의 징조가 아니었다. 그것은 파괴공작의 징후였다.

신시그투나의 지도자들 대부분이 사망했고, 생존자들은 소규모 분파조직들로 흩어진 바, 이 단체는 이제 없어졌다고 간주된다.

이 전투가 벌어진 정확한 장소는 알려지지 않은 채 잊혀졌다가, 나치 독일이 노르웨이를 점령한 뒤 툴레회(Thule Society)3가 노르드 오컬트 유물 탐사의 일환으로 조사를 하던 중 재발견되었다. 아넨에르베 암흑군단(Ahnenerbe Obskuracorps)4의 협조 하에 그 전쟁터 장소에 제12비밀시설이 건설되었다. 이 시설의 목적은 008-베타의 군사적 활용의 가능성과 HSR-001-애드벤트-녹스에서의 역할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1944년 9월 1일, 재단이 암흑군단 사령관 콘라트 바이스Konrad Weiss를 붙잡으면서, 암흑군단과 툴레회가 모든 비게르만족의 기적학적 능력을 제거하고, 독일 정부 고관들에게는 능력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HSR-001-애드벤트-녹스의 수행을 획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툴레와 암흑군단을 막기 위한 작전명 미광의 언약(GLEAMING COVENANT)의 범위가 확정되어, 이 의식을 막기 위한 재단과 AOI의 합동작전이 작전에 포함되었다.

바이스가 포획될 때 회수된 문서들의 내용은 008-베타의 발견을 시사했으며, 그 내용은 AOI의 침투 요원들의 보고 내용과 일치했다. 1944년 9월 9일, 008-베타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 수행되었고, 성공적으로 끝났다. 해당 유물은 현재 AOI 임시노영에서 보관 중이다.

Vemork_Hydroelectric_Plant_1935.jpg

1935년 촬영된 베모르크 수력발전소.

회수:

본 유물의 회수작전은 작전명 용선의 신기루(DREKAR MIRAGE) 하에 수행되었다. 작전을 위해 네 개 부대가 조직되었다.

  • A분대(Team Able): 오컬트 위협 처리 훈련을 받은 분대. 분대장은 귀족성전사 하비에라 솔로스Javiera Solos와 특수기관원 요제프Josef.5 분대원 8명.
  • B분대(Team Baker): 기적사들과 노르드 신비가들로 이루어진 분대. 분대원 7명. 분대장은 사이오닉학 전문가 매튜 델Mathew Dell 대위.
  • C소대(Team Charlie): 일반작전소대. 소대장은 호레이스 사우더스Horace Southers 중위. 소대원 20명.
  • D분대(Team Dog): 비밀침투분대. 분대장 룬리스타레 니클라스 에클룬드Niklas Eklund. 분대원 6명.

제12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침투요원은 없었지만, 진입점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보안 수준이 낮은 입구 두 개를 수색대들이 찾아냈다. 근교의 베모르크 수력발전소로 통하는 단지를 연결하는 전선들이 관찰되었다. 수력발전소는 노르웨이 저항운동가들의 광범한 파괴공작에도 불구 이 때까지 멀쩡히 가동되고 있었다.

일반목적 오컬트 작전들의 준비가 완료된 뒤, 제12시설의 초기 비밀침투 계획안이 마련되었다. 이 침투작전을 통해 단지의 보안 수준을 약화시킨 뒤, 본격 타격작전이 진행되어 단지를 접수하는 수순이었다. 작전명 용선의 신기루는 1944년 9월 9일에 개시되었다.

작전명 용선의 신기루 시계열

02:10- D분대가 무방비 상태의 유지보수용 해치문을 통해 베모르크 수력발전소에 진입한다. 이례적으로 경비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작전 중에 발전기나 중수 생산기계는 목격되지 않는다.

02:12- B분대가 제12시설 밖으로 통하는 땅굴로 침투한다. 아마 재난 사태시 시설 인력들이 탈출하는 통로인 것이 이 땅굴의 원래 목적인 것 같다. B분대는 땅굴을 따라 계속 내려간다.

02:13- A분대가 의식소환한 악령들로 후문의 경비병들을 조용히 암살하고 제12기지에 진입한다.

