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 사건: Part 1: 접촉

사건 784-1

"…D계급 두 명이 소방 호스로 격리실 바깥은 세척하고 나면 제3의 인원이 격리실로 가서 그 바깥에 저 모듈을 부착합니다. 모듈은 마이크로 SCP-784가 하는 말을 모두 잡아낼 수가 있죠." 로렌조Lorenzo 박사가 콘솔에 있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마이크에 대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말소리는 대화 모듈의 스피커로 전송됩니다. 784는 몸체를 대고 진동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걸로는 불충분하겠는데, 로렌조 박사." 발렌타인Valentine 이사관의 눈빛은 그녀의 강철 같은 잿빛 머릿결처럼 완강했다. 몇 년에 걸쳐 쌓인 권위로 함뿍 절여진 목소리였다. "내가 격리실로 들어가서 앤드류스Andrews한테 직접 말해야겠어."

로렌조가 주저하며 말했다. "이사관님?" 그의 간드러지는 카스티야 억양에 의심쩍은 기색이 묻어났다. "784는 적어도 한 사람 목숨을 앗아간 적 있는 고위험 케테르 SCP입니다만. 들어가시는 것은 권장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의견 잘 들었고, 벌써 기각됐어." 발렌타인이 서류가방에서 마닐라 봉투 하나를 꺼내어 벙찐 로렌조에게 건넸다. "서류야. 오늘 아침 0600시에 11번 감독관에게, 앤드류스한테 직접 접촉해도 좋다는 인가를 받았어."

스페인 사람 로렌조 박사는 문서를 훑어봤다. "진짜 문서 맞군요."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 미친 내용이긴 합니다만. 알겠습니다. 정문 왼쪽에 재단 인원용 탈의실이 있습니다. 옷이랑 소지품 전부 두시고 위생복으로 갈아입어 주십시오. 앤지Angie가 마스크랑 고글 드리면서 안전 절차를 설명드릴 겁니다."

"고마워, 로렌조 박사."


발렌타인이 짐작하던 격리실 내부는 어둠침침하고 그림자며 더께며 드리워진, 입주한 괴물에 걸맞은 괴물스러운 모습이었다. 불 환한 실제 격리실을 보자니 드라마틱한 기대가 팍 깨졌지만, 드라마와 안전 중에서 고르라면야 발렌타인은 무사히 다시 걸어나오는 쪽이 더 좋았다.

784가 접촉하는 실리콘과 금속을 흡수하는 경향 때문에, 대상의 곁에는 철과 유리를 반입하지 못했다. 그래서 격리실은 투명 아크릴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무거운 콘크리트 격리실을 바닥에 가라앉힌 깊은 아세톤 수조가, 지독한 용액 냄새를 발렌타인이 낀 종이와 천으로 된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아세톤 또한 안전장치의 일종이었다. 대상의 기계 부분을 이루는 나노머신들은 단백질과 비슷했던 터라 열이나 짙은 용액에 닿으면 분해됐다.

발렌타인은 첫 번째 방법에 의존하는 비상 안전장치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네도 따라올 필요는 없었는데." 발렌타인이 말했다.

파란 재해복 입은 사람이 그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 머리 쪽이 펑퍼짐해서 젓는 티가 잘 안 났지만. "제가 대상의 책임자입니다." 로렌조가 말했다. "외부인을 혼자 둘 수는 없습니다."

"알았어. 델타들(Deltas)한테 대상 좀 들어달라고 해줘."

로렌조가 주황색 재해복 입은 두 사람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격리실 저쪽의 캡스턴을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전부 비금속으로 만들어진 밧줄과 도르래가, 무거운 콘크리트 격리실을 아세톤 수조 속에서 괴물이 심해 속에서 솟아나오듯 들어올렸다. 또 다른 D계급이 등에 아세톤 분사 장치를 지고 불안하게 서서 분사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하시는 까닭을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로렌조가 물었다.

"심리 분석이랄까." 발렌타인이 대답했다. "감독관들이 얘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좀 알고 싶어하네."

"그래요? 제가 당장이라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저놈은 그냥 동물처럼 음식과 고통만 압니다. 전에 무슨 요원이었다는 사실은 저도 알지만 지금은 그냥 괴물이에요."

"뭘 '무슨 요원'이야, 로렌조. 판도라의 상자 대원이었다고. 무려 '강철 인형'을 멈춰세운 사람이야. 야생에서 SCP 여남은 개, 케테르는 적어도 3개 포획하는 데도 기여했지. 영웅이었고… 아니 영웅이고, 이렇게 우리 속 괴수 취급밖에 못 받을 사람은 아니었어." 발렌타인의 말끝이 크게 쿵 하는 소리에 끊겼다. 콘크리트 격리실이 용액 수조 위에 걸쳐 내려앉아 자리잡는 소리였다.

로렌조의 입술이 헛웃음 반, 멋쩍은 웃음 반을 지어보였다. "죄송합니다. 좀 더 존중해서 표현했어야 하는데."

"알면 됐고. 내가 앤드류스한테 직접 말할 수 있을까?" 발렌타인이 물었다.

"격리실 위쪽에 영양수조 보충용 포트가 있긴 있습니다. 파이프 연결할 때 빼고는 대개 잠가두기는 한데…"

"열어봐."

