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살인마의 크리스마스

서문: 재단 연구진은 SCP-5733을 조사하던 중에 동일한 제작사 "크리스탈 엘름스 프로덕션"에서 제작했다고 보이는 VHS 테이프를 발견했다. 이 테이프를 시청한 사람은 크리스마스 시기와 연관된 활동에 적개심이나 양가감정을 곧잘 표현하고는 하였으나, 테이프 자체에는 변칙성이 없다고 밝혀졌다. 테이프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두운 밤하늘.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찬찬히 내리고, 이내 화면이 흰 눈발로 빼곡히 뒤덮인다. 배경음악으로 〈Carol of the Bells〉가 흘러나온다.

화면 틸트 다운. 와이드 샷으로 도로 끝 주택단지가 조감시점으로 등장한다. 화면이 교외 도로를 돌며 주택들을 훑어보다가 어떤 집에 중심을 맞추고 접근한다. 내려가는 끝에 마주보이는 것은 성에로 자욱한 1층 창문. 화면이 잠시 멈춰 있다가 창문 속으로 들어간다. 집 안이 등장한다.

"헤더, 뭐 하니?" 집안 어딘가에서 들리는 목소리. 화면으로 헤더의 어머니 캠벨 부인이 들어온다. 반죽이 치덕치덕 묻은 손을 크리스마스 테마 앞치마에 털고 있다. 어머니가 거실로 걸어가고, 카메라가 그대로 따라간다.

헤더 캠벨이 크리스마스 트리 옆 안락의자에 앉아서 상념에 잠긴 듯 창밖을 바라본다. 어머니가 헤더의 옆으로 가서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는다. 헤더가 대꾸하지 않는다. "헤더, 올해 초 일 때문에 많이 속상할 거야. 친한 친구들이 연쇄살인 사건으로 피 흘리며 죽어간 경험은 나도 없지만, 엄마도 그 감정 이해할 수 있어.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 오늘은. 오늘 하루는 즐겨보려고 노력만은 할 수 있으면 좋을 거야." 헤더가 어머니를 돌아보며 힘없이 웃는다.

배경음 '띵' 소리. 어머니가 오븐의 생강 쿠키가 다 구워졌다며 자리를 떠난다. 카메라가 헤더의 무표정한 얼굴을 3분 동안 비춘다.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이 빨간빛 노란빛으로 점멸하며 얼굴에 빛을 드리운다.

초인종 소리. 헤더가 문을 휙 돌아본다. 장면 전환. 헤더의 아버지 캠벨 씨가 걸어가 문을 연다. "오,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버지가 손님에게 인사한다. 카메라와 손님을 문짝이 가로막고 있어서 손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헤더, 너한테 찾아온 손님인가 보다!" 아버지가 헤더를 부른다. 헤더는 대답하진 않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온다. 아버지가 자리를 나선다.

다시 화면 전환. 카메라가 현관에 자리잡고 집안을 들여다본다. 헤더가 문앞으로 와서 손님을 보더니,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진다. 카메라 패닝. 문앞에 어떤 인물이 검고 헐렁한 작업복을 입고 머리를 검은색 삼베 자루로 덮은 채로 서 있다. 교외 살인마다.

헤더가 소리친다. "엄마! 아빠! 도와줘요!" 교외 살인마가 몸을 불쑥 앞으로 내밀며 두 팔을 뻗는다. 헤더가 바닥에 널브러져 한 팔로 얼굴을 가로막는다. 몇 초가 지난다. 헤더가 팔을 내리고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내… 내 거야?"

살인마가 뻗은 팔에 크리스마스 선물이 들려 있다. 인간 큰창자가 포장끈 삼아 나비매듭으로 선물을 묶었다. 살인마가 헤더의 물음에 대답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헤더가 저어하면서 손을 내밀어 선물을 받아들고 뜯어본다. 포장끈에는 별달리 반응하지 않는다. "이… 이거 잃어버렸다고만 생각했는데." 헤더가 포장지에 손을 넣어 은색 팔찌를 꺼낸다. 그리고 조심스레 살인마에게 눈길을 주며 말한다. "고마워… 되게, 되게 큰 선물이야! 하지만 어째서야? 내가 아무것도 준 적 없잖아!"

살인마가 복도 벽에 오른손 검지를 대고 지익 긋는다. 끈끈한 빨간 액체가 벽에 묻어난다. 몇 분 동안 행동이 이어진다. "크리스마스니까"라는 글자가 화면에 잡힌다.

어머니의 말소리. "헤더, 급하게 부르던데 무슨 일이야?" 부모가 현관문 앞까지 오더니 인사한다. "오, 안녕하세요! 헤더, 이 친구분이 누구인지 소개해줄 수 있니?"

헤더가 대답한다. "네? 아 그럼요. 어, 엄마 아빠… 교외 살인마예요."

어머니가 대답한다. "살인마 씨구나! 헤더랑 TV랑 경찰 보고서에서 소식 많이 들었어요!"

"반갑습니다 살인마 군." 아버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아… 살인마 양인가? 어떻게 불러드리지? 여느 때 같으면 두 사람 사이를 생각해서 걷어차고 문 닫아버릴 테지만… 오늘 하루는 둘이 화해하셨나 보군요. 하긴, 역시 크리스마스 아니랄까 봐요."

살인마는 악수하지 않는다.

"만나서 반가워요!" 어머니가 헤더를 보며 말한다. "살인마 씨도 저녁 같이 먹고 가시니?"

"아 그건 별로-" 헤더가 대답하려는 찰나 아버지가 끼어든다.