02:14- 베모르크 수력발전소 지하에서, 그전까지 알려져있지 않던 수평갱이 발견된다. 갱도 입구는 툴레회 사제들이 지키고 있다. 룬리스타레 니클라스 에클룬드가 은폐장벽을 치고 다른 입구가 없는지 수색을 개시한다.

02:15- C소대가 제12시설로 향하던 독일 보급수송대를 탈취, 그 과정에서 경미한 사상자가 발생한다. C소대의 절반은 수송대를 몰고, 나머지 절반은 제12기지 정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02:16- B분대가 제12기지의 지하 기계실에 진입, 경비병 두 명과 조우한다. 경비병들은 바로 항복한다.

02:17- D분대가 유지보수용 수갱을 발견하고 그리를 통해 지상층으로 올라온다. 룬리스타레 에클룬드가 "드베르그제 오컬트 발전기"를 조우했다고 보고한 직후 교신이 두절된다. 제12기지에 경보가 울린다. A분대, B분대, C소대에게 비밀작전계획 폐기 명령이 떨어진다.

02:18- A분대와 B분대가 암흑군단에게 공격을 받는다. 군단병들은 모두 기적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자술서: 기관원 콀 안톤센Kjell Anthonsen (B분대)

모퉁이를 돌았더니, 놈들이 벌써 기묘한 무기들을 가지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의 총은 돌격소총처럼 생겼는데, 총신은 미이라들의 굼실거리는 팔에 적합하도록 개조되어 있었다. 놈들의 옷은 온통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인장이 찍힌 돌판 동여맨 것, 룬으로 덮인 판금갑, 의식용 단검 혁대 같은 것들. 그런 뒤죽박죽을 방어용으로 내놓는 것이다.

나는 놈들의 미이라-총이 기적 에너지를 일제사격하기 직전에 겨우 몸을 뒤로 뺐다. 세베린Seweryn과 모르간Morgan이 계속 장벽을 소환하지 않았더라면(그리고 우리 주변에 귀중한 기계류가 들어차 있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놈들에게 패퇴했을 것이다.

자술서: 특수기관원 요제프 (A분대)

타격이 개시된 직후, 나는 우리의 뒤통수를 노리는 병사 하나를 발견했다. 그 병사의 무기의 미이라화된 팔이, 병사의 목 주위로 비틀리더니 온몸을 비틀어댔다. 아무래도 암흑군단의 악령유탄으로 소환된 악령에 빙의된 듯,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며 모든 것을 죽이려고만 들었다. 나는 그 병사를 몸을 찢고, 무기의 악령을 구마했다.

병사는 약해졌지만 그럼에도 부러진 활의 조각으로 화살의 비를 소환해 나를 죽이려 했다. 실패하자 그 병사는 다른 복도로 뛰어들어가 숨었다. 나는 공격할 기회가 있었고, 그러면 우리 분대의 적이 하나 줄어들었겠지만, 나는 그 병사가 도망치도록 두었다. 그는 적과 같은 편이기는 했으나, 우리와 대치하는 모든 이를 죽음에 이르게 할 필요는 없다.

대신 나는 그 병사에게 자신의 과거 행적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나는 그의 희생자들의 혼백을 불러내어 그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분대원들을 지키러 달려갔다. 그 병사가 귀신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바란다.

02:19- A분대 분대원 중 사망자 한 명 발생. 분대는 오컬트 유물들이 잔뜩 저장되어 있는 어떤 방으로 후퇴한다. 툴레회 사제들이 방에 들어와 방 안의 다양한 유물들을 사용하여 분대원 두 명을 더 죽인다. 룬리스타레 에클룬드에게서 짧은 교신이 들어온다.

