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과 돈에 친한 사람들 1편

주먹과 돈에 친한 사람들

1. 그늘진 곳에서 주먹은 이렇게 말한다.


때는 1970년대 후반, 영웅이라고 해도 주먹에 울고 돈에 환장하던 시절에 삼대천은 노름판을 운영했다. 단순한 도박이 아니었다. 돈을 담보로 사람의 목숨이 오고 가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죽고 사는, 말 그대로 격투 도박이 삼대천에 뿌리 깊게 박혔다.

거의 모든 종류의 희열을 느낀 갑부들일지라도, 그 원초적이고도 가장 원시적인 싸움에서 오는 희열은 갑부들을 금세 매혹했다. 그렇게 많은 갑부를 끌어들인 격투 도박은 삼대천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삼대천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 되었다.

격투 도박을 지탱하는 갑부 중 몇 명은 따로 장로라 불리며 삼대천의 수뇌부에 깊숙이 자리 잡고 격투 도박을 더 잔인하고 유희적으로 바꿔갔다. 그 결과 장로들은 삼대천에 있는 정치계 고위 간부를 이용해 사망 처리를 해서 마음껏 이용하고 죽여버릴 수 있는 장난감인 격투 노예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격투노예는 주로 고리대금 업체에 큰 빚을 진 사람이 빚을 갚기 위해 들어오거나, 삼대천 인력관리부서가 직접 해외나 국내의 거지들을 납치하고 여러 약물을 투여해 격투 노예로 만들어 양산되었다. 물론 격투 노예가 되어 격투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갑부들이 그 격투 대회에 투자한 돈 전부를 얻고 삼대천에게 소원 하나를 빌 수 있어 격투 노예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격투 대회에서 우승하는 일은 쉽지가 않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격투에는 단순한 부랑자와 거지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격투 노예는 단순히 갑부들의 노리개일 뿐이고 격투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격투사와 배신자. 격투사는 자진해서 격투장에 들어온 사람이다. 힘에 자신 있다는 조폭, 우연히 삼대천에 닿은 이종격투기 선수, 아니면 삼대천 체육관에서 훈련받다가 격투 대회에 참가한 사람, 심지어 삼대천 직원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격투사 중에서 제일 위험한 부류를 뽑으라면 역시 삼대천 직원이 아닐까 싶다.

삼대천 직원 중에는 비리비리한 사무직도 있겠지만 절반 이상은 삼대천의 여러 인공 약물과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싸움꾼이다. 스테로이드? 그 정도는 약과다. 단순히 근육만 늘려주는 것이 아니라 뇌를 재구성해 싸움에 특화된 괴물로 바꾸어버리는 약물, 뇌의 인지 속도를 극도로 빠르게 해주는 약물 등 종류는 꽤나 다양하다. 그런 약물을 투여받은 삼대천 직원들끼리 격투장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왜 갑부들이 이토록 흥분하는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버린다.

격투사는 이렇게 격투 대회의 대부분을 우승하며 그 비율이 약 80%에 다다를 지경이다. 그렇다고 격투 대회가 삼대천 직원이 이길 뿐인 지루한 대회인가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 수가 적을 뿐이지 참가 대회 우승률 99%에 다다르는 배신자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배신자는 말 그대로 배신을 한 사람, 즉 삼대천을 배신하고 나간 사람을 말한다. 흔히 삼대천에 들어오면 뼈를 묻는다 싶을 정도로 오래 있는 사람이 많다. 삼대천 직원 연봉이 높기도 하고 나간다고 해도 어차피 또 조폭 패싸움이나 할 바에는 이곳에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삼대천이 보안을 이유로 일부러 퇴사를 제한해서도 있지만 사실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신도 나가고 싶지는 않으니 큰 불만은 없다.

하지만 그런 손해와 삼대천의 압박을 감수하고도 배신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배신자들. 그들은 단순히 멍청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삼대천의 모든 직원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자기 과시, 혹은 삼대천만큼의 강력한 배후가 있다는 무언의 의견 전달, 이것들이 그들이 멍청하기보다 강하다고 평가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그들이 배신한 집단의 입속인 격투 대회에 자진해서 들어왔다는 뜻은, 뭐 말 안 해도 어떤 뜻인지 잘 알거라 믿는다.

이런 이유로 배신자 집단의 인원수는 전체의 0.1%도 못 미치지만, 우승 비율은 15%에 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배신자에서 다시 삼대천으로 복귀한 사람이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이화천으로 현재 격투 대회 운영장이다. 이화천은 단지 유흥을 즐겨보기 위해 삼대천을 배신한 적이 있었다. 2년 전에 이 사람은 격투 노예 10명의 뼈와 살을 분해하고 장로 휴게실에 던져 놓았다. 당연히 장로들은 임한영 회장에게 심한 불쾌감을 표현했고 이화천을 죽이라고 했다. 임한영 회장은 이화천을 죽이기에는 그가 가진 힘이 아깝다고 판단했는지 끝내 장로들을 설득해서, 그리고 약간의 뇌물을 통해서 이화천이 사과만 하면 용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회장은 이화천을 설득하기 위해서 여러 직원을 보냈다.

하지만 이화천은 자신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의 사지를 절단한 채 회장에게 돌려보냈고 1년 동안 이 행동을 반복했다. 그러고나서 갑자기 아무말없이 삼대천에 돌아왔다. 회장은 이화천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도 힘도 없었고 장로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큰 반대를 하지 않았기에 그는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리고 이화천은 지금 여러 직원 앞에서 격투 노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격투 노예들은 소모품에 불과하지만 부자들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줘야 해서 손이나 발을 자르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격투 노예 조련은 주로 손톱, 발톱을 뽑거나 귓볼을 자르는 등의 격투에 영향은 없지만 충분히 고통스러운 행위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화천은 단순히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옆에 격투 노예 한 명을 앉히고 손톱을 뽑아가며 설명을 하고 있었다. 격투 노예의 비명소리에도 이화천은 신경쓰지 않고 손톱을 하나 뽑고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는 우리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는 손톱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우리는 이렇게 격투 노예를 조련해서 스스로 삼대천에 묶여있게 하지만 간혹 탈출을 시도하고 실제로 탈출을 하는 격투 노예가 있다."

삼대천 직원 2명이 나와 우리에게 격투 노예들의 얼굴과 신원, 거주지, 그리고 간단한 설명이 적힌 종이를 나누어주더니 손톱이 빠진 격투 노예를 끌며 문밖으로 나갔다.

"지금 나누어준 종이는 탈출한 격투 노예들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이다. 탈출한 만큼 실력이 있어 부자들이 기대를 거는 격투 노예이므로 죽이는 것은 기피된다. 그렇기에 그런 격투 노예를 생포해 오면 일종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하지만 일부러 회사가 잡을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휴가 시간을 내어서 잡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뭐 돈이 급한 사람은 고민해 볼 만 하겠지."

이화천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기본적인 설명은 끝났다. 지금부터는 각자 팀별로 나누어 강의가 계속되니 입사 테스트 때 지정되었던 팀에 따라 뒤에 있는 직원을 따라가길 바란다. 참고로 회수팀은 나를 따라와라."

나는 내 수첩에 크게 회수팀이라고 적힌 글자를 보고서 그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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