로렌조가 고개를 끄덕이고, 주황색 재해복 입은 D계급들에게 스페인어로 몇 마디를 던졌다. 둘은 크게 움찔거렸다. 그 중 하나가 스페인어로 반항해 봤지만, 로렌조가 되받아치는 호통 소리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잠깐 주저하다가 D계급 한 명이 콘크리트 큐브로 조심해서 다가갔다. 나머지 둘은 분사 장치만 꼭 쥐고 걱정스레 쳐다봤다. "노란 선 뒤에 계십시오, 이사관님." 로렌조가 말했다. "혐오감 요법으로 이 선을 못 넘도록 대상을 훈련시키던 중이었습니다. 기간은… 뭐, 성공적이었다는 말씀만 드립니다."

"고마워." 발렌타인이 바닥의 스프레이 칠한 선 뒤로 물러섰다. "격리 담당자를 스페인어 할 줄 아는 사람들로 뽑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

"모집하기 쉽습니다. 제3세계 독재자가 골칫덩어리 몇 명을 제거하고 싶어한다? 저희는 육체노동자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계약이죠." 로렌조가 웃었다. "지금 사다리 타고 있는 저 남자는 우고 차베스를 국영방송에서 뚱뚱한 놈이라고 욕해서 온 걸로 압니다."

"흠." 발렌타인이 팔짱을 꼈다. "편리하네."

"그럼요. 아 잠시만, 저기 옵니다. 어찌 보면 꽤 멋지기도 합니다." 로렌조가 초조한 웃음을 터뜨렸다.

D계급이 포트를 개방하고 후다닥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분사 탱크를 잡아들고 등에 싸매는 동료들 곁으로 돌아갔다. 이윽고 천천히, 철과 유리로 된 촉수 하나가 열련 포트에서 나와 뱀처럼 몸을 흔들었다. 촉수 끝에서 둥글납작한 혹 하나가 뭉쳐지더니, 혹이 쩍 열리며 구슬 크기의 조그만 파란색 보석이 드러났다. "이게 모종의 시각 수용기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로렌조가 속삭였다. "광수용체 수천 개로 이루어져서 곤충의 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잘 보이나?" 발렌타인이 물었다.

"좋이요."

촉수가 과학자들에게 꿈틀꿈틀 다가오다가, 노란 선 앞에서 멈칫했다. 사파이어 푸른 눈이 D계급을 돌아봤다. 분사기를 꼭 잡고 있었다. 촉수는 멈춰섰다가 선에서 1미터가량 물러났다. 주황색 슈트들은 눈에 띄게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대상이 선을 넘으면 저희가 용액을 분사하고 일주일 동안 영양을 끊습니다." 로렌조가 설명했다. "말을 듣게 시키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는지라." 그리고 발렌타인을 보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얼굴을 발렌타인은 그저 쌀쌀맞게 쳐다봤다. 로렌조는 이내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발렌타인은 다시 784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상은 다시 모습을 변형하고 있었다. 나노물질 방울이 촉수 끝쪽으로 줄줄 흘러나오더니 (뱀 목구멍으로 삼켜진 쥐 같군, 발렌타인은 생각했다) 이내 얼굴 비슷한 모양이 나타났다. 원래 있던 파란 눈에 더해 또 다른 눈이 박혀 있었다. 사고 이전에 앤드류스 요원의 사진을 본 적 있었던 발렌타인은 땅딸막한 뺨과 오므려진 입술을 알아봤다. 하지만 나머지는 뭉개져 있었다.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오랫동안 잊어버린 정신이 인간 얼굴을 어렴풋이 다시 만들어 보는 모양새였다.

"앤드류스." 발렌타인이 말했다. "내 말 들려?"

"784는 공기 진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로렌조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대답할 때 변형과 진동을 거쳐서…"

"닥쳐 봐." 발렌타인이 화를 내며 말을 끊었다. "앤드류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내 말 들려?"

784의 입이 열리고, 이빨 바로 뒷자리에 펼쳐져 있던 막이 떨렸다. "그르르르르르래." 인간 비슷한 전자 목소리가 윙윙대며 말했다. "드르를르르를르를린ㄷㄷㄷㄷ다."

"내가 누구인지 알겠어, 앤드류스?" 발렌타인이 말했다.

"앤드드드르르를스는 주거주거주거주겄다 나는 치ㄹ치ㄹ치ㄹ — "

"누구인지 알겠어, 앤드류스?" 발렌타인이 뻣뻣하게 되물었다.

눈이 켜지면서 발렌타인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스스스스사사사관 ㅈㅈㅈ재니스 발레ㄴ발렌타인. 나나나나나나를 기도기도기동특무무무부대대로 모지모지모집한 사라ㅁ사라ㅁ."

"맞아, 앤드류스." 발렌타인이 웃으며 말했다. 승리를 거두어 기쁘게 빛나는 눈이었다. "그렇다면 과거의 일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겠지."

"기기기기억한다. 시시신시신경쓰스스스쓰지 안는느는다. 나는 이제 처첯처처철이다. 처철. 완전하다. 한갓 살더살덩어리에서 완전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발렌타인의 웃음이 더 험악하게, 더 득의만면하게 커졌다. 그리고 재해복 장갑을 벗겨난 다음, 로렌조가 무슨 짓이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장갑에서 조그만 사진 한 장을 꺼내들어 대상의 눈앞에 갖다댔다. 젊은 여자 한 명이 파란 병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호흡기를 단 채로, 카메라 플래시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 있잖아." 발렌타인 이사관이 말했다. "베아트릭스 매독스가 살아 있다고 말하면 좀 신경을 쓰려나?"

Part 2: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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