자술서: 귀족성전사 하비에라 솔로스 (A분대)

예전에는 암흑군단이 손에 넣은 것을 모두 쌓아다 둔다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이 유물들은 그저 진짜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함이 확실해졌다. 우리 주위의 거대한 책장들에 늘어선 것들 대부분이 우리에게 던져졌다. 사제들은 책장 위로 뛰어올라가 보이는 대로 떨어뜨리면서 내내 우리의 총알을 피해갔다. 화병들이 깨지고 팔다리가 많은 악령들―모두들 내 검으로 무찌를 의욕이 생긴다기보다는 위협적이고 험악했다―과 풍화된 조각상들이 튀어나왔다. 조각상들은 금이 가더니 강렬한 색조의 대폭발을 일으켰다. 어쩌면 기억되지 못한 신들의 단말마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동안 그 불가사의한 돌풍을 잘 막아냈다. 그러다 은폐장벽이 사라지고, 우리는 사제들이 그 의식을 어느새 우리 몰래 완료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식진에서 불타는 암말이 솟아나왔고, 견줄 데 없는 흉포함으로 돌격해왔다. 도어스Dores는 자기 성수탄이 그것을 멈출 수 있으리라 생각해지만, 불타는 말굽이 뇌를 치고 지나가자 그녀는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책장 위로 가장 먼저 기어올라간 분대원에게 감사한다. 그 길이 유일한 살 길이었으니까.

우리 전략은 잘 되고 있었다. 책장을 따라 우울한 허깨비처럼 시부적시부적 걷고 있던 우리 사이에 사제 한 명이 뛰어들기 전까지. 그 사제는 홀을 휘둘러 리들리Ridley의 다리를 걸었고, 채장에서 추락한 리들리는 암말에게 떨어졌다. 리들리는 잽싸게 아래쪽의 벽감에 몸을 숨겨 일단 목숨을 건졌지만, 비극적이게도 그 벽감은 굶주린 조각상들로 가득했다. 나는 사제를 쑤시고, 그 시체가 내 칼 주위로 구워지는 것을 보고도 아무 회한이 느껴지지 않았다.

교신내역 녹취록: 룬리스타레 니클라스 에클룬드 [9/SEPT/1944 - 10] (D분대)

<교신 개시>

에클룬드: 아니. 무기가 너무 많다. 움직임 너무 많다.

(백색소음)

무명남: (독일어로) 자발적인 영혼 소멸이 덜 고통스럽다.

(백색소음)

에클룬드: 무기들에서 떨어져. 손 치우고 발전기의 목소리는 무시해라. (거센 숨) 저 틈으로 들어가자. 톱니바퀴가 저기는 약하군.

(기계 긁히는 소리, 총성)

에클룬드: AOI 사령부, 여기는 — (고통스러운 신음) — 룬리스타레 니클라스 에클룬드.

(백색소음)

무명남: 발전기에서 물러서, 안 그러면 경비병들이 — (백색소음) — 하면 네 영혼은 안식에 들지 못하리라 — (고통스러운 비명)

(백색소음, 기계 우드득거리는 소리)

에클룬드: 사령부, 이 말이 들리는지 알 수 없지만, 들린다면 이게 내 유언이 될 것 같다.

(총성, 비명)

에클룬드: 나는 끝까지 싸울—

(백색소음)

<교신 종료>

02:21- 베모르크 수력발전소 근교에서 거대한 푸른색 폭발이 발생. 제12시설은 예비 발전기로 동력을 전환한다. D분대는 작전 중 전멸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수기관원 요제프가 저장고 책장을 무너뜨려 사제 두 명을 죽이고, A분대가 저장고를 빠져나온다. 그 뒤를 병사들이 추격한다.

자술서: 특수기관원 요제프 (A분대)

리들리가 죽는 것을 본 나는 사제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그랬다간 인명만 더 잃을 판이었고, 먼저 공격받아놓고 싸우지 않는 것은 내 존재의 목적에 어긋난다. 하비에라가 사제 하나를 죽이자, 내가 나머지 둘을 처리하기 위해 책장을 밀어 버렸다.

처음에 불타는 말 두 마리가 공격을 해왔다. 놈들의 불과 발길질은 나를 해할 수 었었기에, 나는 두 놈의 머리통을 붙잡고 깜빡거리는 잔불만 남을 때까지 서로 박치기를 시켰다. 사제 한 명이 책장 한 개를 통째로 무너뜨리면서, 촉수들과 악령들을 한 바가지 소환했다. 이 악령들은 방출하는 아우라 세기가 너무 세서 나마저도 가까이 가면 고통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제가 과도할 정도로 많은 마술장벽을 전개해 나를 그것들 쪽으로 밀쳤다. 그 장벽들은 내가 쉽게 주먹으로 깨뜨릴 수 있었다. 하비에라가 유탄을 던져 사제의 다리를 날려 도움을 주었고, 내가 그 틈을 타 사제를 붙잡아 괴물딱지들에게 집어던져 버렸다. 우리 분대원들 중 그 자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목격한 사람 없다.