"그거 마침 잘됐는데! 야외장식 설치하는 데 일손이 필요했는데, 혹시 도와주실래요?"

살인마가 어깨를 으쓱한다.

아버지가 말한다. "좋아, 그럼 다락방 가서 장비 좀 챙겨올게."

어머니가 덧붙인다. "나는 요리하러 갈게. 저녁 준비할 때까지 얼마 안 걸릴 거야."

부모님이 떠나고 헤더와 살인마만 남는다. 헤더가 일어나 한 걸음 내딛는다.

셰이킹 스티븐스의 〈Merry Christmas Everyone〉이 나직한 배경음으로 깔린다.

헤더가 말한다. "그럼… 들어올래?"

살인마가 집으로 들어온다. 음악 소리가 점점 커지고, 이윽고 영화의 유일한 소리가 된다. 이어지는 여러 장면 몽타주.

아버지가 집 바깥 앞마당에서 산타클로스 공기인형을 부풀린다. 살인마가 아버지 뒤로 다가온다. 양손에 크리스마스 전등을 들었다. 아버지와 살인마가 양손으로 전선을 잡고 서로 당겨서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장면 전환. 살인마가 창틀에다 전등을 묶는다. 작업을 마치고 살인마와 아버지가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카메라가 끓어오르는 냄비를 불길한 구도로 잡는다. 화면으로 살인마의 장갑 낀 손이 들어와 냄비 손잡이를 잡는다. 살인마가 냄비를 들고 방을 가로질러, 어머니가 감자를 깎는 자리까지 온다. 살인마가 냄비를 높이 쳐들어 내용물을 아래로 쏟아낸다. 곧바로 잘 익은 콩이 체에 쏟아진다.


헤더가 거실에서 벽난로 위에 호랑가시나무를 달고 있다. 살인마가 뒤에서 눈사람 유리조각을 든 채로 다가온다. 이윽고 길고 뾰족한 당근 코를 바깥으로 두고 조각을 휘두른다. 헤더가 뒤를 돌아보고 깜짝 놀라 소리지른다. 살인마가 그대로 벽난로 선반에다 조각을 조심해서 올려놓는다. 헤더가 이 모습을 보고 웃음을 깔깔 터뜨린다.


아버지가 앞문에 크리스마스 화환을 걸고 있다. 그 위로 살인마가 지붕에 걸터올라 곡괭이를 들고 있다. 살인마가 지붕 모서리까지 걸어와 홈통에 달린 크고 뾰족한 고드름 3개에다 대고 휘두른다. 카메라가 떨어지는 고드름을 슬로우 모션으로 쫓는다. 고드름이 표적에 맞아 밑에 있는 보도에 산산이 부서진다. 아버지가 화면 바깥의 아까 있던 자리에서 화면 속 고드름이 떨어진 곳으로 걸어와 빗자루로 얼음조각을 쓸어낸다.

음악 페이드아웃. 장면은 캠벨 가족의 식당이다.

"저녁 준비 다 됐어!" 어머니가 부엌에서 외치는 소리.

헤더가 탁자를 보고 묻는다. "어? 왜 아홉 사람 자리가 있어요?"

"나도 모르겠는걸. 친구분이 그렇게 준비하시던데."

초인종 소리. 헤더가 문으로 걸어간다. 살인마가 그 자리에 먼저 와서 있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살인마가 문을 연다. 썩어가는 시체 넷이 어기적거리며 걸어들어온다.

"엄마야! 얘들아!"

헤더가 시체들에게 달려가 하나씩 감싸안아 준다.

"엄마, 아빠, 친구들이 돌아왔어요!"

헤더가 친구들과 같이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때 쿵,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살인마가 벽을 연방 두드리고 있다.

"뭐 하는 거야?" 헤더가 열린 문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가 깜짝 놀란다.

"안녕 헤더, 오랜만이네."

"조니!" 헤더가 외치며 새로 나타난 썩어가는 시체를 맞는다. 이 시체는 허리가 잘려 다리가 사라져 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야!" 헤더가 감격하며 옛날 남자친구의 몸통을 들어올린다. 둘은 입을 맞춘다. 헤더가 입을 떼자 조니의 입술이 헤더의 입에 달라붙어 있다. 둘 다 그 사실에 반응하지 않는다.

장면 전환. 살인마를 제외한 등장인물 전원이 식탁에 앉아 있다. 식탁에는 어머니가 부엌에서 힘써 꾸민 음식들이 가득하다. 아버지가 말한다. "이야 헤더, 놀랍지 않니? 우리 친구는 오늘 찾아올 때만 해도 너무 의심이 갔는데 이제는 마음을 쏙 뺏어가 버렸네. 그런데 친구는 어디로 갔니?"

"좋은 질문이네요. 저도 몰라요." 헤더가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며 교외 살인마를 찾아본다.

카메라 앵글 전환. 살인마가 헤더 뒤에 서 있다.

살인마가 푸주칼을 앞으로 내지른다. 헤더가 비명을 지른다. 살인마가 식칼을 거세게 내려찍는다. 그리고 칼집이 난 칠면조를 자르기 시작한다.

"아." 헤더가 안도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한숨을 돌린다. "미안해요, 습관이라!"

살인마를 제외한 등장인물 전원이 웃음을 터뜨리고, 얼굴을 카메라로 돌리며 외친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모든 인물들이 웃음을 머금고 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보낸다. 살인마가 화면에 들어와 푸주칼을 든 채로 손을 흔든다. 테이프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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