마지막 사제는 보통의 흰색 법사복 대신 검은색 법사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번개줄기, 얼음단검, 화염탄환을 소환하면서 내 머리 위를 부양했다. 어지간해서는 신경쓰지 않았겠지만―전에 그런 것을 본 적은 없었다― 그 사제는 내 이마의 생명의 말을 노려 공격했다. 그것이 파손되면 내가 망가진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다른 분대원들은 괴물딱지들로부터 자기 몸을 건사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나 혼자 그 자를 상대해야 했다.

사제가 깨워낸 굼실대는 부속지 괴물들을 피해 책장 위로 올라간 나는, 사제를 향해 책장 여러 개를 던졌다. 하지만 모두 사제가 자기 주위로 전개한 정화장벽에 맞고 산산조각이 났다. 사제는 자기 주변에 셀 수 없이 많은 귀신을 소환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놈이 불러낸 그 귀신들은 모두 노르드 만신전의 복제품이었다고 한다. 딴에는 위협을 하기 위함이었겠지만, 당시 내게는 그저 똑같은 장애물일 뿐이었다. 나는 책장에서 뛰어내려 귀신들을 쳐부쉈지만, 성급한 나머지 사제의 내빼는 능력을 깜빡 잊고 있었다. 내가 땅바닥에 도달하자 사제는 번개 도끼를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내게 근접함으로써 사제는 유일하게 유리한 점을 잃었다. 나는 그의 몸을 붙잡아 책장에 처박았고, 힘의 여파로 책장의 기둥 여러 개에 금이 갔다. 책장은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유물의 비가 쏟아지기 전에 먼저 빠져나왔다. 에테르 폭발이 일어나 악령들의 내장을 뽑아 버렸고, 옆방으로 통하는 구멍이 뚤렸다. 저장고는 폭염에 활활 타올랐다.

뒤쪽에서 기적학적 투사체들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그만 거기를 떠야 함을 알 수 있었다.

02:22- B분대가 폭발물로 기계실의 장치 여러 개를 파괴한다. B분대가 승강기를 통해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 보니 노르드 신화의 신을 깎은 조각상들과 오컬트 성화상들이 있는 방이 나온다. 이 공간은 아마 툴레회의 의식공간인 것으로 추측된다. B분대가 승강기를 멈추고 잠시 휴식한다.

자술서: 기관원 콀 안톤센 (B분대)

니클라스가 살아서 그 방을 보았다면 아마 심장마비라도 일으켰을 것이다. 나는 니클라스만큼 노르드 신화에 통달해 있지는 않지만, 에시르의 보편구제회에서 니클라스를 따라다니며 보았던 것이 있기에, 그 방에 있던 것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토르는 튀르핑은 커녕 검 자체를 들고 있어서는 안 되고, 군사지도자의 조각상에는 룬 기도문을 새겨서는 안 된다. 위그드라실은 짐승의 창자들로 둘러싸는 식으로 연출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신비학자 친구들을 슬쩍 보았더니 그들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임무만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그 방을 통째로 찢어발겨 버렸을 것이다. 뭐 그래도 총통과 크비슬링6의 조각상을 승강기 수갱에 집어던져 버릴 시간은 있었다.

02:23- C소대가 운전하는 수송대가 제12시설 정문에 도착한다. 경비병들은 AOI가 침투했으니 돌아가라고 명령한다. C소대의 각 절반이 정문에 공격을 가하여 1명이 죽고 4명이 부상당한다. 이후 C소대가 제12시설에 입성한다.

02:26- A분대와 B분대가 널찍한 무기실험실에 들어선다. 자동인형 한 대가 008-베타를 들고 암흑군단 병사들과 함께 있다. 뒤이은 전투에서 AOI 대원 다섯 명이 사망한다.

자술서: 매튜 델 대위 (B분대)

완벽하게 솔직하게 말하건대, 그 자동인형이 칼을 뽑자 나는 거의 똥을 쌀 뻔 했다. 놈들이 칼로 실험을 하고 있는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놈들이 그 망할 것의 사용법을 알아낸 줄은 모르고 있었다. 자동인형의 검은 장갑판과 은색 룬 도색들도 내 신경을 식혀주지는 못했다.

그것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군발Gunvald에게 달려들었다. 군발이 손바닥 속사로 대응하려 했지만 자동인형은 이미 칼을 뽑았고 그 칼 주위로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군발의 팔에 생채기 하나가 나더니 뒤이어 팔이 뚝 동강이 났다. 그가 내 쪽으로 도와달라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칼부림이 그에게 닿고(그것을 정확히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 어쩌면 빗맞았을 수도 있지만 하여튼 맞았고 그것이 말이 된다) 군발의 몸통이 두동강이 났다. 오즈Oz도 똑같은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다리온Darion도. 쥘Jules도.

이제 다음은 내 차례였다. 나는 먼저 자동인형을 땅에 넘어뜨릴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다. 그러다 순간 칼이 눈에 들어왔고, 생각들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내게 칼부림이 날아오자 공황에 빠진 나는 칼과 나 사이에 상자를 던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나는 이제 죽었구나 싶었지만 상자가 두 동강이 나고 나는 두 동강 나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아무 허섭쓰레기나 주워서 내 대신 두동강 나게 만드는 짓을 반복했다. 문제는 내 마음의 짐이 너무 무거워져 몇 초간 기절을 할 수도 있을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히 공격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고, 이젠 망했구나 싶었다.

그러다 요제프의 정령들에게 자동인형의 주의가 끌리면서 간신히 살았다.

[…]

그 때, 할Hal이 오래된 메카네교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기도 하나 들지 않고. 나는 할이 미쳤구나 싶었는데, 자동인형의 칼부림이 둔해지더니 멈추는 게 아닌가. 아마 흉강 속의 톱니바퀴 몇 개가 이 찬송가에 반응하는 톱니바퀴의 복제품이었던 모양이다.

암흑군단이 이 자동장치를 만들었을 리가 없다. 게르만족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장갑판은 이것이 자기네가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할은 그것이 사후에 덧붙여진 것임을 간파했다(또는 소 뒷걸음에 쥐 잡은 것일 수도 있다). 유산협회건 툴레건, 이것을 찾아낸 놈들은 머리속이 "아리안" 우월성으로 가득차서 이 기계가 자기네 조상들의 유물이거나 또는 자기네 뜻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은 꿈에도 꾸지 않고.

이 자동인형이 자기들을 썰어 버릴 때 놈들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02:30- 특수기관원 요제프가 008-베타를 손에 넣고 자동인형을 파괴했다. C소대는 지하구역에서 툴레회 사제, 암흑군단 연구원 몇 명을 잡아냈다. 놈들은 길(a Way)을 열고 다른 차원으로 도망갔다. 길은 자발폭파되었으며, 그 전에 놈들을 따라잡아 길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 기관원은 없다.

제12시설에 남은 적군 병사들 대부분은 항복했다. 연구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한 문서들이 일부 발견되었지만, 대부분의 문서들은 시설이 완전 접수되기 전에 병사들에 의해 파기되었다. 포로로 잡힌 병사들에 대한 심문이 진행 중이다. 베모르크 수력발전소의 파괴된 지하공간을 탐사해 보았지만, 놈들이 사용한 "드베르그 오컬트 발전기"의 성질을 가늠할 만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D분대 분대원 전원에게 AOI 용맹포장이 사후 추서되었다.


보안상 중요공지:

유산협회 내부에 침투한 기관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암흑군단이 008-알파를 발견했다고 한다. 고고학 연구진이 독일이 점령한 폴란드 영토의 고트인 정착지 유적에서 지하무덤을 발견했고, 그 무덤 안에 썩은 시체와 부러진 검이 있었다고 한다. 검의 외양에 관한 설명은 008-베타와 비슷해 보인다. 아직도 유물에 저주가 걸려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제 008-알파가 008-베타를 대신하여 HSR-001-애드벤트-녹스 의식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툴레회가 열쇠들과 중요 종교유물들을 위조변작하고 있다는 보고가 사실일 경우, 의식의 준비가 완료됨이 임박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의식의 수행을 막기 위한 작전이 현재 계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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